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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빛나는향기
작가 : 라코
작품등록일 : 2016.8.6

감각을 변이해서 살아가는 길은 어렵다. 하지만 너를 만나는 길을 걷기위한 문을 여는걸 후회하지는 않아.

 
의문
작성일 : 16-08-07 13:22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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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첫 공동임무는 생각보다 별게 아니었다. 몸풀기용으로 내준 것 같기도 하다. 시우는 굉장히 신경쓰이는 듯 했지만, 사실은 시우의 색은 우울하고 구석으로 알아서 기어가는 것 외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그다지 결점은 없다. 처음 시우를 봤을 때 무서웠던 것은, 그 우울함이 너무나도 짙었기 때문이다. 혼탁하게 흐려진 색이 사라질 것 같이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풍겨서, 나도 거기 휘말릴 것 같다는 무서움도 있었다.

 

  나는 계속 회의하는 그 방을 보았다.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오가는 테이블에서 상대팀만 뚤어져라 보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었다. 최근 변이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기에 누군가의 악의 또한 알 수 있었다. 상대팀이 우리팀보다 더 많은 악의를 가지고 있는것만 경계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 중에 가장 심한 사람은 하얀 장갑을 끼고 있는 사람이었다. 딱히 무기를 쥐고 있지는 않지만 그는 살인의 욕구까지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타르같은 검은색이 꾸덕꾸덕하게 들러붙어있는 모습은 저절로 소름끼쳤다. 내가 본 것을 이야기하자 시우는 재빨리 그 쪽으로 이동했다. 아마도 거래는 끝나버린 거겠지.

 

  시우에게서 스멀스멀 탁한 색이 피어오른다. 희뿌옇게 변해가는 색을 원치 않음에도 어쩔 수 없이 입고, 자신의 향에 사람들이 제대로 기절했는지 확인할 때, 첫날 보았던 것 이상으로 깊어지는 색을 보았다.

 

  일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서 나도 시우도 아무 말이 없었다. 지친것도 이유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십분 정도는 걷는 동안 서로 바닥만 바라보고 걸었다. 계속 타르덩어리를 봐서 그런가 눈을 감아도 아른거리는 형상에 머리를 어디다가 박아서라고 기억을 잊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길거리에서 그러면 경찰이 출동하겠지, 라는 실없는 생각으로 간신히 제제한 뒤 집으로 도착했다. 문을 열자마자 방향제가 뿌려졌다. 한동안 작동하지 않아서 이제 약이 다 떨어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밖을 보고 싶지 않다고 시우에게 말한 뒤 커튼을 내렸다.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시우는 바로 다른 쪽 베란다로 가서 밖을 가렸다. 눈을 감고 어떻게든 그 덩어리들을 묻어버리려고 했지만 그게 잘 되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감정을 봐왔지만 점성이 있는 것을 본 것은, 그렇게 최악의 점성을 가진 것을 본 적은 처음이라 온 몸에 소름이 돋았었다. 아까부터 안절부절하는 시우를 속눈을 떠서 흘끔 살폈다. 초조하게 나를 바라보는 그 얼굴이 마치 강아지 같았다. 순수한 걱정에서 나온 산뜻한 연두색이 완두콩같이 귀여웠다.

 

  시우는 영화를 틀었다. 첫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봤던, 상대를 신경쓰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던 영화였다. 핸드폰 벨소리에 끝나버린 영화. 약간의 술을 마시고 좋아하는 과자를 먹으면서, 이번에는 실컷 웃었다.

  가만가만 밤이 걸어갔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10시였다. 아무리 휴일이라고 해도, 전날 그렇게 놀았다고는 해도... 많이 약해졌네, 라고 생각하며 눈을 떴다. 그 정신에 내 방까지 들어온 정신력이 대단했다.

 

  침대에 누워서 어젯밤의 일을 다시 회상했다. 변이된 감각의 극대화와 축소화에 초점을 맞추어보았다. 내가 변이하게 유도한 감각은 시각. 그것에 따라 축소된 감각은 후각.

 

  향을 잘 맡을 수 없지만, 시우와 함께 있을 때 시우에게서 나는 향은 정말 좋아한다. 여담으로, 그 전까지 내가 맡아왔던 수 많은 향들에 대한 정의는, 내 감각이 변이된지 딱 사년만에 단순한 단어들로 바뀌었다. 갓 구워진 빵 냄새 정도로 밖에 설명되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갓 구워서 버터를 듬뿍 바른 빵 냄새, 라는 것도 있고, 빵도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다양한 향이 나겠지만 나에게는 빵 냄새 하나로 끝나버렸다. 그 정도로 지금 내 후각은 평균에 비해 반의 반도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생각한 것이, 내가 가진 오감 중 가장 뛰어난 감각인 시각의 변이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사람의 기분이나 그 의도를 볼 수 있다. 그 범위는 내가 직접 보는 사람들이나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사람들. 즉 화상채팅이나 유리창 너머로 보는 경우에는 기분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은 볼 수 없는 녹화된 영상의 사람들의 진짜 기분을 알 수 있다면? 지금 살아있으나 마나 한 후각과, 어쩌면 약간의 미각장애를 가져오는 대신에 녹화된 영상 속에서 저 사람이 무슨 의도로 그 말을 하는지도 알 수 있다면? 뉴스를 보고 그 사람들이 무슨 기분이었나 확인할 수 있다면 이것만큼 커다란 일거리도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옷을 정리하고 나갔다. 역시나 방금 일어난 듯 보이는 시우가 부스스한 머리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뭐 먹을까, 라고 묻는 말에 파스타! 라고 힘차게 말했다.

 

  “다음 임무는 언제래?”

  “목요일이니까 이틀 뒤.”

 

  넓직한 파스타 면을 삶으며 시우는 말했다. 식탁에 앉아 있다가 거실에 있는 꽃병이 눈에 띄어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름 모를 들꽃이 조금씩 말라가고 있었다.

 

  무슨 파스타 만들 거야, 라고 꽃병 물을 갈아주며 물어보았다. 크림, 이라는 답이 들리는 동시에 입안에 약간의 침이 고였다. 고소하지, 크림 파스타. 이탈리아식의 까르보나라도 좋지만, 크림이 듬뿍 있는 한국식 파스타도 좋아. 그러고 보니, 만약에 후각을 완전히 잃어버리면, 그리고 미각도 약간 잃어버리면 다시는 고소한 그 맛을 못 느끼겠구나.

 

  물을 갈아주고 밤새 창을 가렸던 커튼을 걷자 햇살이 환하게 들어왔다. 밤새 차갑게 식혀진 공기가 따듯하게 덥혀지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의 색이 이 햇살 반만큼만이라도 화창하면 좋을텐데, 라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상상을 했다. 따듯하고 드러난 부분이라면 남김없이 환히 비춰주는 햇살에 눈이 아프긴했지만 얼굴을 돌릴 수 없었다. 얼마나 그렇게 보고 있었을까, 다 됬다는 말이 들렸다.

 

  “우와... 되게 금방했네...?”

  “시판 크림을 썼으니까.”

  “그건 조금 아쉽네~”

  “대신 후추 잔뜩 넣었어.”

 

  포크로 돌돌 말아 입안에 넣었다. 고소하고, 청양고추라도 잔뜩 넣었는지 약간 알싸한 맛이 났다. 음... 사실 이것을 아예 포기하는 것은 아깝긴 하다. 후각을 완전히 잃어버리면 맛을 잘 느낄 수 없게 되니까.

 

  만일 내가 후각을 아예 지우는 대신 시각 변이를 더 활성화한다면, 인간 김이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어차피 언젠가 사라질 감각, 미리 날려버린거라고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

 

  최근들어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내 원래 능력은, 이걸 능력이라고 말하기도 꺼름칙하지만, 어쨌든 내 기분에 따라 내 체향이 바뀌는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 이나의 체향을 느낄 수 있게 됬더라? 분명 이나가 평소에 뿌리는 향수의 향이 아닌 다른 향을 느끼게 된지 얼마나 되었는지. 사실 나는 내 체향만 맡을 수 있었는데, 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머리가 멍해지는 착각이 들었다. 이렇게, 차츰차츰 감각이 하나씩 죽어가는건가?

 

  “정시우!! 뭐해? 수건 달라니까?”

  “아. 아. 남색이었지?”

  “정말...”

 

  엎질러진 물을 닦기위해 수건을 찾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환하게 불을 켠 화장실에 수건은 딱 세 종류였다. 파란색, 하얀색. 갈색. 파란색 중 아무거나 집어들고 이나에게 주자, 이나의 눈이 잠깐 커졌다가 이내 원래대로 돌아갔다.

 

  색감이 더 떨어졌구나, 나. 오감중 하나를 지나치게 발달시킨탓에, 다른 감각이 축소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까지 변할 줄은 몰랐다. 아마도 이나의 손에 있는 저 수건은 남색은 아니겠지. 파랑이긴 하지만 애당초 이나가 말한 그것은 아닐 것이다. 자기가 가진 수건중에서 남색이 제일 물을 잘 먹는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하아...”

 

  마른세수를 하며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이제 전부 같은색으로 보는건가. 나뭇잎의 초록색이나 길가의 잔디의 초록색이 모두 같은색으로 보인다. 연하거나 진한 회색은 구분없이 회색 하나로만 보여진다.

 

  이렇게 시각이 닫힌다면, 후각을 그만 열어야겠지. 내일은 딱히 일은 없지만 시설에 가보아야겠다. 더 이상의 진행은 막고싶다. 지금 이대로도 괴로운데, 여기서 더 인간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아.

 

  “아아아....”

 

  이렇게 삭막하게 보는 세상을 바란 게 아니었는데. 부작용을 생각치 않고 무작정 덤벼들었던 대가인가. 순식간에 이나의 얼굴이 스쳤다. 색감이 더 무뎌진 것을 눈치채자마자 크게 벌어지고 흔들리는 눈이 스쳤다.

 

  혹시 이나도 시각을 극대화해서 그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이나의 후각도 더 무뎌지지 않았을까. 내일, 같이 가봐야겠다.

 

  “저기. 이나야.”

  “어? 왜?”

 

  분명 당황했겠지만 그다지 티를 내지 않는 모습이 괜히 고마웠다.

 

  “너, 후각 더 둔해지지 않았어?”

  “음... 그렇지. 맛 느끼기 힘들어졌달까. 냄새도 점점 희미해지고.”

  “나도, 색감이 더 떨어져서, 내일 가서 막으려고.”

  “에...? 막는다고? 왜?”

  “응?”

  “어차피 언젠가는 지워질 감각이니까, 그대로 있으면서 돈이라도 더 많이 버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너, 대신 남의 기분까지 알 수 있잖아? 그걸로 더 높은 랭크의 일을 할 수 있잖아.”

  “어...?”

  “그렇지 않아?”

  “어, 자, 잠깐. 그러니까...”

 

 

 

  “그니까, 어차피 우리 감각이 변이된거잖아? 원래대로 돌릴 수 는 없을꺼고. 사람 안만난지도 꽤 됐고. 그럴바에는, 그냥 돈이라도 더 벌어서 하고싶은거 왕창 하고 사고싶은거 사는게 낫지 않아? 나, 그, 게임이나 만화에서는 기분 안보이니까 즐길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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