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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빛나는향기
작가 : 라코
작품등록일 : 2016.8.6

감각을 변이해서 살아가는 길은 어렵다. 하지만 너를 만나는 길을 걷기위한 문을 여는걸 후회하지는 않아.

 
공동임무
작성일 : 16-08-07 13:18     조회 : 361     추천 : 0     분량 : 4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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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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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녀왔습니다~ 와... 좋은 냄새...”

 

  후각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좋은 냄새가 집안 가득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전날 약속했던 것 중 하나는 서로 반말을 쓰지만 욕은 하지 말 것. 다른 것은 최대한 식사는 같이 할 것. 어린애들 소꿉놀이냐, 유치한 규칙이나 싶었지만 둘다 아무 상관없으니까 괜찮았다. 아니, 어짜피 우리는 만나는 사람도 없으니 잘 된 일이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한달동안 함께 살 사람이 생겼다는 것은 꽤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우와... 이걸 다 한거야? 되게 맛있어보인다.”

  “응. 나 오늘은 집에 있었고, 그, 요리 좋아하니까.”

 

  솔직하게 칭찬해주면 색이 화악하고 피어나듯 환하게 변한다. 내 코가 정상이었다면 이 남자가 무슨 향을 내는지 더 세밀하게 알 수 있었을텐데. 지금은 약간의 꽃향기라는 것 밖에는 모르겠다. 아니, 그마저도 음식의 향에 뭍혀 잘 모르겠다.

 

  “손이랑 얼굴만 씻고올게-!”

 

  최대한 저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약간 뛰듯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간만에 뚜렷이 마주한 나도, 남자와 비슷한 채도로 환하게 피어있었다. 배시시 웃어서 거울을 보면 거울 속의 나도 배시시 웃는다. 들떠가지곤... 이라고 말은 했지만.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사람에게 이런 설램은 정말 기분 좋은 설렘이라서, 조금 더 환해진 나를 가만 보고있었다.

 

  “맛있어...!!”

 

  첫날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던 식사는, 조금 서로에 대해 긴장을 놓고 마주한 상태에서 먹으니 제대로 맛이 느껴졌다. 시우는 후각이 예민해서 그런가 정말 요리를 잘한다. 어디에서 어떤재료를 쓰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무얼 먹던 예전에 감기 걸렸을 때 코가 꽉 막힌 상태에서 먹는 것 같은 느낌으로 살아서 자극적인 음식을 주로 찾았지만, 오늘 시우가 해준 저녁은, 그런 미각이나 후각적 자극이 없이도 충분히 맛있는 식사였다.

  전날보다는 조금 나은 상황이었다. 어색함뿐이었던 전날보다는. 서로 존댓말을 쓰지 않은 것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다음날 시우가 일이 있어서 야식은 무리고 차를 마시며 함께 티비를 보았다. 언제 했던 건지 모를, 영상미가 요새의 것보다는 떨어지는 개그영화를 보면서 깔깔거릴 수 있었다. 그래, 편해지는데는 정신을 놓을 정도로, 그래서 아무것도 생각 못할 정도로 웃는게 최고지.

 

 ★

 

  “공동임무...?”

 

  올게 왔구나. 드디어 저 사람은 내가 얼마나 바닥을 치는 우울감과 패배감으로 일하는지 보게된다는 것을 생각하니 몸서리쳐졌다. 일주일동안 같이 먹고자고 생활한 결과 우리는 콤비가 되었다. 서로가 일 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나는 이나의 향을 맡고 이나는 내 눈을 보면서 얼마나 끔찍한 기분으로 겔겔거리다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가만가만 서로의 등을 기대고 시간을 꽤 많이 먹어 요새 트렌드와는 뒤처지는 노래를 들으며 밤을 보냈었다. 침대는 서로 다른 것을 썼지만, 문 열고 야! 라고 소리치면 뭐야 이 밤에! 라고 짜증과 걱정을 담아 열릴 문이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런 상대에게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타의로 억지고 보이게 된다는 것이, 무서웠다. 이나는 후각이 약해진 것일 뿐, 없어진 것은 아니다. 방독면을 써도 거를 수 있는게 있고 없는게 있다. 마찬가지로 나는 색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당연히 색을 볼 수 는 있다. 이나가 얼마나 괴로워하면서 일을 하는지 확인받는 것이 무섭다.

 

  임무는 평소와 비슷한 것 이었다. 단지 이번에는 계약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이나가 숨어서 상황을 계속 알리고, 만일을 대비해 내가 있는 것뿐으로, 공동임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것이었다. 국가간에도 비밀스럽게 유지되는 계약은 존재한다. 민간이나 언론에 알리기 껄끄러운, 최대한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일명 고위직들을 위한 계약이 있다. 대부분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닌 그 체결 당사자들을 위한 거래이다. 그렇기에 이쪽이던 저쪽이던 상대의 패를 훔쳐보고 그것을 방어할 패와 공격할 패가 필요하다. 나와 이나는, 그리고 비밀스럽게 만들어진 특수요원이라는 껍데기는, 이런 것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높은 연봉과 자기소개서에 한줄 더 추가할 문구를 대가로 사람을 잃어버렸지만 이제와서 돌릴 수 는 없는 노릇이기에, 묵묵히 따르고 있다.

  사실 그 계약이나 거래가 어떻게 성사되고 얼마나 피해를 낳을건지는 나는 관심이 없다. 욕망에 눈 먼 사람들의 가면 속을 낱낱이 들여다보아야하고, 또 그들만의 지루한 가면무도회를 보면 볼 수 록 내 몸에서는 악취가 스멀스멀 올라오겠지. 만일 적이라 지정된 사람들에게 혼란을 줘야한다면 악취는 그 자리를 아예 덮어씌울 것이다.

  민간인을 가장했기 때문에 입은 것은 임무때 흔히 입는 복장이 아닌 몇 안되는 사복이었다. 그나마 누군가와 같이 살면서 자주 빨았기 때문에 깔끔한 옷이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어때? 어떻게 보여?”

  “다들 더러워. 폐수같은, 끈적거리는 초록 괴물들을 보는 것 같아.”

 

  그건 기분의 영역이 아닌데, 라고 말하자 이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 변이 조금 강화하고 있거든. 그래서 호의인지 악의인지도 구분 할 수 있어.”

  “그건 신기하네. 그럼 그건 어떻게 구분하는거야?”

  “점성이 달라. 악의는 끈적거리고 불쾌해. 찐득찐득한 진흙같아.”

  “그것도 구분할 수 있구나...”

 

  세상살기 더 피곤해졌네. 끈적거리며 달라붙고 넘실거리는 진흙덩어리를 보는 것은 별로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이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는지, 집에서 저녁 먹을 때 나던 시원하고 톡 쏘는 탄산음료 같은 향이 어느새 죽어버렸다.

 

  [하얀 장갑을 낀 사람을 조심하세요.]

 

  이나는 자신이 보이는데로 보고했다. 이나가 보고한 순간 악의나 부정적인 감정들이, 즉 가면 속의 본모습이 무지막지하게 썩어들어가거나 화내고 있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에 나는 자리에서 이동했다. 돌격해야한다면 즉시 갈 수 있도록 거래가 한창 진행되는 곳 문 근처의 기둥에 서 있었다.

 

  [정시우 요원. 준비.]

 

  이어폰으로 들리는, 잔잔한 음악을 깨고 나오는 소음에 인상을 팍 구겼다. 이제, 이나가 본다. 내가 얼마나 꺼림찍한 색으로 물들어가는지.

 

  “악!! 이게 무슨 냄새야?!!”

 

  아마도 우리를 고용한 사람들은 방독면을 제대로 썼겠지. 그 방에 있던 사람들 중 방독면을 쓴 사람들이 차례로 방을 빠져나오고, 남은 사람들을 확인하기 위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사람들이 한명도 남김없이 정신을 잃고 구역질을 하면서 쓰러져있다.

 

  샤워하고 싶다. 몸에 뭐가 묻었던지, 뭐가 남아있던지 간에, 남김없이 씻어내고 싶어.

 

  [잘했어. 힘들지.]

 

  깜빡거리며 여섯 글자가 화면 가운데에 떴다. 발신인 김이나, 수신인 정시우. 오랜만에 듣는 말에 눈가가 아른거렸다. 색들이 아까보다 더 많이 비슷해졌다.

 

  집에 돌아온 뒤에, 평소라면 치지 않던 커튼을 쳤다. 밖을 보고 싶지 않다는 이나의 희망이었다. 나 또한 굳이 밖을 볼 이유는 없으므로 내가 뒷 베란다를, 이나가 앞 베란다의 커튼을 내렸다. 나는, 어떻게 보여? 라고 묻고 싶은데 물을 수 가 없었다. 나도 똑같이 보이면 어떻게 하지, 같은 공포심이 이나의 얼굴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이나에게 아무말 건네지 못하고, 이나는 나에게 아무말도 건네지 않고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오늘 본것들이 정말로 끔찍한 것들이었는지, 이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고르게 숨은 쉬지만 어쩐지 깊은 한숨이 계속 흐른다.

 

  “뭘 그렇게 불안해해. 귀여운 색이야.”

  “그럼 다행이네.”

 

  그 앞에서 조금 빤히 보았더니 이내 푸스스 웃으며 이나가 눈을 떴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장난기 같은 게 들어있는 평소의 그녀의 눈이었다.

 

  “영화볼까? 우리 처음 만난 날 보던거.”

  “...좋지. 맥주 가져온다?”

  “아, 과자도!”

 

  결제한 영화를 틀었다. 시끄러운 광고가 나오는 것은 질색이었다. 이럴때는, 그저 웃을 수 있는, 웃게 해 주는 뭔가가 필요하다. 이윽고 자리로 돌아온 이나는 한번 싱긋 웃었다. 집에 오고 처음으로 웃는, 장난어린 웃음에 나도 입가가 절로 말려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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