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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저승 암행어사전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4.2

가온은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는 20세 대학생. 그런데 심부름센터에서 하는 일들이 뭔가 이상하다. 변기에 머리가 낀 귀신의 머리를 빼주거나, 망태할아버지의 찢어진 망태자루 수선해주기, 처녀귀신 엉킨머리 풀어주기, 콩콩귀신 머리 스프링 갈아주기... 폼 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일을 시작한 거였는 데! 저승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암행어사이야기! <<작가메일 : vento312@naver.com>>

 
3. 13일의 사신 (3)
작성일 : 17-06-27 12:05     조회 : 379     추천 : 1     분량 : 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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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릴까?

  죽일까?

  죽이자!

  가온은 벌떡 일어났다. 그는 살의가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몽룡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에 들린 두루마리 휴지는 더 이상 그냥 휴지가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어마어마한 무기였다. 몽룡은 그런 가온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었다.

 

  “자... 자기야?”

 

  “그냥 죽으십쇼.”

 

  “나 이미 죽었는데? 난 귀라고! 조선시대에 이몽룡과 성춘향 몰라?”

 

  “그럼 한 번 죽은 거 또 죽으십쇼.”

 

  가온은 환하게 웃었다. 여태껏 본 가온의 미소 중에서 가장 화사하고도 멋있는 미소라고 승후는 생각했다. 소동에 서류를 열심히 보던 방자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루 종일 서류와 씨름하는 방자에게 있어서 가온의 하극상은 언제나 그가 좋아하는 일과 중 하나였다.

 

  “어차피 휴지로 사람은 안 죽어!”

 

  “숟가락 살인마라고 아십니까? 제가 그걸 휴지로 한 번 해보도록 하죠.”

 

  숟가락 살인마. 한 때 SNS를 뜨겁게 달궜던 영상을 몽룡이 모를 리가 없었다. 어디를 가던 무엇을 하던 숟가락을 든 살인마는 지구 끝까지 도망가도 쫓아와 숟가락으로 사람을 마구 때렸다. 그렇게 무한정 끝나지 않는 지옥을 지금 가온이 실행하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딱딱한 쇠숟가락이 아니라 폭신폭신한 휴지라는 거였지만 그 휴지마저도 지금 몽룡의 시점에서는 딱딱한 쇳덩어리로 보였다.

  가온은 서서히 몽룡을 향해 다가갔고 벽 모서리에 몰린 몽룡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가온의 눈은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휴지로 몽룡을 때려죽일 참이었다. 몽룡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기도했다.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여보세요?”

 

  하늘이 몽룡을 도운 것일까? 방자가 전화를 받았다. 몽룡은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저 전화가 제발 의뢰 전화이기를 그는 간절히 바랐다.

 

  “네, 네. 지금요? 그건 ‘복덩이 돼지’팀 일인데요?”

 

  “받아!”

 

  “네?”

 

  몽룡이 갑작스레 버럭 소리를 지르자 방자가 수화기에서 귀를 떼고 몽룡을 바라보았다. ‘복덩이 돼지’의 ‘돼’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는 몽룡이 지금 받으라고 한 건가? 방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받으라고요? 이 의뢰를?”

 

  “무조건 받아!”

 

  다급한 몽룡의 말에 방자는 눈을 껌뻑였다. 지금 몽룡은 제정신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복덩이 돼지’팀의 일을 협력하라 말할 리가 없었다. 아니면 지금 이 일이 무슨 일인지 모르고 받으라고 무작정 저러는 건가? 방자는 눈을 껌뻑이다 다시금 물었다.

 

  “‘복덩이 돼지’팀 지원요청 의뢰인데요?”

 

  “받아! 무조건!”

 

  몽룡의 말에 방자는 드디어 그가 정신을 놨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다른 속셈이라도 있는 건가?

  ‘치킨 런’의 팀장을 맡고 있는 몽룡과 ‘복덩이 돼지’의 팀장을 맡고 있는 ‘박문수’는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 사실을 모르는 암행어사는 없었다. 그런데 몽룡이 복덩이 돼지를 지원나가는 의뢰를 받는다고? 그야말로 하늘에서 천재지변이 일어날만한 대 사건이었다.

 

  “지금 팀장님 제정신 맞아요?”

 

  승후가 조그맣게 방자에게 물었다. 방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는 입모양으로 ‘아닐걸?’이라며 승후에게 답하고는 답을 기다리고 있을 수화기 너머의 상대를 향해 말했다.

 

  “팀장님이 의뢰를 받으신다네요. 준비되는 대로 암행어사를 보내도록 하죠.”

 

  방자는 ‘긴급지원’파일을 하나 꺼내어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놈의 서류는 하나가 끝나면 하나가 생긴다며 그는 투덜거렸다.

 

  “들었지?”

 

  “뭘 말입니까?”

 

  “‘복덩이 돼지’에 긴급지원요청이야. 너랑 승후랑 다녀와.”

 

  “싫습니다.”

 

  가온은 휴지를 몽룡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휴지의 끝자락이 살랑거리며 흔들리는 것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몽룡은 침을 삼켰다.

 

  “팀장 하나 골로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납두고 제가 왜 ‘해(亥)팀’ 지원을 가야합니까? 그리고 지금은 아시다시피 휴.지.염.색.이라는 아주 굉장한 일을 하고 있는 중 아닙니까. 화장실 귀신 긴급지원 중에 어디를 가라는 겁니까?”

 

  치켜든 두루마리 휴지를 한 대라도 맞으면 몽룡은 분명히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킨 런 한 구석에 ‘몽룡, 두루마리 휴지를 맞고 죽다.’라는 묘비명이 세워질 것만 같았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 그는 뒤에 앉아서 이 재미있는 상황을 관전하는 승후에게 눈짓했다. 살려달라는 의지가 진하게 느껴지는 그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던 승후는 그저 웃어보였다. 그 웃음에는 절대로 몽룡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대답이 들어있어 그를 절망하게 했다. 이번에 몽룡은 방자를 쳐다보았다. 언제나 자신의 옆에서 든든한 오른팔이 되어주는 방자! 죽기 전, 조선시대에 때부터 자신을 보필한 든든한 아군이 아니던가.

  방자는 멀뚱히 몽룡을 바라보았다.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구해야 할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더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서류에 치이며 사는 그에게 단비와도 같은 볼거리인데 자신의 손으로 이 재미있는 광경을 무마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치킨 런에 지금 있는 사람들 중 몽룡의 편은 없었다.

 

  “휴지로 몇 대를 맞아야 죽는 지에 대한 아주 좋은 연구결과를 남기고 죽게 될 테니 너무 억울해하지는 마십쇼.”

 

  환한 웃음의 가온이 휴지를 내리치려는 찰나, 몽룡이 있는 힘껏 말했다.

 

  “비... 빚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긴급지원 ‘해(亥)팀’에 지원을 간다는 건 그 팀에 빚을 만들어 놓는다는 이야기잖아? 그러면 다음에 그 녀석들을 곯려줄 수가 있다고!”

 

  몽룡의 말에 가온은 귀가 솔깃했다.

  치킨 런과 복덩이 돼지는 같은 긴급지원팀에 근무하고 있지만 사이가 좋지 않았다. 팀장인 몽룡과 문수가 사이가 좋지 않은 탓인지 그 팀원들도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 중에서도 치킨 런의 가온과 승후는 복덩이 돼지의 진혁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그냥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온은 몽룡의 그 말에 그 얄미운 복덩이 돼지에 빚을 하나 만들어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휴지에 잔뜩 주고 있던 힘을 조금 뺐다. 그리고 이 기회를 몽룡은 절대 놓치지 않았다.

 

  “좋은 생각이지? 그 얄미운 박문수와 유진혁의 콧대를 눌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승후는 재미난 구경거리가 끝났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던 그는 불쑥 떠오르는 생각에 가온에게 말했다.

 

  “가온아, 유진혁 그 자식 얼굴이 보고 싶지 않아? 잔뜩 일그러진 그 얼굴을 보러 가자고!”

 

  “너까지 그렇게 말한다면 조금 솔깃할지도...”

 

  가온의 팔이 내려갔다. 지금 당장 팀장에게 휴지의 단죄를 내리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는 그것보다도 해팀에 빚을 하나 만들어 놓고 싶은 생각이 더 커졌다. 팀장을 두루마리 휴지로 내려치는 일은 지금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언제든지 팀장을 만났을 때 진행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해팀에 빚을 만들어 둘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흔한 기회가 아니었다. 같은 긴급지원팀이라고 하더라도 둘이 관할하는 지역이 엄연히 달랐기에 더욱 그랬다.

 

  “자, 어사 유가온, 노승후! 해팀 지원을 나가도록!”

 

  몽룡이 신이 나서 말했다. 이걸로 그는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승후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계속 휴지 염색을 해서인지 몸이 찌뿌둥했다. 방자는 그 모습에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승후와 가온이 가고 나면 저 휴지 염색은 온전히 방자의 몫이 되기 때문이었다. 방자는 짧게 욕설을 내뱉었다. 망할 팀장놈.

 

  “아, 맞다.”

 

  승후와 함께 치킨 런을 나서던 가온이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는 손에 여태까지 꾹 쥐고 있던 두루마리 휴지를 있는 힘껏 몽룡의 얼굴에 날렸다.

 

  “악!”

 

  방심하고 있던 몽룡의 얼굴에 두루마리 휴지가 정통으로 날아들었다. 몽룡의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나이스 샷.”

 

  방자가 조그맣게 외쳤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가온이 얄미운 미소를 남기고 승후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몽룡이 꺾인 고개를 다시 원상복귀 했다. 어떻게 하면 두루마리 휴지를 이렇게 강력하게 날릴 수 있는 거지?

 

  “그건 그렇고, 방자야?”

 

  “네?”

 

  “방금 나이스 샷이라고...”

 

  “얼른 염색을 해야겠네요.”

 

  방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염색 일을 시작했다. 몽룡은 손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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