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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 번만 울면 되나요?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이란 건 찾아볼수 없는 과거의 삶.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곳에서 버림을 받은 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와의 거래.

 
#9.
작성일 : 17-06-27 03:49     조회 : 335     추천 : 0     분량 : 5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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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마터면 끔찍한 장면을 연출할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

 

 자신의 허리를 세게 움켜진 거센 팔의 반동으로 아스팔트 바닥 위로 쓰러져 버린 혜나였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눈썹 한 올 움직임 없이 앞을 응시하고 있다.

 

 방금 전까지 보인 남자아이의 뒷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췄고, 그 자리에는 검은 타이어 자국만이 남겨져 있었다. 마치 유령에 홀린 것처럼 방금 전까지 보였던 남자아이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야…… 야! 이 미친년아! 눈을 어디다 달고 있는 거야!!! 누구 인생 망치려고 작정했어?!”

 

 “…….”

 

 “제정신이야?! 제정신인 거냐고!”

 

 “…….”

 

 “요새 왜 이렇게 정신 나간 사람들이 많은 거야!”

 

 “…….”

 

 “아씨! 재수가 없으려니 깐! 아우!!!”

 

 가까스로 덤프트럭을 멈춘 운전수의 뺨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자신의 차에 아무도 치이지 않음을 확인한 후에나 차 창문을 열고는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

 

 조금만 잘못됐어도 사람 생명 한순간에 앗아 갈 뻔했으니 그 마음 오죽했을까. 벌렁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 다시 한 번 욕지거리 크게 쏘아붙이더니 빠르게 트럭을 몰며 장소에서 벗어났다.

 

 그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자신에게 피해가 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덤프트럭이 사라지고 난 뒤, 잠깐의 정적. 도로 위의 차 소리도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주 잠깐 동안의 정적이 혜나에게 찾아왔다.

 

 그 아이의 모습에서 그를 본 탓일까.

 

 모든 것을 간과해 버릴 만큼 짙고 강렬한 푸른 눈동자.

 거역할 수 없는 치명적인 독 같은 낮은 중저음 목소리.

 간결하고 절도 있는 움직임.

 아무도 제압할 수 없는 압도적인 독단과 힘.

 싸늘하고도 차가운…… 하지만 아주 가끔씩 보여준 잔잔한 웃음까지.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검은 표범을 닮은 그의 모습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 온몸을 짓눌렀다.

 

 “…… 윽!”

 

 허리에 느껴지는 강한 팔의 힘과 함께 뒤에서 들려온 짧은 신음소리.

 

 이제야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을 안 혜나는 멍한 눈을 풀지 못한 채 뒤를 천천히 돌아보았고, 그녀의 뒤에는 굉장히 화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승혁이 있었다.

 

 “야! 너 미쳤어? 너 돌았어?! 죽고 싶어 환장했냐고!”

 

 “…….”

 

 “여기가 어디라고 무작정 뛰어들어?!”

 

 “왜…… 화를 내요?”

 

 “하. 넌 지금 내가 지금 화 안 나게 생겼어?”

 

 혜나가 말하기 무섭게 몰아치기 시작하는 승혁. 난생처음 겪어보는 상황과 미처 다스리지 못한 마음에서부터 소리가 터져 나왔다.

 

 “…….”

 

 “무슨 생각으로 차도로 뛰어든 거야!!! 씨발!”

 

 혜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소리치던 승혁이 낮게 욕설을 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혜나는 적잖게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고, 그의 옷에 번져있는 커피 자국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로 위로 뛰어든 자신을 막기 위해 자기 손에 들고 있던 뜨거운 커피를 내동댕이치며 빠르게 달려온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일부러 그랬던 거 아니에요. 그러니깐 화내지 마요.”

 

 “후…….”

 

 “…….”

 

 “좋아. 그럼 뭐 땜에 그런 거야? 이유라도 알자.”

 

 혜나의 차분한 음성에 화를 누그러트린 승혁이 물었다.

 

 “…….”

 

 입을 다물며 대답을 피하는 혜나.

 

 “이유 없이 그런 건 아닐 것 아냐? 말 좀 해봐.”

 

 “미안해요.”

 

 “그래. 무슨 말을 더하냐.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알겠어? 자. 일어서…….”

 

 불같이 화를 낸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혜나의 모습이 왠지 버려진 강아지처럼 애처로워 승혁은 더 이상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왜 차도로 뛰어든 연유도 멍한 표정으로 일관하니 더 이상 물어보지 못 했다. 그저 약간의 떨림이 있는 자신의 손을 혜나에게 내밀 뿐이었다.

 

 “잡아.”

 

 승혁이 내민 커다란 손을 쉽게 잡지 못한 혜나는 주저하며 망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망설임을 길게 지속할 겨를도 없이 혜나의 손을 덥석 잡아 일으켜 버리는 승혁.

 

 차갑게 식은 자신의 손과 반대로 승혁의 손은 온몸을 녹일 정도로 따스했고 안락했다. 생각과 다르게 주인을 닮지 않은 손이 왠지 그의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아 혜나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앗!”

 

 승혁에 의해 가볍게 일어선 혜나는 아래 무릎에 느껴지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쓰러질 때 긁힌 것인지 새하얀 면바지 위로 새빨간 피가 얼룩인 양 점차 스며들어갔다.

 

 “긁혔어? 어디 좀 봐.”

 

 “조금 긁혔나 본데…… 괜찮아요.”

 

 “다리 내 놔 보라니깐.”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말 더럽게 안 듣네. 다리 보여 봐.”

 

 “괜찮다니……! 앗!”

 

 “음…… 그렇게 많이 다친 것 같진 않네. 근데 잘못하면 덧날 수도 있겠다. 후~ 후~”

 

 괜찮다고 하는데도 남의 다리를 멋대로 들여다보는 이 남자.

 

 큰 상처도 아닌데 이리저리 살펴보며 상처 부위를 후, 하며 불어주는 승혁. 작은 상처인데도 뜨거운 입김이 닿으니 따끔거리기는 시작했지만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남의 손길을 그렇게 싫어했던 게 자신인데…… 오늘만큼은 그렇게 싫지만 않았다.

 

 송골송골 맺혀있는 핏방울이 응고되기 시작하자 승혁은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고, 그의 손에는 작은 반창고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척!’하는 소리와 함께 혜나의 무릎에 붙여진 핑크 돼지가 앙증맞게 그려져 있는 미니 반창고.

 

 “상처야~ 물러꺼라!”

 

 “뭐예요?”

 

 “이거? 상처 빨리 아무는 주문. 어렸을 때 여기저기 깨져서 집에 들어왔을 때 우리 형이 가르쳐 줬거든. 꽤 효험 있어. 하루 만에 다 낳았다니깐. 킥!”

 

 “당신이 워낙 건강해서 그런 거겠죠?”

 

 “뭐. 그럴 수도 있겠네……. 훗.”

 

 “그건 그렇고 커피 쏟은 것 같은데 괜찮아요?”

 

 “하하! 이런 뜨거움에 굴복할 내 피부가 아니거든!”

 

 “그쪽이야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피부는 아닐 거 같은데요?”

 

 “내 몸은 내가 잘 아니까 걱정 마. 네 말마따나 건강해서 괜찮아.”

 

 노을이 지려는 듯 황금색을 내뿜는 햇빛을 등지고 서있는 승혁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런 그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눈에 비친 그의 얼굴은 굉장히 인자하고 따스한 미소를 띠고 있는 듯싶었다. 잊기 힘들 정도로……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 * *

 

 뚜벅뚜벅.

 

 은은한 스탠드의 불빛이 유리 창문 아래로 비취는 네온사인의 빛과에 바래 보잘 것 없이 보이는 공간. 온 벽면을 유리 창문으로 되어있는 그곳은 밤하늘에 떠있는 별조차 훤히 보일 정도로 높고 환한 곳.

 

 밝지만 어둡고 아름답지만 서늘한 인기척이라곤 없던 그곳에 딱딱 한 구두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바닥에 회색 타일은 꽤 투명한 듯 유리에 담아있는 어두운 밤과 별 그리고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는 한 남자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다녀왔습니다.”

 

 “…….”

 

 “…….”

 

 “그래…… 어떻게 지내고 있든?”

 

 한 손엔 핏빛 와인 잔을 다른 한 손은 정장 주머니에 깊숙이 꽂은 채 곧게 서 유리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던 한 남자.

 

 검은 정장의 선들을 완벽히 살려내는 듯한 골격과 샤프하게 넘긴 머리카락은 그의 날카롭게 빛나는 이목구비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빛나는 건 모든 걸 얼어붙게 만들 정도의 푸른 눈. 그리고 마약과 같은 짙고 낮은 목소리.

 

 그의 목소리에 반응한 듯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다른 한 남자가 담담하지만 천천히 말을 이었다.

 

 “잘 지내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래?”

 

 “하지만…….”

 

 “하지만?”

 

 말에 뜸을 들이는 남자의 말에 와인을 들고 있던 그가 되물었다.

 

 “꽤 변한 듯했습니다. 눈빛에 많은 걸 담은 듯해 보였으니까요.”

 

 “그런가? 그래…… 그럴 테지. 3년의 시간은 짧은 것은 아니니깐.”

 

 입가에 보기 드문 희미한 미소를 그리며 짧은 추억에 잠긴 듯 했다.

 

 “…….”

 

 “그 아인 정에 아주 굶주린 아이거든……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부분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겠지. 다른 점은?”

 

 “음…… 너무나도 선해 보였습니다. 전과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밝아 보이기도 했고요.”

 

 “선하고…… 밝다? 그렇게 된 건가.”

 

 핏빛으로 물들인 와인이 들어있는 와인 잔을 천천히 돌리던 그의 손이 잠시 멈추는 듯싶었지만 이내 그의 입가에 와인 잔을 살며시 가져갔다.

 

 “역시, 시간이 약인가 봐.”

 

 “…….”

 

 “보진 않았지만 상상은 되는군. 예전엔 곧잘 지었던 표정인데.”

 

 “…….”

 

 “이젠 그런 말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면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렀나 봐.”

 

 기쁘면서도 씁쓸한 그의 말에 찰나 동안 침묵을 지키는 남자.

 

 “모셔…… 오겠습니다.”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건넨다.

 

 “지금? 아니. 아직, 아직은…… 안 돼.”

 

 “너무 늦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어떤 마음인지 잘 알기에, 남자는 더 늦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렸다.

 

 “그냥 입단속이나 잘하고 지켜보기나 하면 돼.”

 

 “하지만…….”

 

 말을 이으려는 하는 남자를 손짓으로 저지하는 푸른 눈을 가진 남자.

 

 “진. 난 서두르는 짓은 하지 않는다. 언제나 완벽을 원하지. 너도 그렇지 않나?”

 

 여전히 뒷모습만을 보여주던 사내는 천천히 몸을 틀어 자신의 뒤에 서 있는 남자에게로 걸어갔다. 작은 불빛에 의존했던 검은 실루엣이 달빛에 비춰 점차 서로의 모습이 드러났다.

 

 한 명의 건장한 청년과 다른 한 남자의 모습은 풋풋해 보이는 어린아이. 건장한 청년은 다름 아닌 륜, 풋풋해 보이는 어린아이는 진이었다.

 

 “널 기억하고 있을까? 전하고 하나도 틀려진 곳이 없는데 말이야.”

 

 “모를 겁니다. 그때의 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까요.”

 

 바지 주머니에 있던 손을 진의 볼에 가져간 륜. 기다란 손가락이 진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죽은 사람의 손 마냥 온몸을 얼어 붙일 만큼 차가운 손의 온기.

 

 이 얼마나 멋진 사내란 말인가. 진은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간절히 원하고 또 바랐지만 이루지 못할 꿈이자 먼 이상일뿐.

 

 12살의 어린아이의 몸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가련하고 불쌍한 21살인 몸으론 그처럼 되고 싶은 소망도…… 대등해지고 싶은 욕망도 모두 부질없는 것일 뿐이었다.

 

 그냥 이대로 평생 이 사람의 옆에서 지켜드리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진은 생각했다. 동경하는 그를 바라보며 평생 동안 모실 주인으로서 말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3년이 되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해. 지금의 자유를 맘껏 누렸으면 좋겠군.”

 

 “륜님…….”

 

 “희망을 가지면 가질수록 끝에 찾아오는 절망은 더욱 큰 사실을…….”

 

 “…….”

 

 “될 수 있으면 뒤늦게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방금 전까지 밝은 빛을 내던 달이 어두운 구름에 가려 점차 사라졌다.

 

 어둠 속에서 더욱 어둠을 부르듯이 어두워졌지만 푸른빛의 눈망울은 그곳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곧 찾아올 불행을 바라지 않는 눈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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