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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보통이 아닌 연애
작가 : 꿀크리스마스
작품등록일 : 2017.6.16

준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그것도 6살이나 어린, 갓 대학을 졸업한, 아주 예쁜, 우리 회사 신입사원과.

개자식, 3년 간 사랑이 이거야?

소임은 이를 바득 갈았다.
이별을 고했던 건 소임이었지만,
헤어진 지 이제 한 달 남짓 지난 시기에 새로운 애인을 사귀는 건
임준답지 않았으니까.

“오해하고 있잖아. 어떻게 나를 그렇게 몰라.”
왠지 모를 슬픈 눈으로 자꾸만 소임의 주위를 맴도는 준과

“저한테 고백한 거 아니예요? 나는 우리가 오늘부터 1일인 줄 알았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들이대는 카페 알바생 진기까지.

소임과 준, 그리고 진기가 그려내는
보통인 듯 보통이 아닌 연애 이야기.

 
10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2)
작성일 : 17-06-26 22:16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7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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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2)

 

 

  그런 날이 있다. 정말 정말 혼자 있고 싶은데, 너무 너무 혼자 있고 싶지 않은 날. 소임에게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지만, 누구라도 만나고 싶은 날. 그래서 연락을 했다. 집으로 와 달라고, 같이 있자고.

  생각보다 쏜살같이 달려 와준 것은 고마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싶었다.

  “제발 좀 닥쳐줘, 이년들아……”

  “야! 소임이가 닥치래잖아!”

  “그거 너한테 한 말이거든? 너나 닥쳐!”

  “둘 다 닥쳐, 제발……”

  닥치라고 했는데 또 그 말을 가지고 둘이서 시끄럽게 굴며 싸우고 앉아 있다. 소임은 한숨을 내쉬면서 바닥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와 굴러다니는 맥주병과 소주병, 그 외에 저것들이 뿜어내는 온갖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소주병을 들다가 주둥이를 치는 바람에 병이 쓰러지며 대굴대굴 굴러 소라의 앞까지 굴러갔는데, 또 그걸 보고서는 둘이서 좋다고 웃고 떠들고 난리가 났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소임은 당장 달려가 소라의 궁둥이를 차버렸다.

  “좀 조용히 좀 해! 옆집에서 뭐라고 하겠어!”

  “윗층에서 내려오는 건 아니고?”

  소라가 변태스러운 눈빛으로 소임을 바라보며 그런 장난을 치자, 소혜는 그게 또 웃기다고 뒤로 자빠져서는 배를 잡고 뒹굴며 웃어재꼈다.

  “저 씨, 저년이.”

  소라를 타박한 뒤 뒤돌아서 하던 일을 마저 하려던 소임이 이번만큼은 못 참겠다는 듯이 다시 소라에게 달려들어 쓰러트린 뒤 헤드락을 걸고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며 괴롭혔다.

  “너는, 지금 그게, 장난이, 어? 장난이라고, 그 말이 나와, 지금?”

  “컥, 야, 이거 놔, 야야, 나 코, 코, 코!!!!!!!”

  소라가 다급하게 소임의 팔을 치며 그렇게 외쳤다. 그제야 정신이 든 소임은 재빠르게 품에서 소라를 풀어주었고, 코를 붙잡고 쓰러진 소라에게 다가가 괜찮냐고 물었다. 소혜 역시 걱정이 되어 소라와 소임의 주변으로 다가왔다.

  상태는 심각했다. 소라의 코에 들어간 돈이 어마어마 했으니까. 잘못되면 재수술 비용은 둘째 치더라도 엄청 아플 것이었다. 소임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소라의 코까지 건들인 것에 대해 후회하는 중이었다. 조심한다고 조심조심 하고 있었는데. 소임은 괜찮냐고 다독이며 물었고, 소라는 곧 고개를 들었다.

  “구라지롱!”

  “저, 야. 이리와. 죽었어, 진짜.”

  그렇게 말하고서는 혀까지 낼름, 메롱을 하고서는 도망치는 소라를 잡으러 다니는 소임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소혜는 다시 깔깔 거리기 시작했다.

  “하하, 야,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거 같지 않냐?”

  “어, 그때처럼 아주 철없어 보이고 좋다, 아주.”

  소혜의 말에 소임이 다소 차갑게 대답했지만, 내심 기분이 나아지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세상 모든 일, 혹은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재밌어서 배를 잡고 시원시원하게 웃던 고등학교 시절. 짓궂고 유치한 장난을 치면서도 즐거워하던 그 시절이 재현되는 듯한 느낌인 것 같기도 했다.

  “아우, 그만하고 여기로 앉아. 소혜 말대로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기엔 우리 나이가 너무 많아. 체력이 딸린다고.”

  소임은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맥주 캔 하나를 집어 들어 목을 축였다. 그래도 오늘 같은 날, 이런 애들을 부른 게 잘한 짓인 것 같기는 했다. 아무 고민과 걱정 없이, 즐겁게 웃고 떠들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아마도 소라와 소혜 역시 연락을 받고 평소와는 소임의 분위기를 눈치 챘을 것이고, 그래서 실컷 마시고 웃고 떠들자 생각했을 것이다.

  “이사를 가던지 해야겠어.”

  “이사는 무슨. 너 돈 많아? 이사는 뭐, 이사 가야지, 하면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냐?”

  “누누이 말하지만, 너는 그게 문제야. 너어어무 현실적인 거. 뭐 그냥 이사 가고 싶다, 말도 못하냐?”

  “네가 이사 가고 싶다, 이렇게 말했어? 이사를 가던지 해야겠어, 이렇게 말했잖아.”

  “……말을 말자, 이년아.”

  소혜는 법정에서 상대편 검사를 이겼을 때보다 더욱 통쾌한 미소를 소임에게 날렸다. 소임은 그런 소혜의 명랑한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뭐, 어때? 구남친 염탐하겠다고 SNS 파헤치고, 하루 종일 카톡 사진 확인하는 것보다야 위아래로 사니까 오며가며 동태 확인할 수 있고 좋지.”

  “너는 구남친 염탐하겠다고 SNS 파헤치고 하루 종일 카톡 사진 확인하나 보지?”

  “네 이야기 한 건데? 알겠지만, 나는 한 번 잔 남자 하고 두 번은 안자.”

  소임은 소라의 말을 들으며 괜히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혼자만 알고 싶은,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혼자 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들킨 기분이랄까. 소임은 그만 입을 다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입을 열면 열수록 손해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때 소임의 전화벨이 울렸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던 순간이라, 소라와 소혜까지 소임의 벨소리에 관심이 쏠렸다.

  “누구야? 구남친?”

  “아오, 진짜!”

  계속되는 소라의 장난에 소임은 소리를 한 번 치고, 핸드폰 수신자를 확인했다. 진기였다. 그날 이후로, 진기의 연락은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진기가 자신을 이용하라고 말하며 고백 아닌 고백을 했던 날. 소임은 그 제안에 아직 답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소임은 전화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 핸드폰을 덮어버렸다.

  “주진기가 누구야?”

  “뭐야, 그 사이에 그걸 또 봤어?”

  “그거야 당연한거고. 주진기가 누구냐고? 너 아는 남자라고는 임준밖에 없잖아.”

  소임이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며 고민을 했던 그 짧은 찰나를 놓치지 않고 소라 역시 벨소리의 수신자를 확인한 상황이었다. 그 사이에 벨소리는 끊어졌다. 그리고 소라와 소혜는 소임의 낯선 남자에게 온갖 관심이 쏠렸다.

  “주진기가 누구야? 잘생겼어?”

  “너는 그런 것밖에 관심이 없냐?”

  “어. 당연한 걸 왜 자꾸 물어 너는? 그럼 남자를 얼굴 보고 만나지 뭘 보고 만나니?”

  “강소라답다.”

  “그래서 누구냐니까?”

  “있어, 내가 맨날 가는 카페에서 일하는 알바생.”

  가만히 듣고 있던 소혜는, 소임의 너무 짧은 대답에 되물었다.

  “그게 끝?”

  “그럼 뭐가 더 있어야해?”

  “이런 야심한 시간에, 카페 단골한테 전화하는 그냥 알바생이 어딨어. 일단 그 알바생이 네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아.”

  “아…… 아, 아니야. 아무것도.”

  소혜는 법정에서 원고를 추궁하는 형식으로 소임을 몰아붙였고, 괜히 뜨끔해진 소임은 소혜의 전략에 말려들어 왠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그리고 물론, 그냥 넘어갈 소혜가 아니었다. 괜히 잘나가는 변호사가 아니었으니까.

  “뭔 일이 있긴 있었던 거네. 아무것도 아니라고 잡아떼는 거 보니.”

  “야, 됐거든? 일은 직장에서나 해.”

  “진실을 말하시오, 원고.”

  소혜는 물러설 줄 몰랐고, 그런 소혜의 압박에 소라 역시 동조하고 있었다. 원고는 진실을 말하라!

  “아니, 그냥, 뭐야, 그…… 내가 좋대.”

  “뭐?”

  “뭐야, 도대체. 사진 있어? 잘생겼어? 몇 살이야?”

  “아이, 좀 조용해봐. 뭐야. 둘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네가 좋다는 거야?”

  “우리 소임이 다 컸네."

  소라의 마지막 말에 소혜는 아주 무서운 눈빛으로 소라를 쏘아보았다.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말은 하지도 말라는 뜻이었다. 소혜의 진지한 눈빛을 느낀 소라는 입을 다무는 게 좋다고 생각을 했고, 소혜의 추궁을 응원하며 지켜보기로 했다.

  소혜는 소임의 방어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있는 직업적인 스킬을 총동원하여 소임의 입을 열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소임은 소라와 소혜에게 진기와 있었던 일, 준과 진기, 유희와 넷이 만났던 일, 진기가 했던 말까지 전부 토해내고 말았다. 그런데, 마치 고해성사를 한 듯 소라와 소혜에게 전부 털어놓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 일이 있어가지고 얼굴이 아주 똥 씹은 표정이었구만.”

  “아니, 근데 그렇게 똥 씹은 표정을 지을 필요가 뭐 있어? 완전 개이득 아니야? 잘생겼어, 키 커, 거기다 나이도 어려. 근데 그런 놈이 네가 좋대. 뭐 망설일 필요조차 있어?”

  소라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도대체, 뭐가 문제람?

  “그런 남자가 소임이가 좋다고 하는데, 소임이는 아직 임준이 좋대잖아. 근데 임준은 소임이랑 그 남자 사이를 오해하고 있대잖아. 뭐가 문제인지 진짜 모르겠니?”

  소혜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소라에게 팩트를 읊었다. 소혜의 깔끔한 정리에 소임은 아주 긍정한다는 듯이 소라를 바라보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임준은 잊어. 임준이야 말로 애진작에 새로운 여자한테 환승했잖아. 그런 임준 앞에서 잘난 남자가 네가 좋다고 하는 걸 보여줬는데, 상쾌 통쾌해 해야지, 왜 똥 씹은 표정이냐는 거야.”

  소혜보다 더한 소라의 팩트 폭력에 소임은 약간 울적해졌다. 그랬다. 준은 애진작에 새로운 여자한테 환승을 했었다. 그것도 소임보다 나이도 어리고, 예쁘고, 능력도 좋은, 우리 회사 신입사원과. 소라는 약간 주눅이 든 듯 보이는 소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소임아. 원래,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잊는 거야. 이렇게 피하지 말고, 한 번 만나봐. 또, 알아? 임준보다 훨씬 좋은 놈일지도 모르잖아.”

  소라의 현실적인 위로에 소임은 기분이 풀어지는 듯 했다.

  “뭐, 남자가 다 거기서 거기긴 한데. 또, 모르는 일이니까.”

  마지막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

 

 

  헬요일이었다. 그러니까, 월요일이라는 말이다. 주말에 잠도 잘 자고, 휴식도 취하고, 취미 생활도 하면서 여유롭고 즐거운 주말을 보내도 월요일은 헬요일일 수밖에 없는데, 소임은 너무도 다이나믹한 주말을 보낸지라 헬요일의 아침, 눈을 뜨기가 더욱 버거웠다.

  그래서 아니나 다를까, 늦잠을 자고야 말았다. 지난 밤, 준과 진기의 생각으로 밤잠을 설친 소임이 알람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다.

  늦잠을 자게 된 아침은 이렇다. 고요하고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다가, 평소와는 뭔가 다른 느낌에 불에 데인 듯, 화들짝 놀라며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굳이 시계를 확인하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지각이다, 하고.

  “김부장한테 죽었다.”

  소임은 혼잣말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이것저것 많은 것을 생략하고 일단 집을 나섰다. 헬요일 아침에는 유독 교통체증이 증가되는 법인데, 거기다 늦잠까지 곁들여지면 그야말로, 헬이다. 세상의 모든 신들이 나를 등진 느낌이랄까. 한마디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게 없다는 뜻이다.

  무척이나 애를 썼지만, 예상했던대로 소임은 지각을 면할 수 없었다.

  “일하기 싫으면 나가, 차대리. 어? 나가라고! 사직서를 쓰라고!”

  최근 중요한 프로젝트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 질대로 날카로워진 김부장은 헬요일 아침, 그렇게 소임을 가루가 되도록 털어버렸다. 소임은 한껏 긴장한 상태로 오전 업무를 보았다. 긴장으로 빳빳해진 몸과 손가락은 타자기를 유독 크게 타닥타닥 거렸고 김부장의,

  “차대리. 혼자 일해? 그럴 거면 자택근무를 해. 딴 데 가서.”

  폭풍 잔소리를 듣고 나서야 소임은 타자 소리를 줄일 수 있었다.

  “고생했다, 소임아. 밥 먹으러 가자.”

  지옥 같던 오전 근무 시간이 끝나고, 도희가 다가와 잔뜩 움츠려든 소임의 어깨를 두드리며 해방의 선고를 해주었다. 그런 도희의 행동이 너무 따사로워서 소임은 울컥,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궁상떨지 말자, 오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열심히 먹고 오후의 개 같은 시간도 잘 보내보자, 라는 생각을 하며 소임과 도희는 사내 식당을 향해 내려갔다.

  사내 식당의 장점은 가격뿐이다, 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메뉴는 너무나 간소했다. 된장국인지, 된장찌개인지, 그것도 아니면 따로 형용할 수 없는 형태의 국일 뿐인 정체를 알 수 없는 국 하나와, 퍽퍽하고 꼬들꼬들한 흰 밥. 중국산 김치와 어묵 소시지 볶음, 콩나물 무침, 뭐 메뉴는 대충 이랬다.

  “헬요일인 것도 서러운데, 메뉴는 오늘따라 너무하네.”

  식판을 식탁에 내려놓으면서 도희가 푸념했다. 소임은 맞은 편에 앉으면서 전투적으로 식사를 할 생각뿐이었다. 메뉴가 어쩐들, 머슴처럼 먹어 줄 계획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오후를 버틸 수 없을 것이었다.

  “엇, 여기 자리 있어요! 이쪽에 앉아도 되죠?”

  유희였다. 분명 다른 테이블에도 자리가 널려 있는 것 같은데, 굳이 말까지 던지면서 소임과 도희의 옆에 앉았다. 소임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도희는 싫은 티가 너무 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임대리님! 제 앞에 앉으세요!”

  유희는 쾌활하게 웃으면서 당찬 목소리로 준을 자신의 앞자리에 앉았다. 그러니까 소임의 옆에는 유희가 소임의 맞은편에는 도희, 그 대각선으로 준이 앉은 꼴이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박대리와 신주임, 남녀 직원들 몇 명이 더 합석했다.

  “잘 먹겠습니다!”

  “아이고, 그래요, 유희씨. 맛있게 드세요.”

  유희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겹쳐 들고 손을 마주 잡은 상태로 듣는 사람이 없는 말을 즐거운 듯 내뱉었고, 그런 유희가 귀엽다는 듯이 박대리가 대꾸했다. 하지만 유희는 박대리 쪽으로는 시선 한 번 옮기지 않은 상태로 준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유희씨 눈빛이 오늘따라 더 꿀이 떨어지네. 임대리가 그렇게 좋아?”

  “아주 사랑에 빠진 눈빛인데요?”

  그런 유희를 놀리려는 듯 박대리와 신주임이 장난스럽게 내뱉었다. 보통 같았으면 왜 그러세요, 박대리님. 하면서 부끄러워해야할 유희였는데, 오늘은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에,

  “네! 좋아요!”

  하고 아주 순진무구한, 갓 첫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감정을 숨길 수 없다는 듯이 말해버렸다. 평소와는 다른 색다른 반응에 박대리와 신주임은 장난끼를 주체할 수 없었다.

  “오오, 유희씨. 당돌한데? 이제는 완전 대놓고 연애중인데?”

  “아주 봄바람이 부네요, 불어. 벚꽃이 막 흩날리네요, 흩날려!”

  박대리가 짓궂게 장난을 걸었고, 옆에서 신주임은 아주 신난 듯이 되받아쳤다. 그 꼴을 보는 소임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는 것을 느꼈고 오로지 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듯 고개를 처박고 입 안에 음식물들을 마구 우겨넣는 중이었다.

  그리고 준은 애써 그런 유희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다. 다만, 소임의 반응을 남몰래 관찰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처박고 관심이 없다는 듯 밥만 먹는 소임이었기 때문에, 준은 소임이 어떤 상태인지 눈치챌 수 없었다.

  괜찮은 척 하기 위해 애쓰는 소임이었지만, 준의 눈에는 그저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이제는 정말 다 괜찮은가 보네. 나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거야.’

  준은 그런 생각을 하며 기분이 울적해졌지만, 소임 앞에서 그런 기분을 티낼 수 없었다. 소임의 행복을 빌어주기로 마음먹은 준이었으니까. 오히려 자신 역시 괜찮은 척, 잘 지내는 척 해주는 게 소임의 마음이 더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준이었다. 그래서 준은 웃는 얼굴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가자.”

  이건 도희의 말이었다. 아직 밥을 다 먹지 않은 소임은 당황스러웠다. 마음이 아프더라도, 유희와 준을 엿보고 싶기도 했는데. 난데없이 도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화가 난 얼굴로 소임에게 그만 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도희와 소임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유희, 그리고 준 역시 소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그래.”

  소임은 아픈 마음을 숨기고, 애써 웃으면서 사람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도희를 따라 나섰다. 그리고 왠지 도희에게 감동을 받기도 했다. 친구의 아픈 사연에 함께 화를 내주는 도희. 비록 입사동기로 만난 사이지만, 아주 좋은 친구를 얻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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