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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비밀의 숲
작가 : 밥나무
작품등록일 : 2016.8.4

고립된 숲속에서 세상과 등진 세 남녀의 비극적인 이야기.
그리고 드러나는 숲과 세 사람의 비밀.

 
내부인(2)
작성일 : 16-08-07 01:04     조회 : 346     추천 : 0     분량 : 5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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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매미소리가 귓속으로 시끄럽게 파고들어왔다. 내 눈앞엔 지금 절망에 빠져 헉헉대는 한 소년이 있다.

 뭐야, 저게! 봐버렸잖아!

 덕분에 일이 재미있게 되었다.

 조금 이른감이 있지만 뭐, 지금부터라도 나쁘지 않지.

 기뻐라하고 소년.

 네 친구들은 죽지 않았으니까.

 

 *

  미칠듯이 쿵쾅대던 심장은 온 피가 쏟아져 나간 듯 공허하고 잠잠하고 또 차가웠다. 내 심장이 멈춰버린것 같았다. 머리가 멍해서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힘없이 벌어진 두 입술사이로 모든 따뜻한것이 새어나가는것 같았다.

 

 '육체적 고통이 심할수록 마음의 온도는 높아지고

 심리적 고통이 심할수록 마음의 온도는 낮아진다.'

 

 느꼈다. 절실하게 경험하고 있다. 오필리아가 했던 이 말의 의미는 이런 것이었다. 눈물이 났다. 점점 정신이 아득해 지는것 같다.

 안돼... 오필리아... 헨리...

 

 -끼기긱...

 

 모든것을 포기하려는 찰나, 산장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쇳소리가 저쪽 앞의 쓰러진 나무밑에서 났다.

 정신이 번쩍들었고 심장은 다시 뛰기시작했다. 소리의 정체를 쫓아 눈동자를 굴려봤지만 눈물과 먼지때문에 시야가 자꾸만 흐려졌다.

 미치겠네, 보이라고 제발.

 나는 다급했다. 그 순간, 쓰러진 나무가 들썩였다. 반사적으로 한 쪽 발이 앞으로 나갔다. 나무 밑에는 오필리아와 헨리가 있을 터였다. 그리고...

 

 "오필... 리..아... ..."

 

 파란 빛. 기계음.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혼란과 패닉으로 숨이 헉헉거렸다.

 나의 발이 또다시 멋대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뭐지? 도데체 뭐야 저건!

 헨리와 오필리아는 살아있었다. 그들은 그것의 밑에서 엎드려있었다. 헨리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에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극한의 혼란스러움이 보였다. 나 또한 이해가 가지않는 이 상황속에서 숨만 헉헉대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오필리아와 눈을 마주치려했다.

 오필리아... 여기 좀 봐봐...

 하지만 그녀는 나의 눈길을 마주하려하지 않았다.

 왜지?

 심장이 얼어붙어 버릴것만 같았다.

 

 "오필... 리.. 아... ..."

 

 그것은 그녀의 이름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쓰러진 나무를 떠받치고있는 그것의 왼쪽 눈알의 파란 빛이 파르르 떨리다가, 꺼졌다가, 켜졌다가를 반복했다.

 그것은 거대했다. 키는 헨리보다 확실히 더 커보였다. 몸집은 길이와 대조해서 약간 왜소해 보였다.

 그것의 가슴에서 원이 돌아가며 파란색 빛이 쏟아져 나온다.

 

 -제어해제.

 

 -끼기기기긱...

 

 버티고 있는것 조차 힘들어 보였던 그것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들며 한쪽 팔과 어깨로 쓰러진나무 전체를 지탱하고, 그와 동시에 다른쪽 팔을 빠른 속도로(엄청난 힘으로) 휘둘러 가격하며 그 큰 나무를 밀어냈다. 온갖 부서지는 소리가 숲 전체를 울렸고, 온갖 벌레들이 기어다니고 날아다녔다. 주위의 나무들도 모두 부서져버렸다. 사과가 나뒹굴고 있었다.

 

 -끼기긱...

 

 잔해와 먼지로 뒤덮인 그것의 가슴에서 나오던 푸른 빛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어깨와 등허리가 구부정했고 팔다리가 길었다. 어깨에서부터 가슴주변까지는 단단해보였고 허리는 상대적으로 얇았다. 무릎의 관절에서 옷갖 금속조각들이 맞물리며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동그란 눈동자가 파란빛을 내뿜으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기계인간이었다.

 

 *

  비가 내렸다.

 그것은 좌우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눈동자(렌즈라고 해야하나?)로 우리를 한 번씩 쳐다보고는, 아무 말없이 뒤로돌아 잔잔한 기계음을 내면서 숲 속 깊은곳을 향해 끼익끼익 걸어갔고, 우리가 멍하니 서있는 사이에 어느덧 저 멀리까지 가있었다.

 

 "투르크!"

 

 나는 화들짝 놀랐다. 오필리아의 목소리였다. 그녀가 나와 헨리이외의 이름을 부르는것을 본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오만가지 생각들로 기괴하게 떨리는 눈동자로 그녀의 눈동자를 보았고, 그녀의 시선을 쫒았고, 믿을 수 없었고 믿기도 싫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분명히,

 

 "오필리아-!"

 

 갈라지는, 분노에 찬, 온 숲속을 울리는 그 외침의 주인은 헨리였다. 그의 흰색셔츠는 목소리만큼이나 갈라지고 더러워져 있었고, 머리카락은 해괴하게 헝클어져 눈앞을 가리고 있었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괴이하게 커진 두 눈동자는 놀랍게도 오필리아를 향해 있었다.

 겁이 났다. 헨리의 그런 모습은 무서웠다.

 그리고, 또 다시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나의 망막에 맺혔고, 나는 나의 뇌세포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는것이리라 믿으려 했지만, 다시 들려오는 헨리의 무서운 목소리가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나의 시각세포들이 더 열심히 영상을 송출하게 했다.

 헨리는 오필리아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설명해."

 

 사실 나도 헨리의 마음을 이해했지만, 오필리아에게 저러는 모습은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모든걸 말하겠다고 했다. 그녀의 얼굴에 흐르는게 빗물인지 눈물인지 분간이 가지않았다. 빗물에 젖은 손으로 헨리의 손을 타고 어깨로, 뺨으로 향하여 어루만졌다. 그것은 그녀의 습관이었고, 헨리는 서서히 손을 풀고 어정쩡하게 팔을 내리고 짭짤한 물로 일렁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지 않으면 안되었다.

 

 *

  산장이 잠겨버릴 것같이 비가 내렸다. 투르크(오필리아는 그 때 그 녀석을 이렇게 불렀다.)는 분명 우리를 구해준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사라졌고 오필리아는 우리에게 모든것을 말하겠다고 했다. 도데체 뭐가 어떻게 된 영문인 것인지 어서 듣고싶었지만 우리들은 모두 지금 제정신이 아니기에 그 비밀을 말 할 준비도,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비는 퍼붓듯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지금 우리에게 그런것쯤은 아무런 자극이 되지 않았기에 그저 무감각하게 산장을 향해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나는 지난 일들에 대한 이런저런 일들이 떠올랐고, 그것들이 현재의 상황과 맞아 떨어지자, 오필리아의 비밀에 대한 원망과 의구심은 더 깊어져갔다. 그곳에 사과나무가 있었다. 사과나무는 산장근처에는 없는것이 분명했고 그렇다면 오필리아가 정원에 가져온 그 사과들은 적어도 편지를 발견한 장소 주변에서 따온것임이 틀림없었다.

 정원에 있었던 발자국과 오필리아가 밟았던 금속조각들은 그 기계인간의 흔적임이 분명해졌다.

 오필리아는 그 녀석을 알고있었고, 그 녀석이 산장에까지 왔다는것은 그녀와 그 녀석이 교류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저녁을 먹고난 후 갑자기 그녀가 사라진날 그녀는 우리에겐 책을 읽다 왔다고 말했지만, 사실을 그 녀석을 만나고 왔던건 아닐까? 어쩌면... 서재에 들어가서 문을 걸어잠그는 이유도 그 녀석 때문일지도 모른다.

 

 *

  2인용 흔들의자에 그 녀석이 비를 맞으며 앉아있었기 때문에 정원에 도착하고 우리는 깜짝 놀라지않을 수 없었다.

 나는 오필리아의 표정을 살폈는데, 뜻밖에도 그녀도 놀란표정이었다. 헨리는 두려움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모를 꽤 격한 떨림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 완벽하게 터져버린 결벽증이 그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오필리아"

 

 뚜렷한 기계음이 쏟아지는 빗소리를 가르고 들려왔다.

 그 녀석은 곧이어 말했다.

 

 "언제까지고 이럴건 아니었어요. 때가 되면 당신의 친구들에게 말 할 생각이었어요."

 

 "언제까지고? 도데체 우리 몰래 저런 괴물이랑 얼마나 많은 밤을 보낸거야?"

 

 밤을 보내다니! 헨리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가 서재에 있는 이유가 '괴물' 때문이라고 단정짓고 있었다.

 

 "헨리, 말이 지나쳤어."

 

 그는 나를 쏘아봤지만 자신도 방금한 말은 후회하고 있었다.

 

 "투르크는 내 친구야."

 

 그녀가 말했다.

 

 "이젠 모두의 친구가 되고싶어요. 그래서 여기에 왔어요."

 

 그 녀석이 말했다. 그의 말소리는 분명 기계음이었지만 어딘가 마음을 울리는 구석이 있는, 인간의 목소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는 거의 그쳐가고 있었다.

 

 

  우리가 산장안에 들어와 깨끗이 씻는동안 투르크는 현관앞에서 오필리아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씻는 내내 그 녀석에 대한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뭐부터 물어봐야하지?

 오필리아와는 무슨관계냐고?

 언제부터 알고지냈냐고?

 우리들을 지켜봤었냐고?

 수증기 사이로 오필리아의 모습이 어른거렸고 투르크의 파란 빛을 흉내내는 듯한 비눗방울과 물방울들이 뽁뽁거리며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방울들은 우글우글거리면서 조금씩조금씩 사라졌다. 펑. 펑.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것들도 우리를 무서워할까? 우리가 투르크를 무서워하는것 처럼?

 병신같은 생각이지만, 저 방울들이 생각을 할 수 있고, 볼 수도 있을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지금 저것들을 관찰하고 있고, 어쩌면 우리들도 (우리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거대한)어떤 생물체에게 관찰당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저 방울들처럼 펑펑 터져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만약 실제로 그런일이 일어난다면, 투르크가 그 어떤 생물체라면, 나는 망설임없이 그 녀석을 뜯어 죽일것이다. 우리들의 관계를, 헨리와 오필리아와 나의 관계를 흐트러뜨리는 그 어떤 것이라도, 나는 죽일것이다.

 죽일것이다.

 

 "죽일거야."

 

 예상치 못한 나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봤다. 나는 말랐고, 못생겨보였고, 심각하게 창백해 보였다.

 

 물줄기는 어느샌가 지독하게 차가워져 나의 가슴을 무심하게 때리고 있었다.

 

 *

  오전 9시.

 행복한 밤을 보내고 잠에서 깨어난지 3시간이 겨우 지났다.

 그리고 그 3시간만에, 이 산장안에는 말을하고 움직이는 기계가 생겼다. 모두 현관에 둘러앉아 있었다.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할지 몰라 잠시 끔찍한 침묵이 흘렀으나 헨리가 투르크를 쳐다보며 오필리아에게 말했다.

 

 "오필리아. 너는 우리를 배신했어."

 

 오필리아가 무슨 말을 하려했지만, 투르크가 먼저 말했다.

 

 "그녀는 잘못이 없습니다. 제가 부탁한겁니다. 저를 숨겨달라고요. 저를 돌봐달라고요."

 

 "숨겨줘? 뭐에게서?"

 

 "헨리, 투르크는..."

 

 오필리아가 말하려 했지만, 투르크가 또다시 끼어들었다.

 

 "이 세상에게서요."

 

 그리고 그 녀석의 눈동자가 오필리아에게로 돌아갔다.

 

 "오필리아, 저는 이제 괜찮아요. 당신의 친구들이라면, 분명히 좋은 분들일꺼라고 생각해요."

 

 속이 울렁거렸다.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그런 말은... 역겹다. 어릴 때, 사람들은 나보고 착한아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들은 나를 병신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입에 꿀발린 저런 말들은 속에 칼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헨리도... 나와 같은 생각일것이다.

 

 "젠장, 무슨 말을 하고있는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둘은 언제 처음 만난거고 어떤 사이인거야?"

 

 오필리아는 머뭇거리며 우리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투르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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