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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희유희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24

완벽쟁이 까탈스러운 상사/덜렁거리는 평범한 여직원 부하/
둘이 함께 이계 이동하는 로맨스판타지.

 
왕국의 그 남자
작성일 : 17-06-26 12:34     조회 : 331     추천 : 2     분량 : 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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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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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콧등에서 붉은 피가 뚝 뚝 떨어진다. 거적같은 천조각만 걸친 몸은 싸늘하다.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지 멍하다.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박진우는 귀를 닫고 눈을 감았다. 손끝에서부터 저리다가, 점차 감각이 마비된다. 바늘로 쿡쿡 찌르는 것처럼 아프다. 이제 조금 후면 이 감각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다시 손끝부터 저리다가….

 

 옆방에서 세 번, 쩔그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발목을 조심스럽게 까닥였다. 쩔그렁, 쩔그렁, 쩔그렁, 희미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래, 아직 혼자가 아니다. 옆방에 소희가 있는지도 모른다. 소희가 없기를 절실하게 바라지만 만약 소희라면… 아직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인 것이다.

 

 그는 가냘픈 희망을 품었다.

 

 애써서 몸을 조금 움직여본다. 조금 전에 발을 움직이느라 너무 무리를 했는지 발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몸의 근육을 한껏 긴장시켰다가 다시 푼다. 오랫동안 누워 있던 환자가 근육을 더이상 없애고 싶지 않을 때 하는 운동이다. 지금 내가 바로 환자지, 뭐. 피식피식 자신을 비웃으며 몸에 힘을 주었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그래, 내가 여기서 힘을 빼면 안되고말고.

 

 ‘소희를 구하러 가야 해.’

 

 마지막으로 한 대화가 그따위였는데, 그렇게 보낼 수는 없다. 애써서 근육에 힘을 주었다가 빼는, 보잘것없는 운동을 그는 계속했다. 그가 다리에 힘을 주었다가 빼면서 조그만 절그럭 소리가 계속 났다. 얼마나 계속되었을까, 한참이나 하다가 그는 기운이 빠져 의식을 잃듯 잠이 들었다.

 

 강렬한 존재감이 덮쳐왔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는 흐느끼듯 숨을 들이켰다. 고문관이 아니다.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가슴이 눌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는 쌕쌕거리며 간신히 얕은 숨을 쉬었다.

 

 ‘누구…?’

 

 [힘을 원하나]

 

 그것은 말이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전달되어 오는 울림은 무례하고 거칠었다. 지진의 충격처럼, 화산의 분화처럼 무겁고 무겁게 힘으로 짓누른다. 매캐한 화산재에 목이 타는 것처럼 코와 목이 따가웠다. 아아, 그래. 힘이야, 있으면 좋지. 지금 당장 저 이상한 옷 입은 외국인 놈들을 눌러버릴 수 있는 힘이 있으면 좋지.

 

 그는 간신히, 아주 간신히 조금 고개를 저었다.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오징어 탄 것 같은 냄새다. 그는 코를 킁킁거렸다. 탄내가 점점 더 심해졌다. 발끝부터 점점 따갑다. 따갑다 못해 못으로 쿡쿡 쑤시는 느낌이 든다.

 

 [힘을 원하나]

 

 머릿속에 저절로 장면이 떠올랐다. 그가 주먹을 휘둘러 눈앞에 있는 고문관을 날려보낸다. 마치 헐리우드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자신의 눈에는 붉은 빛이 가득 담겨 있고, 다시 한 번 발로 걷어차니 고문관의 머리가 풍선처럼 터진다. 가벼운 손놀림으로 희열에 차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그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힘을 원하나]

 

 그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조그만 정원이 딸린 전원 주택이었다. 그 주택에서 개 두 마리와 부인이 머무른다. 그 구상은 어느 순간부터 소희의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그것도 전부 죽어버리면 소용없다. 소희를 찾아내서 구하지 못하면 따라온 보람도 없다.

 

 이제는 발이 말뚝에 박혀버린 것처럼 감각이 없었다. 재 냄새가 흩날려 코끝을 간지럽혔다. 진우는 발을 내려다보았다. 양 발이 발가락 끝에서부터 담뱃재처럼 타들어가 희게 변해가고 있었다. 엄지발가락 끝은 회색빛 재가 되어 흩날리고, 까맣고 붉게 타들어가는 불길이 발목부터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길게 올라간 눈꼬리, 살짝 벌어지는 분홍빛 입술 사이로 언뜻 보이는 하얀 이, 어색해하며 손을 흔드는 아침 인사, 어찌 된 영문인지 탈 때마다 점점 더 맛없어지는 커피, 함께 할 수 있었던 아침 시간들….

 

 그는 다시 한 번 눈을 떴다.

 

 당연히 눈앞에 그녀는 존재하지 않았다.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양 발을 내려다보며 그는 비웃었다.

 

 “아니…내가 원하는 건 지식이다.”

 

 헐리우드 영화의 단순 무식한 육체파 괴물을 떠올리며, 그는 웃었다. 육체적인 ‘힘’이 해결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는 아주 드물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옮겨야 할 때 외에는 물리적인 힘은 그다지 쓸모가 없다. 그는 지식이 무기인 현대 사회에서 자라나고 성장한 남자였다.

 

 “내게 원하는 게 뭐냐, 이 괴물 놈아.”

 

 압력이 살짝 옅어졌다. 인간이 아니어도 당황할 수 있나, 아니면 아주 존재감이 옅은 인간인가, 아니, 숨을 쉬지 않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살던 집이 경매당한 후 이사나가지 않으려던 세입자를 상대하던 때를 생생하게 떠올렸다. 지금 내게 무언가 얻어낼 것이 있으므로 뭔가를 제공하려 한다. 그러므로, 제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먼저 선언해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간절하더라도, 제가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는 절대 보여서는 안 된다.

 협상에서 이기려면 카드는 숨겨야 한다.

 

 압력은 다시 강해졌다. 철판에 눌리는 것처럼 답답했다. 식은땀이 흐르며 온몸이 덜덜 떨린다. 진우는 다시 발목을 내려다보았다. 말라붙은 피로 검게 물든 발목이 검은 쇠로 된 족쇄에 걸려 있다. 다행스럽게도 돌아왔다.

 

 그는 이 거래를 승리로 끌어갈 자신이 있었다.

 

 [원하는 것은]

 

 압력이 훨씬 덜해졌다. 괴물이 재를 흩날리며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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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07-01 18:31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 거예요? 참으로 기발하네요. 재미도 있고. 이거 또 취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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