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최초의 기억
작가 : 루룰루
작품등록일 : 2017.6.6

"난 죽으면 4년 후에 이름 모를 아이로 다시 살게 돼."
9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소녀, 소녀를 통해 음모를 파헤치려는 괴짜 청년.
소녀가 잊어버린 최초의 기억을 찾고자 한다.

 
1-5화. 000,000,000,000,000
작성일 : 17-06-26 12:08     조회 : 345     추천 : 1     분량 : 472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나루 님, 지금 님 저녁 준비가 다 됐어요."

 나루는 저녁이라는 말에 내 손을 잡고 식탁으로 데려갔다. 숙제만 하려다 얼떨결에 저녁까지 얻어먹게 되어 괜스레 무안해졌다. 나루는 날 옆에 앉혔고, 모모는 맞은 편에 앉아 가만히 우리를 지켜봤다. 나루는 숟가락으로 뜨거운 흰쌀밥을 퍼 나에게 내밀었다. 소꿉놀이라도 하는 걸까. 나루는 입을 '아'하고 벌리며 말했다.

 "지금 씨, 아~ 해요. 아~"

 "이걸 그대로 내 입에 넣었다가는 바로 싱크대로 뛰어가야 할걸?"

 나루는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밥에 입김을 호호 불은 후 다시 내게 내밀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루의 장단에 맞춰 '아'하고 입을 벌렸다. 밥은 열기가 다 식지 않아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렸다. 나루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활짝 웃더니 곧장 내 입에 멸치볶음도 넣어줬다.

 "나 이거 꼭 해 보고 싶었어. 좋아하는 사람에게 음식 먹여주는 거 너무 좋아. 내 로만이거든."

 "나루 님. 로만이 아니라 로망이예요."

 "그럼 낭만은 낭망이야?"

 "나루야, 낭망이 아니라 낭만이야."

 어리숙한 언어 능력을 가진 나루가 모모의 프로그램을 개조한 영재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저 지금 옆에서 본 나루는 평범한 어린이에 불과했다.

 "지금아, 왜? 음식이 별로 맛없어?"

 "응? 아냐, 아냐. 잠깐 그냥 뭐 좀 생각하느라."

 나는 곧장 식사에 집중했다. 뜨거운 참치 김치찌개와 따뜻한 밥의 궁합은 잘 어울렸고, 평범해 보이는 두부부침과 멸치볶음은 묘하게 인간미가 느껴지는 맛이다.

 "그런데 나루는 늘 이렇게 모모랑 먹어? 부모님은?"

 나루는 젓가락을 멈추지 않고 내게 말했다.

 "엄마는 나갔고, 아빠는 지금 없어."

 나는 모호한 나루의 말이 신경 쓰였으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더는 말하지 않았다. 모모는 일관된 표정으로 우리의 식사를 지켜봤다.

 

 식사를 마치자 모모는 곧장 식탁을 정리하고, 나와 나루는 식기들을 세척기에 옮겨줬다. 정리를 마친 모모는 앞치마를 벗어 모서리에 놓인 빨래바구니에 넣었다. 모모는 색이 바래진 흰색 바탕의 프린팅 셔츠를 입고 있었다. 앞면에 그려진 그림은 상당히 괴이했다. 그 그림은 쓰레기 더미에 묻힌 한 로봇이 머리만 쏙 나와 있고, 남은 몸체와 팔과 다리는 쓰레기 앞쪽에 버려져 있었다. 나는 모모에게 다가가 모모의 셔츠를 잡아당겼다.

 "무슨 일이시죠, 지금 님? 도와드릴 일이 있나요?"

 "아니요. 이게 오지랖일 수도 있는데, 입고 있는 옷이 모모랑 안 맞고 더러워서요."

 모모는 자기가 입은 옷을 한번 보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 이게 다름 아니라 나루 님의 명령이라서요."

 "맞아, 내가 그랬어."

 나루는 뒤에서 아몬드 통을 든 채 와작와작 씹어먹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모모에게 다가가 그림이 그려진 곳에 얼굴을 파묻었다.

 "왜냐면 이 옷, 엄마 옷이거든. 이렇게 얼굴을 대고 있으면 엄마 냄새가 나."

 탁한 흰색을 배경으로 셔츠 그림을 가리는 나루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모모는 눈을 감더니 나루를 자연스레 꼭 안아줬다. 누가 봐도 사랑스럽고, 따뜻한 모녀처럼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자 모모의 이마가 더 또렷하게 빛났다.

 

 발표 준비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긴 세월 동안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건 이미 도가 텄다. 나는 기지개를 핀 후 돌아갈 준비를 했다. 나루는 나와 작별하는 게 싫은 건지 계속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거실로 나오자 불투명 유리로 이뤄진 베란다 문이 보였다.

 "나루, 나 베란다 한 번 가도 돼? 100층에서 보는 도시 전경이 궁금해서."

 나루는 그 말을 듣자 뒤통수를 긁적이며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눈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꿈뻑꿈뻑 감았다 떴다.

 "죄송해요, 지금 님. 베란다에 나루 님과 제 속옷이 널어져 있어서 보여주기가 조금 그렇네요."

 옆에 있던 모모가 나루 옆에 오더니 내게 말했다. 나루는 모모를 한번 보더니 덧붙여 말했다.

 "어, 어, 응, 부끄러워! 벌써 속옷을 보여준다니. 너무 빨라."

 요즘 휴머노이드는 속옷도 입나? 모모의 정중한 거절을 듣고 베란다에서 시선을 돌렸다.

 "나루 님 1층으로 내려가시면 에스코트 휴머노이드가 있습니다. 밤길은 위험하니 미리 준비했습니다."

 손님의 안전한 귀가를 챙기는 모모의 인공지능에 감탄했다. 이 모든 것을 나루가 만들었다니. 나루의 경이로운 능력을 속으로 감탄하며, 나는 신발을 신고 뒤돌아 인사했다.

 "그럼, 갈게. 내일 꼭 우리 집에 같이 가야 해."

 나루는 '응'이라는 대답과 함께 손을 흔들었다. 모모는 그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다음날 발표는 원활하게 끝났다. 선생님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아이들은 선생님의 강요에 마지못해 손뼉을 쳤다.

 "지금아, 정말 대단해.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하는 거야? 꼭 선생님 같았어."

 "발표 주제가 '소크라테스, 너 자신을 알라'였잖아. 알고 있는 주제라서 그래."

 "나는 남들 앞에서 말, 잘 못 하겠던데... 너무 부끄러워."

 "나루도 나루가 잘하는 걸 말하면 잘할걸?"

 "으힛, 그, 그런가."

 나루는 고개를 돌려 숙이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어제 일이 생각나서 저러는가 싶었다. 눈을 뜬 나루는 바닥을 보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어서 빨리 지금이도 지금이를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 말을 못 들은 척하며 창 너머에 있는 벚나무를 쳐다봤다. 남아있는 꽃잎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나루의 손을 잡고 걸었다. 나루는 내 집으로 향하는 길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여기서 좌측, 가구점에서 오른쪽, ULT 표지판이 가리킨 방향으로 쭉."

 내비게이션 안내원이 된 나루는 걷는 내내 특정 지점마다 혼잣말을 했다. 집 앞에 도착하자 나는 걸음을 멈췄고, 나루는 자연스레 입을 닫았다.

 "지금아, 너 언더트리에 살아? 우와, 나 언더트리는 처음 와 봐."

 "나도 여기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어."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고, 나루도 내 뒤에 붙어 따라왔다. 가드 휴머노이드 2대가 나루를 보더니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실례합니다. 방문자 이름, 목적, 주소, 거주자를 알려주십시오."

 나루는 양손을 가슴팍에 모은 채 어떻게 입을 떼야 할 지 몰라 나를 쳐다봤다.

 "제가 대신 말할게요. 이름은 은나루, 목적은 친구 집 방문, 주소는 'ULT-3', 거주자는 한지금."

 가드 휴머노이드들은 내 말을 듣자 우리를 위아래로 스캔했다.

 "거주자의 동의가 확인되었습니다."

 말을 마친 휴머노이드들은 문 양 옆으로 비켰다.

 "친구 집이 아니라, 애인 집."

 옆에서 볼멘소리가 들렸다. 나루는 문어처럼 입술을 쭉 내밀고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아, 미안해. 다음에는 제대로 말할게."

 나루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이동 캡슐을 타는 내내 나루는 어떤 반응도 없이 얌전히 있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루는 신발을 벗고 가지런히 정리한 후에 들어왔다. 나는 부엌에서 냉장고를 열어 어떤 음료수가 있는지 확인했다.

 "나루야, 물, 블루베리, 두유, 딸기 우유. 뭐 마실래?"

 나루의 대답이 없어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나루는 가만히 벽에 걸린 액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루야?"

 나루는 뒤늦게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렸다.

 "어, 어? 왜? 아! 난 두유!"

 나는 두유 두 팩을 냉장고에서 꺼내 빨대를 꽂아 나루에게 하나 줬다. 나루는 차가운 두유 팩을 자기 볼에 대더니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었어?"

 "아, 아! 지금이 어릴 적 사진을 봤어."

 나루는 목이 많이 말랐는지 금세 두유 팩을 빨대로 쪼그라들게 했다. 나는 빨대로 두유를 마시며,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훑어보았다.

 "하~ 잘 마셨어, 지금아."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볼까!"

 나루는 눈에 보이는 쓰레기통에 두유 팩을 넣은 후 나를 돌아봤다.

 "응, 시작하자!"

 

 츄카는 여전히 눈만 깜빡이며,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나루는 츄카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나루가 꺼낸 것은 모서리가 둥근 조그마한 검은 정육면체 모형이었다. 언뜻 보면 주사위 모양인 그걸로 나루가 뭘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나루는 말도 없이 갑자기 츄카를 향해 모형을 살포시 던졌다. 츄카의 얼굴을 통과한 정육면체는 바닥에 떨어지더니 츄카와 같은 파란색으로 빛났다.

 "뭐야? 지금 뭘 한 거야?"

 나루는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더니 사뿐한 미소를 지었다.

 "츄카를 스캔한 거야. 그냥 휴대용 인공지능 스캐너라고 생각하면 돼."

 나루는 스캐너를 입에 가까이 대고 말했다.

 "모모, 들리지? 지금부터 츄카가 가진 이메일을 새 메일 계정 500개에 분산시킬 거야. 모모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스캐너에 뚫린 조그만 구멍으로 모모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전부 암호화 메일이야? 계정 위치 정보는?"

 나루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그 정도쯤이야'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똑같이 몰도바!"

 나는 왠지 모르게 몰도바 사람들한테 대사과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런 사이버 테러를 저지르는데 큰 공신을 해준 몰도바 국민한테 감사, 아니 사과를 표한다.

 "이제 츄카가 다시 말을 할 거야."

 우리는 츄카의 얼굴을 쳐다봤다. 잠시 후 츄카는 입을 살짝살짝 움직이며, 버벅거리듯이 말했다.

 "지...지금...니....님. 혀...현재...메...이일으...은.. 232,576,347,159,333 개 이...입니..다..아.."

 "232조?"

 나루는 크게 소리치며 입을 쩍 벌렸다. 나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츄카는 사막 어딘가에 떨어진 게 아니라 그냥 사막으로 된 행성에서 보물찾기를 한 것이었다. 정말 나루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계획은 실패였다.

 "지금아, 이제 지울 차례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츄카는 계속 모모에게 이메일을 분산시키는지 눈동자를 계속 깜빡였다. 이제 모래 속에 파묻힌 보물을 캘 때가 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3부는 1주일에 1화씩 올라옵니다. 2017 / 6 / 27 597 0 -
22 3-3화. 싫다잖아요 2017 / 8 / 5 374 0 4971   
21 3-2화. 한 오후의 소란. 2017 / 7 / 29 331 0 4773   
20 3-1화. 다만, 다음, 다시. 2017 / 7 / 28 330 0 5453   
19 2-8화. NOW is HUMAN 2017 / 7 / 27 326 0 4596   
18 2-7화. EDI is ROBOT 2017 / 7 / 23 315 1 5991   
17 2-6화. Maze of Name 2017 / 7 / 21 335 1 5771   
16 2-5화. I Know 2017 / 7 / 19 332 1 4759   
15 2-4화. The Mischief Makers 2017 / 7 / 16 376 1 4486   
14 2-3화. No Lie 2017 / 7 / 15 316 1 5437   
13 2-2화. I See You 2017 / 7 / 7 357 1 6379   
12 2-1화. Catch Me If You Can 2017 / 7 / 5 345 1 5127   
11 1-10화. 고발 2017 / 7 / 2 413 1 4955   
10 1-9화. 녹색지대 2017 / 7 / 1 397 1 4002   
9 1-8화. 인사부터 합시다 2017 / 6 / 30 455 1 4658   
8 1-7화. 궤도이탈 2017 / 6 / 27 358 1 5217   
7 1-6화. 님은 저곳에 2017 / 6 / 26 418 1 4205   
6 1-5화. 000,000,000,000,000 2017 / 6 / 26 346 1 4727   
5 1-4화. 고백 2017 / 6 / 21 299 2 5274   
4 1-3화. 답장 2017 / 6 / 17 328 2 5171   
3 1-2화. 신호 2017 / 6 / 15 322 3 4368   
2 1-1화. 지루함 2017 / 6 / 10 358 3 3160   
1 0화. Prologue 2017 / 6 / 6 567 4 191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