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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호원담
작가 : 화아
작품등록일 : 2017.6.13

언젠가, 당신에게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P14
작성일 : 17-06-26 10:40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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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란건 너무나도 간사해서, 결국 지나감에 따라 그 향기를 흐려지게 만들고 이내는 그것이 어떤 것이었다는 개념만을 남기고 사라지게 만들어 버린다. 하기야,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살 수 있는 것이겠다. 시간이 그렇게 흔적을 가지고 가버리기 때문에, 힘겹게 떠나간 사람을 다시 떠올린다고 해서 그 이전의 감정이 똑같이 살아난다면 삶의 의지가 쉽게 이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

 

 열 네번째

 시간, 그리고 의지

 

 *

 

  시간이 흘러간 자리에 남아 살아가는 자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연우는 살아가고 있었다.

 

  연우에게 시간이 흘러가듯이 많은 인연들이 닿았다 떠나갔다. 물론 그 중에 붉은 것은 없었다. 그 이후로 시간이 분명 오래도록 지났건만 여전히 희원을 대신할 붉은 실은 보이질 않았다.

  아니, 보였지만 보지 않은 척 했다.

  그 속에 자리잡은 그리움을 애써서 밀어 버릴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억지로 강요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 연우씨~ 오늘 시간 있어? ”

 “ 네? ”

 “ 오늘 끝나고, 시간있냐구. 있지? 응. 있는 거 다 알아. ”

 “ 아, 예.. ”

 “ 그럼 가는거다? 자리만 채워주면 돼~ 사람 수가 안맞아서. ”

 “ 네? ”

 “ 오늘 단체소개팅 있거든. ”

 

  거절을 하기도 전에 수락되버린 소개팅은 어느덧 늦은 금요일의 밤으로 정해졌다. 회사의 업무가 종료하고도 없는 잔업까지 끌어다 시간을 때우고 난 이후의 시간이었다.

  동기중 가장 나이가 많은 언니의 부탁으로 모인 나를 포함한 동기들은 회사근처의 선술집에서 모여있었다.

  열 시하고도 삼십분쯤 지났을까. 한 무더기의 남자들이 들어온다. 동기언니는 그 중 한명과 익숙한 듯이 다정히 인사했다. 그 이후 디테일하지 않은 자기소개들이 끝나자 이 만남의 주선자들은 자리를 뜨려는 것이다.

 

 “ 다들 어린이들 아니니까, 알아서들 잘 할 수 있지? 그럼 우린 간다! ”

 

  철저하게 버림(?)받은 우리들은 어색하게도 마주보고 있었다. 그러다 곧 주문한 술과 안주들이 세팅이 마쳐지고 나서야 슬슬 서로에게 말을 걸며 분위기가 나아지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에서 튀도록 어색한 공기를 내뿜고 있는 연우는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 기분 가운데에서 한 잔씩 들어가는 술잔에 아주 조금씩 풀어지는 가슴 속 빗장을 느끼며 아주 살짝, 자신을 놓아도 좋은 것일까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내는, 하나 둘 씩 자리를 뜨기 시작하는 사람이 생겼다. 점점 저물어가는 분위기에, 연우 또한 집으로 돌아가려 마음먹고 자리에서 일어난 때였다.

 

 “ 저, 그럼 - ”

 “ 어, 저도 지금 나갈 건데, 같이 가지 않으실래요? ”

 “ 네? ”

 

  연우는, 자신을 따라 일어선 훤칠한 키의 남자를 보았다.

 

 *

 

  그리고 시간이란 너무나도 간사하게도 그렇게 짙고 깊게 베어진 감정마저도 완만하고 얕아지게 되었다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며, 이 마음 속에 자리 잡아버린 짐승에게는 있어서는 안될 그것이, 깊은 염상이, 누군가를 바라고 바라는 그 마음이 지극히도 옳다고 말해버린다.

 

  그러고 난 후엔 완연하게, 완전하게 느껴버리는 것이다.

  일라를 지나간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과, 감정과, 추억과, 시련과, 아픔, 그 같은 것들이 나타나서는 하염없이 흘러들어간다.

  그리고는 그 스며듬에 파고드는 연민은, 과연 지독하게도 고독했던 쓸쓸함이 되어 소화의 것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소화의 그것은, 정말로 기분이 좋지 못했다.

  그 쓸쓸함은 정말로 기분이 좋지 못한 것이었다.

 

 “ 널 용서하지 않았어. 알아? ”

 “ 알 고 있어. ”

 “ 널 용서할 일은 없을지도 몰라. 그것도 알고있어? ”

 “ 물론. 알고 있다 마다. ”

 “ .... 넌 어째서 그렇게 변함도 없는 것이냐. ”

 

  그리고 그 쓸쓸하고도 나쁜 것의 기억이, 그렇게도 물러져버리게 행동하게 해버리기에 소화는 기꺼히 감수하게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결국 시간이 가진 힘. 시간으로써, 시간이기에 거절할 수 없는 힘.

 

 “ 난, 언제나 변함없이 이 자리에서. 그게 내 운명이라면, 기꺼히 즐겨주는 거야. ”

 

  그것이야 말로, 결국 시간을 거스르지 못하는 그녀의 처절함. 그러나 그녀이기에 할 수 있을 일.

 

  소화는, 그제서야 납득했다.

  어찌하여 하늘을 농락하고 땅을 배반한 이 인간계집을 자신이 태워 없앨 수 없었는지.

 

 

 “ 례야님, 제발 설거지라도 하지 않으실거라면 가만히라도 있어 주시죠. ”

 “ 엣, 왜? ”

 

  보이지 않는 일루망의 주인은 또다시 어디로 간 것인가. 가만히 생각하던 승희는 례야에게 핀잔을 주곤 저 창가에 앉아있는 소화를 불러냈다.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건냈다.

 

 “ 소화님, 괜찮으시다면, 여기 례야님도 함께 노시는게 어떻겠습니까? ”

 

  승희로부터 부엌에서 쫓겨난 례야는 그렇게 소화의 앞자리에 자리했다.

  어색함과, 무거움과, 어찌할 줄 모를 것이 공존하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 소화에게 례야가 먼저 이렇게 물었다.

 

 “ 확실히 예쁘구나. ”

 “ 네? ”

 “ 예쁘다구. 내가 봤던 그 어떤 메구들이나 선호들 보다도. ”

 “ ... 신님께서 그런 농도 하실 줄 아시는 군요. ”

 “ 농아닌데. 진심이야. ”

 “ 아 예.. ”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살짝 풀린 얼굴은 뾰로통하다.

 

 “ 례야님의 추파라니. 하긴 예전에 들어 본 일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

 “ 아, 정말? 내가 좀 잘생겼지. ”

 “ 아뇨. 너무 들이대셔서 다들 질린다는 말을 들었었네요. ”

 

  그리고 그 뾰로통함이 뱉어낸 자연스럽지만 의외의 한마디는 례야를 벙찌게 만들면서도, 한켠으론 다행이라 여기도록 만들어 주었다. 처음의, 그렇게 짙고 깊은 고통같은건 지금으로썬 드러날 정도로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 그런데 일라는 이렇게도 자주 비우나요, 집을? ”

 “ 아니, 꼭 그렇다기 보다는. ”

 “ 오늘은 밖에서 일이 있으신 거지요. 곧 돌아오실 거랍니다. 드세요. ”

 

  승희가 다가와 내민 접시엔 카나페가 얹어있었다.

 

 *

 

  연우에게 다가온 남자는 다정하게도 이렇게 말했다.

 

 “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해요. ”

 “ 네..? ”

 “ 아. 사실 제가 오늘 특별히 부탁, 했었거든요. 효강씨한테.. ”

 “ 효강씨라면.. ”

 “ 아, 그 쪽에 마야씨 남자친구요. ”

 “ 아아.. 근데, 부탁을 왜.. ”

 

  남자는 살짝 웃었다.

 

 “ 저, 기억안나세요? ”

 

  연우는 난감했다.

  그런 연우의 표정에 살짝 헛기침을 하더니, 남자는 자세를 고쳐 서서 이렇게 말했다.

 

 “ 이 학과의 유일하고 멋있는 나. ”

 “ ....? ”

 “ 오늘도 나를 보는 소녀들을 위해, 기꺼히 시간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있는, 나! ”

 

  어딘가 나사가 한참 빠진, 그러면서도 들어본 적 있었던 말을 그가 한다. 그리고 정말로, 어떻게 단 한 순간, 뒷통수에 거대한 망치로 내려침 당한 기분은 연우를 더욱 난감하게 만들어 버렸다.

 

 “ 유일..? ”

 “ 이야. 이걸 하니까 기억해내는 구나. ”

 “ 정말로 유일이야? 리얼하게 유일? 그 중이병 노답 유일?! ”

 “ 너무 적나라하면 내가 아픈데. 이 가슴 도려질 것 같은데. ”

 “ 너, 너! 너!! 아, 아니. 아니, 왜이렇게 멀쩡해진거야? 정말로 너야? ”

 

  화색이 돌았고,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커피숍을 찾았다.

 

  이 뒤의 이야기는 진부하리만큼 특별할 건 없었다. 그저, 대학때 동기였던 두 사람이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가졌다. 사실은, 그 단체 소개팅은 둘을 위한 자리였을 뿐 그 이상 이하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고.

  정말 몇 년을 떨어져 지냈고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사실 연우는 그와 친했던 기억도 없다.

  그냥, 딱 한 번 조별과제에서 만나 유일하게 자기를 도와줬던 겉만 이상했던 친구. 그냥 그 기억이 전부였다.

 

 “ 그래도 너무한데, 난 너 보자마자 완전 반가웠는데. ”

 “ 날 어디서 봤는데? ”

 “ 전에, 거래처 단합회식, 기억나? ”

 

  당연히 기억안난다. 그냥 술마시고 집에 간게 전부인 그녀가 그걸 기억한다면 그 것 나름대로 신기한 일이 아닐까.

  어쨌건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며, 아주 멀쩡해진 유일은 상당히 괜찮은 외모에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누가봐도 멀쩡하게 탐낼만한 오피스맨이었고, 연우는 그의 잘생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 진부하지만 드라마의 전개처럼.

 

 *

 

  카나페, 와인. 그리고 치즈와 향긋한 잼.

  일라가 없는 신수들만의 만찬이 지속된다.

  신수들 사이의 유일한 신님은 기쁨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하나의 슬픔이 해소되려고 하는 것이 보였으므로.

 

 “ 사실은 좋아했었어. 너랑 조별과제, 하던 그날 생각했거든. 정말, 너처럼 예쁘고 착한 여자는 처음이라고. ”

 “ 유일..아.. ”

 “ 사귀자. 우리 애는 아니니까, 진지하게. 나와 결혼을 생각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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