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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호원담
작가 : 화아
작품등록일 : 2017.6.13

언젠가, 당신에게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P13
작성일 : 17-06-26 10:39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4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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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 여우는 당신만을 생각했어요.

 그 마음이 너무 깊었던 탓에 슬펐던 것일 뿐이니까.

 그 모든 원인에 당신이 있으니까...

 그러니 이것으로 당신이 책임지고 모든 슬픔을 사라질 수 있도록 해주는 거에요.

 그 값으로 내 남은 시간이라면 분명 충분하지 않나요?

 아니, 되려 내가 더 많이 지불하는 것이 아닌가요?

 

 *

 

 열 세번째

 긍지높은 것들

 

 *

 

 

 “ 그래서, 나는 그 시간으로 소화의 죄를 중화했으며 받은 붉은 실을 돌려줬다. ”

 “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죄가 사라졌다면, 나는 지금이라도 저 여우를 데리고 선계로 가야겠다. ”

 

  화운은 씩씩거리며 행동하려했다.

  그 씩씩거림에 살풋 웃던 일라는 표정을 바꾸었다. 그 표정은 과연 서리라도 내리게 만들 정도로 얼어붙어 싸늘하였으며 두려움을 자아내게 만들어버리는 것이었다. 그 변화에, 화운은 두렵지만 굴하지 않기위해 다리에 힘을 주고 서있었다.

 

 “ 말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는 내가 정해. ”

 “ 일라, 그건 너의 궤변일 뿐이다. ”

 “ 그런가. 그 것이 너의 답인가? 화운.”

 

  그리고 그 고압적이고 날카로우며 깊은 눈동자가 화운을 덥치니 과연 그것은 권능.

 

 “ 내 권능에 감히 의문을 품는 자여. 너의 죄는 죽음으로 값을 받을 뿐이니. ”

 “ 일개 인간이던 네가 완전히 신일리가 없다. ”

 “ 너를 보낸 이는 나와 동격이며 너를 부리는 이 또한 나와 동격이니 감히 대항한다는 것은 모두의 권능에 도전하자는 것인가? ”

 “ 무엇이 동격인가. 앞과 뒤를 재지 않고 그저 네 멋대로 하는 것이 동격이라면 그것은 불합리하고 무가치하다! ”

 

  화운은 굴하지 않으려 했고, 일라는 그대로 화운을 해하려 했다.

  그렇게 팽팽히도 대립하는, 그러나 균형일 리 없는 어떤 거대한 것에 대한 작은 움직임이 이제 막 사라질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에, 그저 방관하던 호랑이신이 둘의 대립을 끊어내며 말했다.

 

 “ 너의 권능엔 이견이 없다만, 최소한 이 공간에 너와 같은 동격이 하나 더 있다는건 좀 신경써주지 않을래? 일라. ”

 “ ... ”

 

  일라의 것과는 전혀 다른, 맑고 깨끗한 기운이 일라의 연기를 감싸며 꺼트리기 시작했다.

 례야의 행동에, 일라는 얼굴을 찌푸린다. 끼어들었다며 불평했지만 말없이 자신을 거두기 시작했다. 어차피 동격의 힘에 마주해봐야 얻는 것은 피곤함뿐일테니까.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는 화운에게 다가가 웃음으로 말을 건내는 례야의 목소리였다.

 

 “ 화운도 물러서게. ”

 

  그리고 무겁게 가라앉았던 공기가 순환되니.

 

 “ 물론 이해가 안갈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이해해. 아니, 순응해. ”

 “ 웃기는 소리. ”

 “ ... ”

 “ 다시 온다면, 그때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테니. ”

 

  그 힘에 압도당한 채로, 금가버린 자긍심은 이미 가슴에 상처만을 남기며 돌아가 버렸다.

 

 *

 

  정신을 차렸을 때는 원하지 않은 사람의 얼굴과, 전혀 알 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 죽지않은 자기자신이 자랑스럽기 보다는, 수치스러워져 버리는 순간. 여우는 깊게 마음에 담고있던 감정을 더욱 눌러내려고 노력했다.

 

 “ 나는 결국 타락했구나. 포식한 것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무능한 쓰레기가 되었어. ”

 

  구슬프게도 말하는 목소리였다. 소화는, 여우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그 비관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라는 바로 잡아 내듯이 대답했다.

 

 “ 그게 아니야. 소화. ”

 “ 그게 아니라고? 그럼 내가 왜 이렇게 망가진거지? 난, 이제 더이상 자격이 없는거야. 내 힘에게까지, 거부를 당했어. 하.. 불쌍하다.. 불쌍한 내 삶... ”

 

  자신의 의견을 부정하는 일라를 노려보며, 소화는 울부짓듯이 말했다.

  분노할 힘도, 증오할 신경도 이젠 더 이상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완전히 제압당해버린 스스로의 상황에서 이미 살 가치도, 의미도 없어져 버렸다고, 소화는 스스로 그렇게 여겼다. 그래서 죽고싶었지만, 소화는 죽음조차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어진 힘없고 늙은 여우에 불과했다. 이젠 구슬을 만들 능력마저도 사라져 버린, 그런 하찮은 여우라고 생각하게 되버린거다.

  스스로 그렇게 좌절하며 소멸하기를 기대하는 소화는, 그런 소화에게 일말의 감정조차 억누르지 못하고 폭발시키듯이 외치는 일라의 소리를 외면했다.

 

 “ 아니야. 절대 그건 아니야.. 그게 아니야. 소화, 아아.. 제발 내 말을 들어줘.”

 “ 네가 뭘 알아. 일라, 네가 뭘 아냐고. ”

 “ ... ”

 “ 네가 아는게 뭐야. 내 안에 있는 것까지 네가 알고있어? 그래? ”

 

  처절하도록 쏘아대는 소화의 목소리는 독기가 어려있었다. 그 독기는 슬프도록 날카롭고 차가웠으며 아파왔다. 그래서 였을까. 일라는 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소화는 일어선다. 한참을 그렇게 부들거리는 온 몸의 힘이 빠지기를 기다린다는 듯이, 온 몸으로 스몃든 일라의 흔적을 모두 밀어내려는 듯이. 그렇게 한참을 서있다가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 뒷통수에, 일라는 이렇게 외쳤다.

 

 가지마, 가지말아. 라고.

 

 “ 뭐? ”

 “ 가지 말아줘. ”

 “ 내가 왜? ”

 “ 가지 마. ”

 “ 싫어. ”

 “ 가지마. ”

 “ 싫어. ”

 “ 가지 말아줘.. 여기에 나와 함께 있어. ”

 “ ... ”

 

  어째서 그 목소리에서 진심이라는게 느껴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소화는 그럴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야, 비슷했던 목소리를 언젠가 들었던 기억이 있었으니까.

  속지 않아야 한다고, 그렇게 여기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깊이 감응해버린 가슴 속의 무엇은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아, 그것은, 염상.

 

 “ 가지마.. 가지말아줘. 여기에, 나랑 같이 있어. ”

 “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 ”

 “ 무슨 짓이 아니야. 그냥, 난 - ”

 “ 속지않을거야. ”

 “ 속이지 않아. ”

 “ 웃기지 마. ”

 

  아, 염상이여라.

 

 *

 

  念想(염상) ; 마음 속에 깊이 새겨 기억하다.

  炎上(염상) ; 불꽃을 뿜으며 타오르다

  念想(염상) ; 사물의 모습을 마음속에서 그리다.

 

 *

 

  결국 자리에서 벗어나려던 발걸음은 문 밖으로 나서도록 이끌어주지만 차마 또다시 떨어지지 않는 이유라면 그 마음 속 깊이 세겨진 불과 같은 마음. 태울 것을 필요로 하는 그런 마음이다.

 

 “ 소화. ”

 “ 부르지 마. ”

 “ 나와, 여기서 함께. ”

 “ 말 하지 마. ”

 “ 있어. 같이 - 예전처럼. 그러니까 - ”

 “ 예전..처럼.. ”

 

  붙잡고자 하는 마음이 그렇게도 뜨거웠다. 소화는 일라의 태워버릴 듯이 뜨거운 그 마음에 짐짓 흔들려버리는 냉랭함과 싸늘함을 잃어버릴까 두려워지기 시작한거다. 거기에 결정적인 말 한마디가 내뱉어져버린다.

 

 “ 나에게 복수. 이 곳에서 해. ”

 “ 뭐? ”

 “ 네 그 속의 불꽃, 태워버릴 것이 나라면. 기꺼히 타죽어 줄게. 그러니까, 여기 같이 있어. 소화. ”

 “ 일라, 드디어 네가 미친거야? ”

 

  살며시 가로저어 바라보는 눈길에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소화는, 그럼에도 일라를 완연하게 거부하고 싶었다.

 

 “ 죽여줄 수 있다면, 네 손에 죽는 것도 좋아. 소화. ”

 

  결국 나서지 못한 그 문의 너머엔 다시 나갈 일이 생기기나 할까.

 

 *

 

 “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들이 많은 곳이라니, 정말 더 가고 싶지 않구만. ”

 “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버려. ”

 “ 으윽.. 일라, 그렇게 차갑게 굴지 말아줘.. ”

 

  그리고 어느날 처럼 일루망의 실내엔 일라의 담뱃연기가 가득히도 채워졌다. 그리고 그 어느날과 다른 모습이라면 이상하리만큼 북적이게 되어버린 이 공간의 분위기와 이 시간의 가벼움이 끝내는 모두를 현혹시킬만큼 자연스러워져 버렸다.

 

 “ 차, 드시겠습니까? ”

 “ 승희님은 어째서 저를 경계하지 않으십니까? ”

 “ 제가 그래야 하는 이유라도 있을까요? ”

 

  그 연기 사이로,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것은 의미가 다르지만 같은 소리를 쓰는 두 아해의 말소리였다. 아해들은 이름 그대로 검게 물들어있는 흑차를 우리며 다도를 함께한다. 물론, 옛적의 예라고 한다면 겸상이란 것이 불가능할 두 아해들이었건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가장 하급이라 여겼던 인간에 의해 겸상을 하게 되니 이 또한 앞길을 모를 시간의 농락일지도 모르겠다.

 

 “ 감사합니다. ”

 “ 함께 하게 된 이상 나는 당신에게 호의적으로 행동할겁니다. 소화님. ”

 “ 그렇습니까. ”

 “ 그날, 만약 그 문을 나서버렸다면. 다시 돌아오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했겠지요. ”

 

  - 다시 이 문을 넘을 때는 그 이빨과 손톱은 모두 뽑아야 할 것이라고.

 

 “ ... ”

 

  염상. 그것은 과연 사람이 살기 위한 원동력.

  염상, 그것은 과연 사람에게 살게 하는 의지.

  염상, 그것은 과연 사람을 욕심내게 만드는 원인.

 

 “ 나는 당신에게 아무런 욕심이 없듯이, 일라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당신에게 이를 드러낼 일도, 손톱을 꽂아넣을 일도 없는 것이지요. ”

 “ 그렇..습니까. ”

 

  승희가 웃으며 말했다.

 

 “ 차가 식습니다. 어서 드세요. ”

 

  승희의 말에, 소화는 가만히 생각하니,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아, 근본이 달라져 버린 거구나. 나는 이제 포식자로써의 자격에서 멀어져 버린 것이구나.

  그 하찮은 사내놈의 염상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 또한, 내가 변해서 였구나.

  그것은, 과연 그간의 잡아먹은 것들과는 다른 강하고 깊은 염상이기에, 내 변해버린 근본이 동하여 사라지지 않았던 거구나.

  그러므로, 나는 더 이상 죄악감 없이 당연하게 포식을 할 수가 없는 것이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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