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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호원담
작가 : 화아
작품등록일 : 2017.6.13

언젠가, 당신에게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P11
작성일 : 17-06-26 10:38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4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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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일라의 힘이 충만한 이 공간을 거부하듯이 저항하던 소화는 움직일 힘조차 빼앗겨 순식간에 스스로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일라는 끌려들어온 소화에게 칼을 들이 밀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날카로운 것이 온 몸을 베어낸 것같이 만들 뿐이었다.

  그런데도 일라는 그저 쳐다봤다. 이렇게 비참히도 만들어놓고서, 가증스럽게도, 자기를 슬픈듯이 쳐다보고 있는 일라를 그저 죽일 기세로 바라보는 소화는, 분노하며 울부짖었다.

 

 *

 

 열 한번째

 재회의 기쁨보다도

 

 *

 

  그리고, 역시 삼족구와 같이 방관하는 두 호랑이는 그저 그 속을 지켜본다. 섞일 수도 섞여서도 안 되는 그 분위기에서 그저 낭랑히도 쳐다보고 있었다.

  곧이어 하얀 빛이 새어들어오니, 그 사이에서 나타난 요화와 화운은 그 안으로 들어서지는 못했다. 다만, 그저 소화를 벨 기회만을 보며 쳐다보고 있었다.

 

 “ 감히, 네가, 감히! ”

 

 그렇게도,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라를 향한 분노와, 증오와, 아픔과, 처절함 그 모두가 섞여들어간 그 목소리가 갈라지고 갈라져 외쳐졌다.

 

 “ 이렇게, 다시 만나서 좋네. 반가워. 잘 지냈어? ”

 “ 잘 지냈냐고? 물론. 잘지내고야 있었지, 널 죽일 생각만을 위해서, 잘도 살아있었다고! ”

 

  그리고 그 옆, 그 목소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연우와 희원은 재회했다.

 

 *

 

 “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

 “ 내 앞에 당신이 이렇게 있잖아요. 일어났으니까, 그러니까 - ”

 

  연우는 희원에게 다가갔다. 희원은 연우를 가만히 바라만 봤다.

 연우는, 희원을 안고 싶어했다. 더욱 가깝게 다가갔을 때, 희원은 이렇게 말했다.

 

 “ 미련을 만들지 말아요. 우리, 이 끊어진 붉은 실은 다시 이어지지 않아요. ”

 “ 희원씨... ”

 “ 내가 당신에게 미련을 남긴다면 당신은 영원히 혼자가 되어버려요. 그럼 너무나도 슬프잖아요. ”

 “ 그래도, 그래도 딱 한번만 ... 한번만 안아보는 것도 안 되요? ”

 

  희원은, 슬프지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 나는.. 나는 희원씨가 죽은 그날부터, 정말로, 하루도.. 희원씨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어요. ”

 “ 나도 내가 죽은 날에서부터 연우씨를 잊어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었던 말도 있었고,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으니까. ”

 “ 그러니까! ”

 “ 그럼 내 말만 들어줘요. ”

 

  웃었다. 슬프게도, 밝은 웃음이었다.

  울었다. 기쁘게도 슬픈 울음이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주 사소하고, 아주 중요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슬픈.

  너무 슬프지만 너무 어둡지 않으면서도 너무 아픈.

 그런 이야기를, 두 사람은 나누고 나누며 끝내 나누었다.

 

 “ 우리의 실은 끊어졌지만, 버려진 게 아니에요. 연우씨의 실은 좋은 사람한테 다시 연결되서, 행복하고 행복하게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게. 그렇게 될 거에요. ”

 “ 당신 없이는 의미가 없어요. ”

 “ 아니요. 당신과 함께한 나도, 앞으로의 당신도. 분명 의미는 있어요. ”

 “ 희원씨.. ”

 “ 정말로... 이렇게 어둡고 칙칙하고 바보같이 둔한 나였지만, 당신 옆에 있어서 행복했어. ”

 

  희원이 웃었다. 그저 자신에게 사랑을 말했던 자신의 사랑에게 그렇게 행복하게도 웃어보였다.

 연우는 울었다. 그저 사랑한다 말해주었을 뿐인데도 자신을 그렇게도 여겨주었던 그가 슬퍼서, 그의 마음이 안타깝고도 그리워서 그리 슬프게도 울어보였다.

  그리고 돌아보는 희원은 충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거기, 여우씨랑 같이 있는 당신이 나를 불러온 건가요? ”

 

  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우는, 이를 갈며 쳐다봤다. 그 두 존재에게 다가가는 희원은, 더 다가오려는 연우를 막아서며 그곳에 있으라고만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보며 살짝,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 일라에게 희원이 말을 걸었다.

 

 “ 그럼 내 소원도 들어줄 수 있나요? ”

 “ 용케도 나를 알아챘네요. 희원씨. ”

 

  일라는 깊게도 희원을 바라봤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눈을 한번 깜빡이자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 어떤 댓가라도 좋다면. ”

 “ 어떤 댓가라도 감수할테니까, 내 소원, 이루어 줄건가요? ”

 

  죽은 자의 말에는 언제나 후회가 깃들어 있었다. 그렇기에, 죽은 자의 목소리는 힘을 갖지 못해 그 어디에도 자신의 미련이 닿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 미련이라 생각될지도 모를 말에 기꺼히 귀를 기울여 경청하는 일라는 그의 거짓없는 눈동자를 마주바라보았다.

 

 “ 그 여우는 슬픈 것같아요. 슬프고 슬퍼서 아직도 울고 있어요. ”

 

  비웃었다. 여우는, 소화는 인간인 희원의 말에 이를 갈며 소리쳤다. 그렇게도 하찮은 인간이 자신을 이해한다는 말에 기가차다는 듯이 말했다.

 

 “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인간, 너 같은게 나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

 

  그러나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는, 어두운 것이 어울린다고 스스로 말했던 인간은 더 진중하게도 이렇게 묻는다.

 

 “ 그리고 그 슬픈 게, 당신때문인 것 같은데. 맞나요? ”

 “ ... ”

 “ 슬프게 만든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같은데요. 이 상황, 이 모든 원인이 당신이라면. 당신때문에 그 여우가 죽는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 ”

 

  그리다, 기가 차다는 듯이 끼어드는 화운이다. 미쳤냐는 표정으로 끼어들 수 없는 그 속을 향해 이렇게도 외쳐버리는거다.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었다면, 너같은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었다면 우리들이 나서서 이 곳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역시나 아랑곳하지 않는, 어둠이 잘 어울린다고 스스로 말한 인간은 듣지않은 채로 이렇게 말을 뱉어낸다.

 

 “ 그러니까, 책임을 지고 이 둘의 슬픔을 사라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거에요. 일라님. ”

 

  화운은 일라를 쳐다봤다.

  일라는, 희미하게 웃었다.

 

 “ 그 정도가 과연 적당한 값이라고 여기는건가?. ”

 

  그러자, 희원이 대답했다.

 

 “ 적당하지 않지요. 내가 당신에게 댓가를 더 비싸게 지불하는 것이니까. ”.

 

  이해할 수 없는 대화. 그리고 그 사이에서 유일하게 웃고있는 것은 일라 뿐이다. 그 일라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끼어들지 못하는 화운은 불편한 기색을 감출 길이 없었지만 그의 뒷자리로 저승길로부터 돌아온 요화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자리 발견한, 또다시 데려가야 할 망자를 보곤 길을 재촉하는 말을 외치는 것이다.

  그 재촉에, 연우는 붙잡으려 애원했고 희원은 뒤돌아 이렇게 말했다. ‘잘 지내요’, 라고.

 

  그리고 남겨진 연우를 감싸던 차고 시린 공기가 일순간 사라지며 온도는 또다시 뒤바뀌고 그 안에 휘말렸던 연우는, 기절하듯이 잠들어버렸다. 하기야, 생을 박탈하는 공간과 닮은 그곳에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만큼 잘도 버텨낸 것도 기특한 연우였다. 그러니 그저 말없이 승희는 연우를 들어 가게 뒷편으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남은 불여우와, 일라. 그리고 화운은-----------

 

  화운의 품에서 칼날이 꺼내진다. 말고 투명하며 선한 에너지가 담긴 칼날이 이내 소화의 가슴을 향해 가는 것이다. 심장을 꿰뚫어 그 생을 빼앗고 죄를 벌하기 위해서.

  그리고, 일라는 곧, 잠시 시간을 늘어트린다. 그리고 그 시간안에 얽매인 채로 자신의 힘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는 불쌍한 한마리의 여우를 바라보며 살풋 웃었다.

 

 “ 여전히 약하구나 소화. ”

 “ 닥쳐라, 일라. 그 인간 사내놈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렇게, 너한테 허망하게 당하진 않았을거야! ”

 “ 그래? 그렇구나. ”

 

  발악의 목소리가 뱉어진다. 그 목소리를 알기라도 하듯이 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쓰럽다는 눈으로 그 존재에게 이렇게 말을 건낸다.

 

 “ 아직도 나를 원망하는거야? ”

 “ 원망? 웃기지마. 그런 예쁘고 가련한 감정일 리가 없잖아. 증오하고 저주해. 널 죽이고 죽여 또 죽일만큼 널 증오하고 저주한다고. 알아? 일라, 너는 내가 그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관심조차 없지. 그래, 그럴거야. 그러니까, 지금 아주 태연하게 내 앞에서 그렇게 웃으면서 묻는 거 아니겠어? 가증스러워. 인간주제에, 인간주제에! 고작 인간인 주제에! ”

 

  고약하게도 뱉어진 말은 하나하나 고스란히 그렇게 가슴을 꿰뚫는 것처럼 일라를 찔러댔다.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여유롭게도 웃는 눈동자가, 애수에 담긴 그 감정으로 오롯이 모든 말을 받기에 이르는 것이다. 그 여유와 감정은, 그러나 일라만의 것.

  그렇기에 화운은 자력으로 늘어진 시간 속을 헤치며 자신의 의지를 뱉어낸다.

 

 “ 이제 더 지체 할 수 없어. 일라, 지금 그 불여우를 처형하겠다. ”

 “ ... ”

 

  이윽고 화운은 심장을 향해 칼을 찔러넣기에 이르렀다. 이어 비명이 질러질 것이라 생각했던 그 순간, 모든 것의 분위기는 전환되듯이 변화되어버렸다. 분명 죽음에 이를 것이라 생각해 억울하던 소화도, 그의 생을 빼앗기를 경건하고 엄중하게 행하려했던 화운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보고 있던 일라도 말이다.

 

 “ ...으읏..? ”

 “ 이게 무슨..! ”

 

  격노의 직전은 평화롭기만 하다.

 

 “ 미안, 화운. 네가 이 아이를 처형할 순 없어. ”

 “ 그게 무슨 개같은 경우지? 네 장난 것인가? 일라, 아무리 너라도 이건 도가 아니야! ”

 

  칼날은 산산히 부숴진다. 처형이 무산된 화운은 분노했고 살아있는 불여우는 그저 자신이 어떻게 살아있는지를 의심했다. 그리고 그 의심의 끝에 일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분개하며 자신을 죽이라 외쳐댔다. 능욕하지 말라며, 웃기지 말라며 말이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감정에도 불구하고,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일라는 차분히도 말한다.

 

 “ 미안하지만, 나는 받고, 주고, 이룰 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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