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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달에는 나비가 살지 않는다
작가 : 로티블룸
작품등록일 : 2017.6.23

서기 2120년. 달. 우주과학영재학교에서 벌어지는 진상을 파헤치러 온 스파이가 우주 아기를 기르게 되다.

 
2. 세이렌 팀
작성일 : 17-06-26 00:10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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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쿵, 쿵, 쿵.

 

  다음날 아침, 시우가 시체처럼 몸을 부스스 일으켰다.

 

  “아, 머리 울려...”

 

  시우가 비틀거리며 거실 소파에 걸터앉았다. 아직도 최고 출력의 EDM 비트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쿵쿵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데, 화장실의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더니 적외선 세수와 양치를 마친 알렉스가 나왔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와 차림새였다.

 

  “시우, 왜 그래?”

  “닥쳐... 너 때문에 어제 그런 델 가서는.”

  “하하, 재밌었잖아?”

  “아직도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아. 머리 울려...”

  “그거 환청 아냐. 숙취야.”

 

  대꾸할 힘도 없었다. 시우가 한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머리가 가라앉길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헤 벌렸던 입 안에 뭔가가 똑 떨어졌다.

 

  “!!! 뭐야?”

 

  두 눈을 번쩍 치뜨는 것 보다, 알렉스한테 턱을 가볍게 얻어맞는 것이 더 빨랐다. 순간 입이 다물어졌고 합, 하고 침을 삼켜버렸다. 작은 알약이, 막을 새도 없이 시우의 목구멍으로 떨어져 식도를 통과했다.

 

  “뭐긴. 술 깨는 약이지.”

  “너... 진짜 사람 놀라게.”

  “어서 정신 차리라고. 학기 첫날부터 지각할 순 없잖아?”

 

  알렉스가 잘생긴 미소를 날리고 바람처럼 방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시우가 다시 한 번 소파에 걸터앉아 두 눈을 가렸다.

 

  “바보 자식. 난 오늘 3교시 수업이라고.”

 

  쿵쿵 울리던 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약의 효과인가... 시우는 소파에 앉아 울림이 완전히 멎길 기다렸다.

 

 

  * * *

 

 

  시우는 다행히 첫 수업에 지각하지 않았다.

 

  3교시 수업은 기본적인 코딩과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교양 강좌 같은 것이었다. 그는 최대한 유전공학과 관련된 수업은 듣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래서 몇몇 필수과목을 빼고는 ‘V언어와 해킹 방지’, ‘뉴욕 재즈의 역사’, ‘생태학적 식물 재배’ 같은 수업만 신청했다. 당연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첫 수업부터 아주 제대로 엎드려 대놓고 잤다.

 

  “하암...”

 

  시우가 하품을 크게 했다. 3교시 수업이 끝나고 복도로 나오자 많은 학생들이 분주하게 복도를 돌아다니며 강의실에서 강의실로 이동하고 있었다.

 

  달 학교의 학사 일정은 기본적으로 자율제였다. 학생들은 원하는 수업을 신청해서 듣고, 나머지 시간에는 연구실로 가 유전공학 실험을 수행했다.

 

  어떤 실험을 하게 될지는 연구조마다 달랐다. 달 학교는 유전공학연구소의 부속 학교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떨어지는 잡일을 수행했다. 하지만 뛰어난 학생들은 연구소로 차출되어 실적을 올리기도 했고, 더더욱 뛰어난 학생들은 아예 자기만의 연구를 수행해 논문을 발표하거나 기업에 팔아먹기도 했다.

 

  어쨌든 그런 일은 시우의 관심 밖이었다.

 

  그는 유전 공학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유전 공학과 관련된 연구에는 손톱만큼이라도 도움을 줄 생각이 없었다.

 

  그때 안내 메시지가 도착했다.

 

  ― 연구조를 편성합니다.

 

  시우가 귀 뒤의 칩을 만지작거렸다.

 

  “아, 습관적으로...”

 

  귀 뒤의 칩은 달 학교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이 칩은 뇌와 직접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따로 손가락이나 동공으로 기계를 조작하지 않아도 조작할 수 있었다.

 

  시우가 귀 뒤에서 손을 떼고 메시지 함을 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메시지 함이 열렸다. 그리고 방금 전 도착한 안내 메시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귓가에 울러퍼졌다.

 

  ― 연구조 편성은 입학시험 성적순으로 이루어집니다. 100명 중 1등부터 10등까지의 학생들은 각 연구실의 랩장이 되고, 다른 연구원을 뽑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 메시지를 받은 학생은 1등부터 10등까지의 학생입니다. 내일 12시까지 연구계획서를 제출해주세요. 11등부터 100등까지의 학생들은 각 랩실에서 제시하는 연구계획서를 보고 가입을 신청하게 됩니다.

 

  “뭐야. 귀찮게.”

 

  시우는 아무렇게나 연구계획서를 갈겨쓰고 전송했다.

 

 

  * * *

 

 

  ‘지구 신화와 민담 연구’

 

  그것이 시우가 써낸 연구계획서의 제목이었다.

 

  유전자 공학과는 아무 상관도 없을뿐더러, ‘신화’라든가 ‘민담’이라든가 부분이 달 학교에 들어오는 학생들이라면 다들 기피할만한 주제라 당연히 시우의 연구실은 인기가 없었다.

 

  ‘이대로 아무도 안 들어오려나?’

 

  시우는 조금 기대했다. 혼자서 연구실을 쓸 수 있게 된다면 분명 스파이 일을 하거나 삼촌과 통신을 주고받는 게 훨씬 쉬워질 것이다.

 

  ‘들어오지 마라. 들어오지 마라. 들어오지 마라...’

 

  그러나 핏- 하고 연구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쫓아내지?’

 

  생각하고 뒤를 돌아보는데.

 

  “하-이.”

 

  인사하는 사람은 바로,

 

  “알렉스?”

 

  시우의 룸메이트인 알렉스 로드리게즈였다.

 

  “뭐야? 여긴 연구실이야.”

  “알아. 나 여기 들어오려고.”

  “뭐? 왜?”

  “뭐... 네 연구계획서가 너무 감동적이라서.”

 

  말도 안 돼. 시우가 얼굴을 대번에 확 찌푸리자 알렉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겸연쩍은 듯 웃었다.

 

  “사실 들어갈 데가 없더라고. 2등 팀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나랑 전에 사귀었던 애가 있고, 5등 팀도 땡겼는데 나한테 NTR당한 놈이 있고 해서... 하하, 그리고 망설이는 사이 다른 팀은 인원이 다 차버렸어. 여기밖에 안 남았거든.”

  “하, 진짜...”

  “...그렇게 한심하단 얼굴로 쳐다보지 말아줄래?”

  “말로 해주지. 한심하다, 진짜.”

 

  알렉스가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런데 여기, 우리 둘 뿐이야?”

  “아직은...”

 

  그때 연구실 문이 열렸다.

 

  “실례합니다아-”

 

  그리고 들어온 것은, 하얀 피부에 반짝이는 금발을 가진 여자아이였다. 그녀가 연구실 안에 고개를 들이밀고는 파란 눈동자를 애교 있게 깜빡였다.

 

  “난 에피라고 해. 미국에서 왔고 17살이야. 이 연구실에 들어가고 싶어. 자리 있니?”

 

  알렉스가 화색을 띠었다.

 

  “당연히 환영이야! 어서 와!”

 

  이봐, 랩장은 나라고... 시우는 볼멘소리를 낼까 하다가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거, 알렉스 놈이랑 둘이 있느니 누구라도 더 있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잠자코 있기로 했다.

 

  “야, 대박. 얘 모델이라고.”

 

  알렉스가 속삭였다. 그러고 보니 다들 떠들어 대긴 했던 것 같다. 유명한 모델이었던 애가 입학했다고. 그러고 보니 좀 예쁘게 생긴 것 같기도 하고, 다리가 좀 긴 것 같기도 하고...

 

  에피와 알렉스가 인사를 나누고 벌써 번호를 교환하며 시시덕거리고 있는데, 연구실 문이 지잉 열렸다.

 

  “...안녕.”

 

  하얀 피부, 커다란 눈, 검은 긴 생머리를 가진 여자아이였다. 그녀가 잠시 시우와 알렉스, 에피를 쳐다보고는 굉장히 조용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유카메’라고 해.”

 

  알렉스가 시우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야, 또 대박. 쟨 중동 재벌집 딸이야.”

 

  이 자식은 뭐 이렇게 모르는 게 없어? 시우는 알렉스를 잠시 노려보고는 유카메에게 의자를 건넸다.

 

  “서 있지 말고 앉아.”

 

  그러자 유카메는 무표정한 얼굴로 의자를 쓱 훑어보더니 거절했다.

 

  “됐어. 괜찮아.”

 

  알렉스가 웃기 시작했다.

 

  “큭... 큭... 거절당했... 큭....”

  “시끄러.”

 

  시우는 조금 민망했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럼 이제 연구실 배정 시간도 끝난 것 같으니 슬슬 마무리 해볼까?”

 

  그때 아슬아슬하게 슬라이딩 도어가 열렸다. 그리고.

 

  “나 안 늦었지? 짜잔- 우리학교 최고 DJ 버난자입니다.”

 

  요란한 아프로헤어, 버난자가 들어왔다.

 

  “다른 팀에서는 날 안 받아들여 주더라고. 내가 되게 공부를 안할 것처럼 생겼대. 하하!”

 

  에피가 웃었다.

 

  “나도 그랬는데. 다들 모델에 대한 선입견만 많아서. 근데 사실 나 진짜로 연구 같은 거 할 생각 없긴 해. 난 좋은 남편감이나 찾아볼까 해서 여기 온 거거든.”

 

  유카메도 말했다.

 

  “나도 유전 공학은 잘 몰라. 전공은 물리였고, 여긴 어쩌다보니 들어온 거야. 어쨌든 잘 부탁해.”

 

  시우가 머리에 한 손을 얹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팀 뭐야...’

 

  딱히 유전 공학을 연구하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런 팀과 함께라면 없던 의욕도 소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팀 명을 정해서 제출해야 해. 뭐라고 하면 좋겠어?”

 

  알렉스와 에피, 버난자가 말도 안 되는 단어들을 마구 늘어놓았다. 에피는 패션업계 용어를, 버난자는 클럽음악 용어를, 그리고 알렉스가 늘어놓은 용어들은... 유카메가 무표정한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저질.”

 

  “우리는 어떤 연구실에 속하는 거야? 그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게 뭔데?”

 

  유카메의 물음에 시우가 그제야 소속 연구실의 연구 데이터를 훑어보았다.

 

  “음... 인어. 인어를 만드는 연구실이야.”

  “인어라. 그럼 ‘세이렌’ 어때?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등장한 바다 마녀의 이름이니까.”

  “좋아.”

 

  그렇게 그들은 ‘세이렌 팀’이 되었다. 첫날부터 작업을 거느라 시끄러운 알렉스와 그걸 은근히 즐기는 에피, 둘 사이에 끼어들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버난자와 그 모든 것에 흥미가 없는 듯 도도하게 눈을 내리깔고 있는 유카메, 모두 세이렌이나 인어의 유전자 조합 연구에는 어떤 관심도 없는 것 같은 모습에, 시우가 조금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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