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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희유희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24

완벽쟁이 까탈스러운 상사/덜렁거리는 평범한 여직원 부하/
둘이 함께 이계 이동하는 로맨스판타지.

 
02 왕국의 그녀
작성일 : 17-06-25 19:17     조회 : 348     추천 : 2     분량 : 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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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닷없이 소희는, 사막에 홀로 서 있었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열일곱 시절, 소희는 자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지하철 역사에서 달려오는 지하철에 몸을 던지는 거라든가, 옥상에서 추락하는 거라든가, 칼로 손목을 긋는 거라든가, 어떤 게 제일 덜 아플지 고민하곤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모와 삼촌들이 보험금을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사이에 혼자 남겨졌던 이후, 삶은 멀었고 죽음이 가깝게 느껴졌다. 그녀는 죽음이 따뜻하고 안온하리라 생각했다. 꼭 안아주던 어머니의 손길처럼 다정하고 따스하리라고 막연히 믿었다.

 

  죽어서 천국에 온 건가 하고 그녀는 막연히 생각했다.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른 채 그녀는 마냥 걷기 시작했다. 맨발에 사각사각한 모래가 느껴져서 간지러웠다. 모래는 따뜻하게 발을 감쌌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멀리서 향긋한 향기가 났다. 눈앞에 맑은 강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니면 지금 방금 나타난걸지도 모른다.

 

  강 건너에 이름모를 꽃이 잔뜩 핀 들판이 보였다. 여기, 태양이 뜨거운 사막과 대조되는 공간이었다. 들판 저어쪽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소희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맙소사.

 

  “엄마...!”

 

  어머니가 소희의 부름을 들었는지 손을 흔들었다. 돌아가신 지 몇 년이 넘게 지나서 얼굴조차 희미해진 어머니의 얼굴이, 먼데도 불구하고 이목구비까지 또렷해 보였다. 소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정말로 어머니가 그리웠다.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어머니를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던 순간도 많다.

 

  강 쪽으로 저절로 한 걸음 내디뎠다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정말로 지금, 나는 어머니를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좋은가?

  스물셋, 이제 막 독립해서 살기 시작한 소희는 죽음을 원치 않았다.

 

  그녀는 아직 젊었다. 이제 얻은 월세방은 처음으로 생긴 나만의 공간이었다. 어떻게 꾸밀지 매일매일 고민하며 신이 났다. 책장과 책상도 주문했고, 선반도 달 생각이었다. 차렵 선반이라는 것도 만들려고 나무 판자와 못도 주문해 놓았고, 집 근처의 인테리어 품앗이 동호회에도 가입해 놓았다. 달마다 만나는 친구도 있었다.

 

  죽음은 일상의 단절이자 현실의 중단이었다. 계획해 놓은 많은 것이 어그러지는 끔찍한 결말일 뿐이다.

 

  그녀는 강을 건너 어머니에게 가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녀는 애써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의 얼굴에 띄어 있던 미소가 사라지는 것이 똑똑하게 보였다. 그녀는 차라리 눈을 감았다. 심호흡을 하며 이 순간이 지나가기를 바랐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 심호흡하는 방법은 박팀장에게 배운 것이었다. 신입 사원으로 회의에서 높으신 분들을 모시고 첫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긴장을 풀기 위해서 온몸의 근육에 힘을 빼라고 하며 그가 가르쳐 주었다.

 

  문득 그 남자가 생각났다. 그는 아주 절실한 표정으로 무어라 외치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제가 한 말을 떠올려 보니 픽 하고 웃음이 났다. 그때는 그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함께 일하기 시작하면서 박팀장님에게 해꼬지를 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오늘은 정말 너무나 속상했다. 침을 뱉은 것도 아니고 아주 조금, 손톱을 넣은 것 정도는 용서해주리라 믿었다. 그런데 그 얘길 괜히 했다 싶을 정도로 그분은 배신감에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새로 산 아파트의 집값이 50%는 폭락했다고 들었을 때의 집주인 표정같이 비장했다. 그녀는 쿡쿡 웃었다.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순간적으로 세상이 흔들리는 것처럼, 새까매졌다. 이제 진짜 죽음이 오는건가,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한테 갈걸, 하고 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죽음은 따뜻하지 않았다. 무시무시하게 추웠다. 뼛속까지 시린 얼음으로 쿡쿡 찌르는 것처럼 몸이 시렸다.

 

  그녀는 물에 흠뻑 젖어 깨어났다. 코에 물이 들어가 머리가 띵했다.

 

  소희는 높은 천장 아래, 새까만 물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아니, 검지 않다. 물은 투명하고 맑아 자신이 끌려들어온 그 웅덩이와 달랐다. 눈부신 햇빛이 하늘에서 내리쬐고 있는 걸 보면 그 화장실 아래에 있는 지하 수로나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그녀는 삼킨 줄도 몰랐던 물을 켁켁거리며 뱉었다.

 

  “아하, 아, 아!”

 

  그녀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하고 몇 번이고 마음 속으로 외쳤다. 이제 다시 죽고 싶다는 생각따윈 하지 않을게요,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마리아님 알라신님 다 도와주세요. 저 살려주시면 이제 교회도 열심히 가고 절도 가고 성당도 다 갈게요.

 

  본래 무신론자였던 그녀는 알고 있는 신의 이름을 다 불렀다. 수백번이고 불렀다.

 

  허우적대다가 바닥에 발이 닿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발끝으로 서서 물 밖으로 코를 내밀었다. 너무 무서웠다. 사막에서 물 속으로 던져졌으니 이젠 불 속으로 던져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다. 시선을 돌아보니 조금 먼 곳에 언뜻 남색 양복이 보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나 결국 자신을 위해 달려와 준, 악독한 직속 상사였다. 소희는 그에 대한 평가를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의식을 잃은 것처럼 물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그 쪽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호수인지 샘인지가 좁지 않아 한참 걸어야 했다.

 

  반쯤 떠서 허우적대며 남자를 찾아가고 있는데 누군가 달려와서 부축해 주었다. 박팀장님 쪽에도 흰 옷을 입은 사람이 다가와 그를 끌어내가는 것이 보였다. 소희는 뭐라고 외치며 손을 뻗었으나, 손은 닿지 않았다.

 

  천장이 높고 투명했다. 언뜻 올려다본 하늘은 맑고 깨끗했다. 그녀가 생각했던 사후세계와 다른 광경이었다. 아니, 이렇게 얼어죽을 것처럼 춥다면 여기가 지옥일지도 모른다. 앞에 있던 흰 옷을 입은 여자가 그녀를 부축해서, 깨끗한 천으로 몸을 닦아 주었다.

 

  “에취!”

 

  그녀는 재채기를 하다가 천을 받아 제 머리를 털려고 했다. 하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부르르 몸을 떨었다. 물이 다리와 발을 타고 흘러 바닥에 뚝 뚝 떨어졌다. 바닥에는 금빛과 은빛의 실로 짜인 카페트가 깔려 있었다. 대충 보기에도 비싸 보였다. 소시민 근성이 발동해 거기서 비켜나려고 하다가 중심을 살짝 잃을 뻔했다.

 

  눈앞에 서 있는지 몰랐던 사람이 갑자기 손을 뻗었다. 카페트보다 더 비싸 보이는 옷을 입은 남자였다. 금색과 은색과 자주색, 검은색이 섞인 옷은 그녀가 난생 처음 보는 복식이었다. 아무리 봐도 필요 없을 것 같은, 기능적이지 못한 단추와 훈장 같은 것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는 자연스레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처음에 그녀를 도와주던 여자가 무어라 말하며 뒤로 물러났다.

 

  “#%&@$#FG$$S."

 

  남자가 무어라 말했으나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영어로 말을 걸어보았다.

 

  “Hello?"

 

  남자는 전혀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유럽 쪽? 동아시아쪽? 아니면 아랍계...? 그녀는 조심스럽게 알고 있는 다른 나라 말을 하나씩 하나씩 해 보았다. 일본어도, 중국어도, 이탈리아어도, 프랑스어도, 심지어 인사말만 알고 있는 아랍어에도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 전부가 같은 말인 것처럼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을 했다.

 

  “He---l--lo?"

 

  그게 네 이름이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그녀는 화급히 아니라고 살짝 고개를 저었다. 제 이름은 헬로가 아니에요. 손을 열심히 내젓는데 말이 통한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었다.

 

  올려다본 남자의 눈은 맑고 깨끗했으며 푸른색이었다. 그녀보다 한참 키가 컸는데, 화려하고 헐렁한 옷 안에는 의외로 단단한 근육이 있었다. 기대면서 본의 아니게 외간 남자의 몸을 더듬게 된 소희는 비틀거리면서도 연신 고개를 숙여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무어라고 말했다.

 

  리듬감 있는 언어였다. 마치 노래를 하는 것처럼 높고 낮은 성조가 반복적으로 오갔는데, 마치 경을 읊는 스님처럼 듣기 좋았다.

 

  그에게 끌려 나와서, 마차에 실렸다. 실제로 말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놀라서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그녀는 흔들리는 마차 안에 혼자 남겨졌다. 덜컹덜컹이는 승차감은 마치 달구지에 탄 것처럼 나빴다. 이것에 비하면 고속버스는 정말 리무진이라고 할만했다.

 

  한참이나 이동한 다음, 마차가 멈추었다. 그녀는 유럽여행 팸플릿에서나 볼법한 거대한 성 앞에 서게 되었다. 성 옆에는 놀랄만큼 유려한 호수가 자리해있었고, 크고 작은 나무가 둘러서 있었다. 반쯤 망가진 하이힐을 양손에 들고, 그녀는 다급하게 박팀장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손짓 발짓을 동원해서 함께 온 남자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마차는 하나뿐이었다. 팀장님은 어디로 간 거지?

 

  그녀는 모르는 여자를 졸졸 따라갔다. 흰 옷을 입은 여자는 소희보다 약간 키가 컸고, 이국적으로 생겼다. 아랍계인지 스페인계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외국인이라는 사실은 알겠다. 머리에 히잡을 쓰지 않은 걸 보면 이슬람은 아닌 것 같다. 가톨릭인가, 기독교인가? 소희는 잠시 여자를 불러세운 다음 성호를 그어 보였지만 여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최소한 로마 가톨릭은 아닌 듯 싶다.

 

 성의 문은 높고 컸다. 안에는 붉고 부드러운 카펫이 마치 버진로드처럼 깔려 있었고, 양쪽에는 화려하고 선명한 벽화가 벽을 장식하였다. 소희는 주변에 흥미를 가질 겨를도 없이 빠르게 발걸음을 디뎠다. 덜 마른 옷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화장실이 급했다.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손짓 발짓으로 물어보았는데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다. 일단 수세식 화장실을 기대하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푸세식 화장실이라도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싸러 가지 않겠는가.

 

 소희를 안내하는 여인, 시종장 나타샤는 소희의 침착하고 여유 있는 대처에 감명을 받았다. 이렇게 커다랗고 훌륭한 성에 처음 와서 두리번거리거나 구경하는데 홀리지 않다니 분명 이보다 더 큰 성에서 온 것이 틀림없었다. 단호하고 성숙한 태도로 허리를 펴고 앞으로 걸어가는게,과연 신께서 내려주신 왕의 배우자감이 틀림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의사 소통을 하려는 모습이 씩씩했고, 예전에 왔던 왕비는 처음에는 울거나 소리지르며 패악을 부리며 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던 말이 있는데 그러지 않는 것도 보기 좋았다.

 

 그래서, 소희가 다급한 표정으로 제 엉덩이를 가리켜 보였을 때 당황했다.

 

 “화장실이 급하다고요! 똥이요 똥! 어딨어요, 화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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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팽이 17-07-21 22:06
 
ㅋㅋㅋㅋㅋㅋㅋㅋㅋ똥이라닠ㅋㅋㅋ 반전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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