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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희유희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24

완벽쟁이 까탈스러운 상사/덜렁거리는 평범한 여직원 부하/
둘이 함께 이계 이동하는 로맨스판타지.

 
01 왕국
작성일 : 17-06-25 19:16     조회 : 328     추천 : 2     분량 : 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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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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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신에게 제일 가까운 장소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성스러운 탑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감히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 탑은 수도의 호수, 나스챠를 끼고 서 있다.

 

 넓은 평원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풍요로운 호수 주변에는 항상 저절로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었다.

  마을은 자연스레 도시로 발전했고, 크고 작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북쪽으로 올라가면 완만한 고원과 산이 있으나 동쪽에는 평원과 호수가, 남쪽에는 늪지와 저지대, 동굴과 협곡이 자리한다. 여름에는 비가 많고 따뜻하며 겨울에는 눈이 많고 춥다.

 

  아무도 이 탑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모른다. 왕궁 도서관의 기록이 백여년 전, 대전쟁 때 전부 불에 타 버린 탓이다. 탑에 관해 남아있는 전설 중 그나마 가장 오래된 것은 이백 년 전의 것이다.

 

  당시의 유명한 도둑 표트르도 감히 이 탑에는 범접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정숙하기로 유명한 귀족 부인의 속옷을 훔쳐 내걸었으며, 부인이 정말로 정숙했다고 손수건에 연문을 써서 남기는 등 장난스러운 도둑이었다.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하녀 분장을 해서 훔쳤다고 설명 또한 덧붙일 정도로 섬세한 데도 있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탑에 제 발자국을 찍으려고 사제를 가장하여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폭풍의 신이 강림한 듯 어두운 날의 새벽, 겨울의 첫날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탑 안으로 들어가려고 발을 옮기던 순간, 검은 구름이 주변을 비켜나며 찬란한 금빛 해가 광휘를 뿜어내며 동쪽에서 떠오르기 시작하여 탑으로 가는 대리석 바닥길과 그 옆에 있는 호수를 눈부신 금빛으로 물들였다고 한다. 그는 그 자리에서 무릎꿇여 경배하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으며, 훔쳤던 사제복을 돌려주고 정식으로 사제가 되기로 서약했다. 그 이후의 소식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가 사제로 생을 마감한 것만은 확실하다.

 

  도둑 사건 이후로 왕은 성벽처럼 탑을 둘러치게 붉은 벽돌 성을 세웠다. 성이 탑을 호위하듯 세워진 이후로, 탑은 일반인들이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곳이 되었다.

 

  평상시에는 왕족조차 방문하기 어려운 그 탑에 지금, 세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신탁은 틀렸습니다.”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남자가 창백한 얼굴을 들어 똑바로 앞을 바라보았다. 바닥까지 내려오는 흰 사제복에 어깨에는 붉은 어깨띠를 양쪽으로 둘렀다. 금색으로 수가 놓인 붉은 어깨띠는 오직 교황만이 두를 수 있는 것이다. 젊은 왕은 눈을 깜빡이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붉은색 바탕에 사자 문양의 은빛 자수가 놓인 것을 보면 그는 현재 종교의 일인자인 교황이 분명했다. 그래, 당신은 교황이 맞다. 그리고 당신이 한 말은 신관이 입에서 할 말은 아니지.

 

 이번의 신탁은 옳지 않다, 고. 그야 왕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최고위 신관이 그렇게 말하니 오히려 거기에 대해 반문하고 싶어졌다.

 

  <달이 뜨는 날, 달과 함께 고귀한 인연이 내려오리라.>

 

  오십여년 만에 내린 신탁에 대해서 신전의 해석은 단순했다. 현재의 왕 세르게이는 배우자를 들이지 않았다. 마땅한 귀족 여인을 간택하리라 하였으나, 어째서인지 좋지 않은 일이 계속해서 생겼다. 결혼하려던 여인이 흠이 잡혀 좋지 않은 소문이 나서 간택이 취소되기를 세 번, 그는 배우자를 얻는 일을 포기하고 동생을 왕세제로 세웠다. 그는 그대로 불만이 없었으나, 왕세제가 된 동생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동생을 폐해야 했다. 폭풍같은 즉위 초반 십 년을 보낸 후, 그에게는 훌륭한 후계자를 얻어야 한다는 책임감만 강하게 남았다. 동생은 분명 아무 문제 없는 녀석이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확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즉 이번 신탁은 세르게이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주는 것이었다. 왕은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무 문제 없이 평안하게 살고 싶다.’는 단순한 꿈은, 세르게이에게는 항상 어려운 것이었다.

 

  탑이 내려준 신부의 전례는 없지 않았다. 백여 년 전, 탑을 통해 내려온 여인을 왕비로 맞이한 왕이 있었다. 그녀는 고집이 세고 특이한 데가 없지 않았으나 새로운 문물을 전파하여 나라가 발전하는 데에 크게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그때 내렸던 신탁과 지금 내렸던 신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가 지는 밤, 별과 함께 고귀한 인연이 내려오리라.’

 

  그때의 신탁은 다음과 같았다. 그래서 이번 신탁 또한 왕비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했다. 분명히 왕비가 될 만한 여인을 내려주겠다고 했거늘, 어째서 여자와 남자가 내려왔단 말인가?

 

 “하지만 신탁은 틀리지 않습니다.”

 

  막시밀리안 공작이 한숨을 쉬었다. 세르게이의 숙모와 결혼한 공작은 조카 뻘이 되는 세르게이를 다정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틀리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틀릴 수 없다는 말이다.

 

 “남자가 죽으면 해결되지요.”

 

  아, 제발, 숙부님. 매듭이 꼬이면 칼로 잘라버릴 정도로 단호한 성격의 공작은, 가끔 폭주한 마차처럼 앞으로 돌진할 때가 있었다. 왕은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교황 니콜라이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종족 중에는 남자가 여자로도 변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만에 하나, 이 남자가 여성이 되는 특별한 종족이면 어떻게 하지요? 원래 외부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란 기괴하고 특이한 형질이 있을 때가 있으니 말입니다.”

  “그럼 함께 온 여자는?”

 

  공작이 따졌다. 세르게이 또한 궁금한 부분이었다.

 

  “우리를 미혹시키기 위해서 마련된 마녀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 여자면 여자고 남자면 남자인 거지.”

 

  세르게이는 바빴다. 지금 당장 처리할 일이 많았다. 이번 여름에는 유난히 많았다. 넘치는 홍수에 잠긴 마을이 두 군데 있었고, 거기에는 식량을 지원해 주어야 했다. 누구를 보낼 지는 생각해 놓았으나 물자를 얼마나, 누구에게서 얻어야 할지는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였다. 누구를 보낼지 결정하면 그 때 새로운 문제가 시작된다. 지금 여자가 진짜 여자인지 남자가 진짜 남자인지 같은,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갖고 탁상 공론을 할 때가 아니었다. 여자가 배우자라면 배우자 대접을 해주면 된다.

 

  “신의 뜻은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 없고, 바다보다 깊고도 산보다 높도다.”

  “폐하?”

  “신께서 하신 일이니 무슨 의미가 있겠지요. 정말로 왕비감이 맞다면, 그 자질은 누구라도 감출 수 없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폐하.”

 

  공작과 교황은 고개를 숙였다.

 

  “교황께서 남자를, 공작께서 여자를 맡아서 교육시켜 주시지요. 일단 마법사들에게 말을 전달해 놓겠습니다. 언어와 문화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교육이라면, 어떤 걸 말씀이십니까?”

 

  그 둘은 신의 사랑을 받아서 이쪽 세계를 정찰하러 온 천사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순히 ‘이방인’일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일단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알 수 있을 일이다.

 

  “일단 언어와 문화부터 부탁합니다.”

 

  왕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은 쓰고 있지도 않은 관이, 책임감이란 이름으로 굳게 짓눌렀다. 어찌되었든 그들은 자신보다는 고민할 일이 적을 것이다. 당장 고민할 일이 적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처리할 일이 양피지 서류의 형태를 띄고 책상 위에 올라오고 있을 것이다. 세르게이는 두 사람을 똑바로 응시했다.

 

 “일단 신의 사도로 대우하며, 면밀히 관찰해 주십시오.”

 “예, 폐하.”

 

  공작이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하였고, 교황이 살짝 고개를 까닥했다. 신의 대리자인 교황은 인간의 대리자인 왕에게 극례를 표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 존중해야 하므로, 왕 또한 교황에게 극례를 표하지 않는다.

 

  본래는 여자를 신전에, 남자를 공작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불같은 성격의 공작이 왕을 위해서라고 하며 남자를 죽여버릴지도 모를 가능성이 눈앞에 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마법사들에게는 따로 말을 해 놓지요.”

  “마법사요?”

 

  교황이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마법사들이 올가 왕비에 대한 자료를 갖고 있을 겁니다. 교황께서 보실 수 있도록 말을 해 놓겠습니다. 공작 또한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본을 작성해서 공작가로도 하나 보내주도록 부탁하지. 안드레이와 비슷할 정도로 최고의 교육을 할만한 가정교사들을 초빙하겠어.”

  “대공자만큼 교양을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교황과의 경쟁 구도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왕은 다시 한 번 자신이 원하는 바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저도 어마마마께 언뜻 들었는데요, 증조모께서는 아주 생각하는 자체가 다르다고 해야하나,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는 분이셨다고 합니다. 처음 왔을 때 왕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대는 예절에 대해서, 그렇게 하면 머리를 잘라 죽일 줄 알고 무서워서 절대로 머리를 숙이지 않겠다고 버텼다고 하더군요. 나중에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았을 때에는 우리를 아주 야만인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 그들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은 것일 수 있고, 그래서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 처벌을 내리려고 한다면, 반드시 처벌을 내리기 전에 저와 상의해 주십시오.”

 

  그러니까, 함부로 손목이든 발목이든 자르거나 죽이려고 하면 안 됩니다. 소리내지 않은 말을 이해한 듯 공작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폐하.”

  “그럼 오늘의 회의는 이 정도로. 이후 보고는 한 달 후에 해주십시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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