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카페에서 만나 사업에 대해 얘기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준민은 그때의 주희의 모습에 사실 떨렸었다.18살 이후로 본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변했는지 많이 궁금했었는데 자신이 생각한대로의 모습이어서 웃음이 났다.
28살이라지만 20대초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동안 얼굴이다. 하얀피부는 백옥 같았고, 웃을 때 반달처럼 휘어지는 눈매가 예뻤다. 입술은 또 어떤가 앵두처럼 빨간입술이 피부와 잘어울렸다. 매끄러워 보이는 피부를 만져보고 싶은 열망이 일었다.
준민은 얼른 그 생각을 지웠다. 무슨 미친 생각을~~ 휴.. 생각만으로도 힘들었다. 그는 얼른 그 생각을 지우며..
'우리가 같이 일하게 된다면 자그만 사무실이라도 있어야 될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니?'
'네 그래야 할 거 같아요 그 동안은 필요성을 못느꼈는데 알아 봐야 할 거 같아요'
'사무실 문제는 오빠가 알아 볼께'
'네, 그래 주세요'
카페에서 나누었던 얘기들을 생각할 때 전화가 왔다. 휴대폰 액정을 확인하니 '그녀였다.
전화가 오자 마치 주희가 앞에 있는 것 처럼 당황이 되었다. 준민은 몇 번의 심호흡을 한 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통화 괜찮으세요?"
"어, 그래, 괜찮아"
"사무실은 알아 보셨어요?"
"어~~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 미리 연락 못해서 미안하다."
미처 신경쓰지 못 한거 같아 미안해 지는 준민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오히려 자신이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니, 아니예요 제가 신경써야죠."
" 같이... 가, 볼래? 너도 봐야하잖아"
준민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같이 가 줄 것을 권해 보았다. 그러자... 흔쾌히 좋다고 하는 그녀,
"좋아요.. 언제 괜찮으세요?"
"너는 언제가 좋니?"
"음~~ 저는 오늘,내일은 스케줄이 있고 모레면 좋을거 같아요"
"그래 그럼 모레에 보는 걸로 하자 위치랑 시간은 오빠가 다시 문자를 남겨줄게 오늘 상담 잘하고"
"네.. 오빠"
주희와 통화를 끝내고 알아 봤던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지난번 봤던 매물을 가서 보고 싶은데 괜찮은지 물어보자 주인은 당장이라도 괜찮다며 언제쯤 올것인지 물었다. 그는 모레쯤 가겠다고 약속을 잡았다.
이제 그녀를 자주 볼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쿵쿵거렸다.
그녀는 그녀대로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 동안은 누가 자신의 능력을 알아챌까 싶어 혼자 일을 했지만 이제 그와 같이 일하게 된 이상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그와의 약속 날이 되었다. 사무실은 마음에 들었다.
"어때?"
준민의 물음에,
"음.. 좋네요,, 사무실 크기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햇살이 들어와서 좋은거 같아요"
마음에 들어하는 준희의 얼굴을 보고 다행이다 싶었다
"오빠는 어때요?"
"나도 괜찮은거 같애. 교통도 편리하고 사람들에게 얘기해줄 때 위치를 말해주기도 편할거 같구나"
준민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오빠가 웃으니 얼굴이 더 잘 나게 보이는거 같았다.
'오빠도 화라는걸 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곳을 마음에 들어 했고 계약하고 싶어 했다.
주희와 준민은 만장일치로 그곳을 계약하기로 했고 며칠 뒤에 계약이 이루어졌다.
두 사람이 같이 일 할 날들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그는 마음이 떨려왔다.
주희는 사무실에 필요한 집기들을 준비했고 컴퓨터를 설치했다.
두 대의 컴퓨터를 설치했고 필요한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무실을 준비하는 동안은 상담에 전혀 신경을 쓸 수가 없기에 블로그에 공지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애니멀 트레쳐 유주희입니다. 지난번 공지 해 드린 데로 제가 사무실이 생겼습니다. 지금 준비중이어서 당분간은 상담 예약을 받기가 어려울 듯 합니다.
잡혀 있는 예약은 시간과 날짜 조절이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시간과 날짜를 다시 올려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동안 사무실 준비를 하느라 다시 예약을 잡아야 할 거 같다는 공지를 블러그에 올렸다.
10일 이후로 다시 연락을 주면 예약을 다시 잡아 주겠다고 공지를 올리고 나서 사무실 오픈 준비에 온힘을 다했다.
사무실 오픈 준비가 끝나고 블러그를 열어 보니 사무실이 생긴 걸 축하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다시 예약을 잡을 시간과 날짜를 남겨 달라고 공지를 하자 수 많은 글들과 예약 쪽지들이 날라왔다.
정신 없어하는 주희를 대신해서 준민은 예약을 지역별로 나누어 주었고 그렇게하니 가까운 서울,경기지역부터 먼 제주까지 정말 다양했다.
"00일서울 도곡동 동물 말티스 이름 제르미 4시"
"00일서울 일원동 동물 페르시아 이름 첼시 12시"
"제주 서귀포 동물 치와와 이름 꽁이 11시"
일목요연하게 메모를 정리해서 준희에게 보내왔다.
준민은 그동안 주희가 만나왔던 동물병원의 수의사들이나 또는 동물과 관련 있던 관계자들을 만나며 앞으로 상담사님은 실무 자신은 행정을 맡게되었다며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고 하나씩 파악해 갔다.
주희는 준민과 일을 해나가면 할수록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한 괴로움이 더해갔다.
이제 그와 일하게 된 것도 5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주희는 들킬만한 상황이 될 때마다
'어? 아니야 잘가'
'모르겠는데? 뭐,,,말이야?'
하며 능청스레 넘어갔었다.다행인 것은 이상하다 하면서도 준민이 물고 늘어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주희는 이제 더 이상은 한계 상황 임을 알았다. 자신의 안에서 더 이상은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이 솟구쳐 올라 결심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제는 얘기 해야겠어. 오빠에게 더 숨기면 안되겠지?'
하지만 맘 처럼 쉽지 않은 일임을 준희는 알고 있었다. 오빠에게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생각을 해야 할 거 같았다.
'생각을 해 보자 어떻게 얘기 해야 할지.. 오빠가 도망가지 않게 잘 말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주희는 고민의 고민을 더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 준희는 머리에서 쥐가 날거 같았다.
'아후, 머리야'
사무실 자리에 앉아 머리를 쥐어 짜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준민은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 오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뭔가를 꼴똘하게 생각하는 주희의 모습이 낯설어 보였다. 준민은 조용히 다가가 주희를 향해 '확' 하고 소리를 질렀다.
"확"
손동작까지 놀래키는 모양으로 하자 주희는 깜짝 놀라며,
"엄마! 깜짝이야"
"하하하하하"
놀래켜 놓고 뭐가 재밌는지 호탕하게 웃는 그다.
"오빠, 뭐예요!! 놀랐잖아요"
그녀는 정말 놀랬는지 가슴을 쓸어 내리며 그에게 짐짓 화난 표정으로 쏘아 부쳤다.
"그러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느라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몰라"
"아유, 오빠도 참 초등학생처럼 무슨 이런 장난을 치고 그래요"
"무슨 생각했어? 내 생각?"
괜스리 큰소리를 내며 말했다.
"뭐라구요? 무슨 그런 말을.."
그래도 오빠와 같이 다닌 것이 1년이 다 되어 간다고 많이 편해져서 이런 장난도 치고 말도 예전 보다는 편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오빠도 참.. 별 생각 안했어요"
주희는 은근 슬쩍 그렇게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준민은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주희야... 오빠가 아직도 불편한 거니?"
준민은 그녀가 아직 자신이 불편하여 하고 싶은 말을 못하나 싶어서 물었다.
"그런 거 아니예요,, 음,,, 나중에 적당한 때에 얘기 할께요. 오해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준민은 그녀에게 더 다가가고 싶고 자신의 마음을 말하고 싶은데... 그녀는 거리를 두는 것 같아 속상한 그다.
"그래 알았다. 근데 오빠는 네가 비밀이 없었으면 좋겠어.. "
준민은 자신에게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을 조금은 눈치를 채고 있었으나 그녀가 얘기해 줄 때까지 기다려 보자 싶었다.
그것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준민은 그녀를 바라보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말아줘", '
속말을 했다.
주희도 그를 보며 자신의 이 비밀을 그에게 어떻게 얘기할까 생각을 해 봤지만 생각이 나지 않아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봤다. 미간이 찡그린 얼굴로,,
'어쩌지? 아..'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지만 일단 오늘은 그와 함께 하게 된 첫날이기 더 이상의 생각이 불필요했다.
그런데.. 그가 비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래, 결심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