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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비가 오는 날에는
작가 : 민아
작품등록일 : 2017.6.24

꿈은 렘(REM)수면 상태에서 주로 일어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꿈을 꾸는 날이 정해져 있다. 매번 같은 날 꿈을 꾼다.
점점 꿈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1. 문제
작성일 : 17-06-24 22:00     조회 : 474     추천 : 0     분량 : 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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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회사 건물에서 두 명의 여자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검은색의 얇은 블라우스에 슬랙스 바지, 빨간색 힐을 신은 차갑고 시크해 보이는 여자가 나오고 있었고 그 뒤를 따라 수수한 옷차림에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여자가 뒤따라 나오고 있었다.

 “아씨 또 비 오잖아.”

 먼저 나온 여자는 직장 선배 곽진주. 진주는 내리는 비를 보며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익숙하다는 듯 들고 있던 가방에 손을 넣어 우산을 꺼냈다. 그녀는 우산을 능숙하게 펼치다 뒤늦게 따라 나오던 여자가 비를 보며 멍하니 서 있자 이상한 듯 물었다.

 “뭐야. 수진씨 우산 없어? 비는 왜 그렇게 멀뚱히 보고 있어.”

 “아…. 잠시 생각하느라.”

 “무슨 생각을 그런 표정 지으면서 해 집에나 들어가서 푹 쉬어~”

 “네.”

 진주 뒤따라 나온 수수한 옷차림의 여자는 여수진. 그녀도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 들었다. 그때 누군가 회사 안에서 뛰어나오며 다급히 외쳤다.

 “여여! 어디 가세요!!”

 소리치며 달려오는 통통한 체형의 남자는 김동성. 그는 회사 안에서 헐레벌떡 뛰어와 넉살 좋게 웃었다. 그가 거칠게 쉬던 숨을 고르게 쉬기 위해 노력했다. 장난스러운 웃음과 단정한 옷차림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먼저 나와 우산을 펼치던 수진과 진주를 붙잡았다.

 “오늘 비도 오는데 파전에 막걸리 어떠세요? 와. 딱 이죠??”

 “동성 씨도 그만 들어가서 쉬어요. 며칠 뒤에 중요한 발표 끝나고 회식해요. 오늘은 좀 그렇네.”

 직장 선배인 그녀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하자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우산을 펴들고 빗속을 걸어갔다. 그녀가 떠나자 그는 자연스레 수진에 눈길을 주었다. 수진은 간절하게 바라보는 그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은 피곤해서요. 죄송합니다.”

 수진은 동성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 뒤 빗속을 걸어갔다. 비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쏟아지듯 내리고 있었다. 회사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불과 100m밖에 안 되었으나 그 잠깐 사이에도 그녀의 바짓단과 신발은 몽땅 젖어버렸다. 그녀는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았다.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오늘인데. 비까지 오네.”

  -뉴스 특보입니다. 오는 20일 갑작스럽게 시작된 비는 남부지방에서부터 시작해 전국적으로 내리고 있으나 밤에는 대부분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경기 북부 부근에는 호우 특보가 발효 중이며, 시간당 20mm 이상의 강한 비가.

 띡-

 -폭우 때문에 경남 해천시에는 5층 건물에서 철조 물이 떨어져 지나가던 남성 이 모 씨가 숨져….

 띡-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며 내일은 오늘보다

 채널을 바꿔봐도 TV 속에선 쉴 새 없이 폭우주의보라며 정보를 보내주는데 주력하는 뉴스만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하필 왜 오늘 비가 오는 거야….’

 여름이라 비가 오는 것은 당연했지만 오늘만은 오지 않길 바랐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리모컨을 누르며 채널을 돌리다가 마침내 예능프로그램에서 채널이 멈췄다. 개그맨들의 몸짓 하나에 TV 속 방청객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그녀는 그마저도 보기 싫은 듯 이내 TV를 꺼버렸다.

 2014년 7월 20일.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는 날이었다.

 수진은 소파에 앉아 연신 하품을 했다. 그녀는 소파에서 졸다가 일어나 거실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잠을 깨기 위해서였다. 몇 번 거실을 돌아다니다 결심한 듯 다부진 걸음걸이로 걸어가 침대에 털썩- 하고 누웠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살짝 포갠 두 손이 정갈하기 그지없었다.

 

 

 주저앉은 그녀와 앞에 일렬로 앉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날씨는 맑은듯했으나 사람들에게서 어두운 기운이 몰려왔다. 그때 중간에 앉아있던 남자가 말했다.

 “아니다. 망각의 물을 먹여라.”

 “어차피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곳에 온 지 몇 분밖에 되지 않았습니까.”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 굵고 낮은 음성으로 반박하듯 말했다.

 그녀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들었으나 지나치게 밝은 빛 때문에 보기는커녕 눈을 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직 들리는 말소리와 코를 찌르는 알싸한 박하향 밖에 알지 못했다. 바닥을 짚고 있던 손바닥 사이로 익숙하고도 낯선 흙과 풀들이 만져졌다.

 누군가의 반박하는 말에 중앙에 앉아있던 남자는 한번 헛기침을 한 후에 말했다.

 “그래 알았다. 그럼 그냥 돌려보내라”라고 말하곤 자리를 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옆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왜 저러시는 거야 얌전히 돌려보내 주실 분이 아닌데”

 “그러게…. 요새 이상하시긴 했어.”

 주변이 웅성거렸지만, 사람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자 점차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사람은 그녀를 멀뚱히 서서 쳐다보는 한 남자 말고는 없었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그녀에게만 들리게 조용하고도 차분히 말했다.

 “꼭 기억해. 파스민”

 순간 알싸하면서도 짙은 박하향이 머리가 깨질 듯 강하게 풍겨오면서 몸이 붕 뜨는 기분과 함께 잠에서 깼다.

 “켁…. 하아.” 숨이 막힌다.

 그녀는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선 무언가에 홀리듯 책상 위에 있던 노트를 펼친 뒤 무언가를 휘갈기며 쓰기 시작했다.

 -2014년 7월 21일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가 그가 마지막에 한 말은 파스민. 꼭 기억하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가 누군지는 모르겠다. 왠지 나를 구해준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냥 그런 기분이다. 올해로 6년째다. 몸이 또 아프다. 미치겠다.

 

 그녀는 노트를 넘기며 작년 7월 21일. 재작년 7월 21일…. 그 뒤로도 페이지는 더 넘겨졌다. 수진은 일기형태의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페이지는 총 5페이지였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4시의 어두컴컴한 밖과 스탠드의 불빛 덕분에 수진의 얼굴이 창문에 비쳤다. 한없이 진지했으며 긴장감이 넘쳤다.

 

 -2009년 7월 21일

 신기한 꿈을 꿨다. 근데 개꿈인 거 같다. 크크

 내가 누군가에게 심판받는 꿈이었다. 누군가 나보고 뭐라고 말했다. 내가 얼굴을 들려고 하니 눈이 너무 부셨다. 그리고 또 누군가가 뭐라고 말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이상한 건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멋진 향이 났다. 꿈을 꾸고 난 뒤 냄새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도 참 신기하다. 그나저나 삭신이 너무 쑤신다.

 -2010년 7월 21일

 이상한 꿈이다. 나를 심판하는 상황 같았다. 근데 얼굴을 들려고 하니 눈이 너무 부셨다. 어떤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망각의 물??을 먹이라고 했다. 크크 요즘 sf 영화를 많이 보긴 했다. 똑같은 꿈을 꿨던 거 같은데 그냥 기분 탓인 거 같다~~ 내가 주저앉아있었는데 손끝으로 모래와 풀이 만져졌다. 그때 누가 말을 했었는데…. 그게…. 기억이 안 난다ㅋㅋㅋ개꿈

 -2011년 7월 21일

 놀라운 걸 발견했다. 난 2009년 이후로 매년 똑같은 날에 똑같은 꿈을 꾼다. 오늘도 같은 꿈을 꿨다. 근데…. 그러니까 이게… 모든 걸 종합해보니까 난 누군가에게 심판받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하는데 2010년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하면 망각의 물을 먹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리고 오늘 꾼 꿈에서 또 하나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망각의 물을 먹이라고 하자 또 다른 남자가 안 된다는 식으로 말했던 거 같다. 그리곤 또 뭐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하하…. 이 꿈을 꾸고 나니 머리가 아파 미칠 거 같다.

 -2012년 7월 21일

 새로운 사실: 망각의 물을 먹이라고 하자 굵고 낮은 음성으로 누군가가 말했다. 어차피 기억 못 할 거다 그러니까 먹이지 말자고 말했다. 그리고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자 잠에서 깼다.

 근데 눈도 뻐근하고 몸이 너무 아프다.

 -2013년 7월 21일

 주위가 어수선해졌다. 근데 다시 조용해졌다. 조용한데 주위에 사람이 있는 거 같은 기분이 들더니 누군가 나에게 걸어왔다. 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난다. 사실 그 사람이 나한테 무언가의 말을 했는지도 확실치 않다. 아직 귓가가 윙윙거리는 거 보면…. 말을 한 거 같기도 하고….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프다. 몸이 으슬으슬 춥고. 또 한 가지 알아낸 사실은 매년 꿈을 꾸고 나면 몸이 아픈데 점점 강도가 세진다는 거다 ㅜ. 우

 수진은 탁 소리 나게 노트를 덮었다. 그리곤 온몸에 식은땀이나 축축해져 버린 잠옷을 벗으며 화장실에 들어갔다. 바깥은 아직도 해가 뜨지 않아 어두컴컴한 새벽일 뿐이었다.

 * * *

 “어머! 수진씨 괜찮아?”

 그녀가 의자에 앉아있는 것조차 버거워 보이자 직장 선배인 진주는 그녀를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네…. 괜찮아요.”

 “많이 아파 보이는데? 힘들면 월차 내고 집에 가서 쉬어요.”

 “네….”

 그녀는 어젯밤 꿈을 꾼 후부터 시작된 고열과 구토를 동반해 갑작스러운 몸의 여러 곳에서 통증 때문에 잠을 설쳐 피로까지 겹쳐있는 상황이었다. 동성이 수진을 쳐다보았다.

 “수진씨 여기요.”

 회사 동료인 그가 그녀의 책상에 검은 봉지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건넨 검은 봉투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봉투 사이로 얼핏 플라스틱 통이 보였다.

 “이게…. 뭐에요?”

 “점심도 못 드셨잖아요. 죽 좀 사 왔어요. 멋있죠?”

 동성은 수진을 향해 윙크를 해 보이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고맙습니다.”

 “다 드시면 이것도 꼭 챙겨 먹고요. 약이에요. 머리를 계속 잡고 계시길래 두통약 사 왔어요.”

 그는 아까부터 뒷짐 지며 숨겨왔던 약 봉투를 내밀었다. 센스 있게 아프지 말라며 붙인 포스잇이 떨어지지 않고 그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되는데…. 어차피 내일만 되면 나아서…. 정말 감사해요."

 수진은 고마움에 어찌할 줄 몰라 동성을 쳐다보다 그가 준 약봉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매년 똑같은 꿈을 꾸는 이유는 이렇다 할 이유가 없었다. 2009년부터였다. 올해로 5년째이건만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왜 똑같은 꿈을 매년 꾸는 것일까.

 * * *

 그녀는 긴장한 듯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에 댄 채 땅만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그녀의 앞에 앉은 남자는 의사가운을 입고 있다. 남자는 그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어제…. 꿈을 꾸셨나요?”

 “네....”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의사는 그녀의 대답에 허탈한 표정이 잠시 스쳤다.

 “그럼. 조금 더 약을 복용해 보도록 합시다. 오늘 몸은 어떠세요?”

 “두통이 좀 있구요. 몸살인 것처럼 몸이 쑤셔요.”

 “약을 처방해 드릴까요?”

 “아니에요. 나을 텐데요 뭘.”

 1년 전부터 다닌 병원에서는 망상증에 가깝지만 정확히 병명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처방전에 적힌 약들을 빠짐없이 복용하고 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어제 꿈을 꿨기 때문이다. 1년 동안 먹은 약들이 다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의사 선생님이 학수고대하며 오늘만을 기다려 왔는데 참 힘 빠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는 병원에 들렀다가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두 손엔 약봉지와 낮에 동성이 준 죽을 든 채였다. 수진이 골목길에 들어섰다. 골목은 밝고 CCTV도 설치되어있어 평소에 안심하고 걸어 가던 길이었다. 하지만 골목길 냄새마저 좋은 골목은 아니었다. 여름엔 자동차의 매연 냄새와 담배 냄새, 하수구 냄새 등 각종 불쾌한 냄새가 더 나는 계절이기도 했다.

 ‘또 시작이네.’

 또 누군가가 쫓아오는 느낌. 한두 번 느껴본 게 아니다. 이런 느낌을 받을 때마다 몸에 문제가 있다는 게 실감이 든다.

 몇 분을 더 걸어갔을까. 여전한 찝찝한 느낌.

 차마 뒤돌아볼 용기 따윈 없고 가로등으로 인해 생긴 그림자가 2개인 것에 안도감이 든다. 그녀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 빨리 걷지도 느리게 걷지도 않았다.

 담이 조금 높은 주택 집. 그녀의 집이 보인다. 들어가기 전 슬쩍 쳐다본 골목에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낯선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저번에 그남자다.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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