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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네 아버지를 죽인 건 내가 아니야.4
작성일 : 17-06-24 18:22     조회 : 539     추천 : 2     분량 : 4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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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집에 돌아갈 거라구요.”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말했지.’

 “저는 언니랑 달라요. 저는….”

 ‘여기에 있는 여자애들이 무슨 소원을 비는지 알아?’

 

 더이상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시우가 말했다.

 

 ‘아버지를 죽여 주세요, 팔려가기 싫어요, 호 대인의 첩이 되고 싶어요….’

 “….”

 

 말을 잇지 못하고 침묵한 소희를 달래듯 시우의 목소리가 다시 부드러워졌다.

 

 ‘이곳은 한국하곤 완전히 달라. 한국도 여자 인권이 낮다고 난리였지? 여기하고는 댈 데가 아니야. 여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재산을 가질 수도 없고 바깥나들이를 할 수도 없어. 여승이나 무녀, 무림 세가의 가솔을 제외하고는. 그러니까 네가 세가의 딸 흉내를 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취급하고 있다. 한 마디쯤 쏘아붙이고 싶으나 참았다. 지금 이렇게 스스로 정보를 이것저것 주고 있는데 끊어버리는 것도 의미는 없다. 정말로 궁금한 건 당신이라는 사람? 유령? 자체다.

 

 그 램프의 요정은 어떤 존재인지, 당신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당신의 목적은 무엇인지, 왜 나를 돕는 건지. 궁금증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정말로 궁금한 것은 질문하지 않은 채 소희는 시우가 스스로 이야기하기를 기다렸다.

 

 ‘아까 처음 얘기한 질문 있지. 이씨 집안 딸은 아버지가 매일 두들겨 패고 참말 입에도 담지 못할 일을 해서 아버지가 죽어 주기를 바랬어. 그게 그 요정 놈이 들어준 첫번째 소원이었지.’

 

 “여기서도 램프의 요정인가요?”

 

 소희는 드디어 원하던 이야기가 나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여기서는 도인의 백자야. 아주 오래된 백자 촛대받침이지. 그걸 우연히 손에 넣게 된 여자가 소원을 빌면 그놈이 나타나.’

 

 하지만 이미 짐작하고 있던 것을 확인하는 것밖예 되지 못했다.

 

 ‘걔는 나름대로 속셈이 있었어. 아버지가 죽고 나면 거두어 주겠다고 약속한 대장간 청년이 있었거든. 그 청년이 아마 백씨였나?’

 

 -자기 일처럼 격하게 울분을 담아 말하고 있구나.

 

 갑자기 흥분한 어조로 격하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서 그 이야기 다음에 올 내용이 뻔했다. 어제 인터넷을 새로 설치했는데요, 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내는 손님이더라도 화를 낼 사람이면 그 어조에 감출 수 없는 화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시우의 말이 그랬다.

 

 ‘그런데 아버지가 죽고 나니까, 이게 뭐야? 아버지의 땅을 친척들이 다 빼앗아가고 땅쪼가리 한 뼘도 남지 않으니까. 그 청년도 그대로 떠나 버리더라고.’

 

 -자기 일도 아니고. 결국은 남의 일인데.

 

 ‘세상에 진짜 믿을 남자 없다니깐. 그래서 그 다음에 친척 한 명이 얘를 기방에 팔아버리려고 했더니 얘가 빈 소원이 그거였어! 청년을 죽여 달라거나 자기 재산을 돌려주세요가 아니라 팔려가고 싶지 않다는 거.’

 

 이미 시우는 혼자만의 이야기에 취해 있었다. 소희가 아무런 추임새를 넣지 않아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걜 팔려던 친척이 벼락 맞아 죽었는데. 결국 먹고살 길이 없어서 길거리에 나앉게 되니까 얘가 차라리 자길 써 달라고 기방에 스스로 찾아가더라고. 요정인지 도인인지 선인인지, 그 새끼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만일 내가 여기서 저 소년에게 창에 찔려 죽었다면 어땠을까.

 

 그 이야깃감을 잘 갖고 있다가. 다음에 오는 소녀 누군가에게 또다시 내 얘기를 하면서 자기를 믿어달라고 했겠지?

 

 ‘그리고 기방에서 살다가 어찌어찌 적응했는데 도저히 일을 못하겠다며. 호 대인이라고 그때 자꾸 들르던 높은 벼슬아치가 있었는데 그 사람의 첩으로 가길 그렇게도 소원했어. 그래서 마침내 세 번째 소원을 빌어버렸지.’

 

 시우는 목소리를 나지막이 깔았다.

 

 ‘네가 이번에 빈 소원, 두 번째 소원이지?’

 

 이 질문을 하기 위해서 이 사람은 계속해서 이 이야기를 끌어왔구나. 무심코 이야기를 듣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렇지 않게 자기 이야기를 하도록 끌어들인다. 소희는 화제를 돌렸다.

 

 “언니도 세 번째 소원을 빌었어요?”

 ‘아니니까 내가 지금 여기에 있지.’

 

 이 여자는 분명히 무언가 숨기고 있다. 지금 나에게 잘해주는 척하는 것도 어떤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꾸 마음을 놓게 된다.

 

 소희는 시우와 닮은 어떤 사람을 떠올렸다.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마음을 놓게 하는 것이 이 여자만의 어떤 특별한 능력인 건 아니다. 살갑게 말을 거는게 마치 텔러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먼저 일하던 사수 홍희 언니 같다. 홍희 언니는 갓 출근해 낯선 사무실에 처음 들어온 신입에게 차를 타주기까지 하는(!) 오지랖 넓은 언니였다.

 

 -그 언니도 끝이 좋지 않았어.

 

 신입들에게 차를 타주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개인 사생활을 캐묻고 미주알고주알 절친인 인사팀 임과장에게 전부 알려주곤 했다. 따로 숨기는 것이 없고 자신의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는 편인 소희는 그냥 차를 한 번 얻어 마시고 말았다. 하지만 같이 입사했던 이윤희는 임과장이 따로 불러서 크게 혼을 냈다. 면접 때는 결혼시기가 멀다더니 어째서 다음달 결혼예정이 잡혀 있냐고 임과장이 따져묻는데 뭐라고 할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결국 들어오자마자 결혼 전에 바로 퇴사한 윤희는 마지막으로 가는 날 송별회에서 소희에게 몰래 소곤거렸다.

 

 “나 결혼식에 직장 동료들 초대할 생각도 없었고 그냥 몰래 하려고 한다고 홍희 언니한테만 말했거든. 근데 임과장 귀에 들어간 거야. 누가 말한 건지 뻔하지 뭐. 살살 꼬드긴다고 말해버린 나도 바보지만 저 언니 절대 믿지 마. 아무도 믿지 마.”

 

 호된 교훈을 거울삼아 소희는 이후에도 홍희 언니와는 거리를 두었고, 눈치 빠른 홍희 언니도 소희에게는 티나게 접근하지 않았다.

 

 사회에 나가서 아무도 믿지 말아라.

 믿을 사람은 네 가족 뿐이다.

 가족도 믿지 말아라, 자기만 믿어라. 통장 관리는 엄마에게도 맡기지 말고 스스로 해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자신에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어린 소희에게는 당시 꽤 큰 충격이었다.

 

 -이 언니가 너무 착 달라붙고 있어.

 -나밖에는 말할 사람이 없어서?

 

 소희는 손가락을 하나씩 굽혀가며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다.

 

 -나를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그전까지 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어. 그러니까 언니가 ‘날 반드시 도와주어야만 하는’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야.

 -언니에게 의지하면 안 돼.

 

 조언이나 충고 등은 고려해볼 수 있지만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결단을 내려 행동해야 한다. 정보는 고맙지만 슬슬 끊을 때도 됐다. 오히려 자신에게 완벽한 악의를 드러냈던 그 소년 측이 더 안전할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 녀석은 솔직하기라도 하지.

 

 시우처럼 속 모를 사람이 더 위험하다.

 

 “언니, 세 번째 소원을 빈 그 여자애는 어떻게 됐어요?”

 ‘너 아까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알았어요.”

 

 소희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저 두 번째 소원까지 빌었어요.”

 

 사실은 세 번째 소원까지 빌었다. 행복해지라고 했다. 지금은 죽도록 후회하고 있지만.

 

 한순간이나마 전 남자친구를 닮은 그 요정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마지막 소원으로 돌려보내달라고 하려고 생각하고 있지? 절대로 빌지 마. 아무것도 빌지 말고 전부 네 힘으로 이뤄야 해.’

 

 시우는 그 여자애가 어떻게 됐는지 설명해주지 않았다. 소희도 묻지 않았다.

 

 소원을 빌어주는 수호 천사 따위는 세상에 없는 거다. 그 요정도, 시우도, 그리고 여기에서 은인이라며 값싼 말을 하는 이들도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된다.

 

 둘다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

 

 밤이나 되었을까, 창밖이 어두워지고 슬슬 소희가 침상에 누우려던 찰나에 문이 벌컥 열렸다.

 

 차를 가져온 것은 아까까지 수발을 들어주던 시비가 아닌, 어제 중정에서 만났던 남자였다. 소희의 손을 멋대로 주물러 보고 죄가 없다고 선언했던 이다.

 

 -하지만 이 사람도 내 편은 아니야.

 

 말이 많지 않던 남자가 방안에 불쑥 들어선 것에 시우가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저 남자가 미쳤구만! 규방에 시비도 없이 들어온 걸 보면 네 체면이나 평판을 고려해줄 생각이 조금도 없어! 넌 지금 화를 내야 돼!’

 

 소희는 똑바로 남자의 눈을 바라보며 이불을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말을 꺼냈다.

 

 “아까는 감사했습니다.”

 

 남자는 화를 내거나 당황하지 않는 소희의 반응에 오히려 신기해 하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현의문의 일제자인 감운한이라 합니다.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지금 이러는 게 더 백 배는 실례라니까! 그리고 너도 지금 내가 화를 내라고 했는데 그 반응은 뭐야!’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한 번 더 들려오니 성가셨다. 지금은 눈앞의 남자에게 집중해야 한다. 소희는 말을 이었다.

 

 “저는 내일 길을 떠나려 합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네가 지금 무례를 저지르는 것을 알지만 내가 참고 있다, 는 티를 내야 한다. 일부러 눈을 깜빡이지 않고 똑바로 남자를 올려다보며 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여기서 눈에 보이게 화를 낸다면 오히려 더 쉬운 사람으로 보일 뿐이다. 그녀는 항상 절제력과 인내심을 길러 왔다. 지금 여기서 성내는 것이 더 우습게 보이리라고 그녀는 스스로 판단했다. 소희는 자신의 판단을 믿었다.

 

 “유감스럽지만 그렇게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눈웃음을 치며 다가온 남자는 아까와는 다른 사람 같았다. 부러 다정한 티를 내는 것이 오히려 불쾌했다. 차를 따라주며 남자가 꺼낸 말은 소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저희 막내는 혼인할 때가 지났으나 아직까지 인연이 없어,”

 

 당황한 소희가 말을 끊었다.

 

 “막내라 하심은…?”

 “감운결, 아까 보신 소년입니다. 남아가 정이 많고 호탕하여 제 사람을 아끼니 아씨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이자식들이 지금 누구한테 그런 놈팽이를 들이밀어? 도씨 가문은 세가의 방계로 이런 시골구석 문파하고는 비교할만한 것이 못 돼! 이들은 너를 그냥 너를 이용하려고 하는 거라고!’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과하객 17-06-27 13:55
 
이야기가 재미있게 흐르네요. 다음 회가 기다려집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미루하 17-07-27 02:27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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