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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운명을 삼키다
작가 : 우경
작품등록일 : 2017.6.23

어느날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깨어난 아키아.
세상엔 그가 모르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드림월드(1)
작성일 : 17-06-24 18:16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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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곤의 체액을 뒤집어썼던 아키아는 새하얀 방에서 깨어났다. 3제곱미터 정도의 크기를 가진 방은 문이 존재하지 않는 밀실이었다.

 갑작스러운 공간의 변화로 어리둥절한 아키아는 현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하스론이 오늘 새벽 낚시 간다고 일찍 일어나라고 했었는데! 아니, 그건 어제였던가? 아닌데? 이 기억은 더 옛날인데? 어제 뭐 했지? 카르곤 체액을 뒤집어 썼······. 그건 조금 전이고. 어? 근데 몸이?”

 아키아는 카르곤의 체액에 뒤집어썼는데도 불구하고 부상 없이 가벼운 신체에 놀랐다. 팔다리를 조금씩 움직이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던 아키아는 그제야 이상한 방에 갇혀 있음을 깨달았다.

 밀실의 벽은 독특했다. 유난이 하얀 벽은 실존하는 사물이 아니라, 환상에 의해 보이는 경계 같았다.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인식이 쉽지 않아 허공을 연상시켰다.

 아키아가 두 팔을 뻗어 벽을 짚으려고 했다. 벽은 다가온 길이만큼 멀어졌다. 아키아는 다시 두 손을 뻗었다. 밀실은 방 크기의 두 배로 커져 6제곱미터가 되었다. 벽 너머가 궁금한 아키아는 다시 벽을 향해 다가갔다.

 그 순간 벽이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아키아의 걸음으로는 쫓을 수 없을 속도로.

 밀실은 밀실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졌다.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커진 방은 크기 면에서 하나의 세상을 옮겨놓은 듯싶었다. 하늘을 보니 천장이 보이지 않는다.

 아키아는 방이 세상 같다고 생각했다. 인식과 동시에 방은 변화했다. 땅에서 풀이 자라나고, 나무가 하늘을 향해 솟는다. 지평선 너머에서 물이 고여, 아키아의 발밑까지 오는 호수를 이뤘다. 하얀색 일색이었던 하늘이 푸른색으로 바뀌고, 구름이 생겨났다. 동쪽 방향에서 태양도 떠올랐다.

 이 모든 변화를 바라보던 아키아의 뒤편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신기하군. 아니, 웃기다고 해야 하나? 뭐, 이러는 것도 재미있긴 하겠지.”

 시니컬하게 웃던 남자는 이내 세상만사 귀찮은 표정으로 뒤편에 생겨난 소파에 걸터앉았다. 축 늘어진 남자는 손짓을 하며 말을 이었다.

 “거기 있는 통나무를 베어봐.”

 말이 끝난 순간 아키아의 앞에는 통나무 하나가 홀연히 나타났다. 손에는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칼 한 자루가 잡혔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귀찮지만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는 널 위해 한 번만 설명해 주지.”

 잠시 말을 멈춘 남자는 아키아를 바라봤다.

 “지금 넌 드림 월드에 들어온 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꿈이라고. 현실의 몸은 죽어가고 있는 중이지. 죽어가던 몸을 살리기 위해선 문을 통과해야 해. 그런데 지금 네 수준을 보건대 문을 통과하고 나면 뒈져버릴 거 같단 말이지. 문 너머도 드림 월드가 맞지만, 여기와는 상당히 다른 곳이어서.”

 숨을 한번 고른 남자는 이어서 말했다.

 “밖에 있는 그녀석이 네 몸을 살릴 수도 있지만, 확률에 의지하고 싶어?”

 “문? 드림월드?”

 “설명하기 귀찮아. 문 너머에 있는 녀석들한테 물어보라고.”

 누워서 말하던 남자는 잠시 고개를 들어 아키아의 눈을 응시했다.

 “현재의 내 평온을 깨지 말고 문 너머로 나가기 위해 준비나 하라고.”

 아키아는 할 말을 목구멍까지 머금다가 이내 돌아섰다. 그리고 통나무를 향해 칼질을 시작했다. 남자의 눈을 통해 보인 나른함이 그가 가장 원했던 상태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이걸 왜 느끼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창 칼질을 하던 아키아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남자를 향해 물었다.

 “근데 난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하지?”

 “아이카라고 불러.”

 처음엔 칼질이 통나무 표면을 흠집만 냈다. 하지만 칼질이 계속될수록 통나무를 깊숙이 베었다. 매번 원상복구 되던 통나무는 칼질의 위력과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동강났다.

 다음 훈련으로 아이카는 지평선 너머에서 날아오는 돌멩이를 피하게 시켰다. 돌멩이는 연습으로 보기 어려운 속력으로 날아왔다. 돌멩이를 맞는 순간 신체의 일부분이 부서지는 게 당연해 보일 정도였다.

 아키아는 돌멩이를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반사 신경이 부족한 아키아는 모든 돌멩이를 피할 수 없었다.

 돌맹이 하나가 아키아의 신체를 때린다. 아키아를 맞춘 돌멩이는 충격을 온몸으로 퍼뜨렸다. 그나마 부하(負荷)를 온몸으로 받아 아키아는 계속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아키아는 정신이 아득해지며 의식의 끈을 붙잡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돌멩이에 적응하여 한 번도 안 맞고 피할 때쯤, 아키아는 돌멩이에 맞아도 충분히 견딜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맞는 충격에 견딜 수 있게 된 것은 단순히 정신력이 강해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돌멩이에 맞을 때마다 신체가 한결 강해진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면 통나무를 벨 때도 이와 같았다. 내려칠 때마다 몸이 알아서 칼의 길을 수정하는 느낌이었다.

 처음과 달리 돌멩이를 피하면서 생각할 여유가 생기자, 아이카는 박수를 두 번 쳤다. 박수 소리와 함께 날아들던 돌멩이가 자취를 감췄다.

 아키아의 정면에 문을 만든 아이카는 말했다.

 “이 정도면 기본은 된 것 같네. 이제 문으로 나가.”

 허공에서 20cm 가량 떠있는 문은 푸른빛을 띠며 소용돌이 문양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옆에서 보면 2차원 물건이 3차원에 튀어나온 것 같았다. 뒤에서 보면 그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문 안쪽으로 길고긴 통로가 보인다. 지옥으로 통하는 통로마냥 검은 소용돌이가 치는.

 아키아로서는 문이 제대로 된 통로인지 의심스러웠다.

 “이 문을 통해서 나가면 정말 현실로 갈 수 있어?”

 소파에 누워서 빈둥대던 아이카는 가라고 손짓만 반복했다.

 문 너머의 통로로 들어간 아키아는 문이 닫힐 때까지 아이카를 바라봤다. 그는 건성으로 손을 계속해서 흔들었다.

 저 인간을 믿는 게 옳은 선택일까? 지금까지 문밖으로 내쫓기 위한 거짓말이 아닐까?

 불길해 보이는 소용돌이를 보면 당연히 떠오르는 생각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키아는 발을 내딛었다. 신뢰감 때문이었다. 날 배신하지 못할 거라는 신뢰감. 이유도 모를 신뢰감.

 닫힌 문은 흐릿해지고 두터운 돌벽으로 바뀌었다.

 아키아는 고개 돌려 소용돌이 통로를 걸어갔다. 액체 같기도 하고 기체 같기도 한 소용돌이는 발을 단단히 받쳤다.

  그래서 통로가 끝날 때까지 발이 빠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통로 끝은 검붉은 벽돌로 막혀 있었다. 글자가 새겨진 벽돌이었다.

 

 [아스라]-포화

 [베노스]-포화

 [겐나라]-부족

 [후쥬]-부족

 [엘포트리트]-포화

 

 “뭘 하라는 거지?”

 이곳저곳을 더듬던 아키아의 손이 [겐나라]를 누르자, 벽이 좌우로 갈라지며 황량한 도시가 보였다. 사람이 코빼기도 비추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도시는 황사바람만이 가득했다.

 도시로 나온 아키아의 시야에 외벽만 남은 집의 일부분으로 돌아가는 입구가 보였다. 검은 소용돌이가 있어야 할 부분은 집의 잔해로 가득했고, 그 뒤는 폐허가 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다 무너져가는 도시에서 얼마나 걸었을까. 반파된 탑이 어렴풋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탑은 조금 더 정확히 형체를 들어냈다. 고깔 모양의 탑 상층 부분은 무언가에 맞아 부서졌는지 없었고, 입구 상단에 퀘스트 길드라고 적힌간판은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간판을 지탱하는 사슬 중 하나가 끊겨서 나는 소리였다.

 탑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와 아키아를 힐끔 보고 지나갔다.

 “블로리스를 15마리 잡아야 한다니.”

 “파티사냥을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한숨 쉬는 소리가 아키아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아키아가 들어온 탑은 세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 공간은 정면에 보이는 접수대, 두 번째 공간은 좌측에 보이는 바(bar), 세 번째 공간은 우측에 보이는 개인 룸이었다.

 접수대 앞에서 멍하니 서있자 바의 의자에 앉아있던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곳이 처음이지?”

 양 볼에 난 곰보자국과 귀밑에서 턱까지 난 상흔이 인상적인 남자는 반쯤 썩은 이빨들을 내보이며 웃었다. 썩은 이중에서 유난히 하얗게 빛나는 뻐드렁니가 돋보였다.

 “어떻게 알았어요?”

 “접수대 앞에서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걸 보면 뻔하지. 십 중 팔구 초보자거든.”

 남자가 말할 때마다 입에서 풍겨오는 역겨운 냄새에 아키아는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남자는 아키아가 자신의 입 냄새 때문에 뒤로 물러난 걸 눈치 챈 모양이었다.

 “내 입 냄새가 좀 독하지? 이건 나도 어쩔 수 없더라고. 우리 통성명을 하지. 내 이름은 샤크리트라고 하네. 자네 이름은 뭔가?”

 “저는 아키아라고 합니다.”

 “아키아. 좋은 이름 같군. 나는 자네의 튜토리얼을 돕는 도우미이네.”

 “도우미?”

 “차근차근 설명해 주겠네. 일단 바에서 한잔 하겠나?”

 샤크리트는 아키아를 바로 데려가서 흑맥주 두 잔을 시켰다.

 “이 곳의 좋은 점은 현실에서 맛보기 힘든 포트라임 흑맥주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점이지.”

 검은 빛깔의 맥주는 끈적이는 기포가 터질 때마다 사람이 마시면 안 되는 종류의 독극물처럼 보였다.

 “드림 월드의 역사를 편찬한, 참 인생 힘들게 사는 놈들의 책에 의하면, 대략 100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도우미가 필요하지는 않았다고 하지. 당시에는 음성으로 인식되는 화면창이 보였다고 하는데, 사실 그 시대 사람이 아니고서야 알 턱이 있나.”

 흑맥주를 한 모금 머금은 샤크리트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지. 그런 편한 방식은 이제 작동이 안 되니까. 그래서 도우미가 생긴 거야. 이 세계는······. 새로운 피를 필요로 하거든.”

 “새로운 피라니요?”

 “자네 방금 나간 사람들의 말을 들었나?”

 “네? 네. 듣긴 했습니다만.”

 “이곳에서는 일정 기간 안에 드림 월드에 사는 몬스터들을 잡아야 하지. 어떤 놈이 몬스터와 헌터의 수를 조사했는데, 재밌는 결과가 나왔지. 헌터들이 줄어들수록 한사람에게 배당되는 몬스터의 수가 많아진다고 하더구만.”

 “예?”

 “이해가 안 되나? 걱정 말게. 다시 설명해 주지. 한해에 강제적으로 잡아야하는 몬스터의 수는 정해져 있어. 그런데 헌터가 부족하면 어떻게 되겠나? 당연히 잡아야 하는 몬스터의 수가 늘어나겠지?”

 “몬스터를 안 잡으면 안 되는 건가요?”

 “일차적으로 낙인을 보면······. 아, 일단 낙인을 접수대에서 받고 와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합세.”

  샤크리트는 아키아를 접수대로 보냈다. 접수대에는 사람이 없고, 푸른빛을 띠는 반투명한 구체가 허공을 유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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