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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시스템
작가 : system
작품등록일 : 2017.6.21

어느미래. 부족한 자원과 많은 인구로 어려움을 겪던 인류는 생존을 위해 가장 효율성이 높은 삶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전산망의 지시와 관리에 따라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인간에게 감정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었고 언어마저도 불필요한 것으로 잊혀집니다.
하지만 시스템 역시 완전한 존재는 아니어서 일부 선택된 인간으로부터 간혹 발생하는 에러를 수정받아야 하며, 이러한 작업을 하는 인간은 시스템에 의해 선택된 유전자의 조합을 통해 태어나 기계어를 배우고 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시스템이 선택한 인간중에 사회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제멋대로인 인간이 나타나고 이 인간은 현재 사회질서에 의심을 품고 저항합니다. 그리고 왜 시스템이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없어져버린 감정과 사고를 가진 자신을 만들어 냈는지 고민합니다.

 
문을 열다
작성일 : 17-06-24 08:43     조회 : 284     추천 : 4     분량 : 5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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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상 시스템 앞에 앉으니 조금 떨린다. 그 동안 시스템이 시키는 일 이외에는 해 본적이 없었고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에러를 없애는 일이었다. 하지만 조금의 망설임은 첫 명령어를 입력하는 순간 사라졌다. 오랜 시간 시스템과 둘이 이곳에 갇혀있던 내게는 무엇 때문인지도 모를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훨씬 컸다.

  내가 처음 이곳에 올 때 지상으로부터 셀 수 없이 수많은 계단을 내려왔다. 두어 시간을 걸어 내려와서야 이 곳 시스템이 있는 곳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밖으로 나가는 명령어는 아주 간단했다. 이 방의 문을 열고 계단 끝에 있는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면 그만이었다.

 명령어를 입력하자 에러 메시지가 떴지만 문도 함께 열렸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명령어를 입력할 때처럼 열린 문을 향해 발걸음을 떼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나는 이내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한번 켰다.

 ‘나가보자. 나가서 밖에 뭐가 있나 한번 봐야지.’

  길고 긴 계단을 오르고 나니 밖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있었다. 혹시나 문이 안 열려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시스템은 내가 입력한 명령들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시스템을 들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군.’

  이 곳의 문이야 열었지만 밖으로 나가면 시스템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시스템에 명령어를 다시 입력하기 위해 이 계단을 다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밖을 돌아보며 휴대용 명령어 입력장치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장치를 내가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여기저기 널려있는 다른 장치를 약간 손봐서 쓰면 될 것도 같았다.

  문을 열고 나온 바깥세상이라고 해봐야 건물 안의 또 다른 방과 복도들 뿐이었다. 인간들이 하는 작업에 따라 방을 나누고 가능한 그 방들을 한 곳에 모아놓으면 환기를 하거나 온도를 조절하기에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힘들게 밖으로 나와서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복도와 수많은 방들로 연결되는 문들 뿐이었다.

  내가 다른 방에 들어가려면 시스템이 방의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나의 일상을 생각해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용변을 보고 식사를 한 후에 일을 시작한다. 일을 시작하면 보통 저녁시간까지 계속 하였다. 한 시간의 작업마다 있는 10분의 휴식시간엔 자리에 앉은 채 쉬었고 휴식 후에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8시간의 업무가 끝나면 2시간 운동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마도 다른 모든 사람들도 하는 일만 다를 뿐 동일한 일과를 가졌을 것이다.

  내가 시스템이 있는 방에서 나온 것이 오후2시쯤이었고 계단을 오르는데 두어 시간이 걸렸으니까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사람들이 일과를 마치고 운동을 하러 가야 한다.

  그러고 조금을 더 기다리고 있으니 방의 문이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엉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지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열린 문으로 사람들이 줄줄이 나왔다. 똑 같은 키에 똑 같은 옷을 입은, 얼굴은 다르지만 같은 표정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걸음걸이로 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나도 사람들의 대열에 슬쩍 끼어 들었다.

  사람들이 도착한 곳에는 운동을 위한 꽤 넓은 공간이 있었고 수많은 방에서 나온 사람들은 한 줄로 트랙 위를 달리거나 한쪽 다른 공간에서 팔 굽혀 펴기와 같은 근력 운동을 하였다. 공간의 크기가 큰 것 외에는 내가 있던 곳과 다르지 않았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모두 똑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두 종류로 나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키는 모두 같지만 한 종류는 나와 비슷하게 근육이 탄탄해 보였는데 다른 한 종류는 상대적으로 탄탄한 근육보다는 부드러운 몸을 가졌고 작지만 불룩하게 가슴이 튀어 나와있었다.

 ‘이게 뭘까?’

 나는 운동하는 사람들 옆에 다가가 불룩한 가슴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운동하던 사람은 나의 행동에 잠깐 나를 쳐다보았지만 내가 손을 떼자 다시 운동을 계속하였다. 엉덩이처럼 부드럽고 말랑한 느낌인데, 왜 가슴에 저런 것이 있는 것인지. 나와는 다른 이 신기한 사람을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 데려가서 더 관찰하여 보고 싶었다.

  운동장의 하늘에는 작은 드론들이 떠다니며 운동장과 운동하는 사람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드론이 수집한 정보는 시스템에 보내지고 시스템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저 드론을 조금 손보면 휴대용 명령 입력장치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두 시간의 운동이 마무리되자 사람들은 다시 줄지어 어디론가 걸어간다. 이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것이다. 집이라고 해봐야 내가 있었던 인큐베이터들이 늘어선 공간일 뿐일테지만.

  나는 사람들을 따라 나와서는 시스템이 있는 나의 집으로 향했다. 그 사람들을 따라가봐야 나를 위한 침실이 있을 리도 없고 무엇보다도 오늘 하루 동안 내가 만들어 놓은 에러 메시지를 처리하는 것이 걱정 되기도 했다.

  집에 도착하니 침대에 눕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다른 운전원 같으면 모니터를 빽빽이 채우고 있는 에러 메시지를 가만 놔둘 수 없었겠지만 나는 침대로 곧장 가서는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일어나 시스템 앞에 앉았다. 시스템은 이제 드디어 내가 에러 메시지를 처리해 줄 거라고 기대했겠지만 나는 시스템에 다른 명령어를 입력하였다. 그것은 조건부 명령이었다. 에러 메시지를 처리하는 조건으로 천년 전 과거의 데이터에 대한 열람을 요청하였다.

  이런 명령은 시스템에게는 처음 접해 보는 것이었고 운전원인 내가 과거의 데이터를 보는 쓰잘데기 없는 일을 하는 것과 에러 메시지를 처리하지 않고 놔두는 것의 손해를 비교하며 고민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잠깐 후에 에러 메시지 하나가 사라지며 그렇게나 꽁꽁 싸매어 놓았던 자료들 중 하나를 풀어 보여주었다.

  그것은 작고 조잡한 영상이었다. 여러 사람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 식탁에는 내가 먹는 단조로운 프로틴바가 아닌 다채로운 음식들이 있었다. 따끈한 음식에선 김이 피어 오르고 기름기 흐르는 고기와 물이 아닌 음료수들이 있고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사람들은 제각각 웃고 떠들었다. 아마도 서로 말을 주고 받는 것 같았다. 개개의 사람이 이름을 가지고 그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이 반응하고 말을 했다.

  식사를 하는 사람들 주변으로는 작은 드론이 움직이며 사람들의 음식이나 음료가 부족하면 주방에서 가져다 주었다.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거나 정해진 패턴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드론 자체가 시스템처럼 그때 그때의 상황을 판단하고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천년이 넘게 지난 지금의 드론들이 시스템의 명령에 따라서만 움직이는데 비하면 훨씬 효율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드론 옆에는 사람이 아닌 동물이 있었다. 식탁에 앉은 사람들은 이따금씩 그 동물의 이름을 부르면 그 동물은 반가운 표정으로 사람에게 달려와 음식을 얻어 먹었다.

  영상은 여기까지였다. 또 다른 영상을 더 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우선 밀린 에러 메시지를 처리하기로 하였다. 한번에 너무 많은 자료를 보는 것도 나에게는 피곤한 일이었다.

  나도 운전원의 습성이 있기는 한 것인지, 에러 메시지를 하나씩 처리하고 나면 밀린 청소를 한 것처럼 개운함이 느껴졌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깨끗이 에러 메시지를 치우고 나면 또 다른 에러 메시지를 만들고 싶어한다는 점일 것이다.

  어제 내가 하려고 생각했던 것이 두 개 있었다. 첫째는 운동장의 드론을 가져와서 휴대용 명령 입력기를 만드는 것이고 두번째는 나랑 다른 신체를 가진 인간을 이곳으로 데려 오는 것이었다.

  드론을 이 곳으로 불러오는 것은 간단했다. 시스템에 드론을 지정하고 이곳으로 장소를 이동시키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을 이 곳으로 데려오는 것은 여러가지를 고민 해봐야 했다. 침실이야 할아버지가 쓰던 것이 있지만 이 사람이 그동안 해왔던 행동방식과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할 지에 대해서는 걱정이 되었다.

 ‘우선 쉬운 것부터 하자.’

  드론을 불러오는 것도 문을 여는 것처럼 간단했다. 명령어를 입력하자 드론은 내가 두어 시간을 걸려 힘들게 오르내렸던 계단을 10여분 만에 지나 내가 있는 곳까지 와서는 내 앞에 내려 앉았다.

  이제 드론을 손 볼 차례다. 드론의 센서를 통해 내 명령을 입력하고 다시 시스템 명령 입력창을 드론과 연결해주는 간단한 작업이었다. 그리고 들고 다닐 수 있게 비행장치와 같이 불필요한 부품을 떼어내어 무게를 줄여 한 손에 들 수 있을 만한 크기로 만들었다. 모양이 그럴듯하지는 않았지만 다시 기나긴 계단을 올라 바깥 세상에 나가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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