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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스텟은 내가 만든다!
작가 : strongya
작품등록일 : 2017.6.1

게임회사에 재직 중인 밑바닥 프로그래머 한울은 절망적인 현실에 좌절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순간. 악마와 만난다.
악마가 내미는 계약, 게임과 현실을 오고 가며 펼쳐지는 게임 판타지.

 
9화
작성일 : 17-06-24 00:03     조회 : 312     추천 : 1     분량 : 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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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낡은 문이 지금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쿵쿵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현실이었다면 문이 박살나면 어쩌나 노심초사 했겠지만 게임에서는 hp게이지가 표시되어 아직은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빈 창고 안에는 밖으로 난 창문조차 없어, 뻥 뚫린 천장에서 햇빛이 성의 없이 내리쬐고 있을 뿐이었다.

 저기로 탈출은 안 되겠지.

 대대로 게임에서 지형지물의 z축으로 이동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유저들은 왜 이런 간단한 동작이 안 되냐고 따지고 들지만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겹쳐서 어쩔 수 없는 사항이기도 하다.

 그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가만, 지금이라면 어떻게 가능하지 않을까?

 어차피 게임 상에서 만들어진 시스템 상의 제약은 대부분 무마할 수 있는 지금 상태라면...

 내가 이렇게 별 의미도 없는 딴 생각으로 현실도피를 하고 있는 것은 안치소에서 도망쳐 나온 후로도 여을의 무표정이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화가 난 건가?

 ...뭐 그럴 만도 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써버린 불기둥은 우리 주위에 몰려 있던 슬라임들을 쓸어버리기에는 충분했지만 그 불길이 보스인 서녀상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거기에 불기둥에 녹아내린 슬라임들이 드랍한 코어가 더욱 슬라임을 끌어 모아 안치소 안은 지옥이 되고 말았다.

 간신히 도망쳐 나와 근처 창고로 몸을 피신, 그대로 안에 갇힌 상태에서 지금에 이른다.

 돌연 여을이 고개를 들었다.

 그 눈에 깃드는 서늘함에 나는 평소처럼 날아올 독설에 대비했다.

 그러나.

 “미안해요.”

 날아든 것은 사과였다.

 “제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평소의 여을에게서는 상상할 수 없는 태도였다.

 애초에 내가 잘못한 거 아니었나?

 “처음 하는 데 못하는 게 당연하죠. 이건 오히려 제가...”

 여을의 시선을 내리 깔았다.

 “평소에는 늘 혼자서만 왔었거든요. 둘이서 온 건 처음이라 슬라임이 이렇게 불어났을 줄은 몰랐어요.”

 이런 인던은 입장 인원이 늘어나면 난이도도 같이 오르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있다. 여을이 안치소에서 당황했던 건 그걸 미처 계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좌우지간 나는 던전을 꼭 클리어 해야만 하는 입장이기에 여을을 달달 볶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평소의 집념어린 모습을 떠올려 보면 이런 상황에서도 뭔가 방법을 찾아 낼 터...

 “포기하죠.”

 “...뭐?”

 내 당황한 목소리에 여을이 도리어 의아해했다.

 “그냥 죽고 다시 하는 게 빠르겠어요.”

 여을에 의하면 인던 안에서는 케릭터가 사망하면 진행상황이 리셋되고 던전 입구로 돌아간다고 한다. 안치소 안은 좀 전에 드랍한 코어들 때문에 슬라임이 입구부터 바글바글한 상황, 현재 가진 코어도 부족하고 마법도 다 써버렸으니 그냥 곱게 죽고 다시 시작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아니 마법을 다 썼다고?

 “예에... 그게...”

 답지 않게 말끝을 흐리는 여을.

 브소에서 마법은 정해진 횟수만큼 쓸 수 있는 스택 형식이다. 레벨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 여을이 불기둥처럼 위력적인 마법을 여러 방 쓸 수 없는 건 당연하지만 다른 마법이 아예 없다는 건 의아한 이야기였다.

 “그... 몰빵 했거든요. 불기둥에.”

 모든 스킬 포인트를 불기둥에 쏟아부었다는 설명에 나는 의식이 아득해졌다.

 그러고 보니 가장 먼저 그걸 의심했어야 했다.

 애초에 나랑 별로 레벨 차이도 나 보이지 않는 케릭터가, 불기둥 같은 고위 마법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던 것이다.

 “대체 왜 그런 짓을...?”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서 스킬을 습득하는 브소의 시스템 상 저레벨 케릭터가 고레벨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개뿔이 자유도라고 넣어놓은 모양이지만 그런 식으로 비효율적으로 키워봐야 진행만 힘들어지므로 보통은 자기 레벨에 필요한 자잘한 마법들부터 배워가기 마련인 것이다.

 “깨, 깨기만 하면 되잖아요...!”

 얼굴을 붉히며 따지는 여을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신선하다.

 덧붙여서 그렇게 스킬 포인트를 몰빵한 이유는 이랬다.

 “...그게 멋있어서.”

 뭔가 필살기 같은 이미지인건가...

 철두철미하고 효율을 중시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가 아닐 수 없다.

 하긴 저게 주케도 아니고 마법 없이 지팡이로 시원하게 몹들을 때려잡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굳이 참견할 거리도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 그냥 죽으면 된다니까요?”

 여을이 답답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말 못할 사정이 있다. 여을에게 있어서는 그냥 게임 속에서 케릭터가 한 번 죽는 것이지만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된 ‘꿈’ 속에 있는 나는 여기에서의 죽음이 현실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그걸 곧이곧대로 설명할 수도 없으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클리어는 못 하는 거야?”

 “...뭐 절대로 라고는 못하겠지만 시간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코어가 몇 개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전 안의 무장한 슬라임들은 코어를 드랍하지 않기 때문에 신전 밖에서 모아 와야 하는데, 복도에도 슬라임들이 가득 찬 상황이기 때문에 빠져 나가는 것도 녹록치 않아 보였다.

 초심자의 관점으로 봐도 여을의 말대로 얌전히 죽는 것이 효율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코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인던 보스보다 몇 단계는 강력한 필드 보스인 비르고를 한 방에 해치우는 위력이라면, 이런 초반 던전 따윈 문제 될 것도 없을 것이다.

 다만 눈앞에 여을을 두고 사용하는 건 자살행위겠지. 여을도 딱히 코드를 사용할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굳이 이런 초반 인던에서 그것도 개발자 동료가 지켜보는 앞에서 쓸 이유가 없을 것이다.

 내가 복잡한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을은 태평한 감상을 입에 담았다.

 “그런데 의외네요.”

 “뭐가?”

 그 표정은 게임 속에서라서 일까, 평소 보지 못한 감정의 편린이 느껴진다.

 “그냥 포기하자고 할 줄 알았거든요.”

 평소의 나라면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았겠지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으니 적당히 둘러댔다.

 “그래도 이건 게임이잖아?”

 “?”

 의아해하는 표정이 낯설다.

 평소의 여을은 이렇게까지 표정이 다채롭지 않다.

 오늘 쭉 같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다른 무엇보다 얘라고 감정 없는 로봇 같은 인간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여을의 모습이 명확한 현실이라고 선을 긋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서리가 날리는 평소의 무표정을 마주하는 것 보다는 말을 꺼내기가 수월했다.

 “뭐 현실이었다면 그냥 포기했겠지만...”

 나를 벌레 보듯 하는 여을도 알고 있듯이 현실의 나는 포기에 관해서는 도가 텄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성취라는 단어와는 담을 쌓고 살아왔다.

 그건 다름 아닌 내가 겁쟁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패가 두렵기에, 성공보다 변화 없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선택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이건 게임이니까, 실패해도 괜찮잖아? 아 물론 실패해도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시간 낭비를 하자는 것도 아닌데...”

 생각이 잘 정리되질 않는다.

 사실 나는 꽤 필사적이었다.

 만약 실패한다면 '꿈'에서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시, 시도는 해볼 수 있잖아!?”

 언젠가 트라이 앤드 에러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실패하는 시도라도 그것을 계속해서 쌓다 보면 그 과정 자체가 밑거름이 되어 성공을 이룬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개발자의 미덕처럼 쓰이던 말이 언제부턴가는 또 몹쓸 사고방식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적어도 내 관점에서는 실패를 반복하며 한 발작 씩 나아가는 과정이 그리 나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일찌감치 포기해버린 삶의 자세에 대한 동경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 과정이 게임의 재미라고... 생각하는데... 무, 물론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더듬더듬 내 억지에 어울려 달라고 설명을 하는 내 모습을 여을이 멍하니 바라본다.

 평소처럼 어떤 독설이 날아들까 움츠리고 있자니 날 바라보는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왔다. 어째서인지 그 눈빛에서는 평소의 표독스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의외네요.”

 여을은 어지간히 의외였던 모양인지 같은 말을 반복했다.

 미처 거기에 반응하지 못한 것은 나도 여을과 비슷한 정도의 충격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이지, 꿈인지 생시인지... 아마 꿈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아니 ‘꿈’ 속이긴 했구나. 좌우지간 이건 '꿈'이 지

  좋을대로 그려내는, 내 욕망이 만들어낸 허상이 틀림없었다.

 “그래요, 해보죠.”

 여을이 나를 보고 흐릿하게나마 미소 짓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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