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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보통이 아닌 연애
작가 : 꿀크리스마스
작품등록일 : 2017.6.16

준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그것도 6살이나 어린, 갓 대학을 졸업한, 아주 예쁜, 우리 회사 신입사원과.

개자식, 3년 간 사랑이 이거야?

소임은 이를 바득 갈았다.
이별을 고했던 건 소임이었지만,
헤어진 지 이제 한 달 남짓 지난 시기에 새로운 애인을 사귀는 건
임준답지 않았으니까.

“오해하고 있잖아. 어떻게 나를 그렇게 몰라.”
왠지 모를 슬픈 눈으로 자꾸만 소임의 주위를 맴도는 준과

“저한테 고백한 거 아니예요? 나는 우리가 오늘부터 1일인 줄 알았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들이대는 카페 알바생 진기까지.

소임과 준, 그리고 진기가 그려내는
보통인 듯 보통이 아닌 연애 이야기.

 
8 보통이 아닌 연하 (5)
작성일 : 17-06-24 00:00     조회 : 340     추천 : 0     분량 : 7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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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보통이 아닌 연하 (5)

 

 

  사실 준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원래 같았다면 오늘은 토요일, 그러니까 토요일에도 회사를 나가야 하는, 주말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요 며칠 소임의 새로운 남자 문제로 일에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 했었고, 덩달아 업무의 진행이 늦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준이라도 주말 출근은, 더군다나 이번 주 만큼은 어떻게든 하고 싶지 않았다. 금요일, 남아있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밀렸던 업무를 대충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번 더 검토해야할 몇몇 자료들만 가지고 퇴근을 했다.

  - 임준, 오늘 저녁 약속 알지?

  그래서 토요일 아침, 동은에게서 이런 문자를 받았을 때, 준은 퍽 당황스러웠다. 이번 주말은 머리라도 식힐 겸 혼자 볕 좋은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검토해야 할 자료들을 설렁설렁 들춰보고 집에 와서 쉴 생각뿐이었기 때문이다.

  - 나 일이 많아서 주말 내내 출근해야 해.

  - 불쌍한 자식.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봐.

  그렇게 둘러댄 후, 느즈막이 외출하여 도착한 카페였다. 근데, 그런 곳에 왜 이유희씨가. 그런 이유희씨가 왜 소임의 이야기를. 어떡하다 이유희씨와 밥까지. 상황은 이렇게 된 것이었다.

  “아무래도 대낮에 맥주는 좀, 그렇죠? 식사 전이면 밥 먹으로 가죠.”

  어찌어찌 유희를 따라 카페를 나서기는 했지만, 봄의 강한 햇볕을 맞고 보니 아무래도 술은 좀 그랬다. 원래부터 술을 먹지 않는 준이었지만,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유희와는, 술은 영 아니었다. 유희는 준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짓다가 곧 얼굴을 바꾸고 대답했다.

  “그럼, 간단하게 식사하러 가요. 제가 임대리님 시간 방해한 거니까, 제가 살게요.”

  그럴 필요 없다며 준은 강력하게 거절했지만, 유희 역시 강경했다. 길가에서 더 실랑이를 벌일 수는 없어서 일단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무엇을 먹을지 몰라 준과 유희는 거리를 배회하며, 식당 간판을 훑는 중이었다.

  평소에는 굳이 주위를 샅샅이 둘러보며 거리를 이동하는 건 아니니까 몰랐었다. 하지만 이렇게 관찰을 하면서 걷다보니 준은 잠시 잊고 있던 사실들을 하나씩 깨닫는 중이었다. 익숙한 거리에는 소임과 함께했던 추억이 가득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죄다 소임과 한 번씩은 들어가 봤던 식당이거나, 카페거나, 펍이거나, 했다.

  그런데 왜 지금 내 곁엔 소임이 아닌 이 사람이 있는 거지, 그런 생각에 준은 조금 씁쓸해졌다. 서글퍼지는 마음을 억누르며, 소임과 갔던 식당으로는 절대, 유희와 들어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유희의 곁에서 소임을 그리워하던 준은 꿈인 듯, 하지만 현실로 그리운 그 사람을 만났다. 소임이었다.

  “어? 차대리님?”

  유희는 반갑게 웃으면서 소임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마치 바라던 일이 벌어졌다는 듯 유희의 웃음은 사사로운 면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유희의 등장에 소임은 당황스러웠다. 그런 소임의 곁에 있는 진기의 존재에 준 역시 크게 당황했다.

  “차대리님이 여기 어쩐 일이세요?”

  “저야, 여기가 집 근처니까…… 그러는 유희씨야 말로 어쩐 일이에요?”

  그랬다. 준은 집 근처의 카페에 갔던 것이고, 유희는 준의 집 근처까지 준을 찾아 따라왔던 것이다. 한 마디로 여기는 준의 집 근처라는 뜻이었고, 그 말인 즉슨 소임의 집 근처라는 뜻과 같았다.

  “저는 일이 있어서 근처에 왔다가 우연히 임대리님을 만났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던 중이었어요.”

  “여기는 다 주택가인데,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지……”

  반갑지 않은 유희의 등장이 의심스러웠던 소임은 작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다행히 유희는 못들은 듯 했다. 어색한 만남에 잠시 침묵이 돌았다. 유희는 진기를 빤히 바라보다 소임을 쳐다보다 했다. 누군지 입으로 직접 소개 좀 시켜달라는 뉘앙스였다. 머뭇거리던 소임은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오른 듯 놀라며 말했다.

  “아, 여기는 주진기씨. 그럼, 이만……”

  “식사하러 가시던 중이었으면, 같이 가시겠어요?”

  대충 인사를 마무리 짓고 가려던 소임을 유희가 붙잡으며 대뜸 말했다.

  “아니요!”

  “아니요!”

  소임과 준은 동시에 놀라며 동시에 소리쳤다. 서로의 눈을 피하면서 옆에 있던 유희와 진기만 쳐다보면 소임과 준은 그제서야 서로의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뭐? 아니요? 왜? 같이 밥 먹기 싫어? 라는 무음의 소리가 소임과 준, 두 사람의 마음속에 동시에 울려 퍼졌다.

  “그럴까요?”

  그 와중에 진기가, 유희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소임과 준은 더 이상 거절 할 방법이 없었다.

 

 

 *

 

 

  한가로운 주말에, 따사로운 오후의 햇빛. 그런 햇빛을 맞으며 여유롭게 늦잠을 자고 있던 소임은 잠결에도 완벽한 주말이라는 생각에 뿌듯한 웃음이 지어졌다. 시간이 이대로 멈추기를 바라면서 더욱 깊은 잠에 빠져들려던 소임은 시끄러운 벨소리에 부릅, 눈을 떴다.

  “에이씨, 누구야.”

  소임은 심한 욕을 삼키며 꿀 같은 주말을 방해하는 전화벨의 수신자를 확인했다.

  “헉, 씨바.”

  욕은 결국 입 밖으로 터져나오고야 말았다. 핸드폰 액정에 [주진기] 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진기와 핸드폰 번호를 주고받거나, 진기를 핸드폰에 저장시킨 기억이 없는 소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게 언제 저장되어 있었던 거지, 싶었다.

  “아!”

  지난 밤, 헤어지기 직전 진기는 자신의 핸드폰이 배터리가 다 돼서 꺼졌다고, 소임의 핸드폰을 잠시 빌렸었다. 아마도 그때 번호를 저장시켜놓은 듯 했다. 약간 소름이 끼쳤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벨소리가 끊겼다. 소임은 그냥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그때, 띠링, 다시 알람 소리가 들렸다.

  [받을 때까지 전화 할 거예요.]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소임은 악! 소리를 내며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손에서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다시 집어 들어 액정을 확인했다. 받을 때까지 전화하겠지, 라는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자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받기로 했다.

  “여보세요.”

  - 잘 잤어요? 지금 정도면 충분히 잔 것 같은데.

  소임은 코웃음을 쳤다. 시간을 확인하니 이제 막 정오가 지난 시간이었다. 모름지기 주말이라 하면 해가 중천에 떴다가, 지기 직전에 일어나서 하루를 다 말아먹었다면서 후회하는 것이 진정한 주말이 아니겠는가. 어물쩡거리며 대답을 하지 않는 소임을 기다리던 진기는 먼저 말을 꺼냈다.

  - 지금까지 자느라고 힘들었을텐데, 나와요. 우리, 밥 먹으러 가요.

  “네? 아, 아니예요. 배 안 고파요.”

  - 잠도 밥은 먹으면서 자야 되는 거예요. 집 앞이니까 나와요.

  “네?!”

  소임은 침대에서 스프링 튕기듯 튀어나가 창밖을 내다봤다. 정말로 진기의 차가 서있었다. 아니, 이건 뭐 스토킹도 아니고 집 한 번 알려줬다고 바로 이렇게 대뜸 찾아오다니,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어제 새벽, 심야 영화가 끝나고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했을 때 거절했어야 했다. 이렇게 불쑥 불쑥 찾아오라고 집을 가르쳐준 건 아니었다, 이 말이다.

  “조금 불쾌하네요. 약속 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잠을 깨우더니 마음대로 나오라고 하는 거요.”

  -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미안한데, 이해 좀 해주면 안 돼요?

  침대를 벗어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목을 축이던 소임은 사례에 걸리고 말았다. 보고, 컥, 보고 싶, 뭐? 아니, 과연 진기와 소임이 그런 낯 뜨거운 대화를 나눌 사이란 말인가.

  - 한 시간이면 준비하죠? 기다릴게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꼭 기분이 나쁠 만한 일은 아닌 것도 같았다.

  “차대리님, 여기요.”

  “아, 고마워요, 유희씨.”

  그렇게 해서 집 밖에 나오기는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소임이었다. 진기와 간단하게 밥이나 먹으면서 나한테 왜 이러냐,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특히 집 앞에 이렇게 불쑥 불쑥 찾아오지 마라 등 이것저것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려던 계획이었다. 근데 왜 자신의 앞에 준과 유희가 있느냐, 이 말이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짠해요, 우리!”

  ‘인연은 개뿔이 인연.’

  소임은 꼬일대로 꼬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한껏 들떠 보이는 유희였다. 극구 만류를 하는데도 기어코 생맥주를 한 잔씩 시키더니 건배 제의를 했다. 어색함이 감도는 분위기를 유희의 낭랑한 목소리가 흩트리고 있었다.

  잔을 들고 재촉하듯 눈을 마주치는 유희를 거부할 수 없어 소임이 잔을 들었고, 그런 소임을 따라 진기가, 마지막으로 눈총을 받던 준까지 잔을 들어 부딪혔다.

  “짠!”

  맥주 한 모금을 마신 후, 다들 각자의 메뉴를 천천히 시식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조잘조잘, 유희는 계속 떠들어 댔다. 일단 서로 간에 큰 접점이 없으니 회사 이야기로 시작해 김부장 욕, 사회와 정치 이슈, 대학교 시절 이야기까지 끌어 모아 떠들어 댔다. 소임과 준은 직장 동료로써의 사명으로 적당히 반응해 주었고, 진기는 나름 재미있는지 유희의 말에 자신의 말을 덧붙이기까지 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소임은 그런 유희가 조금 껄끄러웠다. 뭐랄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의식하는 느낌이랄까. 살짝살짝 준을 터치하면서 이야기할 때는 더욱 그런 느낌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소개를 못 받았네요.”

  유희는 그렇게 말하며 소임을 빤히 쳐다봤다. 소임은 눈빛으로 뭐? 라고 물었고 유희는 눈짓으로 네 옆에 남자, 하고 말했다.

  “아아, 저희 회사 근처에 헐리앗 카페에서 일하시는 분이예요. 이름은 주진기씨.”

  “그래서 낯익었구나! 어쩐지 얼굴이 낯익다, 했어요. 종종 거기 카페 가는데.”

  진기는 그래요? 맞장구를 치면서 웃었다. 물론 유희가 낯익은 건 아니었다. 유희 역시 진기는 초면이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둘은, 뭔가 모를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 중인 듯 했다.

  “두 분이서, 애인 사이 인거죠? 어제 밤에 회사 앞에서도 봤는데.”

  그렇게 진기에게로 화제를 돌려버린 유희는 이 말을 하기 위해 지금껏 아무 말 대잔치를 하던 중이라는 듯, 목소리에 잔뜩 악센트를 주며 물었다. 그러면서도 식당 안에 들어와 지금껏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준을 쳐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네? 아아아, 아니예요. 유희씨.”

  소임은 강력히 손짓을 하며 부정의 의사를 표했고, 진기는 아무런 대답 없이 씨익, 웃고만 있었다. 그런 상반되는 소임과 진기의 반응을 보며 유희는 웃었고, 준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에이. 진기씨 표정이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진기씨, 왜 그래요. 아니라고 말 해야죠.”

  그렇게 말하면서 소임은 진기의 팔을 손으로 살짝 쳤는데, 그런 소임의 손에 진기와 준의 시선이 쏠렸다. 물론 두 사람의 눈빛의 온도는 아주 극명했다.

  “하하. 소임씨가 아니라고 말하라는데요?”

  진기는 장난인 듯 진심인 듯 그렇게 말하고 말 뿐이었다. 그리고 소임은 진기에게 왜 그러냐고 말하면서도 준의 눈치를 살폈다. 준의 표정을 알 듯 말 듯 알 수 없었다.

  “그러게요. 말 좀 해 봐요. 두 사람, 무슨 사이예요?”

  식당에 들어온 내내 말문을 열지 않았던 준이 드디어 입을 떼었다. 분명하게 진기를 쳐다보면서 질문을 했고, 진기 역시 그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다. 당당하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뭐, 보이시는 대로.”

  긴장감이 팽배해지는 시간이었다. 소임은 준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런 짧은 침묵 속에서 감출 수 없는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은 유희뿐이었다.

 

 

 *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겨울이 끝나는 느낌은 아닌 날씨였다. 해가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눈 깜짝할 사이에 어두워지고는 했다. 식당에 그렇게 오래 있었던 것 같지도 않았는데, 문 밖을 나오니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조금씩 어둠이 가라앉으려는 중이었다.

  그런 도시의 풍경 속에 소임과 진기가 있었다. 식당을 나와서는 소임과 진기, 준과 유희가 짝을 이루어 헤어졌다.

  “많이 피곤한가 봐요.”

  “괜찮아요.”

  “계속 말이 없길래.”

  “당신한테 화가 났거든요.”

  식당을 나온 뒤,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소임의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진기가 먼저 입을 떼었고, 소임은 화가 났다고 대답했다. 그 말에 진기는 소임의 얼굴을 살폈는데, 화가 났다는 사람의 얼굴 치고는 퍽 슬퍼 보이는 표정이었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릴 것 같은.

  “슬퍼 보이는데요?”

  “화났다고 했잖아요.”

  “울 것 같은데.”

  “……흑, 아니라고, 흐윽, 화난 거라고, 흡, 했잖아요!”

  그리고 소임은 정말 진기의 말대로 울어버리고 말았다. 주저앉아 엉엉, 하지는 않았지만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서서 진기 쪽은 쳐다보지도 못하는 채로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이. 세상의 모든 상처를 끌어안은 듯이. 소임은 그렇게 서서 울고 있었다. 그리고 진기는 그런 소임을 그저 바라만 볼 수가 없었다. 소임이 너무나 위태로워 보였다. 그래서, 천천히 다가가 소임을 조심스럽게 안았다.

  위로가 필요했던 소임이었지만, 진기에게 받을 위로는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준이 달려와서 안아주기를,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전부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따뜻하게 안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진기를 거부하며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고, 진기는 과격하지 않은 행동으로 소임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처음과는 달리 어떤 위로든 필요해진 소임은 더 이상 진기를 밀쳐낼 수 없었다.

  “내가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진정해요.”

  소임의 등을 토닥이며 진기가 속삭였다. 그 다정한 말투에, 다정한 몸짓에, 소임은 모든 걸 털어 놓아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진기에게 상처만 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소임은 슬쩍 진기를 밀쳤고, 그렇게 밀쳐진 진기는 소임을 빤히 바라보았다. 소임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내가 미안해요. 오늘 만났던 그 남자, 임준은 그때 내가 거짓말을 했던 아침에, 카페에서 봤던 그 사람이에요. 직장 동료이자, 3년간을 사랑했던 연인이자, 지금은 헤어진 남자죠. 그리고, 아직도 제 마음을 아프게 하는 남자고요.”

  “옆에 있던 여자는, 직장 동료일 뿐인 거고요?”

  진기의 날카로운 질문에 소임은 다시 한 번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말해야 했다.

  “……아니요. 직장 동료이자, 지금은 그 남자의 새로운 애인이죠.”

  그렇게 말한 뒤 소임은 그 말을 자신의 입으로 말해야만 하는 현실에 고독히도 슬퍼졌다. 다시 흐느껴 울었고, 진기는 그런 소임을 다시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카페 알바생과 고객으로 만났을 때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관계가 된 지금, 그리고 모든 진실을 고한 이 순간까지도 변함없이 다정한 진기에게, 소임은 조금 더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놔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니, 나한테 이러지 말아요. 나는 아직 그를 잊지 못했고, 아파하는 중이거든요. 그때 거짓말 했던 것도…… 미안해요. 진기씨, 당신을 그냥 이용했던 것뿐이었어요.”

  “그럼 계속 이용하세요.”

  진기의 품에 안겨 모든 것을 털어 놓던 소임은, 뜻을 알 수 없는 말에 당황해 진기를 밀쳐낸 후 그의 눈을 바라봤다.

  “그건…… 그럴 수 없어요. 왜요? 당신이 왜 나한테 그렇게까지……”

  “소임씨. 당신을 좋아하니까요.”

  “……”

  “그러니 당신의 상처에 날, 이용하세요.”

  진기의 눈은, 덤덤하고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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