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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운명을 삼키다
작가 : 우경
작품등록일 : 2017.6.23

어느날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깨어난 아키아.
세상엔 그가 모르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아키아, 말락, 제제(2)
작성일 : 17-06-23 18:59     조회 : 316     추천 : 0     분량 : 4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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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솔길을 따라 한 명의 소녀와 장신의 남자가 길을 걸어갔다. 토끼 발 모양의 인형을 꾹꾹 누르던 소녀는 중얼거렸다.

 “난 이제 제더프가 싫어. 처음엔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제가프는 너무 멍청해.”

 옆에서 소녀의 중얼거림을 들은 제라프가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너 너무 대놓고 말하는 거 아냐? 그리고 내 이름은 제라프야. 제더프나 제가프가 아니라.”

 “알아. 제제프. 너에 대해 내 친구 토끼 발과 이야기 중이니까 이야기 끝날 때까지 내게 말 걸지 마.”

 “네. 네. 받들어 모십죠.”

 “말 걸지 말라니까. 제나프.”

 소녀, 제제는 다시 토끼 발을 향해 중얼거리며 길을 따라 걸었다.

 “제제. 토끼발과의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움직여야 할 것 같아. 목적지에 다 왔어.”

 그들의 시야로 오솔길 끝에 걸쳐진 웅장한 저택이 들어왔다. 둥근 지붕의 모양과 새하얀 벽으로 이루어진 저택을 중심으로, 주위 산들이 허리를 뚝 자른 것처럼 깎아지른 벼랑이 보였다. 벼랑 밑 300m가 살짝 넘는 공간은 모두 대리석으로 깔려 있었다.

 벼랑 끝에 선 제제와 제라프는 벼랑을 따라 이어진 오솔길을 걸어갔다. 땅에서 수평을 이루며 걷는 제제 일행이었지만,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저택을 향해 걷는 그들의 모습이 저택을 지키던 두 경계병의 시야에 들어올 법한데 경계병들은 미동조차 없었다. 제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면 제제 일행이 안 보이는 듯하다. 제제와 제라프는 오솔길을 따라 경계병 사이를 지나쳤다.

 저택의 문은 굳게 닫쳐있었지만, 제제 일행은 문을 유령처럼 통과하여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안은 새하얀 대리석 위에 난 오솔길이 눈에 띄었다. 오솔길은 갈색 가죽으로 둘러싸인 문이 있는 방 안쪽에서 끝났다.

 오솔길의 끝에서 2m 정도 떨어진 자리, 방의 중앙에는 탁자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다. 탁자 위에는 회색 빛깔의 몸체로 된 붉은 버튼이 무지개 빛깔의 광채를 뿜어내었다.

 “망했네. 망했어. 에너지가 모자라서 오솔길이 애매하게 끝났어. 우린 이제 정체를 들킬 수밖에 없어. 그 이후 결과는 뻔하지. 우린 죽을 거야.”

 제제가 토끼발에게 말을 걸었다. 그때마다 오솔길이 흔들리며 줄어들었다. 얼른 뒤로 물러선 제라프는 제제를 진정시켰다.

 “제제. 우린 죽지 않을 거야. 우선 네가 오솔길 마법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 아무도 우릴 찾을 수 없어. 저 버튼을 가져오는 건 내가 할게. 내가 실패하더라도 넌 아무도 찾을 수 없으니 안전하게 되돌아갈 수 있을 거야. 만약 내가 저 버튼을 가지고 다시 오솔길 안으로 되돌아올 경우엔 우린 함께 되돌아갈 수 있어.”

 제라프의 말을 듣으며 제제가 안정을 되찾아, 오솔길이 버튼에서 2m거리로 돌아왔다.

 “그 계획 괜찮네. 제메프. 그럼 빨리 갔다와.”

 제라프는 오솔길 너머로 걸음을 옮겨 버튼을 집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을 향해 말했다.

 “제제. 이제 오솔길 문을 열어줘.”

 “제데프. 에너지가 없어서 너처럼 큰 문은 못 열어. 너가 알아서 들어와야 해.”

 제제의 말은 제라프에게 닿지 못했다. 제라프의 귀에 들린 소리는 그를 감지한 경계병들이 뛰어오는 소리뿐이었다.

  초조해진 제라프는 임무라도 마치기 위하여 버튼을 제제가 있을 만한 위치에 던졌다. 버튼은 곡선을 그리다가 허공에서 사라졌다.

  튼을 받은 제제는 버튼을 통해서 채워지는 에너지를 느꼈다. 어느새 제제의 신체에 가득 찬 에너지를 활용하여, 제라프가 있는 곳까지의 공간을 오솔길로 덮어 씌웠다. 동시에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계병이 보였다.

 “제제. 죽는 줄 알았어.”

 “하. 정말 제네프는 멍청해. 내가 에너지가 없다고 말했잖아. 네가 알아서 오솔길로 들어와야지.”

 “내가 원기 마법은 못 쓰는 거 알잖아?”

 “핑계대지 마. 나한테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건 못된 버릇이야.”

 제제와 제라프는 아웅다웅하며 오솔길을 따라 저택에서 벗어났다.

 제제 일행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 저택 3층에 난 창문에서 한 명의 남자가 제제 일행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에 낀 단안경을 베스트에 달린 주머니에 넣고 뒤돌아선 남자가 말했다.

 “경계병들에게 안 보이는 척하느라 수고했다고 전해.”

 남자의 말에 답변하듯 투명한 공간이 잠시간 일렁였다.

 

 ***

 

 말락은 숲을 헤맸다. 말락이 가려고 했던 장소는 전사들의 무덤. 아버지 제마톤이 묻혀 있는 곳.

 사실 말락도 전사들의 무덤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 있는지 몰랐다. 다만 전사들의 무덤은 영원한 어둠의 안식처이자 전사의 보호를 받는 장소라는 풍문에 의거하여 찾아가는 중이었다.

 여섯 번을 허탕치고 일곱 번째로 점찍어둔 장소를 찾아가던 중 말락은 땅 밑으로 꺼진 구덩이를 발견했다. 수풀로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을 구덩이는 어지럽게 파헤쳐 져 있어서 금방 눈에 띄었다.

 구덩이는 사선으로 뚫려있어 걸어서 들어갈 수 있었다. 무저갱 같은 구덩이 안쪽에서 보이는 건 어둠뿐이었다. 말락은 직감적으로 이 구덩이가 전사들의 무덤입구라고 생각했다. 짐 꾸러미에서 횃불을 만든 말락은 구덩이를 따라 내려갔다.

 무덤은 이리저리 움직이던 쥐 떼들과 무장을 한 채로 해골이 되어버린 전사들로 가득했다. 산처럼 쌓여있는 해골전사들과 까마득한 높이가 인상적이었다. 무덤의 규모는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어 보였다.

 무덤의 규모에 놀랐지만 말락은 아버지의 유품을 찾아 차근차근 해골들을 뒤졌다. 그러던 중 머리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살기?’

 생각과 동시에 말락은 오른쪽으로 몸을 굴렸다. 예리하게 공기가 갈리는 소음이 뒤편에서 들린다. 기습이 먹히지 않자 해골전사는 천천히 간격을 줄이며 말락을 쫓았다.

 아직 풍화되지 않은 해골전사들이 곳곳에서 일어서서 칼을 잡는다. 몇몇 해골전사들은 풍화되어버린 몸뚱이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처럼 쌓여 있던 해골전사들은 그 수가 천 단위를 넘어갔다.

 설상가상으로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말락이 들어온 입구가 무너져 내렸다.

 ‘함정!’

 말락은 자신을 자책했다. 무덤의 입구가 나 좀 보라고 파헤쳐 져 있었으면서도 의심하지 않다니!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벌인 일이 분명하다.

 생각은 다음에. 범인 색출은 살아나고서 생각해도 충분하다. 사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말락으로서는 범인이라고 추정되는 인원이 많아 색출해 내기도 난감했다.

 말락은 생각을 억누르고 칼을 뽑았다. 아버지 제마톤에게 전수받고 20년 동안 연마해 왔던 휘마렌이 자연스럽게 온몸으로 확장했다. 온몸에 가득 찬 휘마렌은 연이어 말락의 칼을 향해 들어간다. 휘마렌이 들어가자 칼에서 영롱한 빛이 일어났다.

 말락이 아버지의 유품을 찾을 결심을 하게 만들었던 것. 아버지가 소문과는 달리 광전사가 아니라는 증거. 휘마렌의 힘을 이기지 못한 칼의 표면에 곡선의 상흔이 나타났다.

 성큼 말락의 공격권 안에 들어온 해골전사가 일도를 내려쳤다. 말락은 공격을 흘리며 해골전사의 칼을 타고 베어 넘긴다. 쓰러지는 해골전사의 갈비뼈 사이로 칼이 찔러 들어왔다. 한걸음 물러나 간격을 되찾으며 칼을 피한다. 반원을 그리는 말락의 칼이 공격하던 해골전사의 목을 벤다. 말락의 양옆에서 두 해골전사가 짓쳐들어온다. 왼편 해골전사를 어깨로 들이받고 오른편 해골전사의 칼을 고개 숙여 피한다. 만곡도를 아래에서 위로 찔러 턱 아래에서 두개골을 관통한다. 연이어 몸을 휘돌며 뒤편에 있던 해골전사를 벴다.

 마법에 의해 일어난 해골전사들은 생전의 절기들을 펼치지 못했다. 마법에 의한 보조를 받아 움직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수에서 나오는 위력은 무시 못 하지만, 말락의 칼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롱한 빛은 해골전사들을 베어 넘기며 무력화 시켰다.

 시간의 흐름을 잊고 해골전사들을 베어 넘기던 말락은 어느새 모든 해골전사들이 쓰러져 있음을 깨달았다.

 “며칠 전 다행히 휘마렌이 칼을 타고 흐르는 경지에 올라서 해골전사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지, 아니었으면 내가 쓰러질 뻔했어.”

 말락은 제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제마톤의 유품을 찾아 해골전사들의 품을 뒤졌다.

 말락이 찾아 헤매던 제마톤의 유품, 제마톤의 칼. 그람세이버는 입구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그람세이버를 쥐고 있던 전사는 풍화될 대로 풍화되어 무덤의 마법에도 움직이지 않았었다.

 말락은 그람세이버를 든 전사를 노려보았다.

 ‘10년이라는 단 기간에 유골이 풍화되려면 무슨 일이 있어야 하는 거지? 혹시 아버지 제마톤의 유골이 아닌 거 아닐까? 아니라면 왜? 그람세이버는, 어렸을 적부터 봐왔던 그람세이버가 맞긴 한데······.’

 생각을 해봐도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골치 아픈 생각을 머리 한구석으로 치우고, 말락은 그람세이버를 살펴본다. 전사의 무덤까지 찾아온 이유. 휘마렌의 흔적을 찾아서.

 그람세이버는 마석의 재질에도 불구하고 희미한 돌개바람 같은 흔적이 보였다. 말락이 찾던 흔적이었다. 광전사가 될 수 없는 증표. 강제적으로 정신을 각성시키는 휘마렌의 표식.

 그람세이버를 등에 묶은 말락은 전사의 무덤을 빠져 나가기 위한 길을 찾아봤다. 무덤의 벽은 다 똑같아보였다. 무덤을 빈틈없이 수색해도, 구멍 하나 보이지 않았다.

 말락은 입구로 돌아가 입구를 막는 돌덩이를 치웠다. 하지만 그것도 윗돌이 지속적으로 무너지자 그만두었다.

 여태껏 말락이 익혀온 것은 머리를 쓰는 일이 아닌 몸을 쓰는 일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의 대처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말락은 입구 앞에 팔짱을 끼고 앉아,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말락의 신경이 두꺼운 것일까? 갇힌 와중에도 불구하고 생각에 몰두하려고 하다 보니 꾸벅꾸벅 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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