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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네 아버지를 죽인 건 내가 아니야.3
작성일 : 17-06-23 10:22     조회 : 482     추천 : 3     분량 : 4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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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사형! 왜 갑자기 그런 계집 편을 들어요!”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

 

 남자는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차분히 소년에게 대거리하는데 그 모습이 품위있고 위엄이 있었다. 이 사람은 직위가 높고 실력도 있는 사람이구나. 우리 실장님이 조금 더 듬직했으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팔을 파고들어오며 조이던 새끼줄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무엇으로 끊었는지 알 수 없었다. 칼 같은 걸 들고 있지 않았는데…?

 

 ‘네 안력이 단련되지 않아서 그래. 소매 속에 얇은 칼을 숨겨 가지고 있어.’

 “…!”

 

 “저도 아버지에겐 항상 졌는데! 저런 애한테 아버지가 당했을 리 없다는 건 저도 알아요!”

 “그런데 왜 이 여자아이가 살인자라고 하면서 끌고 왔지?”

 

 산뜻하고 가벼운 질문에 얼음 송곳처럼 날카로운 가시가 삐죽삐죽 돋아있었다. 그 질문을 듣는 대상이 아닌 소희가 오히려 소름이 끼쳐 오싹했다. 감각 없던 다리와 팔에 슬금슬금 둔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등이 부르르 떨렸다.

 

 “우리는 너의 말이기 때문에 믿었다.”

 

 옆에 서 있던 다른 어른이 거들었다. 짙은 눈썹을 한 그 남자는 놀랄정도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게 섬뜩한 말을 꺼냈다.

 

 “네가 직접 살인 현장이라도 본 줄 알았지. 하지만 어제 시체를 염할 때 알았다. 왜 터무니없는 누명을 씌웠지?”

 

 “터무니없기는!”

 

 답답하다는 듯 소년이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쿵쿵 때렸다. 피를 토하는 것처럼 소년이 외쳤다.

 

 “아버지 옆에서 혼자 흙을 파고 있었으니까요!”

 

 극적으로 양팔을 벌리며 하늘에 고하는 듯 소리치는 소년의 눈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늦게 오신 사형과 형님은 목격하지 못하셨지만 이 년이 그 끔찍한 형상 옆에서 도망가지도 않고 맨손으로 땅을 파고 있더란 말입니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서가 분명합니다.”

 

 이를 아득 바득 갈며 소희를 노려보는 그 눈에 담긴 것은 명백한 증오였다.

 

 “이 계집이 했을 리가 없더라도 그 극악하고 파렴치한 일을 저지른 놈과 아는 사이가 분명합니다.

 

 그 증오는 소희를 향한 것이 아니라 소희를 부리는 그 누군가, 악독한 짓을 저지른 자에 대한 것이었다. 자신을 향한 강렬한 감정에 몸이 굳은 소희는 그대로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소년을 응시했다.

 

 포승이 풀렸는데도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앉아 있는 소희에게 남자가 부드럽게 물었다.

 

 “어찌된 일인지 우리들에게 해명할 수 있는가, 도 아가씨?”

 

 눈앞에서 이루어지는 황망한 발고를 바라보던 소희는 이를 악물었다. 사랑과 전쟁 같은 오래된 텔레비전 프로그램 마냥 시청자 입장에서 지켜볼 때가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 나를 여기에 끌고온 게 아버지를 죽인 사람과 인연이 닿아 있어서 그런 거라고 오해했단 말이지? 어금니를 악문 소희가 무어라 말하려 하는데 소년이 먼저 외쳤다.

 

 ‘너, 너 말이야! 그렇게 독기어린 눈으로 보면 안 돼! 모든 것은 오해다, 나는 그냥 가녀린 처자다, 도와주세요, 하고 굽신거리란 말이야!’

 

 시우가 속삭이는 소리에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소희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 아, 아니 오라버니가, 그런 식으로 의문 모를 자에게 피살을, 당한 적이 있어… 오라버니의 시신을 수습해 준 자에게 크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습니다.”

 

 ‘최대한 솔직해져! 약한 모습을 보이라고!’

 

 울먹일 듯 소희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누구신지 모르지만 죽은 상태로 끔찍하게 벌레와 짐승의 먹이가 되신 걸 보니 마음이 안타까워 그만….”

 

 ‘잘 숙였어. 이곳의 여자들에겐 그게 미덕이야. 건방지게 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었던 건 네가 가르침을 못 받은 거야. 그러려면 네게 뛰어난 무술 실력이나 놀라울 정도의 재력이 있거나, 뭔가 있어야 해. 지금 너는 아무 것도 아니니까….’

 

 시우의 다정한 조언이 다정한 만큼 더 섬뜩하니 서늘했다.

 

 억울하고 화가 났다. 난 도와주려고 했는데, 손톱이 부러질 만큼 열심히 했는데. 늦게까지 남아서 잔업을 하며 할당량을 채웠는데 무능해서 늦게 간다고 회사 전기세 낭비한다고 한 소리 들었을 때 생각이 났다. 이미 몇 년이나 지난 입사 초기 때 일인데도 가끔 그날처럼 비가 내리면 문득 떠올라서 사람을 억울하게 했다.

 

 - 만일 내가 이 자리에서 살아나간다면 나는, 이 일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 지금 여기서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무기력한 여자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되갚아 주겠다.

 

 소희가 어떤 결심을 하고 있는지는 시우에게 들리지 않는 듯했다. 시우는 마저 말을 이었다.

 

 ‘지금 네가 택한 노선이 아주 좋아. 울먹이지만 할 말은 끝까지 해. 지금 다들 네게 귀를 기울이고 있어.’

 

 “산적들에게 도망가는 와중에 말인가?”

 

 멍청한 것, 하고 말하는 줄 알았다. 빈정거리듯 툭 내던지는 그 말은 짙은 눈썹을 한 남자가 한 것이었다.

 

 시우가 대답을 일러주었다.

 

 “사, 산적들은 오히려,”

 

 소희는 조심스럽게 눈을 들어 말을 건 이에게 대답했다.

 

 “사체가 있는 쪽으로 제가 갔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냄새만 맡아도 제가 그쪽을 피하리라는 사실은 명백했습니다. 하지만 아시는 대로 사천 도가는 특별한 의방입니다.”

 

 “소녀는 의방의 딸로 여러 차례 돌아가신 분을 뵌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참람된 상황에 처해 계시나 그대로 땅 위에 계신 것이 더 그분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 믿었습니다. 어리고 부덕한 소치에 그만 그것이 그분을 애타게 찾는 가족들에게 오히려 살인자에 대한 단서를 지워 주는 것인 줄 고려하지 못하였습니다.”

 

 절대로 말을 서두르지 않는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톤을 낮춘다. 높은 목소리로 빠르게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더 당황하고 어색한 티가 난다. 누구나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편안해하며 신뢰감을 느낀다고 했다. 진상 속에서 단련된 목소리를 지금 사용하지 않으면 언제 쓰겠는가.

 

 성급하지 않게 또박또박 말을 이어나가는 소희의 이야기를 모두가 빨려들어가듯이 경청하였다.

 

 “저는 제가 여기에 왜 끌려와 있는지, 어째서 묶여 있는지 알지 못하였습니다.”

 

 막 성을 내려던 소년을 첫 번째 남자가 제지했다.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 보지.”

 

 “저는 산 아래의 표국을 찾아가던 중입니다. 어머니가, 아버지가 잡혀 있는 귀중한 시간을 쪼개어 잠시 고인을 편하게 해드리려 했습니다. 지금 한시가 급합니다. 저를 보내 주세요. 이미 하룻밤이 지나 버렸습니다… 가족분이 곧 나타나시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을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

 

 짙은 눈썹을 한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멍청한 짓이지만 나쁜 일은 아니야.”

 “강에 빠진 남자가 물속에 잠긴 남의 짐을 구하려는 격이군. 아가씨는 참 너그러운 사람이야.”

 

 “사부를 도운 사람이니 은혜로 받아들여야 맞는데 우리가 어리석은 짓을 했군.”

 “현의문의 손님으로 머물러 주겠나?”

 

 그것은 제안이 아닌 명령이었다.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

 

 딱딱한 목침과 단단한 나무 침대, 그리고 얇은 홑이불.

 비단침구가 기다리는 궁전같은 방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건 소희가 살던 방보다도 못했다.

 

 늙은 시비가 가져다준 꺠끗한 옷으로 갈아입는데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몰라서 쩔쩔맸다. 속옷부터 생김새가 달랐다. 몸을 꽉 조여주는 보정 브래지어와 햄라인 팬티와 달리, 헐렁한 목면 속옷을 양쪽으로 매듭지어 묶고 그 위에 벙거지같은 치마와 겉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야 했다.

 

 시우가 실제로 어떻게 입는지 보여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능력은 없는 듯 했다.

 

 낑낑대며 옷을 무사히 갈아입고 나서야 시우가 물어왔다.

 

 ‘너 내 이름 기억하면서 왜 바로 또 내 이름 물어봤어?’

 “아니, 그것 때문에 나한테 대답 안 해주고 있었던 거에요?”

 

 낡은 목제 탁자와 의자, 침대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썰렁한 방이었다. 심지어 자개 서랍장 같은 것도 없었다. 시우는 다시 입을 다물었고 소희는 달래듯 다시 말을 걸었다.

 

 “이 방엔 아무것도 없네요.”

 ‘그래도 네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나타났잖아!’

 “…그건 고마워요.”

 

 시우가 없었다면 이미 저기서 목이 달아났을지도 모른다.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인사하자 잠깐 시우는 말이 없었다.

 

 ‘이 방은 손님 방이야. 손님 방 중에서도 제일 하급일 거야. 은인으로 대우한다면서 이딴 방에 처넣은 걸 보면 둘중 하나지.’

 “둘 중 하나…?”

 ‘이 방이 정말로 고급 방일 정도로 여기 형편이 좋지 않거나, 아니면 말로만 은인이라고 하고 정말로 네가 이 방의 수준이 어떤지 알아보는 거지. 시험하는 거야.’

 “….”

 ‘사천의 도가는 당가에서 오래 전에 갈라져나온 의방이야. 산 사람이 아니라 죽은 사람을 다루지. 시체를 검사하고 죽은 원인을 파악하고 죽은 사람 주변의 사람들을 달래고 위로하는 일을 해.’

 “…CSI 같은 거요?”

 ‘검시관이랑 심리부검을 합쳐 놓은 거에 가까운데…사실 이 시대에 별로 쓸모는 없어. 가끔 당가의 의뢰를 받거나 하면서 어떻게 먹고 살고 있는데….’

 “언니는 어떻게 그런걸 다 알아요?”

 ‘나는 너보다 한참 전에 끌려왔으니까.’

 

 담담한 목소리는 이미 예전에 초월한 것처럼 가볍게 말했다.

 

 ‘내 소원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라는 거였어.’

 “….”

 ‘매일 환자들하고 이야기하면서 진짜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궁금했거든.’

 “그건… 그럴 수 있죠. 저도 손님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 뇌에 뭐가 들어 있기는 한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아주 머리를 열어 보고 싶다니까요.”

 

 소희가 서툴게 위로하려는 걸 눈치챘는지 시우가 픽 웃었다.

 

 ‘하지만 어느 세상인지 지정하지 않았지…그랬더니 이쪽 세계로 보내버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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