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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핑크택시 (Pink Taxi)
작가 : 정유진
작품등록일 : 2017.6.10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는 될 수가 없어 모든걸 포기 하고 산다하는 N포세대가 넘처흐르는 이 시대.
물론 필자도 그와 다를 봐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계속마다 이어지는 계약직의 2년의 수례바퀴. 얼굴로 밀려 나이로 밀려, 일로는 밀릴지 않을 자신이 있건만 그놈의 가방끈과 스펙이라는 쓰잘떼기 없는 것들이 인형뽑기 기계처럼 사회에서 나를 뽑아 내려 하고 있다. 아니 뽑혀져 버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대로 가만히 멈추어야 될것인가? 나의 미래도 사랑도 모든걸 포기하고 그냥 이대로 하기싫은일이라도 억지로 하고 있어야 하는걸까.
아니면. 우연이 찾아오는 인연과 기회로 나는 다시 한번 도전을 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 대한민국의 여성 31세의 최혜선이란 여성이 있다.
갑작스러운 해고통보를 받은 날, 우연인듯 악연인듯 그녀에게 새로운 직장이 다가왔다.

 
6화
작성일 : 17-06-23 10:16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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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 깜짝이야."

 

 차를 크게 돌며 택시에 가려져 있는 혜선에게로 향하던 진탁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 쳤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 마스카라가 번저 팬더가된 얼굴. 시선을 어디다 두고 있는지 모르는 두 눈.

 다행인지 불행인건지 확실히 아까보단 망가져보이긴 얼굴색은 훨씬 나아 보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작게 혀를 찬 진탁은 혜선의 옆에 쭈구려 앉았다. 그리곤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건냈다.

 

 "마셔요."

 

 멍한 혜선의 시선이 진탁에게로 향했다.

 

 "뭐해요 안받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속으로 꽤 당황해하고 있었다.

 진탁은 원래 눈을 잘 피하는 성격이 아니였다. 사람 눈을 잘 피하지 않고 오히려 더 뚫어지게 쳐다봐 상대방이 당황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혜선의 두 눈은 꽤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마주치기 힘든 동공이 상하좌우로 정신없이 움직였다.

 

 그렇게 한참 동안 진탁을 관찰아닌 관찰을 하던 혜선이 입을 열었다.

 

 "아저씨가 아니라 언니였네.."

 

 진탁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터져나왔다.

 

 "네. 언니입니다."

 "혹시.."

 "네. 감기걸렸어요."

 "아, 그렇구나.."

 

 신경질적으로 병뚜껑을 열머 진탁은 한숨을 내 쉬었다.

 

 "이게 도대체 오늘 몇번쨰인지."

 "네?"

 "됐고, 이거나 마셔요."

 

 물병을 다시 건내자 이번에는 받아 들었다.

 꽤 목이 탔는지 벌컥벌컥 마시는 혜선을 확인한 진탁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별하나 보이지 않는 까만 하늘이었다.

 

 "뭘 이렇게 많이마셨어요. 내일 출근 안해요?"

 "안해요.."

 "아 크리스마스지."

 

 주말없이 사는 인생이라 날짜 관념이 없었다.

 손에 들고 있던 또 다른 물병의 뚜껑을 열며 진탁이 입술을 삐쭉이곤 고개를 끄덕였다.

 

 "남친 없어? 데이트 해야죠."

 "출근 안해요.."

 

 입안가득 시원한 물을 넣곤 진탁이 인상을 찌푸리며 혜선을 쳐다보았다.

 

 "누가 출근얘기해? 남친얘기하잖아. 애인. 애인없어?"

 

 아랫사람 타박하듯 슬그머니 말을 까며 타박을 하자 혜선의 입이 삐쭉거리더니만 무릎을 감싸안았다.

 

 "출근할 회사가.. 없어요."

 

 속이 타는듯 연거푸 생수를 들이키고 있는 진탁의 팔을 혜선이 붙잡았다.

 

 "언니. 언니는 회사 있어요?"

 "뭐.. 택시회사?"

 

 진탁의 대답에 혜선의 두 눈과 입이 동그랗게 만들어졌다.

 

 "여자도 택시 운전 할 수 있어요?"

 "..그럴껄?"

 

 틀린말은 아니였다. 요새는 버스고 택시고 여성기사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고 더군다나 진탁의 회사는 여성운전자들만 기용하는 회사였으니 말이다.

 

 "정직원이에요?"

 "회사다니면 정직원 아닌가?"

 

 진탁의 말에 혜선은 야유섞인 소리를 내더니만 손을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리곤 빙그레 웃으며 다시한번 진탁의 팔을 붙잡았다. 정확하게 붙잡았다긴 보단 기대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도 있었다. 승현의 팔뚝을 꽉 붙잡은 자신의 손 위로 혜선은 이마를 댔다.

 

 "에이. 아니죠."

 "그럼?"

 

 진탁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고 혜선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덕분에 진탁의 몸도 앞 뒤로 흔들렸다.

 타의로 움직이는 몸에 살짝 귀찮긴 했지만 그는 가만히 있었다.

 

 "계약직이 있잖아요."

 "아..."

 "저는.. 계약직이었어요. 아세요 계약직?"

 

 말끝을 올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져 나왔다.

 살짝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에 진탁은 역시라고 생각을 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회사 관련 질문에 이 아가씨가 무슨일이 있나보구나 짐작은 하고 있었다. 아까도 그러지 않았는가, 출근할 회사가 없다고.

 

 "4년을 일했는데.. 저보고 나가래요."

 

 회사에서 짤린 모양이었다.

 승현이 다녔던 회사가 아마 통신대기업이라 들었던 것 같았다. 동아리 멤버 모두가 모여서 축하 파티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었다.

 

 "흑.. 저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나가래요."

 "............"

 "저, 왠만한 대졸 사원보다 일 잘한다 생각했는데.. 나가래요."

 

 진탁은 물병에 조금 물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후회돼요. 왜 학교다닐때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지 못했을까. 나도 4년제갈껄. 갔으면 이런꼴 안 당했으려나?"

 

 혜선에게서 나는 술냄새 때문일까 입에서 소주맛이 나는 것 같았다.

 

 "일 못해서 짤린거면 말을 안해요."

 "............"

 "제 밑에 이제 막 25살짜리 여자애가 있거든요."

 

 아니 있었거든요. 나 이제 짤렸으니까.

 고개를 들곤 자신의 가슴을 치며 하소연을 하기 시작하는 혜선을 진탁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계약직이라는 단어는 뉴스에서 보았지 그에게는 그렇게 크게 와닿진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진탁은 택시회사의 대표로도 있었지만 서울에 괜찮다 하는 의대에 들어가 착실하게 공부를 하고 실습에 국가고시까지 패스를 해 지금은 한의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페이닥터이긴 했지만 말이다.

 진탁은 언제듯 자신의 병원을 개원할 수도 혹은 지금 일하는 병원을 그만 둘 수도 있고 아니면 아에 의사를 때려치고 택시회사를 운영하면 되는, 어찌보면 남들이 보기엔 갑이라는 입장이었다.

 

 "여자나이 25살에서 27살이 제일 이쁠나이인데... 그 애도 너무너무 이뻤어요."

 

 얼굴을 보아하니 눈화장이 다 지워진게 많이 운것 같은데 아직도 나올 눈물이 남아있는지 맑은 물줄기가 혜선의 두 볼을 타고 내려왔다.

 

 "사고 좀 치고 그래도 살살 웃고 그럴땐 여동생 같아서 용서해주고 다 내가 뒤집어 쓰고 그랬는데..."

 "그런데."

 

 맞장구를 쳐 주며 진탁은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을 꺼내 헤선의 두 볼을 닦아 주었다.

 

 "근데 걔가 정직원이 된데요. "

 "왜?"

 "나이가 많아서 밀린걸까?"

 "몇살인데?"

 "서른."

 "인간들이 보는 눈이 없네. 서른살 여자가 얼마나 눈부시고 노련미가 나타나는 나이인데."

 

 무심한듯 하지만 투툭 대답을 내 뱉으며 꼼꼼하게 눈물을 닦아 내는 진탁의 손길을 느끼며 혜선은 그를 지긋히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봐?"

 

 역시 눈물까지 닦아 주는건 오바였을까?

 보통 여자들은 이렇게 하지 않나?

 

 여자가 많은 곳에서 일하다 보니 진탁도 보고 들은것이 많았다. 회사의 모토인 언니처럼, 엄마처럼, 가족처럼 중에 언니처럼에 상응하기 위해 일부러 한 행동이었건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혜선의 모습에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언닌 몇살이에요?"

 "나?"

 "네."

 "비밀이야."

 

 진탁은 슬쩍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곤 새초롬하게 대꾸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12시 30분이 넘어가는 시각이었다. 다음 예약고객에게 가야하기 때문에 더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어서타. 집에가자."

 

 맘이 급해진듯 빠른걸음으로 운전석에 향하는 진탁을 눈으로 열심히 쫓던 혜선은 조용히 말했다.

 

 "나도 택시기사나 할까?"

 "택시기사나?"

 

 트렁크를 한바퀴 돌았을까?

 푸념섞인 혜선의 말에 진탁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려울꺄요?"

 "택시기사 우습게 보지 마라 너."

 

 그자리에서 팔짱을 끼고 짝다리를 짚으며 삐딱하게 혜선을 내려다보았다.

 

 딱 질색이었다.

 꼭 마치 편한직업인냥, 할거 없으면 택시기사나 할까, 노가다나 할까. 이렇게 알게 모르게 자신의 발 아래로 깔아뭉게는 듯한 그런 말이 진탁은 너무 싫었다.

 

 혜선을 내려다 보는 그의 눈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

 

 "뭐하고 살지."

 "알게뭐야."

 "저같은 여자애를 써줄곳이 있을까요? 전문대 졸업에.. 서른에 시집안간 여자애를."

 "서른이 어떄서. 나이 많지도 않구만. 여자가 꼭 결혼하라는 법 있어? 안해도 돼 그딴거."

 "스펙이 안되자나요.."

 "전문대? 그래 전문대 나오면 어쩔껀데. 서울대 나와도 환경미화원하겠다고 덤벼드는게 우리나라야."

 "부럽다. 서울대 나와서. 그럼 이렇게 안살았을 텐데."

 "아 짜증나네. 야."

 

 자기비하도 정도껏이었다. 한두번 들어야지 그것도 귀엽지 계속들으면 짜증이 나는 법이었다.

 듣다 못해 진탁이 한소리 해줘야겠다 싶어 팔짱을 풀고 뚜벅뚜벅 혜선의 앞으로 걸어갔다. 곱게 모여진 무릎위로 얼굴을 박고 있었다.

 

 "야."

 "........"

 "야!!"

 

 도로 가득 메아리가 칠 정도로 큰소리를 쳤지만 혜선은 대답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봐요."

 

 허리를 숙여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그때, 무언가를 알아 챘는지 진탁의 표정이 미묘하게 떨떠름하게 변해갔다.

 

 "자냐?"

 

 허, 헛웃음을 치며 숙였던 허리를 들어올렸다.

 목소리에 맥아리가 없다 했더니만, 설마설마 했더니만 정말로 혜선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진짜 자?"

 ".........."

 "어이가 없네."

 

 짜증이 나는 듯 뒷머리를 긁적여 보았다.

 벅벅 소리가 나게 긁어보았지만 가발에 가려져 겉도는 기분이 들뿐 전혀 개운한 기운이 들지 않았다.

 

 "그래 내가 술취한 여자 데리고 뭐하는거냐."

 

 힘없이 팔을 아래로 툭 하고 떨어 뜨리곤 다시금 자세를 낮추며 혜선의 팔뚝을 붙잡았다. 그리곤 그녀에게로 등을 돌리며 붙잡았던 팔을 자신의 목에 둘렀다.

 

 "으윽.."

 

 그 누가 여자는 솜털 같다고 했을까.

 그리고 왜 드라마에서는 남자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것일까.

 

 혜선을 차에 태우기 위해 등에 업곤 일어나려던 진탁의 입에선 소리없는 욕이 사정없이 쏟아져지고 있었다.

 앓는 소리를 내며 기어코 무릎을 펴보았다. 하지만 왜일까? 등 위에 무게감은 어마무시한테 뭔가 개운치 않는 기분이 들었다. 그 이유는 발걸음을 뗀지 얼마 안되어서 알 수 있었다.

 

 혜선의 발이 힘없이 땅에 닿아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아, 재수없어. 꼴에 또 키는 큰가보네."

 

 아무래도 보통의 남성보다 작은 진탁이 보통의 어성보다 조금 큰 혜선을 업기에는 신체적 차이점이 꽤 있는 듯 싶었다.

 으르렁거리듯 입술을 들어올리며 새하얀 이빨을 보이던 진탁은 무릎의 탄력을 이용해 혜선을 공중에 살짝 띄우며 자세를 잡아보았다.

 

 "우욱!!!"

 

 무릎 뒤를 잡아채자 혜선의 두 다리가 땅바닥에서 떨어져 있는게 자세를 잘 잡은 듯 싶었지만 그만큼 귓가에 들리는 리얼한 소리에 진탁은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낯추었다.

 

 "어!!왜!!왜!!"

 "쏠려..."

 

 아무래도 혜선을 들어 올리면서 진탁의 등에 부딪힌 혜선의 위가 건들여지며 또 다시 존재감을 나타내는듯 싶었다.

 

 "아..안돼!!"

 

 사색이 된 얼굴로 안됀다고 소리쳤지만 진탁은 알 수 있었다.

 

 "제..제발..."

 "우읍."

 

 그의 등줄기에 맞닿은 그녀의 배에서 무언가 꿀렁하고 움직였고 그 무언가가 점점 그의 목덜미에 위치한 그녀의 입을 향해 올라오고 있다는것을.

 

 "하..하지마!"

 

 그리고 그것을 알아챘을때 이미 늦었다는 것을 말이다.

 

 "우웨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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