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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핑크택시 (Pink Taxi)
작가 : 정유진
작품등록일 : 2017.6.10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는 될 수가 없어 모든걸 포기 하고 산다하는 N포세대가 넘처흐르는 이 시대.
물론 필자도 그와 다를 봐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계속마다 이어지는 계약직의 2년의 수례바퀴. 얼굴로 밀려 나이로 밀려, 일로는 밀릴지 않을 자신이 있건만 그놈의 가방끈과 스펙이라는 쓰잘떼기 없는 것들이 인형뽑기 기계처럼 사회에서 나를 뽑아 내려 하고 있다. 아니 뽑혀져 버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대로 가만히 멈추어야 될것인가? 나의 미래도 사랑도 모든걸 포기하고 그냥 이대로 하기싫은일이라도 억지로 하고 있어야 하는걸까.
아니면. 우연이 찾아오는 인연과 기회로 나는 다시 한번 도전을 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 대한민국의 여성 31세의 최혜선이란 여성이 있다.
갑작스러운 해고통보를 받은 날, 우연인듯 악연인듯 그녀에게 새로운 직장이 다가왔다.

 
4화
작성일 : 17-06-23 10:14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4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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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리님! 저 차가 맞나봐요."

 

 고개를 들자 저 멀리서 핑크택시를 발견했는지 길쭉한 남자가 진탁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여기에요! 보이시나요?"

 "네, 금방가겠습니다."

 

 그 뒤에는 멀끔하게 차려입은 여자 두명이 보였다.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는지 뚜뚜거리는 신호음에 진탁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핸드폰을 다시 조수석으로 던졌다.

 

 "젠장."

 

 놀란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잠시, 본능적으로 부럽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좋은날 괜찮은 여자 둘이나 데리고 술자리라니. 거기에 핑크택시를 부르는 매너좋은 에프터까지?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여장을 하고 운전대나 잡고 앉아 있으니 신경질이 났다.

 

 진탁은 뒤돌아 있는 남자의 뒷모습에 딸깍딸깍 정신없이 하이빔을 날렸다. 그 나름대로의 소심한 복수였다.

 미끄러지듯 그들을 향해 다가간 진탁은 창문을 내리며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길이 많이 막히죠?"

 

 살가운 듯한 남자의 말에 진탁은 다시금 혀를 찼다.

 짜증났다. 이런 매너좋은 놈. 분명 우리 여성기사님들이 들으면 기분 좋은 말일것이다. 하지만 이런날 여장을 하고 운전을 하고 있는 진탁에게는 놀리는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때,

 

 "진탁선배?"

 

 그 재수없는 남자가 창문으로 고개를 들이대며 진탁의 이름을 불렀다. 그 부름에 저절로 그의 얼굴이 남자에게로 향했고 시선을 마주 했다. 익숙한 얼굴이었고 잘 아는 얼굴이었다.

 

 진탁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대학 후배인 김승현이었다. 승현의 두 눈이 진탁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천천히 훑어 내렸다.

 

 "진탁선배 맞죠?"

 

 뚫어져라 쳐다보는 승현의 동공에 진탁의 모습이 비춰졌다.

 아까 백미러로 보았던 그 얼굴이었다. 항상 보았던 약간 긴 베이비펌의 새하얀 남자의 얼굴이 아닌 긴 생머리의 화려한 메이크업을 한 여자의 얼굴.

 진탁은 화들짝 놀라며 승현의 반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아닙니다."

 "맞는거 같은데.."

 

 열려있는 조수석 유리창으로 쓱 몸을 넣은 승현은 진탁의 어깨를 잡아 자신의 쪽으로 돌렸고 다시금 얼굴을 마주 보았다.

 

 "맞네. 진탁선배."

 "사람 잘못보셨습니다."

 "선배 지금 여기서 뭐하시는..."

 "누구시죠?"

 

 차 안 가득 어색한 기운이 가득했다.

 극구 부정을 하지만 그렇게 통하지는 않는듯 싶었다. 왜 하필이면 이런모습으로 마주치는지, 좀 있어보이는 모습으로 만났어야 했는데. 진탁의 표정이 어색한듯 씁쓸하게 변했다.

 

 그 떄, 두 남자의 어색한 분위기를 깨며 등뒤에서 까랑까랑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무슨일인데."

 "아는 사람이에요?"

 

 갑작스러운 혜은과 은혜의 등장에 승현은 적잖이 놀란듯 빠른 몸놀림으로 창문에서 몸을 빼곤 등으로 진탁을 가렸다.

 

 "아.. 저번에 제 여친 데려다 주신 기사님이세요."

 "그래?"

 

 승현의 어깨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며 확인하려는 듯한 여자의 모습이 보이자 진탁은 황급히 가발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근데 왜 가려?"

 "네? 제가 언제요?"

 

 

 

 "딱봐도 자세가 어색하잖아."

 "하하, 대리님 착각 아닐까요? 저 원래 이래요!"

 

 혜은의 눈이 날카롭게 변해갔다.

 수상했다. 너무 수상했다. 황급히 창문을 가리는 승현도 저기 등돌리고 있는 기사님까지.

 의심스러운 그녀의 눈이 승현에게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진탁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 내렸다.

 

 "듬직하시네. 기사님이."

 "하하. 아주 베테랑이세요."

 "꼭 어꺠가 남자 어꺠 같네."

 

 헉 하고 비명소리가 나올뻔했다. 등을 보이고 있던 진탁의 어깨가 잘게 떨려왔다.

 모르는건지, 아는건지. 예리한 여자의 눈에 진탁은 수명이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ㅊ..취미로 수영을 하신데요."

 "별걸 다 아네?"

 "하하..자주 이용하거든요."

 

 혜은은 가늘게 눈을 뜨며 승현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래?"

 

 혜은이 살짝 힘을 줘 밀자 승현이 잔뜩 힘을 주며 버텼다.

 

 "그럼요."

 

 혜은이 승현을 노려보았고 승현은 그런 혜은의 눈을 피했다.

 

 "어쭈."

 "하하. 왜그러세요 대리님."

 "수상해. 김승현?"

 

 등을 돌리고 있어 두 사람의 상황이 보이지 않았지만 진탁의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혹시 걸린것일까? 역시 남자가 여장을 하는건 무리인 것일까? 혹시 걸리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수만가지의 생각이 그의 머리속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때, 별안간 비명소리가 들려오며 고성이 들려왔다.

 

 "나 혼자 갈꺼야아!!"

 

 혜선이었다.

 잔뜩 취한 혜선이 택시를 잡겠다며 도로 한복판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고 은혜가 그걸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쟤 왜저러니 진짜."

 "어, 혜선씨 위험해요."

 

 혜은과 승현이 재빠르게 그들을 향해 달려갔고 빠르게 멀어저 가는 발소리에 잔뜩 세워졌던 진탁의 승모근이 스르륵 내려갔다.

 

 "후우. 진짜 못해먹겠네."

 

 가발틈 사이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손으로 볼까지 내려온 땀을 닦아내며 진탁은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해댔다. 이러다간 수명이 절반으로 줄어들것만 같았다.

 

 "아이고 많이도 마셨네."

 

 진탁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여자가 둘인줄 알았더니만 셋이었다.

 셋이라서 놀라운게 아니라 그 나머지 한명의 여자, 혜선이라 불린 여자의 모습 때문이었다.

 

 아까 보았던 대리란 여자와 승현의 어깨에 매달려 제대로 걷지 못하고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차도에 뛰어든 덕에 놀란 운전자들이 정신없이 눌러대는 클락션소리가 시끄러워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뭔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게 생떼를 쓰고 있었다.

 신발은 어딜갔는지 바닥에 질질 끌리는 검정스타킹 사이로 빨간색 발톱이 까꿍하고 나와있었다.

 

 "아우, 좀 집에좀 가라. 엉?"

 "아야!!"

 

 몇번을 도망가고 몇번을 잡고 반복되던 실갱이가 끝나고 드디어 혜선이 택시에 탑승을 했다.

 혜은이 머리통을 붙잡고 밀어버린 통에 혜선이 뒷자리로 벌러덩 대자로 눕게 되었고 제법 큰소리가 났다. 아마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혔는지 고통을 호소하며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몸을 뒤척이는 와중에 그녀의 치마가 올라가버렸고 자연스레 몸을 돌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탁은 화들짝 놀라며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기사님."

 ".............."

 "기사님?"

 "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대답을 하며 얼굴을 돌리자 혜은과 마주했다.

 

 "감기가 심하게 걸리셨나보네."

 

 동그렇게 뜨인 눈이 꽤 놀란 표정이었다.

 진탁은 어깨에 있던 긴 머리의 가발을 양 손으로 붙잡곤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하하.. 네. 제가 몸이 좀.. 콜록. 콜록."

 "괜찮으신거죠?"

 "그..그럼요."

 "약드시고 운전하시는건 아니죠? 그게 더 위험한데."

 "흐음. 그럴리가요."

 

 뭔가 못미더운 표정을 지었지만 혜은은 이내 몸을 뒤로 빼며 입고있던 코트를 벗었다.

 그 모습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승현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왜요?"

 "앉아서는 못갈것 같아서."

 

 그리고는 벗은 코트를 혜선의 허리위로 덮었다.

 따뜻하지만 춥지 않게, 올라간 치마덕에 나중에 챙피하지 않게. 여자 코트라 폭이 좁지만 이리저리 잡아 댕기며 고정하며 혜선을 감쌌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승현은 혜은의 센스에 엄치를 척 하고 올려보았다.

 

 "우아 멋있어."

 "그럼 네 것 좀 벗어줄래?"

 "아하하.. 이게 좀 비싼거라."

 "사내자식이."

 

 그때, 누워있던 혜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혜은을 찾았다.

 

 "선배.."

 "좀 깼어?"

 "여기 어디에요."

 "택시. 이제 집에 가야지."

 

 혜은이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감고있는 두 눈에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아직도 울 기운이 남아있나 했지만 아까보다 조금 나은 모습에 조금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저 안갈래요."

 "안가긴 왜 안가. 빨리 집에 가야지."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에 혜은은 혜선의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해주며 살살 달랬다.

 

 "얼른가서 자. 너 많이 먹었어."

 "싫어요.."

 "뭐가 싫어."

 "나.."

 "너 뭐?"

 "가서 김과장 머리털을 다 뽑아 버릴꺼야!"

 

 별안간 악 소리를 내 뱉으며 혜선은 양손으로 혜은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눈을 감고 있어서 속았다. 그녀는 하나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며 번쩍 뜨인 눈은 잔뜩 풀려 있었다.

 

 "니가 퍽이나."

 "진짜에요오!!"

 "아우 이것좀 놔! 이기지배야."

 

 혜은은 밀려오는 짜증을 참지 못하고 어깨위에 있던 혜선의 손을 매몰차게 걷어내곤 쾅 소리를 내며 뒷자석 문을 닫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쳐다보지도 않고,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멀어져 가는 헤은의 뒷모습을 확인한 승현은 다시 열린 조수석 창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선배."

 

 이젠 부정할 기운도 없어보였다. 눈밑이 쾡한 진탁은 선배라고 부르는 승현의 호칭에 이제 자포자기 한듯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이야기 하자."

 "네. 전화드릴게요."

 "근데 이 분 진짜 혼자 보내도 되는거야? 너네집 근처잖아."

 

 걱정스러운 진탁의 말에 승현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무리 직장동료라도 젊은 남녀가, 그것도 여자가 술취했는데 같이 택시타고 데려다주면 오해해요."

 "그래도 위험하잖아."

 "그래서 선배네 회사 택시 불렀는데 이러고 나오실줄은.."

 

 말끝을 흐리며 진탁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승현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무언가 가득 했다.

 그런 승현의 눈과 마주친 진탁은 그런 무언가가 왠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 나 의심하냐?"

 

 의심이었다.

 그의 말에 승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이새끼가.."

 

 진탁이 주먹을 쥐며 한대 떄릴듯이 위협을 하자 승현이 웃으며 몸을 뒤로 뺴곤 말을 이어갔다.

 

 "혜선씨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서 초인종 누르면 아마 어머님이 나오실꺼에요."

 "잘 아는것 같다?"

 "몇 번 뵜거든요."

 

 이번엔 진탁의 눈에 알 수 없는 무언가가가 가득담겼다.

 

 "저 여친 있는거 알잖아요."

 

 그들의 뒤로 빵빵하는 클락션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핑크색의 택시 두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승현이 부른, 혜은과 은혜를 태울 또 다른 핑크택시였다.

 

 "다른여사님들 오셨네."

 "부탁드려요. 선배."

 "오냐."

 

 짧은 당부인사를 하며 승현은 남은 두 사람을 배웅하기위해 뛰어갔고 진탁은 조수석 창문을 올렸다. 시간을 보니 11시 23분. 목적지인 성남에서 다음 예약지까지 가려면 시간이 빠뜻해보였다.

 

 안전벨트를 다시금 매며 몸을 틀자 옆으로 곱게 누워 눈을 감고있는 혜선이 보였다.

 얼마나 울었는지 벌써부터 퉁퉁부어있는 두 눈에 화장이 번저 잔뜩 얼룩이 져있는 양볼, 그는 천천히 이마에서 턱끝까지 꼼꼼히 훑어 내렸다.

 

 "그래. 승현이 취향은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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