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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핑크택시 (Pink Taxi)
작가 : 정유진
작품등록일 : 2017.6.10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는 될 수가 없어 모든걸 포기 하고 산다하는 N포세대가 넘처흐르는 이 시대.
물론 필자도 그와 다를 봐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계속마다 이어지는 계약직의 2년의 수례바퀴. 얼굴로 밀려 나이로 밀려, 일로는 밀릴지 않을 자신이 있건만 그놈의 가방끈과 스펙이라는 쓰잘떼기 없는 것들이 인형뽑기 기계처럼 사회에서 나를 뽑아 내려 하고 있다. 아니 뽑혀져 버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대로 가만히 멈추어야 될것인가? 나의 미래도 사랑도 모든걸 포기하고 그냥 이대로 하기싫은일이라도 억지로 하고 있어야 하는걸까.
아니면. 우연이 찾아오는 인연과 기회로 나는 다시 한번 도전을 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 대한민국의 여성 31세의 최혜선이란 여성이 있다.
갑작스러운 해고통보를 받은 날, 우연인듯 악연인듯 그녀에게 새로운 직장이 다가왔다.

 
3화
작성일 : 17-06-23 10:13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5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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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빠릿빠릿한 몸짓으로 계산을 마쳤다.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두명을 어르고 달래 술집 밖까지 나오는거 까진 좋았다.

 

 "아안갈꺼야!!"

 "혜선씨 제대로 좀 서봐요."

 "김과장 이새끼!!"

 "아아, 전 김과장님이 아니에요!"

 

 첩첩산중이었다. 우는거에 이어서 이젠 주정까지 하고 있다.

 승현의 어깨에 매달려 그의 머리를 사정없이 잡아 뜯고 있는 혜선의 모습에 머리가 아파오는지 이마에 손바닥을 올리며 혜은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작게 한숨을 내뱉은 그녀는 등 뒤에 또 다른 술주정뱅이 은혜를 매달곤 도로변으로 어기적 어기적 걸어나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택시!"

 "아, 대리님. 택시 불렀어요."

 

 다리가 풀리는지 기대있던 혜선이 스르륵 미끄러지자 승현은 힘을 줘 다시 자신의 어깨에 잘 기댈수 있도록 그녀의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곤 비어있는 반대손으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언제?"

 "방금요."

 "콜택시?"

 "네."

 "아, 추운데."

 

 등 뒤에서 치덕거리는 은혜의 머리를 밀어낸 혜은이 길 한편에 줄지어 서 있는 주황색의 택시들을 가르켰다.

 

 "그냥 아무거나 태워보네."

 "위험하잖아요."

 "위험한거 아는 기지배가 저렇게 마셔? 됐어. 귀찮아. 추워. 그냥 아무거나 태워보네."

 

 하지만 승현은 눈길한번 주지 않고 오로지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그래요. 여자분이고 같은 방향이 한명도 없는데."

 "오늘 자꾸 말대꾸한다?"

 "이거 제가 아는 선배님이 하는 곳인데 꽤 괜찮아요."

 

 엄지손가락을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보란듯이 혜은의 눈 앞으로 화면을 보인 승연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국내최초 여성전용, 여성운전자 택시."

 

 여성의 귀가길,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100% 사전 예약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운전자 택시회사.

 

 "주식회사 핑크택시..괜찮은데?"

 "그쵸? 은혜씨것도 이대리님 것도 다 불러놨어요."

 "너..."

 "네?"

 "간만에 맘에 드는 짓 하는구나."

 "그쵸?"

 

 칭찬을 해달라는 듯 머리를 숙이는 승현의 행동에 혜은은 손을 들어 토닥토닥 쓰다듬어 주었다.

 

 "저기 오네요."

 

 승현이 손가락이 가르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헤드라이트를 반짝이며 말 그대로 핑크색의 택시 한대가 그들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_

 

 

 

 PM 10:30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는 화려한 핑크색의 택시 안, 흑발의 긴생머리에 곱게 화장을 한 여자가 운전석에 앉아있었다.

 조금은 긴 기장의 앞머리가 자꾸 눈을 찌르는 듯 틈이 나기만하면 머리를 매만지며 백미러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젠장."

 

 예쁘장한 얼굴과는 반대로 걸쭉하고 낮은 으르렁거림이 들려왔다.

 

 "아, 젠장 수염나잖아."

 

 뭐가 마음에 그렇게 안드는지 그녀, 아니 그는 까끌거리는 입주변을 만지작 거리며 연신 혀를 차고 있었다.

 

 "율리 나쁜년 같으니라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핑크택시의 대표인 정진탁.

 도대체 그는 지금 여장을 하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일까?

 

 사건의 발달은 약 1시간전, 기사휴게실에서였다.

 

 -

 

 PM 9:30

 

 "나보고 이걸 다 하라고?"

 

 까랑까랑 날카로운 목소리를 낸 율리는 자신보다 한뼘 작은 진탁을 노려보았다.

 

 "어쩔 수 없잖아. 오늘이 정말 극성수기인데."

 

 위협적인 기에 눌렸는지 살짝 떨리는 목소리는 감출 수 없었지만 진탁도 지지 않겠다는 듯 자신보다 한뼘 큰 율리를 노려보았다.

 

 뜨거운 여름에 시작해 택시회사를 한지 어언 1년반이 넘어갔다.

 멀쩡한 직업을 놔두고 사업이라는 것을 하며 처음 의욕과는 다르게 고객유치가 어려워 힘들긴 했지만 요즘은 SNS상으로 입소문이 나 어느 정도 이익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냈다.

 

 그 피튀기는 시간을 보낸 결과, 진탁은 알 수 있었다.

 요즘 같은 연말, 그리고 오늘 같은 빨간날 전날, 특히 크리스 마스 이브인 오늘! 오늘이 대목이며 바짝 땡겨야지 나중이 편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야지 밝아 오는 새해 직원들에게 금일봉이라도 줄 수 있었다.

 

 "아, 진짜. 우리 여성동지들 보고 술 먹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남들 쉬는날 이게 뭐야 이게."

 

 곱게 셋팅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율리는 푸념섞인 말을 내 뱉었다.

 이미 몇차례 예약손님을 받으며 지옥같은 러시아워를 몸소 체험한 뒤라 추가적으로 더 나가라고 하니 짜증이 안날래야 날 수가 없었다.

 

 진탁의 말도 안되는 꼬득임도 있었지만, 여성의 안전귀가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보니 보다 더 많은 동지들이 밤문화를 즐기게 하고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그 중, 하이라이트중의 하이라이트라 여겨질 수 있는 크리스마스이브. 핑크택시의 진면목이 발휘할 수 있는 이 밤 일이 많다고 투덜거리고 있자니 그렇게 맘이 편하지 않았다.

 

 율리의 누그러진듯한 목소리에 진탁은 이때다 싶어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공평하게 제비뽑기했잖아. 오늘만 참어 응?"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대했는지 알어? 예약된 파티만 3개야 3개."

 "그럼. 알지. 율리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나도알지."

 

 

 사람이라면 본디 칭찬에 약한법이었다.

 자신의 얼굴이 이쁘다는것을 율리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그걸 또 굳이 귀로 듣자니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길 수가 없었다. 진탁 또한 꿈틀 거리는 그녀의 안면근육을 놓칠리가 없었다.

 

 손에 들린 종이 가득 적혀져 있는 스케쥴표를 한참을 노려보던 율리는 두 눈을 찔끔감았다. 고지가 얼마 안남은 듯한 그녀의 바디랭귀지에 진탁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율리는 결코 진탁의 뜻대로 행동을 해주지 않았다.

 

 "나 이거 다 못해. 반으로 줄여줘요."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은 남겨두었다. 그녀의 말이 모두가 거절은 아니였다. 안한다 하지 않았다. 줄여달라고 했다.

 진탁은 주먹을 꽉 쥐며 비장의 카드를 꺼내었다.

 

 "수당 두둑히 챙겨줄게."

 

 의기양양한 그의 말에 율리는 콧방귀를 끼었다.

 

 "안받고 일 덜 할래요."

 "휴가도 줄까? 동남아 가고 싶다고 했잖아."

 "안갈래요."

 "휴가비 지원해줄게."

 "얼마나?"

 "비행기값 30프로."

 "겨우?"

 "그럼 50프로."

 

 진탁은 포기를 하지 않았다.

 그는 절박했다. 근무 TO 한명 한명이 아쉬운 상황이었고 맘 같으면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일해달라고 싹싹 빌 판이었다.

 

 "됐어요."

 

 그 속을 알리가 없는 율리는 완강했다.

 

 "너 진짜 이럴래?"

 

 10평남짓의 작은 기사 휴게실에 진탁의 고함소리가 울려쳐졌다.

 여기저기 옹기종기 퍼져있던 직원들의 눈이 진탁과 율리에게로 향했다. 심지어 밖에서 열심히 콜을 받고 있던 청년아르바이트 생들까지 휴게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가까이 일하면서 저렇게 큰소리로 화를 내는 진탁의 모습을 보는경우가 처음이였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직원들에게 상냥하기 짝이 없던 진탁의 목소리가 한껏 날카롭게 올라갔다

 

 쉬라고 날도 주고 돈도 더 주겠다는데 움직이지 않겠다는 그녀의 거절에 진탁은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도 그럴것이 그에게는 나름의 일리가 있는 근거가 있었다.

 

 진탁의 논리는 이렇다.

 어찌됐던 율리와 진탁은 근로계약에 엮여있는 갑과 을의 관계였다. 대표인 진탁은 그녀에게 요구를 할 수 있었고 율리 또한 그의 지시를 따를 의무가 있었다.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아니고 정정당당하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비뽑기를해 나온 결과였다.

 반박이 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스케쥴을 조정해 보다 많은 인원이 개인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치밀하게 짠 스케쥴 표였고 물론 추가 근무가 발생하기 했지만 그만큼 보상이 따르는 지시였다

 

 "다시 한번 말해봐."

 

 하지만 그녀에게는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너어??"

 "아..이런."

 

 저도 모르게 나온 호칭에 진탁의 등에는 한줄기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지금 나보고 너라고 한거야? 어?"

 "죄송합니다."

 

 너무 감정이 앞섰다. 실수였다. 그것도 핑크택시 기사 최고 권력자 이율리양에게 말이다.

 날카롭게 째려보는 그녀의 눈을 피하며 진탁은 어색하게 웃어보았다.

 

 "율리씨.. 우리가 이번에 인원이 없잖아.."

 "그럼 인원을 구해야죠."

 "그게 어디 쉽나."

 "채용 공고를 내요 그럼."

 

 핑크택시는 채용공고를 따로 내지않았다.

 진탁이 사람을 고르는거에 있어 까다롭게 구는것도 있었지만 자신이 직접 어떠한 인연으로 데려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핑크택시의 첫번째 직원이자 그 속내를 다 아는 율리가 남 얘기 하듯 말하는듯한 말투에 아까처럼은 아니였지만 진탁의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갔다.

 

 "택시기사 하려는 여자가 어디있니?"

 

 그 말에 율리가 콧방귀를 끼며 대꾸했다.

 

 "그럼 우린 뭔데?"

 

 진탁은 그냥 입을 다물어 버렸다.

 짜증과 억울함과 섭섭함이 한꺼번에 올라와서 감정조절도 어렵고 말도 꼬이는게 이러다간 죽도 밥도 안될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말도 그럴것이 핑크택시는 여성기사만 채용한다.

 남성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해 만들었건만 방금 그가 내뱉은 말은 그의 생각을 모두 부정하는 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는 주먹을 들어 콩하고 자신의 이마를 한대 내려쳤다.

 

 그 때, 율리가 좋은 생각이 난듯 가볍게 손가락을 부딪히며 말했다.

 

 "그래. 그 방법이 있네."

 

 _

 

 [대표님이 해요]

 [내가 어떻게해 남잔데.]

 [여자 처럼 보이면 되지.]

 [누가봐도 남자거든?]

 [걱정마. 내가 그렇게 보이게 해줄게.]

 [뭐?]

 

 "은혜를 이렇게 갚아. 엉?"

 

 이를 갈며 진탁은 주먹을 쥐어 핸들을 퉁 하고 내려쳤다.

 꺄르륵 거리는 그녀들의 목소리가 귀에 아직 들리는 것 같다. 즐겁게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던 즐겁게 웃고 있던 마녀같은 얼굴들이 눈앞에 하나둘씩 떠올렸다.

 

 "내가 호랑이새끼를 키웠지. 아유."

 

 오늘따라 왜이리 신호도 잦은것 같은지. 평소 다니는 길이건만 시간이 배로 걸리는 것 같았다. 저기 보이는 빨간색 동그라미가 꼭 진탁의 타들어가는 속마음과 같았다.

 신호등과 눈싸움을 하는지 이글거리는 눈이 마치 레이져가 발사되는 듯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동그라미가 두세개로 겹쳐 보일때쯤 조수석에 던져 놓았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쯧, 혀를 차며 진탁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네."

 "........."

 "여보세요?"

 

 누가 장난질이야?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하건만 전화를 걸어 놓고 말을 하지 않는 상대에 진탁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누구십니까. 전화를 거셨으면 말씀을 하세요."

 "저기..."

 "네."

 "핑크택시 아닌가요?"

 "네 맞는데요."

 "..........."

 "뭐야."

 

 또 대답이 없었다.

 혹시 끊어진건가 싶어 핸드폰을 귀에서 떼 화면을 확인하자 통화중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이 사람이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잔뜩 찌푸려진 미간을 한 진탁은 다시 핸드폰을 얼굴로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

 "이율리 기사님 아니신가요?"

 "네?"

 "이상하네, 분명 핑크택시인데 왜 남자가 받지?"

 "뭔소리야."

 

 빵빵. 뒤에서 정신없이 클락션 소리가 들려왔다.

 신호등을 바라보자 언제 파란색으로 변했는지 주위에는 제 속도를 내며 차들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비상깜빡이를 키며 진탁은 무심결에 뒷차를 확인하고자 백미러를 쳐다보았고 지금의 자신의 얼굴과 마주하게 되었다.

 

 "엄마야!"

 

 여장을 하더니면 정말 여성스러워 진걸까?

 진탁은 자신도 모르게 엄마를 찾으며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조수석을 향해 집어 던졌다. 온몸에서 이상한 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진탁은 잠시 잊고 있었다.

 지금 자신은 정진탁이 아니라 핑크택시 운전기사 이율리. 즉 여자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습이 먼저였다.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어본 진탁은 조심스레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흐음, 네. 핑크택시 율리입니다."

 "아, 맞구나. 감기에 심하게 걸리셨나봐요. 전 남자가 받아서 혹시 잘못 걸었나 싶었어요."

 

 상대편의 말에 진탁은 갑자기 주먹으로 입을 가리며 억지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콜록, 죄송합니다. 제가 감기가 좀.."

 "괜찮으신거죠?"

 "흠흠. 그럼요."

 

 그의 등줄기로 식은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대리님! 저 차가 맞나봐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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