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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의 코드명은 REAPER
작가 : 리나
작품등록일 : 2017.6.6

오더를 받으면 사람을 감정없이 죽이는 킬러, 리퍼(잭슨). 보스의 유언으로 보스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같이 살게 된 소녀를 감시하게 되고, 이제껏 무기력하게 살던 잭슨에게 새로운 감정이 생기는데... (화/금+a 연재예정/감사합니다.)

 
7화. 도대체 어딜 간 거야?!
작성일 : 17-06-23 06:45     조회 : 305     추천 : 1     분량 : 6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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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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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꿨다. 적의 포박술에 당해 꼼짝도 할 수 없는 꿈. 이대로 죽는건가 싶어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다가 슬며시 눈을 떴다.

 

 "...."

 포박술이 아니다. 주라가 팔과 다리를 이용해 나를 꽉 끌어안고 있다.

 살랑거리는 밝은 갈색 머리카락이 코끝을 간질여서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잡티 하나 없이 백옥같은 피부가 꼭 만져보고싶게 생겼다. 손가락으로 잡아당디면 찹쌀떡 같은 느낌이 나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감긴 눈 밑으로 오밀조밀하게 자리잡은 코와 입술이 퍽 예쁘다. 뭘 바른게 아닐텐데도 도톰한 입술이 분홍빛으로 물들어있고.

 

 "천사같다."

 

 헉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나도 모르게 감상에 잠겼잖아?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는게 우선이다.

 최대한 그녀가 깨지 않게 조금씩 움직여봤지만 주라가 나를 꽉 끌어안고 놔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슨 여자애가 힘이 이렇게 쎈 거야? 꾸준한 요가와 웨이트 트레이닝때문인가?

 어제 내가 괜히 새벽에 깨운 것 같아서 더 재우고 싶지만.

 '어쩔 수 없지, 깨울 수 밖에.'

 

 붙잡혀있지 않은 오른쪽 팔을 움직여 그녀의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

 "주라, 일어나."

 "으으음~"

 

 헤더였으면 죽기 전까지 패면 일어나는데.

 여자애를 깨울 땐 좀 더 부드럽게 말해야되나? 애가 일어날 생각을 안 하네.

 "...주, 주라. 일어나."

 "으응...추워어어어~."

 "...!"

 

 아침 공기가 쌀쌀해서인지 주라가 갑작스레 자신에게 파고들었고, 그의 얼굴에 열이 올랐다.

 '어떡하지.'

 고뇌에 빠진 잭슨이 중얼거리다가 새벽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작정하고 야한 기류를 흘리면 주라가 지레 겁먹고 도망간다는 사실을.

 오른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뺨을 쓰다듬었다.

 

 "...자꾸 이러면, 위험할텐데."

 야릇한 느낌의 목소리로 말하자 몇 초 뒤에 그녀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 어머! 아저씨! 우리가 왜 이렇게 찰싹 붙어있어요?"

 "글쎄? 너의 팔과 다리에게 물어보지 그래?"

 "으, 으하하하하!!! 하..음!"

 

 그녀가 팔과 다리를 빼서 겨우 가뿐해졌지만 어쩐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허전...?'

 "어머!..나! 나 약속있었는데 빨리 움직여야겠네요. 아침먹어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고있지만 붉어져 있는 얼굴은 어떻게 할 수 없구나, 귀엽네. 잭슨이 피식 웃었다.

 

 "아니 왜 웃어요?"

 "왜, 내가 내 얼굴로 웃겠다는데 왜?"

 "그건..그렇긴 한데...으으, 그렇게 좀 웃지 마요!"

 '이렇게 웃지 않으면 어떻게 웃는데? 정말 이상한 애라니까.'

 씩씩 거리고 있는 주라의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었다.

 

 

 

  주라가 영국의 요리들을 재현해 만들어준 아침식사는 꽤나 괜찮았다. 아, 아니지. 영국의 재료들이 이상하게 맛이 없어서 요리 자체도 그닥 맛있지는 않지만 한국의 식재료로 만들어서 더욱 맛있었다. 꽤나 많이 고민했을 것 같았기에 기특했다.

  식사를 마친 후 주방에 있던 POC(핸드드립)기구들을 이용해 커피를 차분히 내리고 있었다. 그 때 시간에 촉박한 듯 주라가 거실 안을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내 스타킹 어디다 놨지?!!"

 "으악!! 말린 장미 섀도우가 안 보여!!"

 '그게 무슨 말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푹신한 거실 소파에 앉았다. 오래 된 것 같지만 장인이 상당히 공들여 만든 듯, 가죽의 느낌이 다르군. 느긋하게 커피를 즐기며 서류를 훑는데 그 너머에서 주라가 거실을 누비고 있다. 그녀를 스윽 보며 물었다.

 "뭐 도와줘?"

 "아니 됐어요!"

 "하아..."

 

 '저렇게 바쁘면 나한테 뭐 찾아달라고 말이라도 하지 단칼에 거절하다니. 하긴, 그녀의 스타킹이 어디에 있고, 말린...장미? 그게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나.'

 

 하지만 정신 없이 움직이는 주라때문에 서류 내용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테이블 위에 펜을 신경질적으로 탁 내려놓았다.

 

 '상당히 열받는군'

  영국에 있는 자신의 저택이었다면 주변에 차 지나가는 소리도 별로 들리지 않을 만큼 아주 평온한 아침이었을텐데.

 "찾았다!!!!...이게 왜 신발장에 있지? 아저씨가 갖다놨나?"

 "....아니다."

 

 신발장 앞에 우두커니 서서 이상하다는 듯 게슴츠레 나를 노려보고있는 그녀때문에 어이가 없었다.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있...'

 

 "으아! 아저씨가 냉동실 안에 파우더 갖다놨죠?!"

 "나 아냐."

 "앗! 혹시 파우치...!"

 "나 아니라고!"

 

 '...저렇게 어리버리한 애가 조직의 일원일 리가 있나?! 어떻게 저런 행동을 연기로 표현할 수가 있겠어?'

 

 주라가 달려가다가 계단 난간에 다리를 퍽 소리나게 부딪혔다.

 "끄윽!!"

 '말도 안돼. 저런 멍청한 행동은 쪽팔려서 연기로도 못 하겠다.'

 쯧쯧 혀를 차며 잭슨이 다시 커피잔을 들었다.

  아침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제격이지, 향이 아주 좋군.

 

 그녀는 장장 한시간 반 동안을 꾸미다가 집 밖을 나섰다. 대체 누굴 만나길래 저렇게 꾸미는 건지. 요새 한국 고등학생들은 화장도 하나?

 화장을 한 모습과 평소 모습이 크게 다른 건 아니지만 붉은 입술이 잘 어울리긴 했다.

 '딩동'

  주라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

 '차가 왜 이렇게 걸레짝이 되었어요? 나름 새 차 같이 보이는데'

 

  아침에 내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징징거리는 주라때문에 꺼림칙한 표정으로 세컨드 폰의 번호를 알려줬다. 어디에 쓰나 했더니, 이런 쓸데없는 잡담하려고 그런거였나.

 '어제 오다가 사고가 나서.'

 '사고?! 괜찮은거계요? 아... 그래서 팔이 아프다고 그랬구나? 큰일 안 나서 다행이예요. '

 '그러다 또 어디 부딪히거나 넘어진다. 핸드폰 하지 말고 앞에 보면서 가'

 '네에~~'

 

 "이래서야, 진짜 애 키우는 것 같잖아."

 하, 킬러 리퍼가 베이비시터라니 날 아는 사람들이 알게되면 엄청난 비웃음거리겠군.

 

  방금 전, 이 옷 저 옷 입어보고 다시 벗는 것을 반복하며 한참동안 고민하는 주라를 떠올렸다. 하아... 한 번 입었으면 그냥 입지, 대체 무슨 옷을 입을 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기에 상당히 열받았다.

  위치추적기 다는게 이렇게 어려운 사람은 처음이야. 결국 핸드폰에 위치 추적기를 부착했고, 연결되어 있는 추적기 화면에 그녀의 위치가 아주 잘 뜨는 걸 보니 작동이 아주 잘 되고있는 것 같다.

 "그럼, 시작해볼까."

 

 

 ----

 

  십 오년 동안 고객님의 차를 수리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조회해보니 구매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차였는데, 운전석 쪽에 뭔가 날카로운 것에 스친 듯한 흔적이 있지 말입니다. 더 의아한 것은, 이 외제차 유리는 왠만한 충격에 깨질 차종이 아니었다는 말씀. 큰 사고가 났다면 모르겠지만 다른 부분은 너무 멀쩡하네요. 설마, 영화에서나보던 첩보원이나 요원... 청부업자, 이런..?!

 "이, 이거... 방탄유리..."

  카센터 직원이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잭슨에게 무슨 말을 하려했지만 그의 서늘한 분위기에 입이 다물어졌다.

 이 이상 더 질문하면 죽이겠다는 듯한, 느낌.

 "수리비는 얼마든지 나와도 좋으니 최대한 빠르게 부탁하지."

 자신을 당장이라도 베어버릴 것 같은 그의 눈빛에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 어떤 오작동도 없어야 할 것이오. "

  제가 만약 내일 당장 죽더라도 이 차는 그 어떤 부분도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고치겠습니다.

 

  잭슨이 카센터에 차를 맡기고 주라의 위치가 표시된 곳으로 곧장 달려왔다. 그러자 잭슨의 귀에 꽂힌 이어폰을 통해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연두가 있지! 내가 먹으려던 쿠키를 덥썩 뺏어먹지 뭐야?'

 '하하하! 진짜?! 너네 강아지 하여튼 짱 귀여워~'

 '그나저나 수능 끝났더니 넘 좋다~ 학교도 안 가구, 낮에 놀 수 있고'

 '응 그러게~'

 

  꽃이 가득한 카페의 외부테이블에 두 소녀가 앉아있다. 한 소녀는 주라이고, 노란색 단발머리를 하고있는 소녀는 그녀의 친구로 추정된다. 귀여운 인상을 가졌고 멜빵치마에 따뜻해보이는 검정색 파카를 입고있다.

  주라가 자신의 딸기 음료에 꽂혀있는 빨대를 입에 가져갔다. 그녀는 검정 스키니에 목까지 올라오는 두툼한 진회색 니트를 입고 머리를 하나로 묶고있어서 성숙하기도, 발랄한 느낌도 들었다.

 

  아니 아무리 학교를 안 가도 그렇지, 친구라는 애는 벌써부터 염색이나 하고, 너무 노는 애 아냐? 괜히 주라가 위험한 곳에 끌려가서 불량한 애들한테 괴롭힘이라도 당하면..

 ...아냐.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거냐. 주라는 그저 타깃일 뿐이다.

 

 '앗!!!!시간 벌써 다 됐네! 미안 나 오빠랑 만나기로 해서 먼저 가 봐야될 것 같아'

 '괜찮아~ 담에 또 봐~'

 '응~! 주라 담에봐!'

 

  두 소녀가 인사를 한 후 단발머리 소녀 혼자 흥얼거리며 어디론가 걸어갔다. 주라가 멍하니 빨대를 입에 가져가면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아 맞다 그거!'

 노이즈도 별로 없고, 도청기가 성능이 좋다며 감탄하고 있는데 주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어디 한 번 날 즐겁게 해 보라고. 대체 정체가 뭐냐, 우주라.

 

 주라는 상당히 어수선하게 움직였다.

 

  비밀스러운 곳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액세서리 샵을 들락거리고 한참동안 고민하더니 또 다른 샵으로 가서 또 고민한다. 그 까짓거 얼마나 한다고 그냥 사 버리지, 이번 달 용돈이 얼마 안 남았나? 왜 저렇게 고민해?

 

  이번에는 분홍빛으로 가득한 화장품 가게로 들어가더니 여러 색상의 립스틱을 손등에 발라보는 것 같았다.

 '고객님 너무 잘 어울리세요~ 어떤 색상이든 잘 받는 얼굴색이세요!'

 '헤헤, 감사합니다.'

 '이건 어떠세요? 이건 또 어떠시구요?'

  집에 쌓여있는 것들도 엄청 많아보이는구만, 뭘 또 그렇게 산다는건지 원.

 잭슨이 시커먼 정장을 입고 인형뽑기 가게에 이십분동안 서 있으니까 손님들이 쑥덕거리기 시작한다.

 "조폭 아닐까?", "조폭이라고 하기엔 너무 잘생겼잖아?" ,"그럼 모델?" 등등 ...

  주라가 화장품 가게에서 한참동안 나오지 않자 인상이 구겨졌고, 그 때문에 조폭이라는 쪽에 의견이 쏠렸다. 가게 주인이 잭슨에게 허둥지둥 달려왔다.

 "저, 저기.. 죄송한데 다른 곳으로 가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잭슨이 말 없이 붉은 눈으로 그를 노려봤고, 잭슨의 눈빛에 가게 주인의 등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판타지 소설에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다 거짓말이 아니구나, 실제로 존재하는구나!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가게 주인이 돌처럼 굳어있을 때 주라가 화장품 가게를 빠져나왔고, 잭슨도 그녀를 따라 이동했다. 가게 주인은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 야, 한 시 방향!'

 '예쁜데? 빨리 쟤 꼬셔봐.'

 '그래. 우리 세 명인데 여자 한 명을 어떻게 못 하겠냐?'

  순간 이어폰을 통해 젊은 남자들의 대화내용이 들렸고 슬쩍 보자, 그들의 시선이 주라에게로 가 있었다. 주라가 천진한 얼굴로 걸어가는데 남자들이 빠른 걸음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어..누구세요?'

 '애기야, 너 몇 살이니?'

 '네, 네??'

 '캬~ 목소리도 예쁘네.'

 '오빠들이랑 좀 놀까?'

 주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남자들에게 둘러쌓였고, 그들은 주라를 점점 어두운 골목으로 유인했다.

 저 새끼들이 지금 여자애 한 명 한테 지금 뭐하는 짓이야?!

 표정이 무시무시해진 잭슨이 코트 주머니에 있던 가죽장갑을 꼈다.

 그 순간 옆으로 지나가던 꼬마가 우연히 잭슨의 눈을 보고 바로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갔다.

 "....으, 으아아앙!! 엄마아아!!!"

 

 

 '왜, 왜 이러세요?!'

 '오빠들이 좋은 데 데려가줄게~'

 '시...싫어...!'

 '하..이러니까 꼭 우리가, 흐아아~ 이거 흥분되는데.'

 남자 중 한 명이 주라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려는 순간, 잭슨의 분노가 극에 치달았다.

 "저, 새끼들이...!"

 잭슨이 그들에게로 달려가려는데 주라가 어마어마한 데시벨로 소리를 질러댔다.

 '꺄아아아아아아악!!!'

 '헉.. 뭐 뭐야! 입 막아!'

 '꺄아아아아......우으으읍... 사,살려주세요오오!!!!'

 남자가 주라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그녀가 몸부림을 치며 벗어나 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잭슨이 어두운 골목 안으로 들어가 상황을 지켜봤다.

  여자의 비명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들에게로 시선이 몰렸기에.

 

 '거기, 뭐하는거요?!'

 '아니 이 자식들이? 거기 아가씨한테서 떨어져!!!'

 

 폭력으로라도 주라를 막아보려고 했던 남자들이 그녀를 때리려고 했던 주먹을 다급하게 내렸다. 몇몇 시민들이 화가 난 표정으로 남자들에게 다가가자 남자들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어디론가 달아났다.

 

 '어이!!!거기 서!!'

 '저! 저 자식들 잡아!!!'

 '어이구, 아가씨 괜찮아?'

 

 그들이 달려가는 것을 보더니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좁을 골목에서 나왔고, 근심이 가득한 표정의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조심해 요새 이상한 사람 너무 많아! 아가씨가 너무 예뻐서 큰일이네.'

 '헤헤 네 알겠습니다~'

  주라가 방긋 웃으면서 그들을 보내자 금세 아무일 없었다는 듯 거리가 평온해졌다.

 '휴우...무서워서 혼났네! '

 

 

 "하아아아...."

 ......하아...정말이지, 큰일날 뻔 했어.

 잭슨이 길고 긴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그 자리에 털썩 앉았다.

 저 여자애는 왜 싸우지 않았지? 정말 싸움을 할 줄 모르는건가? 아니면 내가 미행을 하고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저렇게 행동한건가?

 정말 싸울 줄 몰라서 그렇게 행동했다면...? 혹시, 그래서 만약 주라가 크게 다쳤더라면.

 "하아...."

 그녀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었을것이다. 아마도 크게 다치기 전에 그 남자들을 죽여버렸을 테지만.

 

  저 녀석은 위험할 것 같으면 발길질이라도 하던가, 왜 가만히 있었던거야? 애초에 왜 따라가선..!

 "뭐야."

 또 어디갔어? 어디로 사라진거야?

 

 다급해진 마음에 미행이고 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라가 있던 자리로 달려갔다.

 "방금 전 까진 분명 여기에, 설마 아까 그 놈들이 다시 주라를 데려간 건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위치추적기의 화면을 보았지만 이 자리에서 움직이고있지 않다. 잭슨이 당황하면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주변을 샅샅히 찾아보았다.

 

 '위치추적기가 왜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거냐, 왜!'

 "주라, 우주라!"

 오른쪽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다리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고 빠르게 그 곳을 올랐다. 심장이 쿵쾅쿵쾅 터질 것만 같다, 뭐지 이 감정은?

 주라가 어떻게 됐을까봐, 내가 손쓸수 있었음에도 그녀에게 나쁜 일이 생겼을까봐 두렵다.

 회전하는 계단을 따라 쭈욱 올라갔다.

 

 "제발, 여기 있어! 주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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