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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저승 암행어사전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4.2

가온은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는 20세 대학생. 그런데 심부름센터에서 하는 일들이 뭔가 이상하다. 변기에 머리가 낀 귀신의 머리를 빼주거나, 망태할아버지의 찢어진 망태자루 수선해주기, 처녀귀신 엉킨머리 풀어주기, 콩콩귀신 머리 스프링 갈아주기... 폼 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일을 시작한 거였는 데! 저승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암행어사이야기! <<작가메일 : vento312@naver.com>>

 
3. 13일의 사신 (2)
작성일 : 17-06-23 01:15     조회 : 414     추천 : 1     분량 : 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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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 귀신이 부탁한 휴지를 염색하는 일은 아주 섬세한 손길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길고 긴 휴지가 끊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염색을 하는 가온과 승후의 손놀림은 이미 신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둘은 척척 손발이 맞았다.

 

  “오늘은 그냥 집에 있으려고 했는데...”

 

  가온인 입을 삐죽였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정말로 치킨 런에 올 생각이 없었다. 그저 집에서 빈둥거리며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여가생활을 즐길 생각이었다. 중간고사도 끝났겠다 신나게 놀며 충전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 왜 자신이 치킨 런에 화장실 귀신의 화장지를 장인의 심정으로 염색하고 있단 말인가.

 

  “나는 자기가 나와 줄줄 알았어.”

 

  “또 팀장님이 요상한 짓거리를 한 건 아닙니까?”

 

  가온은 몽룡을 흘겼다. 분명 저 망할 팀장놈이 이상한 수를 쓴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직접 자신의 다리로 이곳까지 걸어올 리가 만무했다.

 

  “저주인형이라도 쓰신 것 아닙니까?”

 

  가온이 다시금 몽룡을 쏘아보았다. 몽룡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냐, 아냐. 이번에 내 책상에 강력접착제로 붙인 사직서들 하나하나 떼어내느라고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 걸? 마침 오늘 아침에 마지막 장을 떼어나고 만나러 가려던 중에 자기가 온 거란 말이야.”

 

  “그 자기 소리 좀 그만 하십쇼.”

 

  이를 바득바득 가는 가온을 보며 승후도 자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승후는 치킨 런으로 향하는 가온에게 몇 번이고 진심이냐며 말을 걸었지만 가온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치킨 런에 오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 것처럼 그는 승후의 말을 가볍게 제치고 방자에게 줄 커피를 사서 이곳으로 왔다.

  내가 왜 그랬지?

  가온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내 생각해 봐도 알 수 없었다. 그저 그게 너무나도 당연한 것 같아서 행했는데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그 이곳에 오기가 엄청 싫었으니까. 이번에야 말로 자신의 부하를 함부로 대하는, 뿅망치로 기절시키는 몽룡에게 오기가 나서 맛 좀 봐라 하는 심정으로 퇴사를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굳이 저승의 일을 해야 한다면 화랑이 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왜 왔지?

 

  “진짜 이상하기는 해.”

 

  가온의 말에 승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꼭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움직이더라고.”

 

  “뿅망치를 맞은 부작용인가?”

 

  “일주일이나 지난 후에?”

 

  “잠복기간이라는 게 있잖아.”

 

  가온은 끝까지 뿅망치를 물고 늘어졌다. 꽤나 뒤끝 있는 그 모습에 승후는 그러려니 했다. 하루 이틀 겪은 일이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둘은 묵묵히 염색을 이어갔다. 오늘 내에 끝낼 수 있을지 한숨이 새어나왔지만 쌍둥이들은 아직 고등학생인 관계로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둘 밖에 없었기에 불만을 토로해도 소용없었다. 가온은 계속해서 왜 사무실에 왔는지 정말 운도 지지리 없다며 불길한 날이라고 투덜거렸다. 승후는 묵묵히 가온의 옆에서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러다 열심히 휴지에 염색이 잘 되었는지 감독하고 있던 몽룡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정확히 우리가 하는 일이 뭐예요? 혹부리 노래방은 굳이 우리가 아니더라도 화랑들이 해결할 수 있는 일 아니었어요?”

 

  가온은 승후의 물음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항상 폼나는 일 즉, 실전에는 단 한 번도 투입시키지 않던 몽룡이 이번에는 그들을 실전에 투입시켰다. 괜찮은 일을 달라고 투덜거리면 몽달귀신을 데려와 페이스페인팅 손님이 왔다고 너스레를 떨던 그였다. 그런데 혹부리 노래방 사건 땐 왜 그런 거지?

 몽룡은 담뱃대를 물었다. 그리고는 입을 삐죽였다. 옆에서 묵묵히 서류를 처리하던 방자가 고개를 들었다.

 

  “암행어사가 된지 3년지 지났는데 아직도 어사가 할 일을 모르는 게 말이 되요? 아직도 애들한테 말 안 해준 거예요?”

 

  좀처럼 잘 말하지 않는 방자가 한심하다는 듯 입을 열자 몽룡이 몸을 움찔거렸다. 방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파묻고 서류처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몽룡은 승후와 가온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괜히 헛기침을 두어번 했다.

 

  “그러니까 암행어사는 너희도 알다시피 여러 팀으로 나뉘어져있고 우리는 그 중 ‘긴급지원팀’이야.”

 

  승후와 가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몽룡은 두 사람에게 손을 멈추지 말고 계속 일하라는 듯 긴 담뱃대로 아직 염색이 되지 않은 휴지들을 가리켰다. 둘은 몽룡을 흘기며 다시금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참으로 휘황찬란한 것이 꼭 서낭당을 떠오르게 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렇게 긴급한 일을 맡아 처리하고 있는 거고.”

 

  “긴급한 일이 휴지 염색하는 일입니까?”

 

  당장이라도 염색하던 휴지를 갈기갈기 찢을 기세로 가온이 살벌하게 묻자 몽룡은 어색하게 웃었다. 안 그래도 뿅망치 사건으로 뒤끝을 보여주는 가온에게 더 이상 장난을 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 그는 방자의 책상 위에 껑충 뛰어 앉았다. 방자가 흐트러진 서류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허구한 날 훈련이라고 그 담뱃대로 후드려 패면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이유도 덤으로 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몽룡은 멋쩍게 얼굴을 긁었다. 가온은 그 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담아두고 있던 모양이었다. 역시 가온의 뒤끝은 못 말린다며 그는 침을 한번 삼켰다. 그리고는 담뱃대를 한 번 입에 물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금 너희가 하는 일은 암행어사의 업무가 맞아.”

 

  몽룡은 평상시와는 다른 진지한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암행어사는 항상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서서 지켜보는 일을 수행한다. 그를 위해서 이렇게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면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지는 일은 없는 지 감시하는 거야. 지난 3년간은 아주 평화로운 시기였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번 혹부리 노래방 사건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는 한국 저승계의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사건이었어.”

 

  몽룡은 무언가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리고는 가온과 승후의 손을 닦달했다. 이야기를 듣느라 또 손이 멈춰있던 탓이었다.

 

  “저승의 경찰이라 불리는 화랑이 하는 일은 저승의 법을 어기는 귀들을 잡는 일. 그리고 우리 암행어사들이 하는 일은 이승과 저승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도록 그 어느 쪽도 지키는 일이야. 비슷하면서도 다르지. 이번 혹부리 노래방 사건은 이승의 정기를 모아 한국 저승계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사건이었어. 이승의 사람들과 저승의 귀들의 밸런스는 항상 동일해야해.”

 

  품 안에서 나침반을 꺼내든 몽룡은 가온과 승후에게 보여주었다. 나침반에는 북쪽과 남쪽과 같은 방향대신 붕괴, 나쁨, 경고, 양호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나침반의 하나뿐인 침은 지금 ‘양호’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실 나도 그렇게 갑자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 그래서 상태만 잠깐 보고 오라고 보낸 건데... 아직 청춘이라 그런지 바로 사건을 해결하려고 뛰어들더라고.”

 

  “그럼 그 상황에 가만히 있어야 했습니까?”

 

  “물론 그건 아니지.”

 

  몽룡은 가온을 약올리듯 생글생글 웃었다.

 

  “밸런스가 무너지면 이승이 위태로워져. 저승에서만 존재해야 할 것들이 사람들을 해치고 다니지. 그렇게 되면 나라가 혼란에 빠지게 돼.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처럼 나라가 뒤숭숭해지지. 그 때도 저승 암행어사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말을 하던 몽룡은 천천히 담뱃대의 재를 털었다.

 

  “그리고 너희들에게는 누차 얘기하는 거지만 그 누구에게도 우리의 정체를 알려줘서는 안 돼. 암행어사의 신분이 노출되는 순간, 표적이 될 수도 있어.”

 

  가온은 가만히 몽룡의 이야기를 듣다 입을 열었다.

 

  “그런데 꼭 심부름센터가 아니더라도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지지 않는지 감시가 가능한 일들은 많지 않습니까? 왜 꼭 심부름센터입니까?”

 

  “그나마 이게 더 돈이 잘 벌리거든.”

 

  몽룡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게다가 심부름센터는 저승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승에서도 돈을 벌 수 있잖아? 우리 사무실 월세 내려면 열심히 벌어야 해.”

 

  가온은 결국 염색하던 노란색 휴지 두루마리를 몽룡을 향해 세게 던졌다. 그리고 보기 좋게 피하는 몽룡을 향해 혀를 찼다. 얼굴에 정통으로 맞기를 바라며 던졌건만. 가온이 혀를 차자 몽룡이 ‘자기 너무해!’라며 우는 흉내를 내었다. 그 모습에 가온에게서 살기가 올라왔지만 옆에서 열심히 막는 승후 덕에 몽룡은 살 수 있었다.

 

  “어쨌든 너희는 앞으로도 열심히 치킨 런에서 일해줬으면 해.”

 

  “그래서 훈련이랍시고 후드려 팬 이유는 뭡니까?”

 

  몽룡이 일부러 답하지 않은 것을 가온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가온의 질문에 몽룡은 짧게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사항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곤거리며 말했다.

 

  “그건 말이지...”

 

  짐짓 진중해 보이며 비밀이야기를 하듯 소곤거리는 몽룡의 말을 잘 듣기 위해 가온과 승후는 청각을 곤두세웠다.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해서 서류를 넘기는 방자 역시 어느새 고개를 들고 몽룡을 쳐다보고 있었다.

  몽룡은 침을 한 번 삼키고 말했다.

 

  “너네 맷집좋아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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