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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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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컨디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무거운 짐을 나르던 도중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몸이 기울어질 때 이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덧없는 잿빛 인생이란 소설은 여기서 끝나야 정상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바로, 30이라는 숫자가 나의 왼 눈 밑에 새겨져있는 상태로 말이다.
'30'
그건 나에게 남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표식이었다.
그래. 남은 한 달동안은 생전에 해보질 못했던 못된 장난을 쳐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장난을 치는 그때, 나는 나와 같이 유령인 어떤 소녀를 만났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우리들의 만남과 다가오는 끝.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그런 이야기다.

 
재회
작성일 : 17-06-22 16:50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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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현듯 찾아온 복수를 위해 심부름을 내팽겨쳤던 마트로 돌아갔다.

 카트를 세워둔 곳을 찾아가보니 그 사이에 직원이 치웠는지 쇼핑중이던 카트는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새로운 쇼핑카트를 꺼내 사람들을 통과하고 돌아다니며 종이에 적혀있는 리스트들을 하나하나 담았다.

 마지막으로 빠진 재료는 없는 지 다시 한 번 체크하고서 커다란 쇼핑봉투로 옮겨담았다.

 마트를 나와 집으로 향하며 걷던 그때 소녀가 말을 걸어왔다.

 "근데 너 옷 사야되지 않아?"

 "아참. 그랬지."

 깜빡했다. 아까 사뒀던 옷들이 담긴 쇼핑백은 치워진 쇼핑카트 안에 담아둬서 다시 살 필요가 있었다.

 "어쩐지 허전한 기분이 든다 했어."

 걷다가 적당한 옷가게가 보여 그곳에 들렀다.

 그 다음, 내 체형과 맞는 사이즈의 잠옷이나 여벌의 여름 옷들을 고른 뒤 카운터에 있는 쇼핑백에 담았다.

 심부름과 여벌의 옷, 컵이나 칫솔같은 개인소품 구매.

 처음에 계획했던 것들을 모두 달성하고서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네 시라……. 난 일단 살 거 다 샀거든. 넌?"

 "베이커리에 들를 예정이었어."

 "오는 길에 지나쳤으니 그럼 다시 되돌아가야겠네."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집으로 걷다보면 하나 나오거든."

 아직 그 곳에서 지내게 된 지 만으로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소녀처럼 집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어색한 감이 있었다.

 옷가게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쇼핑봉투와 백을 양 손에 들며 몇걸음 걸어가자 소녀가 불쑥 끼어들었다.

 "같이 들어줄게. 한 쪽 내놔봐."

 그렇게 말하더니 소녀는 쇼핑봉투의 손잡이 한 쪽을 들어 걷기 시작했다.

 "고마워."

 봉투를 나눠든 우리는 사람들을 빈번히 통과했다.

 그럴때마다 일렁이는 아지랑이에 시야가 흐릿해지지만 넘어질 만큼은 아니었다.

 인구가 밀집한 시내 광장을 돌아다니거나 마트를 돌아다녔다.

 오늘 하루만에 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몸을 스치며 통과했다.

 자신이 유령이라는 것을 의식하며 일일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서는 벗어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현 상황에서 무엇보다 내 의식을 사로잡는 건 다름아닌 소녀의 존재였다.

 또래의 이성이라는 점에 더불어 복수라는 공통된 목표를 함께 하게 되었다.

 그 사이의 즐거움속에서, 오랜 시간동안 잊고 지내던 특별하고도 흔한 감정이 확실하게 있었다.

 덜어진 무게를 느끼며 옆에 있는 소녀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고백해보자면, 특히나 단발머리가 매력적인 소녀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이상형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심을 품게된다. 사소한 것에서 호감을 가지는 남자들의 지독한 착각이라는 건 알고있다.

 그래서 괜시리 스스로가 바보같아지는 기분도 들지만 힐끔거리는 것을 그만두지는 않았다.

 들키지 않으려 했건만 꼬리가 너무 길었던 탓인지 그만 소녀와 눈을 마주쳤다.

 깜짝 놀랐다. 아니라고 발뺌하듯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귓불이 화끈하게 달아오른다.

 지금 시선을 돌리면 또다시 눈을 마주칠 것 같다.

 그저 서로 비슷한 타이밍에 내딛는 발소리에 집중하며 걸었다.

 광장에서 점점 멀어지다보니 세련된 건물들은 줄어들고 대신 이불집이나 도장집같은 허름한 옛 건물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저기야."

 소녀가 가리킨 방향엔 파리바게트가 있었다.

 버튼을 눌러 들어가니 고소한 빵냄새와 시원한 공기가 우릴 반겨주었다.

 고급스러운 비주얼의 디저트부터 옛날 빵까지.

 진열대의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침샘을 자극시킨다.

 "잠깐 들고있어줘."

 "어어."

 봉투를 내게 맡긴 소녀는 트레이와 집게를 들었다.

 함께 한바퀴를 둘러보던 소녀가 마카롱을 집어들며 말했다.

 "너도 먹고 싶은게 있으면 말해. 내가 담아줄게."

 "그럼 난 에그타르트로."

 딸기 타르트를 집어들고 그 옆에 진열돼있는 에그타르트 세 개를 담았다.

 그렇게 반복해서 몇바퀴를 돌다보니 트레이엔 꽤 많은 디저트가 담겨져있었다.

 실로 여자애답다는 생각을 하며 봉투에 옮겨담기 위해 카운터로 향한 그때였다.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

 계산을 마치고 정중한 인사를 하는 알바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들고있던 봉투를 손에서 놓을 수밖에 없었다.

 눈과 입이 점점 벌어진다. 믿기지가 않는다.

 "……왜그래?"

 털썩 떨어지는 봉투에 반응한 소녀가 의아해하며 물어오지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수아……."

 그건, 잠깐동안 넋을 잃은 채 알바생을 바라보던 내가 내뱉은 첫마디였다.

 유니폼을 입고있는 또래의 단정한 보브컷의 여자애는, 고등학생 때의 유일한 친구이자 좋아했던 여자애인 이수아였다.

 "……."

 뒤늦게 소녀의 시선을 눈치챘다.

 떨어트린 봉투를 집어들자 소녀는 카운터에서 봉투를 가져와 트레이의 디저트들을 하나하나 담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수아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계속 있을거야?"

 봉투를 챙긴 소녀가 말을 걸었다.

 말없이 출입문으로 걸음을 옮기지만 나는 나가기 직전까지도 고개를 돌려 수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매장을 나온 뒤에도 이 곳의 위치를 철저히 기억하기 위해 주변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마저 집으로 향하며걷는 동안엔 말이 없었다.

 급격히 낯설어진 분위기를 신경쓰며 걷다보니 어느새 건물은 모습을 감추고 드넓은 논밭이 들어섰다.

 허름하게 낡아버린 정겨운 느낌의 시골 정류장을 지나며 소녀가 입을 열었다.

 "잠깐만 쉬다가자."

 "응……."

 갈색 벽돌로 지어진 정류장 안의 나무벤치.

 우리는 그곳에 한 걸음 사이로 떨어져 앉았다.

 소녀가 봉투에서 일회용 작은 스푼과 함께 작은 컵 아이스크림 두 개를 꺼냈다.

 "자, 여기."

 "……땡큐."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며 눈 앞에 펼쳐진 푸른 논밭을 멍하니 바라본다.

 들려오는 건 쓰르라미가 우는 소리뿐. 두 사람 사이엔 묘한 침묵이 있었다.

 "……아까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그 침묵을 먼저 깨버린 사람은 내가 아닌 소녀였다.

 아이스크림을 푸던 스푼을 잠시 멈추고 대답했다.

 "고등학생때 좋아하던 여자애였어. 그때 당시 내 유일한 친구였어."

 소녀는 무덤덤하게 아이스크림을 퍼먹고 있었다.

 계속 말해보라며 설명을 요구하는 침묵이었다.

 "수아를 알게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 옆 반에 있던 여자애였거든."

 그 뒤로 그때 당시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수준별 수업으로 옆 반의 일부 학생들과 수업을 하게 되었고 그때 수아를 처음 만났던 것부터 여자애가 버거웠지만 수아는 남들과 다르게 친근하게 다가와주었다는 것.

 수학을 잘하던 수아는 나와 1,2등을 다투는 라이벌이자 친한 친구였다는 것, 고난이도 문제를 누가 더 빨리 푸느냐 내기를 하던 것과 서로의 교과서에 낙서를 하며 장난을 쳤던 것, 함께 남아서 야자를 하던가 금요일마다 놀이터에서 음악을 들었던 것등등.

 수아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늘어놓은 다음엔 종업식때의 일을 꺼냈다.

 "지루한 종업식이 끝나 마지막으로 둘 만 남았을 때 나는 계단을 내려가던 수아를 불러 멈춰세웠어. 고백을 하기 위해서였지. 하지만 끝내 내 대답은 '좋아했어'가 아니라 '잘가'였어."

 "어째서……?"

 소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건……."

 컵 표면에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이 떨어져 정류장의 아스팔트 바닥을 거뭇하게 적셨다.

 "어떠한 통보도 없이 연락두절이 된 초등학생 때의 첫사랑이 떠오른거야. 그 아이도 어떤 사정이 있었던 것 뿐이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아이도 날 찾으며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라는 어설픈 생각이 스쳐갔어."

 "……."

 "그래. 수아를 좋아한 건 사실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선 그 아이를 아직까지 포기하지 못했던거야. ……하지만 그 아이는 끝내 나타나주지 않았어."

 어째서인지 내가 흘린 쓸쓸한 목소리엔 아주 자그마한 원망이 섞여있었다.

 "그때 고백하지 못했던 걸 언제나 후회했어. 그리고 언젠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그땐 꼭 전하지 못했던 그때의 내 본심을 전하자며 마음 먹기도 했지."

 "아직도 그 아이를 좋아하는거야?"

 "글쎄…….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난 이런 꼴이 되어버렸지. ……이상한 이야기야."

 그 말을 끝으로 한동안 나와 소녀 사이에 오가는 말은 없었다.

 살짝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흘끗 바라보았다.

 고개숙인 채 손을 멈추고있었다.

 "만약에 말이야."

 시선을 돌려 다시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려던 그때,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분하면서도 왠지모를 불안감에 망설이는 듯한, 그런 목소리로.

 "그 첫사랑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면, 그리고 그 아이도 널 찾고 있었다고 말한다면……."

 말끝을 흐린 소녀의 말에 나는 손을 멈췄다.

 그 상태로 다음에 이어질 말을 기다린다.

 곧이어 망설임을 잡은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올곧은 시선으로 마주보는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넌 어떻게 할거야?"

 구름에 가려졌던 해가 느릿함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쓰르라미의 울음소리가 묘하게 크게 울려온다.

 내려오는 한 줄기의 햇살이 점점 커져가 소녀를 포근하게 비춘다.

 여지껏 살아오며 수많은 가정법들을 써내렸다. 소녀의 질문도 이미 진작에 해본 적이 있는 가정중 하나에 불과하다.

 "손을 꼬옥 잡으면서 말할거야. 더이상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나는 이미 한참전에 결정한 답을, 누군가에 대한 배려따윈 하나도 없는 나의 솔직함을 얘기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정의 이야기지만.

 내 말을 끝으로 소녀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작게 훌쩍이며, 조용히 아이스크림을 떠먹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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