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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네 아버지를 죽인 건 내가 아니야.2
작성일 : 17-06-22 11:58     조회 : 145     추천 : 3     분량 : 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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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안이 어두웠다. 희미한 빛이 어슴푸레하게 비쳐들었다. 가늘고 긴 빛 아래 보이는 벽도 바닥은 누군가 서툰 손길로 짓이겨 겹쳐 덮은 흙덩이였다. 이 끔찍한 악몽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커헉, 컥!”

 

 발끝에 감각이 없었다. 지독하게 추웠다. 옹송그린 채 제몸을 껴안고 있던 양 손을 꼼지락거렸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어머, 얘가 생사람을 잡겠네.’

 “…누….”

 

 누구야, 하고 말을 걸면서 어렵게 눈을 떴다. 눈에 풀이라도 붙였는지 눈을 뜨기가 어려웠다.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다가온 말소리의 주인공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흙벽과 바닥이 보였다. 조그마한 그림자가 찍, 하는 소리를 내더니 벽 아래쪽 구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쥐!!”

 

 바퀴벌레보다 훨씬 큰 덩치에 털 없는 꼬리, 그리고 날쌘 움직임까지. 놀란 소희가 몸을 들지 못한 채 뒤로 움직였다. 추워 굳어버린 다리를 간신히 끌며 엉덩이가 바닥에 쓸렸다.

 

 쥐에 놀란 탓에 방금 말을 건 목소리를 순간이나마 잊어버렸다. 하지만 곧 그 목소리는 다시 말을 걸어왔다.

 

 ‘얘, 너도 그 램프의 요정인가 뭔가 하는 놈한테 소원을 세 개 빌었니?’

 

 잠이 확 깼다. 소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껏 있었던 일을 돌이켜 보았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 애인과 똑같이 닮은 남자를 만났다. 귀찮게도 뭘 이야기하라고 자꾸 졸라서 홧김에 전 남자친구를 데려오라고 화를 내고 말았다. 그래서 소원을 빌었고….

 

 “유령…?”

 

 목소리만 들리고 보이지 않는 여자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어 보았다. 나름 상황을 이해해 보려는 수작이었다.

 

 ‘유령은 무슨! 나는 의사야. 현시우라고 해.’

 “시우 언니.”

 ‘왜 내가 언니일 거라고 확신해?’

 “….”

 

 소희는 입을 다물었다. 이 목소리는 진상 손님이 될 가능성이 다분해 보였다. 짧은 시간 텔러 일을 하면서 살아온 결과 자신의 직위나 사회적 명망을 먼저 자칭하는 사람의 경우 그에 걸맞는 대우를 요구하는 일이 많았다. 이름보다 직업을 먼저 말한다는 것 자체가 수상쩍다.

 

 고깃집에서도 옷가게에서도 그냥 아무나 붙잡고 언니 하지 않는가. 이름도 모르는 이상한 목소리 주제에 왜 언니인지 이모인지 동생인지 따지는가.

 

 아마 이 여자는 소희와 아주 다른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소개팅 자리에서 당장 어떤 일을 하신다구요, 라고 물어봤을 때 ‘의사에요’라고 한다면? 소희가 ‘텔러에요.’ 라고 대답했을 때와 그 대우는 천지 차이일 것이다.

 

 소희도 한때 의학교를 지망한 적이 있었다. 회사일을 도우면서 금방 포기했지만….

 

 소희가 어이없어 침묵한 사이 목소리는 다시 떠들었다.

 

 ‘그래도 넌 좀 말이 통하는 것 같다, 얘.’

 

 소희는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어디서 들려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외부에 스피커를 설치한 것도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누군가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미쳤나….”

 

 ‘그건 내가 증명해줄 수 있어. 넌 미치지 않았어.’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어온 것이 몇 년째인지 모른다. 상대방이 진심으로 이 이야기를 하는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다. 프로 텔러라면 지금 전화한 고객이 자기가 추가로 가가인터넷 와이파이 옵션을 넣고 가입했는지 아니면 모르는 사이에 옵션이 들러붙어 있는 건지 구분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응 방법에 크게 차이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지금 이야기하는 이 목소리 여자는, 자신이 하는 말을 진짜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나도 미치지 않았어.’

 

 팀장급 텔러 소희가 물었다.

 

 “내가 정상인 건 내가 알아요. 그런데 언니가 안 미친 건 내가 모르지.”

 

 허공을 향해 똑바로 그녀가 계속해서 쏘아붙였다.

 

 ‘내가 한국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니까 그렇지.’

 “한국대요?”

 

 소희가 더듬거렸다. 전국 상위 0.02%만 갈 수 있다는 그 대학교? 아니, 잠깐, 침착해 보자. 이 언니가 자칭 한국대 출신이라고 해도….

 

 ‘너 한국대를 알아?’

 “당연히 알죠. 한국 사람 중에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서울 사람 아니고 고3이 아니어도 다 알죠. 저도 원래 거기 가고 싶었는데.”

 

 성적은 안 됐지만 가고는 싶었다.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한국 사람이라고? 고3? 너 하남 하북성이나 절강성, 감숙성, 운남성, 섬서성, 사천성…’

 

 낯선 지명을 줄줄이 열거하는 목소리를 듣다가 비로소 아는 이름이 하나 나왔다. 짜장면 사천맛은 맵다. 사천이 중국 어디라더라. 주워들은 지식 한 토막이 기억난 소희가 다시 따져 물었다.

 

 “뭐에요? 언니는 중국 유학생이에요?”

 ‘아니, 난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고. 너 말이야!’

 “저도 서울 토박인데요.”

 

 아버지 회사 망하고 나선 경기도로 옮겼지만, 뭐. 나름 토박이라고도 할 수 있지. 지금 출근하는 회사도 서울에 있다.

 

 ‘한국 사람은 처음 봐!’

 

 방방 뛰는 것처럼 가볍고 경쾌하게 목소리가 울렸다.

 

 ‘지금 몇 년이야?’

 “지금 몇 년이냐고 물어도… 2017년이요.”

 ‘탄핵은 했어?’

 “한 지가 언젠데요?”

 

  목소리가 조용해졌다.

 

 “언제까지 제가 언니, 언니 해야겠어요? 이름이 뭐에요?”

 

 소희는 한참 기다렸으나 대답은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한국 사람은 처음 본다는 건, 언니가 겪어온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거네요? 그 중에서 한국 사람이 처음이라는 거고. 그럼 아마 그 사람들은 중국 사람이었나봐요?”

 

 소희가 물어보는데 조용한 한숨 소리만 들려왔다. 목소리가 어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거기에 안심한 소희는 조용히 안도했다.

 

 어두운 토방 속에 혼자 있는데 목소리라도 있으니 좀 살 것 같았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들려와서 소름끼치고 무서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안심이 됐다.

 

 어떻게 보면 좀 귀엽기도 하다. 누가 학연 지연에 목매는 한국 사람(?) 아니랄까봐 고작 같은 나라 출신이라고 저렇게 기뻐하다니.

 

 어쩌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소희는 아주 약간 희망을 가졌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그래서 네가 우리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벌써 열 번도 넘게 똑같은 문답을 되풀이하고 있다. 땡볕이 내리쬐는데 세수도 못했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심지어 물도 마시지 못했다. 포승에 묶여 무릎꿇려 있던 소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죽이지 않았어.”

 

 소년은 만족한 기색이 아니었다. 옆에 서 있는 소년과 닮은 남자 어른이 둘 서 있었다. 모두 오래되고 낡은, 옛 복식을 걸치고 있었다.

 

 소희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용맹한 범이 죽은 자리에 우연히 토끼가 있었다고 해서 그 토끼가 범을 죽였을 리가 없다고 얘기해.’

 

 이미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 것은 소년이 분노해서 바닥을 발로 쾅쾅 내리찍기 시작한 때였다.

 

 “언니!”

 “여기 어디에 네 언니가 있나!”

 

 얼굴이 일그러진 소년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옆에 서 있는 남자 어른은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했다. 어쩌면 아버지가 죽은 이유를 밝히려고 하는 것은 소년밖에 없는게 아닐까? 오직 여기서 소년만이 강렬한 감정을 분출하고 있었다.

 

 ‘나한테 대답하지 말고! 내 목소리는 너 말고 다른 사람한테는 안 들려!’

 

 “용맹한 범이 죽은 자리에 우연히 토끼가 지나가다 잠시 머물렀다고 해서, 그 토끼가 범을 죽였겠습니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소희의 말에 여태껏 무관심하게 서 있던 어른이 호오 하며 관심을 보였다.

 

 “공부를 좀 했구나. 무지렁이 집안의 여식은 아닌 듯한데.”

 “사형!”

 “양갓집 따님이 어째서 그런 무도한 복장으로 그런 곳에 있었던 것이냐?”

 

 양갓집 따님…? 소희는 조심스럽게 눈알을 굴렸다. 다행히 목소리가 늦지 않게 속삭여 주었다.

 

 ‘너는 사천 도씨 가문의 막내딸로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하다가 산적들에게 잡혔어. 그러다가 혼자 간신히 도망친 거야.’

 

 “나는 사천 도씨 가문의 막내딸로….”

 

 언니가 속삭여 주는 말대로 떠듬떠듬 이야기를 이어나가다가 울컥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부모님을… 잃…”

 ‘어머, 얘, 그건 내가 한 얘기랑 다르잖니!’

 

 다급하게 목소리가 수정해 주었다.

 

 ‘부모님을 잃었다고 하면 안 돼! 절대로 안 된다고! 넌 여자애니까!’

 

 어째서 여자애라면 부모님을 잃었다고 하면 안 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소희는 하라는 대로 다시 말을 이었다.

 

 “는 줄만 알았는데…, 간신히… 저 혼자만 도망쳐 나왔….”

 “무공이라곤 전혀 모르는 계집애 혼자 도망을?”

 

 비웃는 듯 소년이 을러댔다.

 

 “무공을 모르니까 일부러 도망치게 내버려둔걸 수도 있어.”

 

 옆에 서 있던 어른이 바둑에 훈수를 두듯 침착하게 말했다.

 

 “이 바로 옆 산골에 산적패가 있기는 하지. 앞뒤는 맞는데…”

 

 그가 한 발을 내디뎠다. 성큼성큼 걸어 소희의 앞에 오더니 소희의 손을 덥석 잡았다. 놀란 소희가 흡 하고 숨을 내쉬는데도 개의치 않고 마치 말을 사려는 사람이 편자부터 꼼꼼히 살피는 것처럼 손끝과 손바닥, 손목까지 꼼꼼히 훑어보았다.

 

 “…곱게 자란 손이군. 규방의 처자 손이야.”

 “!”

 “이 애가 네 아버지를 죽였을 리는 없다. 네 아버지의 가슴을 꿰뚫은 창은 무공이 없는 이런 여자애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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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06-22 13:01
 
다시 시작하셨군요. 여전히 재밌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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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하 17-06-23 10:28
 
다시 시작하게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일연재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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