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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비밀의 숲
작가 : 밥나무
작품등록일 : 2016.8.4

고립된 숲속에서 세상과 등진 세 남녀의 비극적인 이야기.
그리고 드러나는 숲과 세 사람의 비밀.

 
오필리아(2)
작성일 : 16-08-05 02:15     조회 : 432     추천 : 0     분량 : 5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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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오필리아의 발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헨리는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침착했다.

 그는 알코올에 핀셋을 소독하고 발바닥에 박힌 금속조각을 빼내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점점 피로 젖어갔지만 그는 아랑곳않고 금속조각을 빼는데 열중했다. 얼마 안가 그것은 오필리아의 발에서 빠져나왔고 피 또한 덩달아 터져나왔다.

 자신의 피를 본 오필리아는 공포에 떨었지만, 소리한번 내지않고 꾹 참았다.

 

 "괜찮아."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오필리아를 달래며 헨리는 그녀의 발바닥을 지혈하고, 소독하고, 약을 바르고, 붕대로 감았다. 헨리의 손이 조금씩 떨렸다.

 오필리아는 발바닥의 고통에 두려움을 느꼈고, 헨리는 어지러운 상황에 두려움을 느꼈고, 나는 알수없는 차가운 감정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 날 밤. 오필리아는 서재에 들어가 다음 날 아침이 되도록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도데체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수백권의 책들 속에서.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그녀가 없는 이 공간은 한없이 침전하는 쇠구슬 같았다.

 침전. 침전한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데도.

  헨리는 결벽증이 심해졌다. 자신 방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냉장고의 모든 재료들을 고정된 자리에 열을 맞춰 정리해 놓았다.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나는 혼자서 그림을 그렸다. 모두가 함께쓰던 내 만년필은 지금은 나혼자서만 쓰게됬다. 나는 내 만년필에 새겨놓은 숫자들을 손가락 끝으로 매만지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어릴 때, 오필리아와 내가 어렸을 때,(헨리를 만난건 좀 더 후의 일이었다.)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만년필을 갖게 되었을 때였다.

 나는 셋 중에서 유독 키가 작았었다. 물론 지금은 오필리아가 가장 작지만. 아무튼 그 때문에 항상 키가 큰 헨리를 부러워 했고, 나는 나의 키가 커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내가 바라는 키를 그 만년필에 새겨두기로 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 추리소설에 빠져있던 오필리아는 나에게 시시하게 적지 말라고 했고, 나는 고심끝에 숫자 열네자를 열심히 새겼다.

 지금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살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것은 182를 의미했다.

 

 *

  시간이 지나자 상황은 진정되어갔다.

 헨리도 원래대로 돌아왔고, 오필리아도 서재밖으로 나왔지만 발바닥의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못했다.

 그것때문에 오필리아는 우리를 자주 찾았다.

 우리의 팔에 기대서 걷는것은 기본이었고 서있을 때도 우리의 팔을 빌렸다. 하지만 오필리아는 워낙 체구가 작아서 아무리 몸이 안좋은 나라도 힘들지 않았다.

 

 "미안하다 얘들아."

 

 "미안하면 혼자걸어라."

 

 말은 그렇게 해도 헨리는 웃으면서 자신의 팔을 내어주고 있었다. 키가 180이 넘는 헨리의 옆에 있어서 인지 오필리아는 더 작아보였다. 헨리의 팔에 매달려있는 소녀. 그 소녀는 웃고있었다. 그 옆의 소년도 웃고 있었다.

 모든게 안정적이고 평화롭다.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란다.

 영원하길.

 

 *

  밤이 되었다. 개구리가 울고 새들도 우는 정겨운 밤이다.

 헨리는 자신의 방정리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방 한켠에 까맣게 빛나는 작은 탁자하나가 눈에띈다.

 그것은 몇 년전에 헨리가 스스로 제작한 원목가구이다.

 그 나무이름이 흑단나무였던가. 심재가 진한 흑색인 것이 특징이고 밀도가 높아 단단하다. 잘 다듬으면 광택도 난다고 한다. 그 옆의 책상역시 헨리가 돌배나무로 직접 제작한 것이다. 원목을 자르면서 헨리는

 

 "돌배나무는 단단하고 나뭇결이 좋아 가구를 제작하는데 아주 적합하지."

 

 라고 설명하며 즐거워했다.

 책상옆에는 크기가 일정한 책장들이 3개가 연달아 있는데 그곳엔 다방면의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있다. 철학, 경제, 종교, 의학, 예술...

 

 "문앞에 서서 뭐해, 에버렛."

 

 헨리가 옷장을 정리하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어느샌가 헨리의 방 문앞에 서 있었다.

 

 "어... 오필리아 어디있지?"

 

 나는 당황해할 것도 없는데 당황해서는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서재에 있지 않아? 아, 발때문에 혼자서 못올라갈 텐데."

 

 아닌게 아니라 오필리아는 진짜로 없어졌다. 집안에서 오필리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서재로 올라갔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필리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되자 두려움이 몰려왔다. 차갑다. 차가운 느낌이다.

 

 "헨리, 오필리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런말은 하지마. 같이 찾으러 가보자."

 

 헨리는 웃지 않았다. 낮은 목소리가 내 마음을 울렸다.

 우리는 현관으로 나가 정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려고 손을 뻗는 순간, 손잡이가 획 돌아갔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문이 열렸다.

 

 "둘이 나란히 서서 뭐해?"

 

 오필리아였다.

 

 "어디있었어?"

 

 헨리가 엄숙하게 물었다.

 

 "왜그래, 무섭게. 정원에서 책읽고 있었어."

 

 확실히 오필리아의 손에는 최근에 읽던 책이 들려있었다.

 머리카락이 살짝 헝클어 졌는데, 바람 때문인가?

 오필리아는 책을 나에게 건네고 우리의 팔에 자신의 팔을 한쪽씩 걸었다. 아픈 발로 혼자나갔단 말인가?

 

 "나갈꺼면 말을하지. 발 괜찮아?"

 

 한결 자상해진 어투로 헨리가 말했다.

 

 "책과 함께라면 괜찮지."

 

 오필리아는 헨리를 올려다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리의 팔을 더욱 끌어당겨 안았다. 그리고는,

 

 "너희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뜬금없이."

 

 "새삼스레."

 

 우리 셋 모두 웃음이 실실 새어나왔다. 기분좋은 느낌이었다.

 

 "책이 왜 그렇게 좋아?"

 

 기분탓에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나의 물음에 오필리아는 잠깐 멈칫하는 듯했다.

 

 "그러게. 이제 그 이유 좀 들어보자."

 

 헨리까지 가세했다. 그녀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고

 빙그레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설명할 수 없는거야. 너네를 이유없이 좋아하는 것처럼."

 

 *

  오필리아를 2층까지 부축해줬다. 헨리와 나는 굳게 닫힌 서재의 문만 보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1층에 다 내려왔을 때, 자물쇠 돌아가는 소리가 조용히 들렸다.

 

 -끼리릭...

 

 사용한 지 오래됬기 때문에 저런 소리가 난다.

 두번째 번호를 돌린다... ... 세번째... 끼릭... 네번째... 덜컥.

 이제 2초 뒤에... ...

 

 "잘자, 친구들"

 

 쿵. 서재 문이 닫히고 안에서 잠그는 소리가 들릴듯 말듯 난다. 헨리는 헨리의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간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는게 원래 이렇게 허무한 느낌이 들었던가? 초콜릿을 꺼냈다. 단게 들어가면 허무함이 사라질까봐서 였다. 그런데 이 집에는 먹을게 어디서 나는거지?

 

 -끼리릭...

 

 온신경이 곤두섰다. 윗층에서 기계음이 들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여는데 맞은편의 헨리도 동시에 나왔다.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헨리도 그 소리를 들은 것이다.

 

 -덜커덕

 

 덜커덕? 뜻밖에도 서재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난간 뒤로 오필리아가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자물쇠 소리였던 것인가?

 우리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이 조금 휘둥그레졌다가, 우리를 번갈아 보다가, 빙그레 웃다가,

 

 "같이 자자."

 

 작은 입술이 움직였다.

 

 *

  셋이서 같이 자는건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지금같이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현관에서 자는 것만큼 일상적인 일도 없었다. 서로의 방에서 각자 이불과 배게를 하나씩 들고 나왔다. 현관중앙에 있는 테이블을 정문앞으로 옮기고 이불을 모두 깔았다. 창문을 열면 벌레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열 수는 없었다. 그 대신 우리에겐 부채가 있었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다.

 

 "부채 부쳐주기."

 

 내 바로옆에서 오필리아가 부채를 부쳐주고 있었다.

 곧 나는 헨리에게, 헨리는 오필리아에게 부쳐줬다.

 살랑살랑. 그녀의 부채질은 자연바람 같았다. 그에 반하면 헨리의 부채질은 엄청났다. 그는 생각없이 하고 있는것 같았지만, 그 바람을 맞는 오필리아의 머리카락은 펄펄 날렸다. 우리 몰래 운동하나?

 

 "안힘드니?"

 

 오필리아는 그 바람이 좋은지 실실 웃으면서 헨리에게 물었다.

 

 "글쎄. 난 에버렛이 더 힘들어 보이는데?"

 

 망할자식. 솔직히 힘들다.

 

  궤종시계의 시침이 막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우리는 아직까지 잠을 자고싶지 않았기에,

 

 "스페이드 스트레이트!"

 

 포커를 하고있다.

 이번 판은 그녀가 이겼다. 내가 트리플이고 헨리가 K원페어니까 벌칙은 헨리의 몪이다. 그 벌칙이라 함은,

 

 "뺨 대세요."

 

 뺨 맞기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몸을 푼다. 모두 웃음을 참고있다. 자세를 잡은 오필리아가 한 손으론 헨리의 멱살을 잡고 한 손으론 그의 뺨을 때렸다. '짝' 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모두 웃음이 터져버렸다. 오필리아는 웃겨서 자지러지면서도 헨리의 볼의 매만져줬다.

 헨리는 오필리아를 번쩍들어 소파에 던지는 시늉을 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세상 행복했다. 그래. 우리의 밤은 항상 이렇게 행복했다.

 

  이제 시간은 새벽 1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나는 까놓은 초콜릿이 생각나서 집어넣으러 방에 들어갔다가, 혹시 오필리아가 먹을까 싶어서 현관으로 가지고 나왔다. 헨리는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고, 오필리아는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었다. 하늘색 잠옷은 정말 편해보였다. 그녀는 여름에는 원피스밖에 입지 않았고, 잠옷 역시 원피스였다. 하늘색. 밝은 하늘색. 하얀 어깨와 쇄골이 드러나는, 팔을 올리면 겨드랑이가 보이는, 가슴에는 단추 5개가 있는, 끝자락이 정강이뼈까지 내려오는. 고개내민 복숭아뼈, 하얀 발, 예쁜 발가락.

 

 "그러다가 오필리아 닳겠다, 에버렛."

 

 나는 화들짝 놀랐다. 헨리는 오필리아좀 그만 쳐다보라며 웃어댔다. 오필리아도 읽던 책에서 눈을 돌리고 나를 보더니 웃었다. 나는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졌다.

 

 "뭐 볼게 있다고 그렇게 쳐다보니? 우리사이에."

 

 그녀는 내 마음을 알까? 알고서도 저런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거라면, 나는 죽고싶어질 것이다.

 

 "예뻐서 그렇지. 물론 잠옷이 말이야. 책이나 읽어."

 

 이렇게 장난으로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웃어보일 수 밖에 없었다.

 

 "네, 오빠."

 

 웃으면서 저런 장난을 친다.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있기 힘들다. 식은 땀이 흘렀고 심장이 고동쳤다. 궤종시계의 추가 좌우로 딸깍딸깍 움직이며 내 심장박동을 헛갈리게 했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건가?

 

 내가 그녀를 사랑해도 될까?

 

 

 아니, 나는 그녀를 사랑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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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ime 16-08-05 13:07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조금 배경설명이 더되어야 스토리 이해가 될것같네요!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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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나무 16-08-05 15:21
 
사실 세상과 마음을 닫은 고립된 사람들임을 나타내기 위해 일부러 자세한 배경설명을 아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가족관계가 드러나지 않은것도 같은 이유에서구요^^ 잘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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