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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인어의 산책
작가 : 라메리
작품등록일 : 2017.6.21

한 번 잡은 먹잇감은 절대 놓지 않은 미친개 형사, 태오는
희귀 어종 불법매매가 오갔다는 바닷가를 수사하던 새벽,
바다에서 도망쳐 온 인어를 마주치게 된다.

-새벽빛이 닿는 순간 인어는 죽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달.”
달이었다.

바다의 무법자, 휘는 도망친 달을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육지를 밟게 된다.

 
달을 찾아서
작성일 : 17-06-22 00:34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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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 종잇장 같은 모가지...”

 그의 눈은 자연스럽게 인어의 목선을 타고 내려왔다. 밤이라 어두웠음에도 달빛이 바닷물에 굴절된 빛이 은은하게 그들을 비추었기에 조금은 밝았다. 백옥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만지면 부드러울 거야. 태오는 자신이 예전에 좋아했던 여자의 가녀린 목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힘주면 부러트릴 수도 있어.”

 가볍게 한손으로 인어의 목을 감싼다. 이상할 정도로 인어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괜한 오기에 그는 손에 힘을 주어 그 얇은 목에 힘을 주었다. 입술이 닿을 것처럼 태오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인어의 눈을 보기 위해서였을 거다. 숨이 찰만도 할 텐데 인어는 미동이 없었다. 다만 눈에서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았다. 눈물이 관자놀이를 지나 모래 위로 떨어진다.

 “윽, 내가 정말 미쳤나.”

 그는 불에 덴 듯 화들짝 손을 뗐다.

 “하아.”

 달은 입술을 벌려 숨을 빠르게 내쉰다. 태오는 인어의 모습을 홀린 듯 지켜본다.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가, 거세게 자신의 뺨을 치는 그다.

 한 대로 안 되겠는지 다시 한 번 세게 뺨을 때린다.

 달,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짓는다. 작은 미소였음에 어찌나 그 모습이 환해보였는지 태오는 알 수 없었다.

 “죽으려고 왔지, 너.”

 달은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인간에게 마음을 읽히다니, 태오가 재밌게 느껴졌다. 여전히 인어는 누워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모래가 엉켜 있었다. 달은 태오를 올려다봤다. 그는 아무런 사심 없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눈을 보면 알거든. 살고 싶은지 죽고 싶은지, 아니면 살 의지가 없는지.”

 인어는 말이 없다.

 “범인과 마주했을 때, 가장 위험한 건 살 의지가 없는 놈이다. 그놈들은 궁지에 몰리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너한테 그걸 느꼈어. 네 이상한 눈은 나를 조종하는 것 같았지! 지금 내 손에 죽어도 상관없을 것처럼. 참고로 난 너 같은 것들이 제일 최악이야.”

 “해가 뜨면 자연스러운 일. 전해 내려온 소문대로라면 모래가 될 수 있을 거다. 네 도움 없이.”

 “죽음을 기다린다고?”

 “내가 태어날 때부터... 아니 아주 오래 전부터 바다에는 이런 이야기가 돌아다녔어. 처음으로 뭍에 간 인어의 이야기. 그 인어는 호기심이 아주 많았고, 육지 이야기를 전해 들기에는 부족했던 거야. 호기심이 인어를 뭍으로 오르게 했어.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죽었나?”

 “맞아, 태양이 쏟아지자, 인어는 산산조각이 되어 바람이 되었대. 평생 바다를 벗어나고 싶었던 그 인어의 소원은 이뤄진 셈이다. 나쁘지 않은 죽음이야.”

 “너도 죽겠다고?”

 “운이 좋았어, 아직 밤이니까.”

 자신이 목을 조를 때 어째서 그렇게 평온했는지 태오는 납득이 갔다.

 그는 서둘러 현재 시간을 확인했다. 4시 49분.

 조금만 있으면 해가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미 밤의 모습은 사라지고, 하늘은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인어의 모습이 선명해질수록 그는 참을 수 없는 갈증을 느꼈다. 힘없이 늘어진 달의 모습은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너무나 숭고하기 짝이 없었다.

 반면, 그 숭고함을 더럽히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태오다.

 인어를 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은 금방이라도 밝아질 것 같았다. 붉은 해가 고개를 내밀고 육지 모든 것을 밝힐 것이다. 그와 동시에 인어는 산산조각이 되어 휘날리겠지.

 

 ***

 

 심해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빛이 없는 이곳은 낮과 밤이 없었다. 시간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다. 시간을 만든 것도 그들이니까.

 으르릉, 으르릉-

 그의 주변에는 작은 생물조차 찾을 수 없었다. 거대한 공간에 그의 꼬리만 유유히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으르릉-

 입의 소리가 아닌, 그는 온몸으로 소리를 내뿜었다.

 휘는 잠시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하루가 지나도록 그의 부하들은 달을 찾지 못했다. 명령을 어긴 부하들은 최대한 멀리 그와 떨어져 있어야 했다. 그것이 그의 다음 명령이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기라도 한다면 두 동강으로 찢기는 것은 당연했다. 휘, 자신조차 자신의 잔혹한 성질을 막을 순 없었다.

 -바다에서 찾을 순 없었습니다.

 어디선가 부하 천의 목소리가 전해져 온다. 휘는 날카롭게 귀를 기울였다. 천둥이 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무엇이든 파괴해 버리고 싶은 마음에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달은 육지에 있다.

 -휘님이시여.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마녀에게 간다.

 

 

 -들었습니다. 인간들에게 돌고래를 넘기신다구요, 그래서였군요, 그래서 시끄러운 돌고래 소리가 바다에서 옅어지는 거로군요. 호호.

 딱딱한 해초를 엮어 만든 작은 동굴 속에 마녀는 살고 있다. 동굴이 작다고는 하나 얼마나 깊은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휘에 등장에 마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목소리면 내보냈다. 동굴을 지키고 있는 늙은 새우들만 벌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모습을 보여라.

 평소 말 많은 마녀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마녀는 수십 년 동안 동굴 밖을 나온 적이 없었다.

 잠깐의 뜸을 들이자, 부하 천이 등 뒤에 매고 있던 도끼를 매섭게 꺼내, 바닥을 내리쳤다. 물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그 소리가 무척 위협적이었다. 새우들은 거품을 물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내가 들어가길 바라는 건가.

 강압적인 그의 말에 마녀는 꾸역꾸역 동굴 밖으로 나왔다.

 온몸이 짓무른 듯한 형태를 띠었다. 끈적하고 물렁한 몸은 꽤 유연하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마녀는 문어 중에 가장 오래 산 문어였다. 퇴화된 눈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마녀의 정신은 눈보다 더 멀고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 모든 것을 마녀는 알고 있었다.

 휘가 자신을 왜 찾아왔는지도 이미 알고 있었고, 그가 찾아올 거라는 사실도 알았다.

 ‘위험한 냄새가 나는구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상대다. 마녀는 이렇게 강한 기운을 처음 느껴본다.

 -내가 왜 왔는지 알고 있을 거다.

 -그녀 때문에 오신 겁니다.

 -말해.

 마녀는 그 험악한 기운에 몸이 움찔했다.

 -물, 물에서는 그녀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이냐!

 그 호령에 동굴이 무너질 것같이 흔들렸다.

 게다가 천은 당장이라도 마녀를 벨 것처럼 도끼를 쥐고 있었다. 제아무리 오래 살았던 마녀라 할지라도 이렇게 죽고 싶진 않을 거다.

 다리는 기이하게 움직였다.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녀는 다리를 움직여 기운을 읽었다.

 -이런... 달은 뭍으로 갔습니다. 틀림없습니다. 불길한 땅의 기운이 느껴지니까요. 그리고 웬 인간을 만난 것 같습니다. 인어와 인간이 함께 있는 건 쉽지 않은 일... 점점 기운이 약해지는 쪽은 인어입니다... 달이 위험하군요.

 -얼마 후면 해가 뜬다. 어디 있나. 그녀가 어디 있냐고 물었다.

 오랫동안 휘를 봐온 천은 그가 그렇게 안달이 난 모습은 처음이었다.

 대체 그에게 달이 어떤 존재인 걸까.

 마녀는 기운을 모았다.

 -해가 뜨면 인어는 죽지 않는가!

 -그, 그러죠... 새벽빛이 닿는 순간 인어는 죽습니다.

 -너라면 방법을 알고 있다. 조금도 나를 속일 생각은 마라.

 으르르-

 휘는 손을 뻗어, 마녀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순식간에 마녀는 온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거대한 문어의 다리가 파르르 떨렸다.

 -윽, 소... 속일 생각 없습니다. 전혀... 하지만 휘님의 생각을 감히 읽었습니다.

 휘는 손을 털어 마녀를 내동댕이쳤다. 그의 손이 닿았던 목덜미가 화끈거려 마녀는 연신 기침을 뱉는다.

 -콜록, 콜록! 육지에 직접 가, 가실 생각이시군요! 콜록!

 -위험합니다!

 나서지 말라는 듯 휘는 천을 한 번 쳐다본다.

 -해가 밝기 전에 가야 한다. 내가 원하는 걸 너는 알고 있어.

 -제가 내드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아실 테지요.

 마녀는 뒤로 주춤하며, 부드럽게 동굴로 들어갔다. 그가 원하는 것을 찾는 데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마녀는 아까의 공포에 자꾸 기침이 나왔다. 오랜 세월 끈질기게 유지했던 목숨을 저 안하무인인 자에게 잃을 뻔하지 않았는가.

 마녀는 주섬주섬 휘가 원하는 물건을 상자에 넣은 후 가벼운 주문으로 상자를 봉인했다.

 -목걸이에 달려 있는 두 개의 열매의 사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상자를 내려다본 휘는 마녀가 걸어놓은 결계를 단번에 깨뜨렸다.

 상자 안에는 하나의 목걸이가 있었는데, 아주 작은 동그란 열매가 악세사리처럼 매달려 있었다. 하나는 붉은색이며, 하나는 검은색의 열매이다.

 -휘님이 간절히 원하신다면, 이 열매들이 소원을 들어줄 겁니다. 부디 필요할 때만 사용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모든 힘에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쿨럭!

 -허튼수작이라면 큰 대가가 있을 것이다. 그 무수한 다리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를 것이고, 다시는 동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겠어.

 마녀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 휘의 말 하나하나가 전부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저렇게 지독한 성향을 가진 인어는 처음이고, 다시는 생겨나서는 안 된다고 마녀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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