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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신의 선물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9

주신이 가장 총애하는 막내 딸 일레인은 우연히 보게 된 인간 세상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인간 남자아이가 아픈 누이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습이 왠지 눈길이 갔다. 인간 세상을 꿈꾸던 일레인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성년식이 다가오는데...

 
8.첫 만남(1)
작성일 : 17-06-21 22:14     조회 : 314     추천 : 3     분량 : 3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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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쪽이에요.”

 

 니아가 문을 열고 집안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원래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사니?”

 

 처음으로 맡아보는 쾌쾌한 곰팡내와 공기 중을 폴폴 날아다니는 먼지들이 눈에 들어오자 기겁을 하며 물었다.

 

 “죄송합니다. 일레인님. 저도 인간 세상은 처음이라…….”

 “아, 미안. 그런데 니아 그 사람은 어디 있지?”

 

 일레인의 질문에 니아가 손가락으로 한구석을 가리켰다.

 

 더러운 바닥에 얼굴을 대고 쓰러져 있는 남자는 큰 키에 단단한 근육으로 단련된 몸을 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점점 숨결이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니아, 이 사람이 똑바로 누워있도록 해줘. 그리고 전신을 깨끗하게 씻어 주고.”

 

 신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그녀라도 엎드려 있는 남자의 상태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니아에게 명령을 내린 일레인은 가방을 내려놓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다 됐어?”

 

 소매를 걷어 올린 일레인이 니아를 향해 고개를 들자 니아가 물의 힘을 이용해 남자를 씻기는 작업을 막 끝내는 것이 보였다.

 

 하늘을 바라보고 바로 누운 남자는 미(美)에 익숙한 일레인이 보기에도 혹할 정도로 눈부신 모습을 하고 있었다.

 

 햇볕에 살짝 그을린 매끄러운 피부와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 반듯한 이마와 우아한 선을 그리며 하늘로 뻗어있는 콧날. 얇고 붉은 입술과 약간 튀어나온 턱 관절로 인해 사내다움을 부각시키는 남성적인 얼굴.

 

 ‘어 어딘지 익숙한 얼굴인데…….’

 

 콕 집어 말할 순 없었지만 어딘지 익숙한 옆모습에 일레인의 발이 저도 모르게 움직였다.

 

 “.........루카.....스?”

 

 얼굴의 정면을 확인하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그리운 이름을 소리 내 불렀다.

 

 ‘루카스 당신이 얼음산엔 왜……. 그것도 혼자서 이런 모습을 하고…….’

 

 영지에서와는 다르게 그는 간편한 여행복 차림에 평범한 가죽으로 된 방어 구들을 두르고 독으로 인해 여기저기 검게 변한 피부를 드러낸 그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를 풍겼다.

 

 그리워하던 이의 충격적인 모습에 잠시 멍해졌던 일레인은 루카스의 얕아져 가는 숨결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

 

 “니아, 넌 이곳을 깨끗이 정화 시키고 내가 깨어날 때까지 나와 이 남자를 지키고 있어.”

 “네, 일레인님.”

 

 니아의 몸에 푸른빛이 아롱아롱 맺히더니 니아를 중심으로 터지며 집안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신기하게도 빛에 닿은 장소들은 먼지가 사라지고 얼룩이 사라지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하고 투명한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청소가 끝나자 이번에 물방울 모양의 구가 니아를 중심으로 점점 자라나며 루카스와 일레인을 지나 집 밖으로 뻗어 나갔다.

 

 한 번에 많은 힘을 써서 그런지 기운이 빠진 니아가 날개짓을 멈추며 서서히 내려와 일레인의 옷자락에 내려앉았다.

 

 “분부대로 청소와……. 결계를……. 만들었어요.”

 “수고했어. 고마워 니아.”

 “아니에요. 니아는……. 여신님께 도움이 되어……. 기뻐요.”

 

 수줍게 말하는 니아는 기운이 빠져서인지 제대로 앉아 있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여기.”

 

 일레인이 손가락을 뻗어 신력이 담긴 물방울을 만들어 니아에게 가져가자 물방은 니아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작은 몸으로 무리해서인지 잠시 의식을 잃은 니아에게 힘을 나눠준 일레인이 잠이든 요정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신력이 깃들 물방울을 흡수했으니 니아는 머지않아 기운을 되찾을 터였다.

 

 “진짜는 이제부터야.”

 

 굳은 얼굴로 루카스를 내려다보던 일레인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루카스의 명치에 손바닥을 올려놓고는 신력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맑은 물색 빛이 일레인의 손바닥을 통해 뿜어져 나오면서 루카스의 몸에 닿았다.

 

 일레인이 신력을 불어 넣기 시작하자 독으로 검게 변해 있던 피부와 몬스터들과의 싸움으로 얻었던 상처들이 서서히 아물어 가면서 호흡 역시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루카스의 호흡과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일레인의 얼굴 역시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자꾸만 흐트러져가는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상처는 금방 아물 얻으나 독을 밀어내고 중화시키는 작업을 하는데 그녀의 예상보다 많은 신력이 소모되었다.

 

 보호구를 벗어 버릴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렇게 되면 만나자마자 이별을 해야 했다.

 

 ‘그건 아냐, 아직 이블린은 만나보지도 못했단 말이야. 루카스랑 해보고 싶은 것도 얼마나 많은데!’

 

 일레인은 정신력으로 버티며 신력으로 독을 모두 중화시키고 나서야 안도의 숨과 함께 루카스의 몸 위로 몸을 포개듯 쓰러지며 정신을 잃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루카스는 그를 향해 펼쳐진 끝없는 어둠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그의 손조차 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어둠 속에서 홀로 있다는 사실이 그를 그 어느 때 보다 불안하게 만들었다.

 

 “여기 어디지?”

 

 아무것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어둠속에서 루카스는 허리 근처를 더듬으며 제 분신과도 같은 애검을 찾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서늘한 감촉에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루카스가 어떤 상황에서든 바로 검을 뽑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사이 그리운 목소리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루. 내 사랑하는 루. 오늘은 또 어디 숨은 거니?”

 

 기분 좋은 웃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그리운 음성.

 

 “어머니? 어머니!”

 

 세상에서 그를 내 사랑하는 루라 부르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어머니!”

 

 점점 멀어지는 목소리를 향해 목청껏 소리쳐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가지 마세요. 어머니!”

 

 어느새 루카스는 성인이 아닌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달리고 있었다.

 

 “어머니. 엄마! 엄마!”

 “내 사랑하는 루, 꼭 기억해 주렴. 이 어미가 너와 곧 태어날 네 동생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꼭 네 동생을 지켜주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넌 네 동생을 포기하면 안 돼. 알았지?”

 

 그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시다가 잠이 들려는 그를 향해 마치 주문과도 같이 속삭여주던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네. 엄마. 제 동생은 꼭 제가 지켜 줄게요. 엄마도요.”

 “고맙구나. 사랑하는 루. 그리고 미안하다. 너에게 너무 힘든 일을 강요해서 미안하지만 ......가 올 때까지는 네가 지켜줘야 해. 이 어미는 너만 믿으마.”

 

 이어지는 이마에 와 닿는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턱선을 쓸어주는 손길.

 

 모두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의 기억.

 

 루카스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몸을 돌려 반대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그를 부르는 그리운 음성이 계속 들려왔으나 루카스는 온 힘을 다해 달려가며 목소리에서 점점 멀어졌다.

 

 어머니의 음성을 듣는 것도 좋지만 그에게는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다. 죽는 그 순간까지 어린 그이 손을 붙잡고 지켜 달라 당부했던 그의 동생 이브린.

 그를 기다리고 있을 이블린을 생각하는 루카스의 눈에 저 멀리 한줄기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돌아가야 해. 나에겐 지켜야 할 사람이 있어. 난 절대 포기하지 않아.”

 

 빛을 향해 나아갈수록 그를 둘러싸고 있던 불안과 두려움이 점점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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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숙 17-06-21 22:28
 
작가님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좀 더 자주 올라오면 좋겠지만..... 제 욕심이겠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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