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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비밀의 숲
작가 : 밥나무
작품등록일 : 2016.8.4

고립된 숲속에서 세상과 등진 세 남녀의 비극적인 이야기.
그리고 드러나는 숲과 세 사람의 비밀.

 
오필리아(1)
작성일 : 16-08-04 23:40     조회 : 915     추천 : 0     분량 : 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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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필리아가 죽은지 일주일이 지났다.

 하늘에서 비가 퍼붓듣이 내렸기 때문에 오필리아의 정원에 있는 연못과 작은텃밭은 물에잠긴지 오래였다. 텃밭주변엔 수많은 꽃들이 죽어있었고, 2인용 흔들의자 하나가 그것들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파스텔톤이 아름다웠던 꽃들은 무언가에 짓눌려 색을 잃었고 흔들의자 밑에는 톱니바퀴, 나사와 같은 작은 금속조각들이 떨어져 있었다.

 투르크는 그곳에 있었다.

 오필리아를 죽인 후 일주일간 자취를 감췄던 투르크가 그날 그곳에서 차가운 비를 맞으며 죽어있었다. 가슴팍의 제어장치가 완전히 부서져 그곳에 고인 빗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인간을 보는듯한 느낌을 주던 투르크의 빛나는 망막렌즈가 차갑게 식어 그저 고철더미를 보는듯 했고, 멋진 키네틱아트처럼 활발히 움직이던 정교한 관절들도 시간이 멈춘듯 숨죽이며 차가운 기운을 느끼게 할 뿐이었다.

 심지어 한쪽 망막렌즈는 제자리에 없었다.

 그러한 모습들이 투르크에대한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했고, 아름답던 지난 날들을 추억하게 했다.

 오필리아의 장례식날, 헨리가 말했다.

 이제 오필리아는 없고, 그 날 밤의 상황을 설명할 투르크도 없다. 라고.

 힘들겠지만 이젠 오필리아를 놓아주자고.

 나는 심장이 차가워지는것을 느꼈다.

 오필리아를 놓아주기 싫었다.

 

 

  《1》오필리아

 

 *

  6월. 따뜻한 햇빛을 받아 부드럽게 빛나는 까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귀여운 여자가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어깨를 모두 덮고 무릎 밑으로 살짝 내려오는 하얀 원피스는 단정하고 단아해 보인다.

 작은 키에 작은 체구. 하얀피부.

 그녀가 난간 밑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그 눈빛이 그렇게 순수해 보일 수가 없었다.

 

 "좋은아침."

 

 멍하니 보고 있는 나에게 친근하게 인사하는 이 여자의 이름은 오필리아다.

 나는 옅게 웃으며 끄덕인다. 좋은아침.

 

 *

  앞머리를 깔끔하게 양옆으로 가르고 동그란 금테 안경을 쓴 잘생긴 남자가 냉장고 문을 열고 아침으로 뭘 만들지 고민한다. 냉장고속 재료들을 살피느라 허리를 살짝구부려 옆으로 넘긴 앞머리가 냉장고빛을 받아 빛나는 금테안경을 살짝 덮는다.

 이 잘생기고 요리까지하는 남자는 오필리아와 나의 오랜친구인 헨리다. 그는 또한 아는게 많아서 오필리아와 내가 곤경에 빠져있을때 자주 조언을 주곤한다. 이 완벽해보이는 남자에게 사실은 한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마침 무언가 발견한 헨리가 조용히 소리친다.

 

 "아! 물마시고 반듯하게 넣어놓으라니까!"

 

 그에겐 결벽증이 있다.

 

 *

  오필리아는 종잇장의 냄새와 결에 대해 지극히 탐미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녀는 이따금씩 책장과 책장 사이에 코를 박으며 꽤 오랫동안 느낀다. 헨리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그것은 마치 종교적인 행위같아 보이기도 한다.

 사실 오필리아는 종잇장의 '냄새'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종잇장의 '향기'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종잇장따위의 냄새든 향기든 어떻게 표현해도 상관없었다.

 

 *

  내 이름은 에버렛이다. 나는 친구들과 다르게 몸이 약하다.

 선천적으로 체질이 그렇다.

 앞서 말했듯, 오필리아와 헨리와 나는 오랜 친구이다. 지금은 오필리아의 개인산장에서 셋이서만 살고있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어릴 때 돌아가셨고, 이 산장을 물려받았다. 그런데 이 산장이 너무 깊은곳에 있어서 한번 들어오면 밖으로 나가기가,

 

 "오필리아, 너 혹시 가위쓰고 칼넣는 자리에 넣어놨니?"

 

 헨리가 소리친다.

 결벽증은 주위사람들을 참 귀찮게 한다.

 가위든지 칼이든지 어디 넣으면 뭐가 어떻다고 저러는지.

 

 *

  절인 가지, 으깬 마늘, 페퍼론치노, 토마토...

 등등이 보였는데 헨리가 내놓은 요리는 파스타였다.

 알라 노르마 파스타라는데, 나는 처음 들어본다.

 오필리아는 책에서 봤다고 한다.

 시칠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를 위해 만들어진 파스타라고 한다. 또한 오필리아는 빈첸초 벨리니의 오페라중에 '노르마' 라는게 있는데,

 

 "세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야."

 

 라고한다. 헨리는 웃으며 맞장구쳤다.

 나는 오필리아와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둘이서 지적인 대화가 통하는걸 보니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카이사르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오필리아, 너마저"

 

 그러면서 나는 식탁위로 쓰러지는 시늉을 했다.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뒤로 느껴지는 아침 공기와 햇살이 기분을 상쾌하게 했기 때문에 그들의 웃는표정들이 그보다 싱그러워 보일수가 없었다.

 

 *

  내가 정리를 하려고 일어서려는데(보통 헨리가 요리하고 내가 뒷정리를 한다.)뜻밖에도 뒤에서 커피를 내리던 오필리아가 얇은 팔뚝으로 내머리를 내리눌렀다.

 그리곤 장난스럽게 웃으며

 

 "오늘은 누나가 할게."

 

 라고 말한다.

 가끔 저렇게 장난을 치는데, 그럴 때마다 헨리는

 말없이 미소짓곤 한다. 하지만 나는 마냥 미소가 나오지는 않았고 미묘한 감정이 떠올랐다.

 

 *

  정리를 마치고 오필리아가 책을 읽다가 나에게 한 구절을 읽어줬다.

 

 "에버렛, 들어봐."

 

 '육체적 고통이 심할수록 마음의 온도는 높아지고

 심리적 고통이 심할수록 마음의 온도는 낮아진다.'

 라고 말했다. 심오하구나 생각했다.

 사실 오필리아의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심오하든 말든 상관안했다. 나는 좋다고 했다.

 

 *

  오필리아의 산장은 2층 구조로 되어있다.

 1층에는 침실 두개와 부엌, 화장실, 거실이 있는데, 이 1층 전체에서는 우리셋 모두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하든 상관없었다. 가령, 헨리가 내방에 말없이 들어와 노는 것도 상관없었고, 결벽증이있는 헨리의 방에 내가 들어가서 커피한잔을 마시고 나오는것도 상관없었다.

 또한 화장실을 사용할때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모두 샤워를 할 때조차도 문을 잠그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셋 사이에 무의식중의 신뢰와 믿음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산장 뒤에는 오필리아의 정원이 있다.

 온통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고 중앙에는 연못과 우리셋모두가 가꾸는 작은텃밭이 있다. 주로 감자, 고구마 같은 구황작물을 기르는데, 누군가 새로운 씨앗을 들고오면 누가 반대할것도 없이 바로심기 시작했다. 텃밭주변에는 꽃으로 둘러싸인 2인용 흔들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날씨가 좋은날이면 우리는 주로 그곳에서 책도 읽고 낮잠도 자며 시간을 보냈고, 무더운 여름날 밤에는 다같이 텃밭주변에 앉아 과일을 먹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렇듯 산장 전체가 우리모두의 공동소유인데, 딱 한곳 개인적인 공간이 있다. 그곳은 바로 산장 2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오필리아의 서재'이다.

 그곳은 오필리아를 제외한 그 누구도 발을 들일 수 없는 금단의 구역이었다.

 헨리는 그 서재의 모습이 너무도 궁금해서 오필리아가 화장실을 간 사이에(오필리아는 잠도 서재에서 자는데 잠결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갈때에는 궂이 자물쇠를 잠그지 않았다.) 몰래 2층으로 올라가 훔쳐보고왔다고 한다. 헨리의 말에 의하면 오필리아의 서재는

 

 "사방이 책장들로 둘러쌓여있어. 그 중앙에는 큰 침대하나가 놓여있는데,"

 

 그 침대마저 책장들로 둘러싸여 있다고 한다.

 오필리아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자기가 원할때마다 서재로 올라가 반시간쯤 있다가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처음에 우리는 오필리아가 그저 책에 미쳐서 그렇다고만 생각했는데, 문득 소녀가 개인적인 공간에서 문을 걸어잠그고 하는 행위가 떠올랐다. 하지만 우리는 오필리아에 대해 그런쪽으로 생각하는것을 죄악으로 여겼고, 이후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각자 뺨을 한대씩 때렸다.

 

 *

  7월. 이제 완전한 여름이 왔다. 거실의자에 앉아 헨리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2층 난간에서 잠옷을 입은 오필리아가 우리를 내려다 보며

 

 "정원으로 집결."

 

 라고 말하고 다시 서재로 들어갔다.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늘 그랬듯이 자연스럽게 정원으로 향했다. 5월 초에 심은 고구마는 이제 줄기가 꽤 많이 자랐다. 9월 쯤이면 모두자라 수확을 시작할 수 있을것이다.

 잠시 후, 오필리아가 얇은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바구니 하나를 들고, 맨발로 정원에 나타났다. 바구니에 담겨져 있는건 사과였다.

 가만, 이 주변에 사과나무가 있었던가?

 오필리아는 사과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헨리에게 건네고 연못옆의 바위에 앉았다. 그녀는 항상 우리에게 흔들의자 자리를 양보했다. 과도를 꺼내며 헨리가 말했다.

 

 "오필리아, 의자에 앉으라니까. 옷도 하얀색이면서."

 

 "넌 결벽증있잖아. 에버렛 넌 몸이 약하고."

 

 널 위해서라면 내가 바위에 앉아도 되는데.

 이렇게 생각했지만 차마 말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런데 헨리가 웃으며

 

 "그놈의 결벽증타령!"

 

 하면서 성큼성큼 다가가 오필리아를 번쩍들어 의자에 앉혔다.

 자신은 바위에 앉아서 사과를 깍기 시작했다.

 

 "뭐해 에버렛. 앉아."

 

 오필리아가 두 다리를 의자위에 올리며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했다.

 헨리는 사과를 깎다가 중얼거렸다.

 

 "흠집이 많네."

 

 결벽증이 사과에까지 미치는가. 잠깐. 사과에 흠집이 많다고? 헨리가 딴게 아닌건가? 오필리아가 땄어도 흠집이 많지는 않을텐데? 이런 생각들도 잠시 나는 눈길이 자꾸만 오필리아에게로 갔다. 원피스가 너무 얇아서 다리가 비치는것 같았다. 뭐라도 덮어주고 싶었지만 날이 더웠기에 싫어할것 같았다.

 사과를 오물거리며, 다리를 오므리고, 눈을 감고, 두 손을 포개고 있었다. 인형같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가락.

 사과를 씹는 입에서 향기가 나는것 같다. 평화롭다.

 너무 평화로워서 어딘가 불안하다. 어딘가...

 

 "이게 무슨 자국이지?"

 

 헨리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오필리아도 눈을 떴다.

 헨리는 뒷 숲으로 가는 길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무언가 관찰하고 있었다. 오필리아와 나도 그곳으로 갔다.

 땅에 어떤 자국이 두 세번 연달아 있었다. 꽃 몇송이가 짖눌려 있었다.

 

 "누가 있나?"

 

 헨리가 말했다. 갑자기 공포감이 밀려왔다. 무서웠다.

 그럴리가. 이곳에 우리말고 누가.

 

 "동물일까?"

 

 오필리아가 말했다. 하지만 이건 동물의 발자국같지는 않았다. 그런것 보다는 좀더 날카로운...

 

 "맹수일 수도 있겠어. 이 정도 크기면... 게다가 지금은 여름이니까 동물들이 움직일 시기야."

 

 듣고보니 그랬다. 불안한 마음이 한층 누그러졌다.

 우리는 다시 연못가로 향했다. 오필리아가 제일 앞에서 걸었다.

 그 순간, 그녀가 불현듯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내 심장이 다시 공포감으로 휩싸이기 시작했다. 너무놀라 움직일 수가 없었는데, 헨리는 눈깜짝할 새에 오필리아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오필리아는 고통스러워 했다.

 헨리는 원인을 발견하고는 의아해 했다.

 

 "여기에 왜 철조각이 있지?"

 

 오필리아의 발바닥에 박혀 고통을 느끼게 한 그것은 꽤 큰, 세공된 금속조각 이었다.

 

 "에버렛, 알코올과 핀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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