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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2화. 시간여행, 이거 실화냐?
작성일 : 17-06-21 10:59     조회 : 346     추천 : 2     분량 : 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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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 멈추지 못하겠느냐?”

 “옥봉씨, 무슨 일이에요?”

 

 신영이 후다닥 계단을 내려갔다. 옥봉의 표정은 사색이 되었다.

 

 “이, 이게 무어란 말이요?”

 

 옥봉이 겁먹은 눈빛으로 가리킨 건 로봇 청소기. 아침 아홉 시로 예약되어 있는 청소기가 작동된 것이었다.

 

 “괜찮아요. 이거 그냥 청소하는 기계에요.”

 “청소 기계라고 하셨습니까?”

 “처음 보셨죠?”

 “난생 처음 봅니다. 그러니까 사람이나 동물이 아니라 물건이란 말씀이지요?”

 

 신영은 옥봉의 등을 토닥이며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계단에 걸터앉은 신후가 난감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옥봉씨. 몇 가지 좀 물어볼게요.”

 

 어느새 신후도 계단에서 내려와 소파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러니까 뚝섬, 아니 둑섬에 집이 있었던 거 맞아요?”

 “그러하옵니다. 눈을 떠보니 집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눈 뜨기 전엔 뭘 하고 있었나요?”

 “시를 쓰던 중이었습니다. 다음 시구가 생각나지 않아......”

 

 옥봉은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 눈가를 찡그렸다.

 

 “약속을 해 놓고 임은 어찌 이리 늦나. 뜰에 매화는 다 지려고 하는데.”

 “어?”

 

 옥봉이 시구를 읊조리자 신영이 화들짝 놀랐다.

 

 “이거 규정(閨情)이라는 시야.”

 “정말 이 여자가 쓴 거야?”

 

 신후는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듯했다. 이 여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시 제목을 어찌 아십니까? 이 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데다 제목 또한 짓지 않았는데 어떻게 아시는지요?”

 “그, 그러게요. 제가 어떻게 알았을까요?”

 

 신영은 다시 신후의 팔을 잡아끌고 부엌으로 갔다.

 

 “누나. 아무래도 경찰서에 데려가는 게 맞을까?”

 “음. 생각 좀 해보자.”

 

 믿기지 않는 상황 앞에서 오히려 냉정해지는 게 신영의 특기라면 특기였다.

 

 “너 ‘시간 여행자의 아내’나 ‘어바웃 타임’ 같은 영화 봤지?”

 “타임슬립 영화? 그러니까 저 여자가 조선에서 온 시간여행자라고?”

 “말하자면 그런 셈이지.”

 “그런 게 실제로도 가능해?”

 

 신후는 얘기가 진행될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영화 속에나 나올법한 시간여행이라니.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다는 건 시공간상에서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의미거든.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니까 원래 출발한 곳으로 돌아가려면 시공간을 구부리는 게 필요해.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하는 것도 가능해.”

 

 과거로 가는 일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생각할수록 신비한 일이었다.

 

 “미래로 가는 건?”

 “미래여행은 상대성이론의 시간지연 효과를 이용하면 과거여행보다 쉽대. 빠르게 움직이거나 아주 큰 중력을 가진 블랙홀 같은 곳으로 여행하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때문에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거지.”

 

 신후는 점점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말하자면 옥봉은 시간지연 효과에 힘입어 조선에서 이곳으로 미래여행을 온 셈이었다.

 

 쉽지 않은 난제에 봉착한 것 같았다. 유달리 호기심이 왕성한 그는 커다란 두 눈을 연신 반짝거렸다.

 

 ***

 

 “오늘은 싱어송라이터 에단리씨를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에단리입니다.”

 “데뷔 이래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신데 요즘 근황이 어떠신가요?”

 “네. 음악 만들고 공부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신후는 어둑한 통로에서 빛나던 옥봉의 겁먹은 눈동자를 떠올렸다.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까.

 

 “에단리씨는 데뷔 동기가 특별하신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네. 열일곱 살 때부터 제가 만든 곡들을 동영상 사이트에 올렸어요. 재미삼아 시작한 일이었는데 데뷔까지 하는 계기가 됐죠.”

 “그러게요. 조회수가 엄청나더라구요. 영국 유명 음반사에서도 제의를 받으셨다죠?”

 “네. 운이 좋았죠.”

 

 음악에 대해 오직 열정만이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노래를 만들 수 있었고, 그 노래를 부르면서 완벽히 행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 활동을 택하신 이유가 있었나요?”

 “오랫동안 영국에서 살다보니 한국이 많이 그리웠어요. 다른 이들을 위해 음악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한국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에단리씨의 그런 생각이 많은 한국 팬들을 매료시켰던 거 같아요.”

 

 신후의 한국행을 반기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아빠였다. 두 사람은 여전히 예전의 다정했던 부자 관계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에단씨 하면 사기캐릭터, 모범생, 금수저, 한국의 애드시런, 케임브리지대 킹카, 엄친아 등등 별명이 참 다양하시잖아요. 어떤 별명이 제일 맘에 드세요?”

 “글쎄요. 한국의 애드시런이란 별명은 뮤지션으로서 기분 좋네요. 케임브리지대 킹카는 정말 아닌 거 같구요. 저희 학교엔 잘생긴 영국 미남들이 꽤 많답니다.”

 

 『대충 진정시키고 밥 먹는 중이야. 너 걱정할까봐. 스케줄 끝나고 바로 달려와.』

 

 신영은 사진이 첨부된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녀의 옷으로 갈아입은 옥봉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뚱한 모습이 귀여워 후훗, 웃음이 터졌다. 신영의 줄무늬 티셔츠가 제법 잘 어울렸다.

 

 “항상 풋풋하고 설레는 느낌의 곡들로 많이 사랑받고 계신데요, 다음 앨범 계획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기존과는 다른 스타일의 곡들을 만들고 있어요. 그리움이나 애틋한 사랑의 느낌이나 청춘의 고뇌 같은 것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스물 셋이면 한창 설레는 사랑을 할 나이인데다 워낙 완벽한 엄친아 이미지시라 그런 감정들이 잘 상상되지 않는데요?”

 

 디제이의 질문이 폐부 깊숙이 다가왔다. 요즘 곡 작업을 하면서 그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화두였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좀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제 가슴 속에 채워진 것이 많아야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부를 수 있을 테니까요.”

 “무려 다섯 개의 외국어에 능통하시다고 들었어요.”

 “아빠가 언어학 연구자셔서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학교를 다닌 덕분이에요. 영어, 불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는 어려움 없이 할 줄 압니다.”

 “와우. 해외 활동에도 도움이 많이 되실 거 같아요. 한국의 애드시런이란 별명이 괜한 말이 아닐 수 있겠어요.”

 

 신후는 자신 앞에 펼쳐질 미래가 궁금해졌다.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택한 이 길이 과연 옳은 것일까도 생각해 보았다. 몇 년 전 형이 먼저 했을 고민들이 지금에서야 온몸으로 와 닿았다. 형은 혼자서 많이 힘들었겠구나.

 

 ***

 

 『갑자기 가지 위에서 까치소리 들리니』

 

 옥봉은 신영이 학교에 가기 전 쥐어준 노트 위에 떠오르는 구절들을 적어보았다. 펜이 익숙치 않아 손에서 자꾸만 미끄러졌다.

 

 “아, 이 부분을 쓰고 있었던 것 같은데......”

 

 옥봉은 천천히 방을 둘러보았다. 좁은 공간에 빼곡히 들어찬 물건들은 하나같이 낯선 것들뿐이었다.

 

 창을 내다본 옥봉은 머리가 아득해졌다. 하늘에 떠있는 집일까. 신영의 십칠 층 원룸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찔하기 그지없었다.

 

 『띠띠띠디.』

 

 갑작스레 현관문이 열리자 옥봉은 뒷걸음질을 쳤다. 양 손 가득 짐을 든 신후가 들어섰다.

 

 “옥봉씨. 오늘 하루 잘 지냈어요?”

 

 옥봉은 그의 모습을 처음으로 찬찬히 뜯어보았다. 갓을 쓰지 않은 머리, 여느 도령답지 않은 새하얗고 갸름한 얼굴, 괴상한 무늬와 글자가 박힌 옷고름 없는 상의...... 자신만 남겨두고 세상이 멀리멀리 가버린 것일까.

 

 “옥봉씨한테 당장 필요할 거 같아 이것저것 사봤어요.”

 “마음 써주시어 감사드립니다, 도련님.”

 “여기선 이름을 불러요. 저는 이신후에요. 성은 옥봉씨랑 같네요. 나이는 어떻게 돼요?”

 “올해로 스물 셋이옵니다.”

 “저랑 동갑이네요. 여기선 나이가 같으면 존댓말 안 쓰는데.”

 “신후씨. 감사드립니다.”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옥봉은 깎듯이 인사치레를 했다. 옥봉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조원이 떠나고 그리움에 목매이던 지난 시간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 이거 옥봉씨가 쓴 거에요?”

 “네. 그러하옵니다.”

 “맞다. 시 쓰다가 여기로 오게 됐다고 했었죠?”

 

 옥봉이 쓴 글씨는 서툴면서도 어딘지 고풍스러운 데가 있었다.

 

 “다음에 올 때는 붓이랑 먹을 사와야겠어요.”

 “신후씨. 제가 먼 과거에서 왔다는 게 진정 사실인지요?”

 “그게, 저도 믿기질 않네요. 찾아보니까 과학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데 아직 명확히 실현되거나 증명된 게 없어요.”

 

 사랑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견뎌온 과거의 삶보다 차라리 지금이 나은 것일까. 가족도, 친지도, 친구도 위로가 되지 못했던 그곳에 비한다면 이 낯선 세계가 오히려 위안이 되지 않을까.

 

 “옥봉씨 시들이 정말 좋더라구요.”

 “네?”

 “아, 여긴 옥봉씨가 살던 때보다 미래니까 조선시대가 역사로 기록돼 있어요. 옥봉씨 시들도 다 있구요.”

 “그렇군요.”

 

 옥봉은 자신의 시들을 떠올리자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의 시에는 짧은 세월 겪었던 이별의 아픔과 한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신후씨는 노래를 만드시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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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07-25 10:28
 
이 글들을 왜 늦게 보았을까요? 소재도 문장도 주인공의 캐릭터도 최고수급인걸요. 계속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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