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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보통이 아닌 연애
작가 : 꿀크리스마스
작품등록일 : 2017.6.16

준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그것도 6살이나 어린, 갓 대학을 졸업한, 아주 예쁜, 우리 회사 신입사원과.

개자식, 3년 간 사랑이 이거야?

소임은 이를 바득 갈았다.
이별을 고했던 건 소임이었지만,
헤어진 지 이제 한 달 남짓 지난 시기에 새로운 애인을 사귀는 건
임준답지 않았으니까.

“오해하고 있잖아. 어떻게 나를 그렇게 몰라.”
왠지 모를 슬픈 눈으로 자꾸만 소임의 주위를 맴도는 준과

“저한테 고백한 거 아니예요? 나는 우리가 오늘부터 1일인 줄 알았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들이대는 카페 알바생 진기까지.

소임과 준, 그리고 진기가 그려내는
보통인 듯 보통이 아닌 연애 이야기.

 
5 보통이 아닌 연하 (2)
작성일 : 17-06-21 00:58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7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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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보통이 아닌 연하 (2)

 

 

  “흐으음. 차 한 잔의 여유란.”

  소임은 플라스틱 컵의 뚜껑을 열어 그 안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향을 음미하듯 마시면서 그렇게 말했다. 글쎄, 먹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서는 커피 향이 그다지 풍기지 않는다. 소임은 그렇게 쇼를 한 번한 뒤 빨대가 그대로 꽂혀 있는 뚜껑을 다시 닫고 커피를 들이마셨다. 입 안에 잘못 들어온 얼음을 씹어버려 이가 시렸다. 소임은 얼굴을 찡그렸다.

  “차 한 잔의 여유는 개뿔. 졸려 죽겠네.”

  진심이었다. 그냥 곧바로 사무실로 올라가 피곤에 찌든 몸을 의자에 뉘인 후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진심. 출근 시간을 늦춘 만큼 차라리 늦잠을 잔다면 조금이라도 덜 졸릴텐데. 안타깝게도 소임이 선택할 수 있는 대중교통의 시간표가 많지 않았다.

  한 마디로 준과 유희를 피하기 위해 정확히 58분에 사무실에 도착하려면, 원래 이용하던 대중교통 시간편을 그대로 이용한 후, 이렇게 헐리앗 카페에서 약 20분가량을 멍을 때리면서 있다가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냐고……”

  “요즘은 아침마다도 오시네요?”

  “앗, 깜짝이야!”

  카페 알바생이었다. 그렇게 간단한 질문을 하면서 특유의 눈웃음 한 번을 날린다.

  알바생은 그 날 이후로 부쩍, 이렇게 불쑥불쑥 말 거는 일이 많아졌다. 번번이 눈을 마주쳐야지만 커피를 건네준다던가, 나갈 때 문을 열어주며 안부를 묻는다던가, 카페에 손님이 없을 때는 주변 정리를 하면서 소임에게 다가와 날씨가 좋지 않냐, 점심은 잘 먹었냐, 이제 퇴근하냐 등을 묻고는 했다.

  요즘 들어서 여유를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카페에 오는 일이 많아진 소임은 그런 알바생의 살가움이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놀랐어요? 제가 막, 인기척내면서 다가오는데도 멍하니 있으시던데요?”

  “아아, 요즘 생각이 좀 많아서."

  사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다기 보다는 뜬 눈으로 졸고 있던 중이었다.

  “자주 얼굴 보니까 좋네요.”

  “컥, 네?”

  소임은 하마터면 마시고 있던 커피를 알바생의 얼굴에 뿜을 뻔했다. 사람 마음을 흔들 말을 내뱉으면서, 심장이 쿵쾅거리게 만드는 눈웃음까지 짓는 알바생에 소임은 조금 당황하는 중이었다. 무슨 반응을 보여야하는지, 어떤 대답을 원하는 지도 알 수 없었다.

  단골 고객을 이렇게 관리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었다. 뭐, 이 역시도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뭐랄까, 조금 의심의 여지라던가 혼자서 착각하게 할 만한 행동이기는 했지만.

  “요즘 야근 많이 하시는 것 같던데.”

  “네,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겨서 회사가 집이다, 생각하고 있어요.”

  소임은 지옥같은 야근 생활을 생각하면서 한탄을 섞어 대답을 했는데, 알바생은 불현 듯 옅은 미소를 띠며 웃었다.

  “왜, 웃어요?”

  “아아. 아니요. 역시 말을 참 재밌게 하시는구나, 생각해서요.”

  “제가요?”

  말을 참 재밌게 한다는 말을 소임의 인생을 통틀어서 처음 듣는 말이었다. 준과 연애를 하는 3년 동안에도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얼굴이 재밌다는 말을 몇 번 들어본 적이 있긴 했다. 물론 그때마다 싸우긴 했지만.

  “네. 하하. 아, 제가 오늘 질문이 너무 많았죠?”

  “괜찮아요. 아, 그러면…… 저도 좀 물어봐도 돼요?”

  “아, 이제야 저한테 궁금한 게 좀 생기시나 봐요.”

  그러더니 알바생은 약간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소임은 오늘따라 뭐랄까, 좀 적극적인 알바생의 행동에 오해와 의심과 착각 속에 빠지려는 정신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런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일이라고 하다면 알바생이 혹시 자신에게 관심이 있어서 이러는 거라는…… 소임은 머리를 크게 휘저었다. 그런 오해와 의심과 착각을 하는 건 내 손해다, 다짐했다.

  “알바, 되게 오래하지 않았어요? 저 여기 입사할 때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알바요? ……아!”

  “……?”

  “아, 하하하하하.”

  대답은 하지 않고 아, 아, 감탄사만 내뱉던 알바생이 뭔가 아주 웃기는 일이라도 있는 듯이 온 얼굴을 펼치면서 웃었다. 소임은 왜 갑자기 웃어제끼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웃긴 일이라면 좀 같이 웃자고 말이다. 안 그래도 요즘 삶에 웃음이 사라진 소임이었다.

  “하하하. 네, 조금 오래했어요. 사장님이 되게 좋으신 분이거든요.”

  “시급 한, 만원 줘요? 거의 하루 종일 있던데.”

  “네, 만 오 천원으로 주시던데요?”

  “아, 진짜? 오, 나도 여기서 알바나 할까. 시급 쎄네.”

  “하하하.”

  “아니, 왜 자꾸 웃어요? 뭔데요? 같이 좀 웃어요.”

  소임이 따져 물어도 알바생은 소임의 얼굴에 뭐라도 묻은 듯 소임을 빤히 바라보면서 계속 웃기만 했다. 굳이 웃긴 일이 아니어도, 마주앉은 상대방이 기분 좋은 듯 웃음을 남발하면 그 모습을 보는 사람마저 웃음이 번지기 마련이다. 소임은 알바생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전염이 되어 같이 웃기 시작했다. 웃으면서도 뭐가 웃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알바생의 웃는 그 눈웃음이 참 보기 좋다라는 생각도 하다가 그런 생각은 집어치우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소임아.”

  알바생과 함께 신나게 웃어제끼던 소임은 피하고 싶은, 피해야만 하는, 그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틀었다. 그 곳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준의 던진 말이, 말이 아닌 찬물이었던 듯 소임은 한 순간에 몸이 굳었다.

  “……네가 여기 왜 있어?"

  소임만 바라보며 웃고 있던 알바생은 찬찬히 고개를 들어 준을 봤다. 알바생의 시선을 느낀 준 역시 알바생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며칠 전에 봤던, 그 분이네.”

  “아니, 네가 여길 어떻게 알고 왔냐니까?”

  “이 분은 누구셔? 소개도 안 해주고.”

  바람같이 찾아온 준은 소임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되물었다. 젠틀하고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에는 분명 가시가 있었다.

  “임준! 네가 여기 왜 있냐고!”

  “그러는 너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데!”

  앉은 채로 준과 실랑이를 하던 소임은 준의 목소리가 점점 격앙되고 격해지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준을 노려봤다. 자신이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혹시 이번에도 도희가 알려준 것일까. 그렇다면 소임은 도희에게 조금, 아니 많이 화가 날 것 같았다.

  독심술을 발휘했던지 뭐든지 어찌어찌 자신을 찾아왔다고 치더라도, 알바생에게 이렇게 구는 건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막 친분을 쌓아가고 있는 알바생이라고 하더라도 어쨌든 소임의 지인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봐야하는 사람이었다. 하물며 준과는 친분도 없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 앞에서 조금 무례하다고 느껴졌다.

  무엇보다, 알바생이 소임과 무슨 사이라고 한들, 자기가 왜 화를 내고 있느냐 이거다.

  “가까운 사람인 거야? 아니지?”

  한 술 더 떠서 말도 안 되는 오해까지. 준은 그렇게 오해를 하면서, 왠지 그 눈에 슬픔이 가득했다. 그게 오해라고 한들, 설사 그게 사실이라고 한들, 왜 이렇게 찾아와서 그런 슬픈 눈으로 묻고 있는 건지, 소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울고 싶은 건 소임이었으니까. 준에게 새로운 애인이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아니, 맞아!”

  그렇게 생각을 하고 보니 소임은 억울했다. 그래서 훅, 거짓말을 뱉어버렸다.

  “내 새로운 애인이야. 그래서, 뭐?”

  “소임아. 왜 그렇게 말해? 아니잖아.”

  “아니? 맞아. 사실이야. 너도 이유희씨랑 새로운 사랑에 빠진 판국에, 뭐 나라고 너 하나 그리워하면서 정조 지키고 있을 줄 알았어?”

  “소임아, 그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 끝난 사이야. 끝. 끝났다고. 끝난 사이에 이게 다 무슨 상관인데?”

  끝이라고, 몇 번이나 되풀이하는 소임의 단호한 얼굴을 보면서 준은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소임은 정말 자신과의 관계가 전부 끝나버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렇다면 준은 오늘 이 자리에 소임을 찾아 온 이유가 없어진 셈이었다.

  준은 소임이 알고 있는 것은 오해라고 말하려고 했다. 준과 유희가 사귄다는 소문은 거짓이고, 오해라고 말이다. 너와 내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런 문제가 아니라, 내가 너를 아직 사랑하니까, 네가 내게 이별을 고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 없었으니까. 우리는 이별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나는 너를 놓은 적이 없다고, 그저 너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라고, 네가 다시 돌아올 거라 믿었고, 그래서 우리가 다시 시작하게 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고. 마지막에는 그렇게도 덧붙일 생각이었다.

  “할 말 더 없지? 그만 가. 남의 아침 시간 망치지 말고.”

  소임은 아주 쐐기를 박아버리겠다는 듯 더욱 모질게 굴었다. 준이 알바생 앞에서 무례하게 행동하고, 알바생과 자신의 사이를 오해하고, 그 오해로 이해할 수 없는 슬픈 눈을 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너도 이유희씨랑 새로운 사랑에 빠진 판국에.

  소임의 입으로, 그것도 준 앞에서 그 말을 직접 꺼내고 보니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소임이 이 며칠 동안 피하기 위해 발버둥 쳤던 것은 사실 준과 유희가 아닌 이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걸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 그래서 기정사실화 시켜버렸으니까.

  준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던 소임이 모질게 말이 나갈 수밖에.

  반면, 준 역시 그런 모진 소임의 말과 행동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게 자신의 착각이었던 건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소임은 벌써 준을 다 잊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준이 너무나도 싫어졌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내가 사라지는 게 소임이 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준은 생각했다. 머리가 복잡했다.

 

 

 *

 

 

  타닥타닥. 후우. 호로록. 으아아.

  야근이 한 창인 사무실에는 타자치는 소리와, 깊은 한 숨과, 죽지 않고 버티겠다고 위 속으로 때려 붓는 커피 마시는 소리와, 사무실이라는 감옥에 의자라는 족쇄를 차고 찌뿌둥한 몸을 한껏 기지개 켜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그때 회식에서 했던 말이 거짓말은 아니라는 듯 김부장은 업무량 폭탄을 때렸고, 일개미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아침이건 낮이건 밤이던 모니터와 싸워야만 했다.

  가뜩이나 승진에 눈이 먼 김부장이었는데, 한 건 제대로 잡았다는 듯이 퇴근을 할 줄을 몰랐다. 그 옆에서 최팀장 역시 열심히 딸랑이를 흔들며 열심이었다. 들리는 말로는 같이 야근을 하면서도 매일 자정 김부장 집까지 최팀장이 운전기사 노릇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박대리. 야근이 아니라 정말 회사에서 밤새고 싶어?”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로 돼? 이런 보고서를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만들어 놓고?”

  “죄송합니다.”

  “가 봐요.”

  야근을 떠나서 직원들을 더욱 더 괴롭히는 게 있다면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한껏 예민해진 김부장의 성격이었다. 원래부터 같은 말이라도 곱게를 못하는 김부장이었지만, 가슴에 사무칠만큼 대못을 쾅쾅 박는 말들을 쏟아냈다. 정말이지 이 사무실에 살인 사건이 나지 않는 게 용할 지경이었다.

  “개새끼, 무시 하세요, 박대리님.”

  “내가 총대를 매고, 쟤를 죽일까?”

  “집에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하십시요.”

  자리로 돌아온 박대리를 위로하는 신주임의 말이었다. 박대리는 신주임이 있어 든든하다는 듯 신주임의 등을 툭툭 두들겼다. 신주임은 박대리가 털리기 전, 누가 야근 시간에 쩝쩝대면서 간식을 처 먹냐면서 김부장에게 가루가 되어있던 참이었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고, 김부장은 퇴근할 줄을 몰랐다.

  [김부장 언제 가냐. 진짜 죽겠다, 죽겠어.]

  도희에게서 메신저가 왔다. 소임은 그 메신저를 보고서도 답을 하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욕으로 가득한 메신저를 도희와 주고받다가 퇴근했을 소임이었지만, 소임은 메신저를 보자마자 꺼버린 후 모니터 속 업무에 집중했다. 도희는 소임의 그런 급작스러운 변화가 이해가 된다는 듯 더 이상 메신저를 보내지 않았다.

  아침에 준과 그렇게 끝장을 보고 사무실로 돌아온 소임은 하루 종일 업무에 빠졌다. 눈이 빠져라 일을 해야만 준과의 일을 머리 속에서 지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왠일로 팔자에도 없는 김부장의 소소한 칭찬까지 들었다.

  이제 아침마다 카페에 들러 시간을 때울 필요도 없고, 점심시간에도 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전혀 즐겁지 않았다. 즐거울 리가 없었다. 오랜만에 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당연한 수순인 듯 커피 한 잔을 하기 위해 카페에 가려던 소임은 급히 발을 돌려 자판기 믹스 커피를 뽑아 마셨다.

  소임은 준과의 그런 모습을 전부 알바생에게 보인 후, 출근 시간에 급박해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 조차도 하지 못한 채 사무실로 올라왔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부끄러움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앞으로 알바생 얼굴을 어떻게 보나 싶었다. 카페를 옮겨야 하나,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멀쩡하네.’

  소임은 자꾸만 신경 쓰이는 준에게 신경을 끄기 위해 하루 종일 노력해야 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제가 안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그럴 때는 소임 자신도 모르게 힐끔힐끔 준을 훔쳐보고는 했는데, 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너무나 멀쩡했다.

  팀원들하고도 이야기도 잘하고 유희와도 잘 웃고 떠들었다. 지금 역시도 옆자리 직원과 짧은 말을 주고받은 후 히쭉, 웃은 뒤였다.

  ‘쟤는 연애할 때도 저랬지. 싸우고 나면 나만 울상에, 자기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멀쩡하게 웃고 다니고. 네 똥 굵다, 임준.’

  소임은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차대리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보다 갑자기 훅 끼친 진한 향수 냄새에 소임은 시선을 돌렸다. 유희가 소임의 옆에 서서 귓가에 조곤조곤 부르고 있었다.

  “아, 무슨 일?”

  “밖에 누가 찾아오셨어요.”

  “누구?”

  “카페에서 오셨다고 하던데요?”

  “뭐?”

  너무 놀란 소임은 큰 목소리로 되물을 수밖에 없었는데, 침묵 속의 사무실에 퍼진 큰 외침에 온통 시선이 한 곳으로 몰렸다. 김부장은 신성한 야근 시간에 무슨 소란이냐는 듯 소임을 노려보고 있었다. 소임은 그 와중에도 준의 눈치를 살폈는데, 준은 무거운 눈빛으로 소임을 한 번 쳐다볼 뿐 금새 시선을 돌려버렸다.

  나가보라는 듯 유희는 사무실 밖으로 손짓했다. 그렇게 돌아서는 유희가 왠지 기분이 굉장히 좋은 것처럼 미소지은 것 같다고 소임은 생각했다.

  ‘아, 알바생이 왜 왔을까.’

  소임은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 중에서도 가장 꽂힌 건, 소임이 아침에 했던 대왕 거짓말. 알바생이 자신의 새로운 애인이라고 했던 거짓말이었다. 따지러 온 건가 싶었다. 여자친구가 있는데, 혹은 소임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데, 그저 단골 고객이라 잘해줬던 건데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하냐고, 당장이라도 준에게 해명하라고 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소임의 머리 속을 지배했다.

  어쨌든 찾아왔으니 만나러 가야하긴 하고, 거짓말을 했으니 해명 또한 해야 하기 때문에 소임은 김부장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조심스럽게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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