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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금요일에 만나요
작가 : 시더우드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의 무게를 재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이 더 무거울까요.
죄책감과 질투 중 어느 것이 더 가벼울까요.
감정의 경중에 따라 우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는 선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여기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선택이 어떠하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겠지요.
서로의 선택이 바꿔 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일곱번째 금요일 : 그들의 관계
작성일 : 17-06-20 23:11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4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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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나도 몇 번 본 적은 없지만 특이하다고 생각은 했지."

 성희가 아이스 초콜릿을 한껏 빨아들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슬슬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의 오후, 수업이 끝나고 성희와 카페를 찾았다. 지난 번 동윤의 사건 이후로, 건이와 수현만큼이나 성희와도 꽤 가까워졌다. 동윤과 금요일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자 성희가 정말 길길이 날뛰었기 때문이었다. 자꾸 가만 안 둔다는 것을 말리느라 애를 써야 했다. 물론 이전에도 동윤이나 건이, 수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만큼 친한 사이였지만 자기 일처럼 화를 내주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찡했다. 대학에 와서 제대로 된 친구를 사귀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정도 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를 사귀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건이를 향해 느낀 감정은 쏙 빼놓고 건이와 수현의 애매한 사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나만 이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느끼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진짜 당장 사귄다고 해도 이상할 것 같지는 않은데…나도 잘 모르겠어. 막 연애를 시작한 애들은 티가 엄청 나잖아. 서로 마주치기만 해도 어쩔 줄 몰라하고,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오고. 건이처럼 눈치 없는 게 아니면 다 아는 그런 거란 말이야. 그런데 걔네는 애틋해 보이기는 하는데 엄청 건조하게 느껴지더라.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사이라서 그런가?"

 성희는 남의 연애사를 퍼뜨리거나 깊게 관여하지 않지만 누구랑 누가 사귀는 거 같다 하는 감은 정말 대단했다. 아무리 그 커플이 쉬쉬하고 티를 내지 않아도 성희는 한 눈에 비밀 씨씨를 알아 맞췄다. 혹시 신기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 성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동안 내가 계속 설명하기 어려워했던 그들의 관계를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단어였다. 관계의 애틋함과 건조함. 이 둘이 공존할 수 있는 걸까?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애들이 다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고 하도 말이 많아서. 내가 둘 사이 연애를 혹시 방해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어봤어."

 "진짜? 아냐, 그렇게 안 보여. 둘 다 너 엄청 좋아하는 것 같던데? 수현이란 애도 너가 딱 한 번 소개시켜준건데 마주칠 때마다 안영이 친구! 하고 꼬박꼬박 인사하더라. 건이는 뭐 볼때마다 안영이 못봤냐고 나한테 물어보고. 음, 뭔가 너가 있어서 걔들 사이가 안정이 되는 느낌이야. 그런데, 말할수록 뭔가 이상하긴 하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건이와 수현 사이의 그 복잡한 감정선들. 그리고 그 사이에 내가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걸렸던 사실은 수현의 말을 절대 거스르지 않는 건이의 수동적인 태도였다. 처음에는 그냥 오래된 친구니까, 게다가 여자니까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는 영역이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유달리 매너 좋은 남자라면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그런 태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있든 없든, 건이가 무얼 하고 있든 수현이 전화를 해서 불러낸다면 건이는 망설임없이 수현에게 갔다. 정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수현이 심심해서 불렀건 정말 이유가 있어서 불렀건 상관없었다. 그래서 건이는 수시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정작 다른 사람과 카톡이나 전화는 잘 하지도 않으면서 수현의 연락을 확인하느라 언제나 바빴다.

 

 만약 이 사실 하나 뿐이었다면, 건이가 열렬하게 수현이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만약 그것 뿐이었다면 건이가 나를 수현에게 소개하지도 않았겠지. 건이가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수현을 향해 달려갔다면 나도 마음은 조금 찜찜해도 이해했을 것이다. 원래 사랑이란 그렇게 어리석은 거라고 배웠으니까. 그런데, 수현의 연락을 계속 확인하고 수현의 연락을 받아 달려 나가고 그런 와중에 건이는 조금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설렘이나 들뜬 감정 따위는 없었다. 마치 의무인 것처럼,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은 체 몸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 표정을 보는 일이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웃고 떠들고 즐거운 순간이 이어져도 수현의 부름 한 통이면 모든 것들이 끝났다. 웃음을 멈추고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함께 있던 무리 곁을 떠나는 건이의 모습이 익숙해졌다. 한 발짝 멀리서 건이를 바라보면서 나는 그 애의 시간이 조각 조각 절단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그러나 내가 혼자서 걱정을 한다고 해서 달리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건이에게 조금은 복잡한 감정을 품게 된 이후에도 우리 사이는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나는 여전히 그들과 가까우면서도 완전히 밀착하지는 않은 친구 관계를 유지했다. 건이는, 나와 둘만 있을 때면 종종 지친 표정을 하긴 해도 수현과의 사이를 바꿀 생각은 없어 보였다. 수현은 변함없이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다정한 친구였다. 다만 나의 마음이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을 뿐. 가끔은 멋대로 감정이 침입해 이룰 수 없는 욕망들을 속삭이곤 했다.

 '왜 수현이한테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물어봐.

 이제 그런 행동은 그만해도 된다고 말해줘.'

 속삭임이 커질 때면 머리를 털어 생각들을 떨쳐냈다. 나는 비록 이상한 관계일지라도 대학에 와 처음으로 유대감을 느낀 이들을 사소한 감정 때문에 떨쳐내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남들 사이의 사정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요동치는 마음과는 다르게 시간은 꾸준히, 재빠르게 흘러갔다. 새내기의 시간은 특히 1.5배는 더 빠른 것 같았다. 대학에 입학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곧 중간고사였다. 특히 금요일에 수업이 몰려 있는 나와 건이는 하루에 3개의 시험을 모조리 치뤄야 했다. 그 전에도 과 행사, 학회 행사, 동아리 행사가 촘촘하게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안되겠다, 목요일 저녁에 밤을 새자. 나와 건이가 의기투합하자 수현이 자신도 함께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24시간 하는 카페를 물색해 놓았다. 간단한 세면도구만 챙겨서 오기로 하고 저녁 10시에 약속을 잡았다.

 

 예상보다 목요일 시험이 일찍 끝나 집으로 바로 돌아가 뻗어 버렸다. 다시 눈을 뜬 후에 늦은 걸로 착각해 부랴부랴 가방을 들고 학교로 돌아왔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버렸다. 나 홀로 카페 문을 열고 커피를 주문했다. 주문을 기다리며 카페를 둘러보니, 대학교에 입학해 처음으로 맞는 중간고사의 풍경이 새삼 생경하게 느껴졌다. 대학교의

  시험은 고등학교 때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 암기보다는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시험들이 참 신기했다. 그런데도 똑같이 밤을 새야 답안지를 쓸 수 있다니. 커피를 받아들고 시험공부 때문에 삼삼오오 빼곡히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옹송그렸다. 아, 나도 대학생이긴 하구나. 저녁 10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 카페에 홀로 앉아 있으니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참 책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빤히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드니 수현이었다. 어쩐지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왔어?"

 "응, 벌써 도착했다고 해서 빨리 왔지."

 "근데 왜 그렇게 흐뭇하게 봐?"

 "책 읽는 게 꼭 고등학교 다니는 동생이 공부하는 것 같아서, 귀여워!"

 수현이 맞은편 자리에 가방을 내려 놓으며 앉았다. 손에는 차가운 커피 한 잔을 들고 있었다. 수현은 웬일로 편안한 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우리가 밤을 새울 거긴 한가보다. 수현을 보니 실감이 났다. 자리에 앉자 마자 수현이 내 손을 꼭 붙잡더니 비밀 이야기를 하듯 속삭였다.

 "나 말할 거 있어…나 요새 연락하는 사람 생겼다!"

 "진짜, 누구? 사귀는 거야?"

 "같은 과 선배. 아직 사귀는 건 아닌데 비슷한 거 같아. 맨날 카톡하고 전화하고 그래. 방금도 여기 앞까지 선배가 데려다줬어."

 수현의 얼굴이 행복으로 환하게 물들었다. 확실히 건이와 함께 있을 때는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건이 생각을 하는 내가 싫었다. 수현의 말에 집중하기 위해 더 궁금한 듯 말을 이었다.

 "와, 부러워! 잘생겼지? 분명 잘생겼을 거 같아!"

 "그 정도는 아니야! 내 눈에는 잘생겨 보이지만."

 "…건이한테도 말했어?"

 "아직 말 못 했어. 왠지 이런 얘기는 여자친구하고 먼저 나눠야 할 것 같아서, 너한테 먼저 말하는 거야."

 다른 여자친구들이었다면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을텐데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나는 웃음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어제까지도 변함없이 전화로 건이를 불렀던 수현이다. 어떤 상황이든 간에 상관없이. 남자친구가 생겼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해하기 위해 머리는 맹렬히 돌아가는데 심장이 나지막하게 쿵쿵 뛰었다.

 "축하해 줄거지?"

 나의 표정이 이상하자 수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여기서 내 마음을 들키면 안돼. 나는 한껏 미소를 띄우며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꺄르륵 소리를 지르며 수현의 연애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 속 한 켠으로 계속 떠오르는 건이를, 건이의 그 지친 표정을 외면했다. 이들과 그냥 친구로 남고 싶었다.

 

 여기서 더하면, 상처받을 거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그 때의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던지. 자기만 보이지 않으면 머리만 가리고도 온 몸을 숨겼다고 믿는 순진한 어린 아이처럼 내 마음을 외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은, 어리석은 나의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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