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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의 코드명은 REAPER
작가 : 리나
작품등록일 : 2017.6.6

오더를 받으면 사람을 감정없이 죽이는 킬러, 리퍼(잭슨). 보스의 유언으로 보스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같이 살게 된 소녀를 감시하게 되고, 이제껏 무기력하게 살던 잭슨에게 새로운 감정이 생기는데... (화/금+a 연재예정/감사합니다.)

 
6화. 습격
작성일 : 17-06-20 18:43     조회 : 306     추천 : 1     분량 : 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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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9년 전, 나는 태어나자마자 보스의 집 앞에 버려졌다. 비가 억수같이 내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날, 아련하게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가까스로 구조되었다고 한다.

  비를 많이 맞은 탓에 죽을 고비까지 갔지만 인큐베이터 안에서 죽을힘을 다해 살아남았다. 나를 버린 그녀를 찾아서 복수하겠다는듯이.

  보스의 전 부인이 반대했지만, 보스는 어린아이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면서 나를 키웠다.

  어린아이에게는 혹독했지만 싸우는 기술과, 살아남는 방법, 사람을 빠르게 죽이는 방법 등을 배웠다. 보스의 아들인 헤더와도 형제처럼 지냈기에 성장하면서 크게 불만은 없었다.

  그저 태어나자마자 나를 버린 어머니란 사람이 원망스러웠을 뿐.

 

 "그녀는 정말 강했다네. Mr.bob이 여자한테 죽을 뻔 했다고 징징거리는 그 꼴사나운 모습이란. 아하하하."

 "하고싶으신 말이 뭡니까."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자네가 어린 시절에 자넬 본 적이 있다네. 아직까지 자네의 눈빛에 원망이 가득하구만. 지금도 어미를 미워하는겐가?"

 "......"

 "다 부질없는 짓이야. 용서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네."

 "...싫습니다."

 이제와서 그 여자에게 복수하는게 무슨 상관이냐고? 아니, 상관있다. 내 안에서 생겨나는 분노와 원망같은 감정들이 그녀를 죽이라고 속삭이고있다.

 

  존재 자체가 없는 사람처럼 모든 정보가 삭제되었던 그 여자. 이젠 보스가 유일한 단서를 주었다. 사진을 조사해보면 분명 무언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어쩌면 이 여자가 보스를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

 나를 버린 것도 모자라, 나의 아버지같은 분을 살해했다면, 그렇다면... 난 당신을 찾아 잔혹하게 죽일 것이다.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는 잭슨을 보며 노인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약간의 정적이 흐른 후 잭슨이 물었다.

 "이젠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뜻이 어떤 의미입니까?"

 "그 말 그대로라네. Mr. bob도 같은 생각일세."

 "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킬러가 사람 안 죽이면 앞으로 뭘 먹고 살라는 겁니까."

 "뭐, 그것도 다 자네의 아버지가 준비해두지 않았겠나? 껄껄껄."

 "....."

 "명심하게, 나와 Mr.bob의 뜻을"

 "......알겠습니다."

 '아버지'

  이미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친부 또한 죽지 않았을까.

 

 

  저택에서 나온 후 심란한 마음으로 핸들을 잡았다. 신호등이 붉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자꾸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 여자도 꽤나 늙었을 테니 이런 일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테고, 최근 사진은 아닐 거야.

 

 '장난 식으로 주는 정보 치고는, 아주 굉~장한 기밀이군.'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헤더를 떠올렸다. 형제처럼 지내온 그에겐 아직 말할 수가 없다. 내가 그 여자를 증오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그의 아버지를 죽인 자가 내 어머니라면 그에겐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내 선에서 최대한 빠르게 찾아내 복수하리라.

 

 산길을 지나던 중 갑자기 눈 앞에 무언가가 차 앞으로 달려들었다.

 '끼익-!'

 "뭐지?!"

 차를 멈춰세우고 보니 키가 한 170cm정도 되어보이는 사람의 형상이 헤드라이트에 비쳤다.

  그녀는 미러 고글 밑에 검정 마스크를 착용해서 얼굴이 완벽하게 가려져있었고, 몸의 굴곡이 다 드러나는 타이트한 검정색 옷을 입고있었다.

 잭슨이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운전석에서 내렸다.

 

 "이 시간에 무슨 짓이지? 누구냐."

 "당신이 리퍼?"

 "호오, 이미 나를 알고있나."

 "당신 소문이 자자해. 직접 보니 상당히 내 스타일인데?"

  그녀가 양 손에 단검을 쥐고 빠르게 달려들었고, 순간적으로 단검을 꺼내 공격을 막아냈다.

 

 '채앵!!'

 

 "오호~ 빠른데? 이름 값은 하나보네."

 뭐지? 여자치고 힘이 센 건가? 아니.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더 가녀린 듯한 어깨다. 무게중심을 교묘하게 바꾸면서 내 공격을 쳐내고있어. 이 여자 정체가 뭐지?

  순간 여자가 점프를 높게 하더니 내 쪽으로 칼을 내리 꽂았다.

 "으윽!"

 '쨍그랑!'

  무의식중에 가까스로 피했지만 그 덕분에 차 앞 유리가 깨져버렸다.

  방금 그 공격 정통으로 맞았으면 한 방에 사망 감이다. 무시무시한 위력이야.

 "딴 생각 하지마, 나에게 집중해."

 "하, 도발적이군. 목적이 뭐냐."

 '채앵-!'

  다시 한 번 둘의 나이프가 교차하자 여자가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여유로운 웃음을 흘렸다.

 "이 조그만 나라에 왔다는 유럽산 킬러가.."

  나이프가 다시 잭슨의 목을 향해 날카롭게 돌진했다.

 "누군지 궁금해서랄까"

 '채앵!!'

  칼날로 전해지는 진동 때문에 손이 저릿했다.

 진심으로 막지 않으면 진짜 밀릴 것 같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 여자는 진짜다, 부두에서 봤던 어중이 떠중이와는 달라.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남녀의 힘 차이 때문에... 장기전으로 가면 나보단 여자 쪽이 힘들 것이 분명하다.

 오랫만에 재밌어지겠는데.

 

 "잡생각이, 너무 많은데?!"

 '슥!'

 여자가 잭슨의 팔에 빠르게 선을 그었다.

 따끔한 느낌이 들었지만 동요하지 않고 반격을 가하려는 순간, 여자가 뒤로 빠지며 잽싸게 나무 위로 올라갔다.

 "또 보자구, 리퍼"

 '닌자도 아니고 어떻게 저기까지 올라가는거냐.'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끼며 잭슨이 그제서야 숨을 돌렸다.

 "하, 젠장."

  저 여자에게 애초에 살의가 없었기에 너무 방심하면서 싸웠다. 사실 평소같았으면 조금 더 수월하게 싸울 수 있었을 테지만.

 

  그는 부둣가에서 스무 명이 넘는 사내들을 쓰러뜨리고, 힘이 센 노인을 상대한 후인 터라 조금 지친 상태였다.

  저 여자도 아직 자신의 실력을 완전히 드러낸 것 같지는 않던데, 정말 간만 보려고 왔단 말야? 내가 이 길로 어떻게 지나갈 줄 알고.

 

 "한국에도 만만치 않는 킬러가 있나보군."

 아니. 잠깐...

 "하."

 잭슨은 걸레짝이 된 정장 재킷과 차 앞유리를 번갈아 보며 손으로 머리를 헤집었다.

 내일은...하, 정장도 맞춰야하고. 차 수리도 해야하나.

 

 -----

 

  주라의 집 앞에 주차를 한 후 시동을 껐다. 히터라도 틀 때는 조금 낫더니, 차가운 새벽 공기에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정원을 지나 현관문을 여니 아주 작게 '끼익'거리는 소리가 난다.

 "...."

  집 안으로 들어오자 바깥 보다는 훨씬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잭슨이 2층으로 올라가려다가 멈춰서서 소파 쪽을 돌아보았다. 주라가 소파에 누워서 작게 쌔근거리고 있었다.

 

  혹시나 아까 그 여자가 주라가 아닐까 의심했지만 목소리가 다르기도 하고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겠다.

  머뭇거리다 그녀의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

 "왜 여기에서 자고있어? 공기가 차. 방으로 가."

 "으응....?"

 초점이 없던 순수한 눈동자 안에 잭슨의 얼굴이 비쳤다.

 "아저씨 이제 와요?.......어?!"

 "?"

  누워있던 주라가 깜짝 놀라며 잭슨의 흰 셔츠를 잡아당겼다. 셔츠에 묻은 피가 새어들어온 달빛에 겨우 보일 정도였지만 그걸 주라가 본 모양이다.

 "뭐야, 다쳤어요?!"

 쯧, 생각보다 관찰력이 좋네.

 ".........호들갑 떨 정도는 아냐. 치료는 했어."

 "음...그럼 다행이지만. 얼굴은 또 왜 그래요? 밖에서 몇 시간 떨은 사람처럼?"

 "뭐?"

 

  주라가 몸을 일으켜 잭슨의 얼굴에 손을 갖다 대자 잭슨이 놀라 움찔거렸다. 갑작스런 온기가 스며들자 기분이 이상했다.

 "와! 차가운거 봐. 눈시울도 붉고."

 "아냐...괜찮아."

 "안 괜찮아보이는데요? 허어. 안되겠다"

 

  주라가 몸을 약간 일으켜 소파 등받이를 뒤로 제끼자 소파가 침대처럼 평평해졌다. 그러더니 등받이쪽에 앉으며 자신이 누워있던 자리를 손으로 툭툭 두드렸다.

 "빨리 여기 누워요. 따끈하게 데워놨어요."

 "뭐어?"

 "에헤이, 빨리! 손만 잡고 잘 테니까요."

 "하, 참나"

  여자애가 겁도 없이. 안 지 얼마 안 된 남자한테 이래도 되는거야? 하, 진짜 교육을 처음부터 다시해야 되나, 남자가 얼마나 무서운 동물인 지 모르고.

 "아아 빨리~~!"

 세상이 그렇게 순수하고 건전하고 동화같은 곳이 아닌데.

 주라가 잭슨의 손목을 강하게 당긴 바람에 그가 소파에 털썩 앉았고, 두 사람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졌다.

 "....."

 "....."

  크흠, 헛기침을 두어번 한 후 느릿하게 재킷과 넥타이를 벗었다.

  주라가 입술을 오물거리며 눕자, 나도 순순히 주라의 옆에 누웠다. 데워놨다더니 엄청 따뜻하네.

 

  그녀가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자신이 덮고 있던 두툼한 담요를 덮어주었다.

  주라의 행동에 마음 한 켠이 뭉클해졌다.

 "...."

  갑자기 주라가 시선을 아래로 내려서 의아한 듯 물었다. 저게 무슨 표정이지?

 "왜 그래?"

 "아, 아저씨는..."

 주라의 얼굴을 보기위해 그녀의 턱을 잡고 위로 살짝 들어올렸다. 좀 뜨거운 것 같은데?

 "응?"

 "옷 벗는 게 좀 야한 것 같아..."

 풉.

 청소년은 청소년이라는 건가. 혈기왕성하네 아주.

 잭슨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색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씩 다가가자 주라가 기겁한 표정으로 점점 뒤로 움직였다.

 "...왜 이래요!"

 "29년 동안 쌓아 온 색기랄까..."

 "으악! 오지마요..!"

 주라가 소파 끝 부분까지 가서 떨어질 것 같자, 씨익 웃고 동그란 이마에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아야!"

 "아프라고 때렸다. 넌 아직 날 꼬시려면 십 년은 일러."

 "이씨!!"

 주라의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어둑한 새벽이라 티가 나진 않았다. 재밌다는 듯 웃던 잭슨이 자기 자리로 가 누웠다.

 잭슨을 째려보던 주라가 시선을 거두고 담요를 코 밑까지 쭉 끌어당겼다.

 '쿡쿡쿡...'

 잭슨이 낮게 웃자 주라는 더더욱 얼굴에 열이 올랐다. 이러다 얼굴 폭발하겠네, 어둑한 새벽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으아! 그렇게 웃지 마요!"

 저렇게 웃으면 자기가 얼마나 야한지 진짜 몰라서 그러나? 야동에 나와도 손색이 없겠어!

 

 주라가 보지 못하게 잭슨이 고개를 반대방향으로 돌렸다.

 "아저씨는 이런 상황에서 잠이 와요?"

 "자라."

 주라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잭슨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그는 묵묵부답. 주라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자 잭슨이 담요 속으로 그녀의 손을 천천히 잡았다.

 "....!"

 "빨리 자. 손만 잡고 자자며"

 "진....짜? 이러고?"

 '크크큭...'

 잭슨의 어깨가 작게 들썩거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주라에게 그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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