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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날아라, 종이비행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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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컨디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무거운 짐을 나르던 도중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몸이 기울어질 때 이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덧없는 잿빛 인생이란 소설은 여기서 끝나야 정상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바로, 30이라는 숫자가 나의 왼 눈 밑에 새겨져있는 상태로 말이다.
'30'
그건 나에게 남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표식이었다.
그래. 남은 한 달동안은 생전에 해보질 못했던 못된 장난을 쳐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장난을 치는 그때, 나는 나와 같이 유령인 어떤 소녀를 만났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우리들의 만남과 다가오는 끝.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그런 이야기다.

 
재회
작성일 : 17-06-20 16:27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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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는 카페를 나온 뒤 손을 넣으며 걷는 그를 한 걸음 사이로 따라가는 중이다.

 걸쭉하게 끌어모은 가래침을 길거리에 자주 툭툭 뱉는게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불쾌한 눈치였다.

 "개같은 년. 어차피 안줄거면 그냥 그렇다고 말하지. 왜 저따구로 다시 뺏어가고 지랄이야……."

 그가 인상을 쓰며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본성을 확실히 옅볼 수 있는 한마디였다.

 확실한 건 우성현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였다하더라도 우리의 행동은 변하지 않겠지만.

 "근데 말이야. 아까 걔는 너한테 무슨 짓을 했던거야?"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 우성현과 교재중이던 여자 또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확실할 것이다.

 아까전에 봤던 소녀의 증오의 눈빛과 통쾌한 웃음도 한 몫 했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 뿐. 카페에서 봤을 땐 소녀를 상처입힌 가해자라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우성현으로 인한 피해자같은 느낌이 더욱 컸다.

 "하긴. 그땐 의외로 얌전하게 있었으니 첫 인상은 그리 나쁘진 않았겠네."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아냐. 이해해. 그 사람을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에게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라며 떠들어대는 건 선동일테니까."

 확실히 소녀의 말대로다. 나는 그 여자를 만나보지도 않았으면서 우성현이라는 그녀의 접점과 소녀의 말에 의지했을 뿐이었다.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른다. 다만, 역시 그 여자의 희생적인 면모에 실감이 별로 나질 않았던 것 뿐.

 소녀를 의심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그들의 관계를 멋대로 망쳐버린 이상 내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다.

 우성현 뿐 만 아니라 여자 또한 저질스러운 사람이어서 다행이라고.

 이기적이고 추악한 정의감에 안심하고 싶다.

 "말하기 싫음 하지 않아도 돼."

 소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까 걔는 내 가방에서 돈을 훔쳐갔어."

 "얼마정도?"

 "30만 원정도. 그땐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에서 부당해고를 당하셔서 집안 사정 좋지 않았거든. 무리하면서까지 다니던 학원의 수강료였는데 그 년이 훔쳐갔어. 교실에 혼자있을 때 반 애들의 가방을 멋대로 검사해본 적이 있었거든. 내 봉투를 발견하는 순간 불운하게도 그 년과 우성현의 패거리들이 들이닥친거야."

 턱을 살포시 치켜들며 우성현을 가리킨 소녀가 말을 이었다.

 "집단의 헛소리는 무조건적인 정의야. 그 앞에서 나는 바보에 도둑년이 되어버렸지."

 원망 한 줌이 섞인 식어버린 눈빛의 소녀는 어딘가 쓸쓸해보였다.

 모두가 등을돌려 홀로 남겨진 소녀를 수군거리고, 소녀는 죽어버린 눈빛으로 고개를 숙여 지면을 내려다본다.

 바라본 소녀의 쓸쓸한 모습에서 내멋대로 잠깐 망상해본 그림이었다.

 "……참담한 이야기네."

 녀석의 역겨운 뒤통수를 바라보며 따라가고 있을 무렵 그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른 여자의 목소리였다.

 "어어. 여보세요? 채영아. 오빤데 잠깐 나올 수 있어? 응. 응응. 나도 마침 시내에 있거든. 저번에 갔던 한스델리로 가자."

 통화를 끊은 우성현은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광장의 한 구석에서 멈춰서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저 멀리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노란색으로 염색한 생머리에 청색 멜빵을 입고있는 또래의 여자애는 아까완 다른 여자애였다.

 "오빠. 많이 기다렸어?"

 "전혀. 그나저나 오늘따라 예쁘네? 예전부터 예뻤지만."

 "진짜루?"

 "응~. 그럼 진짜지."

 그렇게 말하며 우성현은 거리낌없이 여자애의 볼에 입을 맞췄다.

 이윽고 두 사람은 팔짱을 끼우며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와 소녀는 서로 황당해하는 눈빛으로 마주보았다.

 갚지도 못할 돈을 빌리는 것도 모자라 녀석에겐 다른 여자까지 있었다.

 우리가 복수할 상대가 여전히 쓰레기라는 점에서 나와 소녀는 통했다.

 저자식을 좀 더 굴려주자고.

 그런 당돌한 눈빛으로 서로를 향해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인 우리들이었다.

 

 

 

 

 그들을 따라 도착한 곳은 한스델리였다.

 런치타임이라 그런지 가족이나 학생들이 몇몇 테이블에서 오순도순 떠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성현과 그의 애인으로 추정되는 여자는 벽 쪽의 테이블에 앉았다.

 나와 소녀는 여전히 테이블 근처에 선 채로 그들을 지켜보는 중이다.

 "근데 저 여자애도 널 괴롭혔던 녀석이야?"

 소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야."

 메뉴판을 훑어보며 무얼먹을 지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평범한 연인의 모습이었다.

 "오빠는 뭘로 할거야?"

 "나는 칠리새우파스타. 채영이는?"

 "우움. 나는 스파이시치킨 볶음밥."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다른 애인에게 돈을 빌리려던 비굴한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져있는 우성현.

 이쯤되면 그의 저질스런 인간성에 존경을 보내도 괜찮지 않을까.

 솔직히 그가 이렇게 태연해하며 쓰레기라는 걸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감사한 마음이다.

 이번에도 도를 넘어선 장난을 칠 생각이다. 여차하면 아까처럼 이 여자가 우성현의 곁을 떠나갈 지도 모른다.

 우성현의 쓰레기같은 면모는 그 사이에 품게 될지도 모를 헛된 동정이라는 것을 사전에 제거해준다.

 ……사실 그가 새인간으로 다시 태어났어도 나는 못된 짓을 했겠지만.

 카운터에서 볶음밥과 파스타를 주문하고 온 두 사람이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나서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연예인의 스캔들로 누구와 누구가 결혼한다느니 열애설이 터졌다느니.

 들어보니 정말 쓸데없어 한숨만 나오는 주제였다.

 "연예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정말 이해가 안가. 어렸을때부터 쭈욱."

 같은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옆에서 소녀가 짤막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 나같은 케이스가 특이한거지. 오히려 내 또래의 애들은 그들처럼 연예나 정치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특히나 연예쪽은 여자들이 더욱 그렇던데 소녀의 경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역시 조금 특이한 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별다른 유대감도 없이 쌩판 타인인 사람에 대해 왜들 그렇게 관심을 갖는 지 모르겠네."

 그런 우리의 험담은 들리지 않는 지 녀석들은 더욱이 연예인들의 실체따위를 들먹이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녀가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런 애들. 정말 바보같지 않아?"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는 법이겠지만……."

 "본심은?"

 "엄청 바보같지."

 소녀가 쿡쿡 웃었다.

 타인에겐 늘어놓지 못할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럴 때마다 서로가 비슷한 인간이라는 걸 알게되는 것 같아 점점 친근해지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를 바보취급하며 내려다보는 것으로 우월감을 가진다.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한 내가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도록 타인을 끌어내린다.

 상대가 정말로 바보라면 더할나위 없이 기쁘다.

 그런 안타까운 인간이 '우리'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느긋한 감상을 하며 지켜보는 그때, 우성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손 좀 씻고올게."

 "갔다와~."

 지금이 기회라며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곤 그를 따라갔다.

 볼 일을 보고있는 중인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나는 남자화장실 앞에 서있는 소녀에게 손짓했다.

 거울을 응시하던 우성현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디자인의 작은 케이스였다. 그가 살포시 케이스를 열자 그 안에는 투명한 보석이 박혀있는 반지가 있었다.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자애에게 줄 생각인가보다.

 "다른 여자에게 돈을 빌리고 또다른 여자에겐 반지를 선물한다라……."

 이쯤되면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렇게까지 만들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반지를 바라보던 우성현이 안도인지 걱정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며 케이스를 세면대에 놓는 그 순간.

 나는 재빨리 그것을 가로챘다.

 "이거다. 이걸 이용하자."

 "오. 좋아! 잘했어!"

 소녀가 기뻐하며 칭찬했다. 조금 쑥쓰러우면서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이 케이스를 이용해 무엇을 할 건지. 서로 상의하지 않아도 이미 정해져있었다.

 케이스를 건내주자 소녀는 즐겁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져지주머니에서 거미 모형과 바퀴벌레 모형을 꺼냈다.

 그리고선 반지와 함께 쿠션을 빼낸 다음, 텅 빈 케이스에 모형을 집어넣었다.

 크기가 알맞아 구겨지지 않고 잘 들어갔다는 게 더욱 좋았다.

 키득키득 웃으며 쿠션을 쓰레기통에 버린 소녀는 반지만을 빼내어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오른쪽 새끼손가락에 끼웠다.

 천장에 뻗은 손을 감상하던 소녀가 입을 열었다.

 "꽤 이쁘네. 가격도 몇십만 원은 할 것 같고."

 "연인에게 그런 반지를 선물로 받는다면 어떨 것 같아?"

 "으음……. 가격에 따라 느끼는 부담감은 다르겠지만 일단은 엄청 기쁘지 않을까?"

 "그렇지?"

 일부러 정해진 대답을 기다리는 나의 되물음에 소녀는 내 쪽을 향해 짓궃은 미소를 지었다.

 케이스를 나에게 건낸 소녀는 새끼손가락에 낀 반지를 뺐다.

 그 다음, 손가락으로 잡고있던 반지를 보란듯이 톡 떨어뜨린 후 온 힘을 다해 짓밟아버렸다.

 제대로 구겨질 수 있도록 허리를 굽혀 밟았던 반지를 세우고 눌러버린다.

 그걸 몇 번인가 반복하고서 반지를 주웠다.

 소녀는 제대로 망가졌는 지 조명을 받침삼아 확인하다가 나에게 건내주었다.

 광이 나던 은색의 반지는 이젠 흠집 투성이에 구질구질해진 채 찌그러져있었고, 깨진 보석이 반 쯤 떨어져 나가있었다.

 소녀와 같은 후련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건내받은 그것을 쓰레기통에 휙하고 던져버리자 소녀가 쿡쿡 웃었다.

 벌레가 담긴 케이스를 태연하게 세면대에 올려두자 우성현은 곧바로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우리는 터져나올듯한 웃음을 최대한 삼키며 그를 따라 화장실을 나섰다.

 "저기 채영아. 사실 너에게 주고 싶은 게 있거든."

 "응? 뭔데?"

 의자에 앉은 우성현이 조심스럽게 얘길 꺼내자 여자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눈을 깜빡여댔다.

 "오늘 너 생일이잖아. 그래서 작은 선물을 준비했거든……."

 그 말을 끝으로 그가 주머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내보이자 여자는 입을 틀어막으며 기뻐했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모르면서.

 그가 테이블에 올려놓은 케이스를 살포시 여자쪽으로 밀었다.

 케이스를 조심스레 집어든 여자가 감동의 눈빛으로 우성현을 흘끗 쳐다보고서 케이스로 시선을 옮겼다.

 거대하게 부풀어오른 풍선처럼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로 웃음을 참는 나와 소녀.

 이내 여자가 기대를 잔뜩 안고서 케이스를 열었다.

 그토록 밝았던 표정이 빠르게 식으며 굳어가는 모습에 결국 우리는 필사적으로 참았던 것을 화려하게 폭발시켜버릴 수밖에 없었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을 정도의 유쾌하고 커다란 웃음소리가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득 채운다.

 소녀가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아하하핫! 저것 봐! 저새끼 엄청 당황하고 있어."

 "지 예상이랑 달라서 그런가봐. 자기가 선물한 게 이쁜 반지가 아니라 징그러운 벌레니까."

 "푸흐흐흐흐흡."

 눈물이 세어나올 정도로 실컷 웃던 우리는 잠시 숨을 고르며 진정했다.

 "……지금 장난하는거야?"

 여자의 무거운 분위기에 우성현은 영문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케이스에서 바퀴벌레와 거미 모형을 꺼내 테이블에 툭 던지자 그는 기겁하며 의자를 뒤로뺐다.

 "너 지금 장난해!?"

 "자, 자자자잠깐만. 씨발. 뭐야. 이게 또 왜있는거야!?"

 그의 반응은 겨우 사그라들던 웃음을 증폭시켰다.

 우리는 또다시 폭소를 터뜨려 배를 잡으며 미친듯이 웃어댔다.

 "아흐흐흐흐. 저것 봐. 우성현 저새끼는 오늘 갑자기 튀어나온 이상한 벌레모형 때문에 꼬여버리는거야!"

 "으크흐흐흡. 야, 유가은! 진짜 배아프단 말이야! 그마안…… 푸흐흡!!"

 마음 껏 웃어재끼던 소녀는 자세가 무너질정도였는지 내 어깨에 팔꿈치를 걸쳤다.

 한동안 웃다 지친 우리가 숨을 가쁘게 쉬는 그때, 손을 움켜쥐던 여자가 물컵을 집었다.

 그리고는 우성현의 안면에 시원하게 뿌려버렸다.

 앞머리를 흠뻑적신 물방울이 흘러내려 턱에 고이고 뚝뚝 떨어진다.

 "너 바람피우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아니? 다 알고 있었어. 그래도 정말로 널 사랑해서 모르는 척 하고 있었지. 언젠가 네가 네 입으로 자백할 날을 기다리면서 말이야."

 "어, 어어? 저기 채영아. 그게 아니라 일단 그건……. 아니 그러니까 이게……."

 "오늘 내 생일이라 네가 진심으로 챙겨주면 용서해주려고도 마음 먹었어. 그런데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어느새 주변 사람 모두가 이쪽을 쳐다보며 수군거린다.

 "마, 맛있게 드세요……."

 "아, 예. 가, 감사합니다……."

 우두커니 서서 그들의 눈치를 보던 젊은 여종업원이 재빨리 음식을 세팅하고 그들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자리를 떴다.

 "너 진짜 최악이다."

 이쪽에 집중되있는 시선은 무시한 채 여자는 무게가 담긴 목소리로 우성현을 쏘아보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매장을 나갔다.

 "채, 채영아. 잠깐 기다려……!!"

 당황해하며 성급히 여자를 쫓아나서는 우성현을 끝으로 우리는 더이상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그에 대한 복수는 성공적이었다.

 그가 우리 두 사람에게 했던 것처럼 우리는 그를 고립시키고, 꼬여버리게 만들었다.

 복수가 성공했다는 것에서 찾아온 통쾌함과 성취감은 너무나도 훌륭할 정도로 우리를 가득 채워주었다.

 짜악!하며 손바닥끼리 부딪치는 하이파이브의 소리가 두 사람의 고막만을 경쾌하게 울렸다.

 

 

 

 

 

 "슬슬 우리도 갈까?"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멈추고 떠들썩함이 원래대로 돌아갈 무렵.

 그렇게 말하며 발을 떼려던 찰나였다.

 "잠깐만."

 뒤에서 소녀가 반팔 옷소매를 살짝 잡으며 멈춰세웠다.

 "여기서 점심먹고 가자."

 그러고보니 테이블 위엔 한 입도 대지 않은 파스타와 볶음밥이 놓여있었다.

 남겨두기도 아깝고 점심도 아직 안먹었던 터에 꽤 오랫동안 서있어 다리도 아파왔다.

 "그러는게 좋겠네."

 방금 전 여자가 쏟은 물때문에 소파가 젖어있었다.

 나는 볶음밥을, 소녀는 파스타를 들어 구석 창가자리의 빈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곤 먹기 시작했다.

 거리를 걸을때면 맞은 편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

 매장을 들어가도 반겨주지도 않고 주문을 받아주지도 않으며, 메뉴판조차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유령에게는 불친절한 세계에서 이제는 하지 못하는 것이 되어버린 마지막 외식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스푼으로 볶음밥을 퍼서 우물거리는 그때, 불쑥 시야에 들어오는 포크에 고개를 들었다.

 파스타를 돌돌 말아올린 포크를 내 입가에 가져다댄 소녀는 턱을 괴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몇초간의 짧은 공백을 지나 소녀가 내민 포크를 살포시 물었다.

 져지색깔처럼 귓가가 붉게 물들어있는 그 모습에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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