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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Snow drop
작가 : renreni
작품등록일 : 2017.6.8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모든 생명들은 모두 자기 자신만의 욕심을 부린다. 그 강도에서 차이가 날 뿐.
그것은 놀랍게도 당연한 이치이며, 납득해야 하는 사상이다.

" 적어도 후회할 방법은 아니잖아. "

" 나는 믿을만한 년은 아니겠지만."

" 대신에 머리 하나는 아주 약아 빠졌거든. "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돌려놓으려는 하나의 수작이였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그래 꺼져버려라 라고 소리치고 중지를 일으켜세웠을지도 모르는 일 이였지만, 그녀는 그러기에는 너무나 조급하였다. 참을성 또한 있지 못했다. 이 정도면 정말로 많이 참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그녀는 그러하였다.

" 믿질거 없잖아. "

" 너는 그냥. "

" 나와 간단한 계약 하나만 맺으면 되는건데. "

그 말 한마디로 인해서 만들어낸 이야기는 진부하기도, 지극히 정열적이기도 한 이야기였다. 그 말, 단지 그 말 한마디를 뱉음으로써 미래는 어지러이 일그러져갔다.
단지 그때는 너무나도 철이 없었고,
아무것도 몰랐을 뿐이다.

욕심이고 탐욕일 각자의 목표를 가진 두 이가 우연히 만나서
필연적으로 이용하는 상등관계가 되고,
그것을 한 단어로 줄여보자면
' 사랑 ' 이 되어버렸다.

 
그거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있었데?
작성일 : 17-06-20 13:16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7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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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썩

 

 자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소리였다. 가뜩이나 얼어붙어 굳은 공기 틈으로 찢어질 듯 날카롭고 차가운 소리가 허공을 가르자 그 주변을 지키고 서있는 이들마저도 흠칫하였다. 듣기만 해도 제 등짝이 찢어지는 듯 착각이 들 정도로 그 소리는 날 서 있었고 당사자의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였다.

 그 분노가 어찌나 큰지 잘못한 것이 없는 이들도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빌고 기어야 할 것만 같은 감각이 허리를 타고 목을 조르는 이질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사실 이것은 이곳에서 거의 매시간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언제나 이곳은 한 사람의 피로 적셔졌고 피비린내는 바닥에 스며들어 벽까지 타고올라 사방을 도살장 안에 들어온 듯 한 냄새를 풍기게 하였다. 그 냄새는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목구멍까지 치달아 역하게 만들었다.

 

 그 원인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가운데에서 두 남자가 완전히 불공평한 관계로 놓여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한 명은 채찍같이 생긴 어떠한 무기를 힘줄이 튀어나온게 보일정도로 꽉 쥐고 있었다. 그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어찌나 꽉 쥐었는지 손의 피부색이 점점 창백히 보일정도로 하얗게 변질되어갔다.

 또 한 명은 그의 아래에 무릎 꿇은채로 몸을 기울여 힘없이 쓰러져가고 있었다. 사실 죽지 않은것이 용하였다. 그 광경 주위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생각 하였을때 어림잡아 약 2시간쯤은 이 행위가 지속되고 있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이미 이 광경이 흔한 장면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전부터 계속되고 있었다.

 

  만약 맞고 있는 이가 평범한 사람 이였다면 아마 몇 년 전 이미 졸도해 죽어버렸으리라.어느 하나 찢겨져 상처가 나지 않은곳이 없는채로 진한 검붉은 피를 바닥에 흘리며 옅게 숨만을 들쑥날쑥하게 쉬고 있는 그는 아무 말 없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 안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허나 당연하게도 좋은 감정은 아니리라.

 

 아마 속으로 어떻게 죽여버리고 싶은지 한참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눈빛이 서늘하게 얼어있었다. 피로 눌러붙은 머리카락 때문에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그 사이로 번들거리는 눈이 그것을 증명하였다.

 

 몇 초간 그렇게 걸레짝처럼 널부러져 있는 그를 바라보던 남자는 혀를 나지막히 차고 발을 들어 거세게 그를 걷어찼다. 순식간에 치고 들어온 타격에 잠시 주춤거렸던 피가 다시 목구멍으로 솟구쳐 올라와 입으로 토해졌다. 좋지 못한 꼴이였다. 다른 이들은 모두 애꿎은 바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폐도 새끼. "

 

 남자는 채찍을 던지듯 내려놓고 씹어뱉듯이 던졌다. 그 말 안에는 분노가 번들거리며 제 추태를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었다.

 

 " ... "

 

 허나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쓰러져있는 남자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몇 초 후, 무엇이 그리도 우스운지 한 쪽 입꼬리를 비집고 올려 피식 웃어보였다. 그것이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남자를 기만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웃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그 행위는 그의 심기를 자극했다는 것 이다. 남자는 눈썹을 약하게 찌푸렸다.

 

 " 일어나. "

 

 그의 갈비뼈 쪽을 지근지근 짓밟으며 냉랭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한 남자는 일어나지 않으면 이쪽도 부러뜨리겠다는 무언의 협박을 하는 듯 하였다. 정말로 어쩌라는 걸까. 그건 지켜보는 다른 이들도 그리 느꼈을 것이다.

 

 우드득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자 동시에 아래쪽에서 옅은 신음이 들려왔다. 이러한 행동에 전혀 거리낌이 없는 듯 남자는 여전히 싸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고통을 참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마저 못 느낄 정도로 분노에 휩싸인건지 시뻘겋게 충혈 되어있는 눈으로 남자를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 금방이라도 눈에서 피가 뚝뚝 떨어질 듯 그의 눈은 맹수같이 붉었다.

 

 “ x발 진짜... ”

 

 힘겹게 열린 입에서 한껏 갈라져 나온 목소리는 욕을 담고 있었다. 정말로 화가 나있는 듯 억지로 쥐어짜낸 목소리임이 분명함에도 정확하게 자신의 분노를 담아내고 있었다.

 

 “ 작작. 좀 하라고 했,잖아. ”

 

 어중간하게 말이 끊어지며 말끝이 흐려졌다. 아무리 그여도 이 이상까지는 정말로 버티기가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일까.

 

 “ 이러다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 죽,이겠다? ”

 

 누가 보면 미친놈인줄 알 것이다. 아니 이미 미친놈이 맞는 것 같기는 하였다. 그는 말을 내뱉자마자 난데없이 낄낄거리며 폭소를 하기 시작했다. 갈비뼈가 으스러져 있을탠데도 그렇게 웃을 수 있는걸 보면 누구라도 질린 표정을 지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였다.

 그의 모습을 남자는 딱딱한 선홍색의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이내 허리를 숙여 머리채를 휘어잡아 그와의 눈높이를 맞춘 뒤 살벌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 네가 이 피만 가지고 있지 않았어도 벌써 수십 번은 죽였겠지. ”

 

 “ 아, 그럼, 정말 아쉽,겠어? 그래서, 이렇,게. 화풀이만 오지게, 하는 거지? ”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딱히 반박할 말도 없으리라. 잠시 동안의 신경전인 듯 서로를 응시하다가, 이내 남자가 그의 머리채를 집어던지듯 놓아버리자 우당탕 소리가 나며 다시 쓰러졌다.

 

 “ 여자 때문에 주책도, 이런 주책이 다 없어. 진짜 홀리는 재주만큼은, 인정할게. ”

 

 “ 닥쳐라. ”

 

 “ 그 여자,가 그렇게 좋았어? 아 하긴 예쁘긴 했지? ”

 

 조롱하는 듯 말투가 흘러나와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줄줄이 늘어놓았다. 발음이 슬슬 뭉개지기 시작하는 걸 보아하니 슬슬 의식이 꺼져가는 듯 하였지만, 어째서인지 그 와중에 또렷해지는 목소리는 진심이 담긴 조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연스레 그를 보는 눈빛에 힘이 들어갔다.

 

 “ 이제 좀 털어놔,봐. 뭘 했었길래 그렇게, 미친 듯이 좋아했어? ”

 

 “ 네 같은 것이 운운할 상대가 아니야. ”

 

 “ 아- 알겠다. 몸이라도 대줬나보지? ”

 

 뻐억

 

 “ ... ”

 

 순식간에 고개가 옆으로 꺾이며 다시 피가 솟구쳐 나왔다. 옆으로 고개를 돌린 채로 그는 이를 빠드득 소리 나게 갈더니 이내 피가래를 다시 한 번 내뱉었다. 기왕이면 저 이 얼굴에 뱉으면 좋으련만, 제 눈앞에서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남자를 가늘게 응시하던 그는 여전히도 재미있다는 듯 웃음기를 미소에 남겨놓고 있었다.

 

 “ 왜? 아니었어? 그 여자가 그거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있었데? ”

 

 남자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살기로 얼룩진 기운을 풍기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주변에서 지키고 있는 이들의 칼 중 하나를 뽑아들어 그의 목 부근으로 던졌다. 허나 피할 것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겨우 이 정도를 못 피할 정도로 나약한 이는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심으로 죽이고 싶은 마음은 있는 듯 하였다. 다시 한 번 복부를 걷어차인 그는 턱턱 막히는 숨에 후들거리면서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움찔,

 그는 쓰러진 상태에서 손가락을 까딱였다. 정전기라도 통한마냥 잠깐이고 미미했지만 느껴지는 변화였다. 바닥에서 느껴지는 찬 공기가 자신을 덮고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순간 뇌에서 무언가가 연결되어 자신의 생각을 몽롱하게 탈취하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반응에서 느껴지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단 하나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살고싶었고, 제 목숨을 이런 곳에서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 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도박’ 이였다.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도 그 쯤은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 죽여. ”

 

 “ ... ”

 

 “ 정말로 할 수 있다면 죽여 보던가. ”

 

 “ 허. ”

 

 어이가 없는 듯 짧은 숨을 토해낸 남자는 그의 목 쪽에 발을 대었다. 구둣발이 목에 닿는 감각은 그닥 좋지 않으리라.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듯 지근지근 막히지도 안 막히지도 않는 애매한 한계선에서 밟으면서, 남자는 끝까지 냉랭한 얼굴을 고수하였다. 아래에서 숨이 끊기다가, 끊기지 않다가가 반복되는 소리가 들렸다.

 

 “ 그걸 바라는 이에게 그 행위를 해주는 멍청이가 세상에 어디 있다고 생각하지? ”

 

 대신 죽을듯한 고통을 느끼게 해주리라. 나중에는 견딜 수가 없어 제 아래에 기며 살려달라고 빌빌거릴 추한 모습을 보일 때까지. 남자는 그리 생각하며 다른 발로 그의 손가락을 꽉 짓밟았다.

 다시 흉측한 무기를 들려던 그 순간.

 자신의 신발에서는 감각이 사라졌으며.

 이내 그 특유의 기분 나쁜 웃음까지 사라졌다.

 

 “ ...뭐. ”

 

 몇 초간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던 듯, 남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들마저도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그 방에서 시작하여 분노로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으며,남자 또한 제 싸한 선홍색 눈을 번뜩이며 몸을 일으켜 움직였다.

 

  그가 사라졌다.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로.

 

 ****

 

 “ ...이거 나오긴 하는 거야? ”

 

 이사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점점 시간은 촉박해져만 가는데 마법진은 계속 웅웅 거리는 이상한 소리만 내며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정도로 한꺼번에 마력을 불어넣고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마도 본인이 지금까지 불어넣은 마력의 양이 다른 이들이 소환 마법을 실행한지 하루쯤은 지나서 마법진 안에 들어가 있을 양 쯤은 될 것이다. 그만큼 엄청난 체력을 금세 소비했음은 물론이다.

 

 “ ...먹튀? ”

 

 설마하니 그런 것 일까. 태어나서 마법진이 먹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못 들어봤는데.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면서 이사나는 애써 힘에 부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채로 계속 마력을 억지로 욱여넣었다. 최대한 빨리 이 일을 끝내야 하였다. 본인이 무리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그건 억울해도 너무나 억울한 처사였다.

 

 “ 이게 사람 약 올리네. ”

 

 슬슬 시작한지 10시간에 가까워졌다. 곧 12시가 되면 본인이 그렇게 단호하게 말했던 약속시간이 엇나가버린다. 이런 것은 예상치 못한 듯 이사나의 얼굴도 조금씩 구겨졌다. 이게 아닌데. 왜 안 되는 거지.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하지. 계속 무언가를 궁시렁 거리는 그녀의 얼굴은 조금씩 땀으로 젖어갔다.

 

 “ 누나.. 쉬어가면서 해... ”

 

 어느새 나타난 소년은 주춤거리며 이사나의 곁으로 다가와 얼음물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예민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더욱 조심스러워진 행동 이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눈살만 살짝 찌푸리고 얼음물을 통째로 원샷 해버리는 이사나였다. 지금은 그런 사소한 짜증남에 신경 쓸 때가 아니였으니까.

 갑자기 머리가 찡하게 울리며 정신이 바짝 차려지자 자연스레 분출되는 마력량이 조금 더 올라갔다.

 

 “ ..이 와중 쓸데없이 왜 와. 절로 꺼져. 얼른. ”

 

 마치 모이 쪼던 참새를 내쫓는 듯이 이사나는 손짓을 하며 소년에게 이제 가라는 손짓을 하였다.

 

 “ 하지만 누나 많이 힘들어 보이는걸. ”

 

 “ 네가 있으면 더 힘들어. ”

 

 “ 하지만- ”

 

 “ 자, 미오야- 저기-저 방으로 가면 네가 정~말 좋아하는 과자더미들을 내가 정말 많이 사놓았단다- 그러니 방해말고 어서 가버리렴- ”

 

 상냥한 말투로 순식간에 급변한 이사나는 사근사근하게 어서 저리 꺼지라는 의미를 돌려 말하였다. 이쯤 하면 알겠지.

 미오라고 불린 소년은 잠시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다가 천천히 뒤로 걸음을 옮겼다. 애써 자신이 도와줄 거리를 찾는 모양 이였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소환 마법은 오롯이 혼자만의 의식 이였으니 말이다. 이사나는 옅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집중하였다.

 

 사실 현기증이 나 미칠 지경이었다. 자신의 모든 체력을 다 소모시키다보니 초점마저 슬슬 맞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 소환도 다 못한 채 의식을 잃게 된다면 한마디로 한 달간의 고생은 말짱 꽝으로 돌아가는 것 이다. 절대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됐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정신을 잃어도 소환은 하고 잃어야 하였다. 그녀의 야망이 조금 번들거리는 순간이었다.

 

 “ ..어? ”

 

 이사나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마법진의 색깔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점점 색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진하게 타오르며 자신을 알리는 어느 괴기하고도 고급스럽게 보이는 붉은 색 이었다. 마치 피에 물들 듯, 마법진은 전부 붉게 물들어가 하나의 붉은 꽃으로 둔갑시켜 버린 듯 하였다.

 이러다가 마치 자신도 물들 것 같아, 이사나는 바로 손을 때었다. 분명 소환할 때 이런 징조가 일어난 다는 말은 없었는데.

 

 슬슬 검붉게 변해가는 마법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그녀는 무엇인가 좋지 않은 느낌에 조금씩 몸을 일으켰다.

 제가 마력을 불어넣지도 않고 있건만 마법진은 계속 물들어갔다. 잘못된 오류이자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마치.

 

 마치 금방이라도 폭주해 모든 것을 뒤집어 삼켜버릴 듯.

 그녀는 그런 모호한 붉은색에 순식간에 매료 되었지만 본인의 이성은 여전히 자신을 붙들고 있었다. 이건 좋지 않았다. 절대 좋지 않아.

 

 “ ... 미치겠네. ”

 

 그 체력에 무슨 힘이 났는지 이사나는 쏜살같이 달려가 느릿느릿 풀이 죽어 걸어가던 미오를 낚아채 감싼 뒤 거의 날아가는 듯이 엎어져 구석에 허리를 숙여 엎드렸다.

 

 그리고 그 순간.

 마법진은 점점 발광하더니 이내 터졌다.

 엄청난 괴음이 방 안을 뒤덮었고 고막이 째질 듯이 높은 무언가의 찢어지는 소리에 이사나는 한 순간에 숨이 안 쉬어져 헉. 하고 목소리를 들이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팔 다리가 덜덜 떨려왔다. 평소 두려움이라고는 눈꼽 만치도 없이 마이웨이로 살아가는 그녀가 왠일로 지금 순간만큼은 두려움 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어째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사나는 자신에게 질문해봤자 답을 얻지 못할 것을 알고있었다.

 

 한순간에 시야가 허공으로 흩뿌려지며, 이사나는 흐릿해진 초점 너머로 그 것을 보고 말았다. 허나 그것을 정확하게 응시하기도 잠시, 그녀는 점점 눈이 내리깔아지고, 의식이 흐릿해져서. 결국은 정신이 두절되고 말았다. 귓전에서 삐 – 하는 경고음 비슷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그때 이사나가 확실하게 보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은,

 마법진과 동일하게 빛나는 눈을 광기로 빛내면서 가운데에 서 있는,

 어떠한 괴물 이였다는 것이다.

 

 ****

 

 “ ... ”

 

 라타는 가만히 볼을 손에 괴고서는 눈을 감고있었다. 주위에서는 규칙적으로 울리는 바늘소리가 잔잔한 음악이라도 되는 듯 천천히 굴러가고 있었다. 차분하며 안정적인 공기가 바닥에 깔려 모호한 분위기를 자극했다.

 

 피식.

 라타는 웃음을 흘리며 눈을 지그시 떴다. 금색과 은색이 적당히 섞여 빛나면서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는 눈이 허공을 응시하였다.

 

 그 눈에서는 승리의 기쁨과 환희가 가득 묻어나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승전가를 울릴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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