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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홍과청
작가 : Mila
작품등록일 : 2017.6.20

때는 조선시대.
명망 있는 선비의 딸로 태어난 '초림'.
그리고 가문에서 버려진 도령 '희수'
양극에 서있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는 인연의 끈으로 인해 마침내 만나게 된다.

 
03. 장터에서의 만남
작성일 : 17-06-20 09:24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6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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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얀 안개꽃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노란 들꽃이 방안 가득

 향긋한 꽃내음을 풍긴다.

 

 이미 방안은

 다양한 색의 들꽃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다과상을 가운데 두고

 두 소녀가 마주 앉아 있다.

 

 다홍색 치마를

 다소곳하게 펼쳐 앉은

 초림의 손에는

 앙증맞은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우훗 어때?

 이 꽃 정말 예쁘지?"

 

 얼굴 가득 미소를 담으며

 소녀는 꽃다발을

 친구에게 내밀었다.

 

 그 모습에 달래는

 그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자두빛 꽃이

 아름답게 수놓인

 옷을 입은 그녀는

 달덩이처럼 생긴

 둥그스름한 얼굴로

 뭇 여인들에게

 맏며느리감이라

 칭송받는 소녀였다.

 

 그렇기에 외모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그녀인데

 자신의 반쪽도 안되는 얼굴로

 초림이 먼저 사내에게

 꽃을 받았다는 사실에

 달래는 불편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 그래. 예쁘네.

 근데 아무 데나 막 피는 꽃이니.

 벌레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꽃은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달래는 자신의 손톱만

 만지작거렸다.

 

 "내가 이미 확인했지~

 아니. 글쎄 매일 아침마다

 도련님이 이렇게

 꽃을 두고 가시는 거 있지?

 우후후"

 

 그런 친구의 마음도 모르고

 초림은 해맑게 웃는다.

 

 "도련님이 굉장히

 하는 일이 없나 보구나."

 

 "그리고 매일은 아니지만

 종종 이렇게

 서찰도 같이 두고 가셔.."

 

 친구의 말은 듣지도 않고

 초림은 자랑스럽게

 지금까지 받아온 서찰을

 펼쳐 보였다.

 

 "정말 할 일이 없나 보구나."

 

 쓴웃음을 지으며

 달래는 다과상 위에 놓인

 차를 훌쩍거렸다.

 

 "우후후. 사실 순이한테도

 아직 말 안 했어.

 지금 너한테 보여주는 게

 처음이야!"

 

 시원찮은 달래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초림은 다과상 너머로

 몸까지 내밀며 눈을 반짝인다.

 

 "굉장하지! 어쩜 좋아"

 

 초림은 자신이 말해놓고도

 부끄럽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으며

 몸을 배배 꼬았다.

 

 그 모습을 보니

 달래는 왠지 모르게

 배가 아파왔다.

 

 "그럼. 이번에 열리는

 동쪽 장터에 오라고 해."

 

 "어?"

 

 "얼굴 보여줘야지. 나한테.

 난 네 소꿉친구잖아"

 

 "하지만.."

 

 곤란하다는 듯

 팔자 눈썹을 한 채

 초림은 말을 잇지 못했다.

 

 엄연한 양반가 규수인 자신이

 외부에서 따로 사내를 만난다는 건

 그녀에게 있어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자칫 잘못해서 마을에

 소문이라도 나는 날에는

 자신뿐 아니라 가문에

 욕이 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밖에서 한두 번

 만난 것도 아니잖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달래가 시쿵둥하게 물었다.

 

 "그때는 우연히 만난 거였고.

 아무도 없었어."

 

 "괜찮아. 장터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넓은 곳에서 아무도

 우리한테 신경 안 써."

 

 "그럴까..?"

 무심한 친구의 말에

 내심 싫지만은 않았던

 초림의 귀가 솔깃해진다.

 

 "그렇다니깐.

 그리고 그 도령 친구도

 데리고 나오라고 해!"

 

 조금 전까지

 시큰둥하게만 앉아있던

 달래가 몸까지 일으켜 세우며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음. 그럼... 한번 물어볼게."

 

 초림은 그녀의 말에

 못 이기는 척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서찰을 쓰기 위해

 종이와 붓을 찾는

 그녀의 손길은

 누구보다도 재빨랐다.

 

 서둘러 글을 쓸 준비를 하는

 초림을 바라보는 달래는

 뜻밖의 수확에

 얼굴 한가득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우후후후. 멋진 도련님들이

 나와야 할 텐데~'

 그녀는 이야기로만 전해 들은

 운명 같은 사랑이

 곧 자신에게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

 

 "낭자가 날 만나재!"

 

 하늘 높이 쳐든 서찰 안에는

 또박 또박 초림의 글자가

 적혀있었다.

 

 그녀에게 받은 서찰이

 마치 하늘의 계시라도 되는 것 마냥

 이율은 두 손으로

 서찰을 꼬옥 움켜잡고

 자신의 방으로 뛰어갔다.

 

 얼굴을 서찰에 박은 채

 달려가던 그는 그만

 은행나무 뿌리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지고 만다.

 

 퍼억.

 

 도령의 얼굴이

 흙바닥에 처박히는 순간.

 주위에 있던 하인들이

 사색이 되어

 일제히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도려니이이임!"

 

 나라를 잃은 것처럼

 어린 도령의 안위를

 걱정하는 하인들의

 염려와는 달리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도령의 모습은

 한없이 행복해 보였다.

 

 "이히히히힝~"

 

 잔뜩 흙을 얼굴에 묻힌 채

 이율은 다시

 자신의 방을 향해

 뛰어갔다.

 

 그런 동생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이경은

 차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아직 수염도 나지 않은

 젊은 선비인 그는

 하늘색 도포를

 단정하게 갖춰 입은 채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놀라움에 커다래진 눈은

 이내 걱정스러운 빛이 돌았다.

 

 ".....율이한테 친구는 있나?"

 

 그가 어렵게 꺼낸 한마디에

 옆에 서 있던 유모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하긴 나 같아도

 저런 애랑은

 놀고 싶지 않아."

 

 심히 심각한 얼굴로

 이경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말했다.

 

 3년 전, 낙향하시는

 조부님을 따라

 이곳으로 떠났던 동생이

 저렇게 자라다니..

 

 어머님이 이 모습을 보시면

 뭐라 말씀하실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한양에 돌아가면

 잘 적응할 수는 있을까?"

 

 "아무렴요."

 

 걱정 어린 그의 물음에

 유모는 지긋이 웃으며 대답한다.

 

 자리에서 깊은 한숨을 내쉰

 이경은 조부가 계신

 사랑채로 다시 발길을 옮겼다.

 

 

 ***

 

 "계란 사세요! 방금 막

 낳은 신선한 계란이에요!"

 

 "여기 좋은 옷감

 많이 들어왔구먼!"

 

 "이거 하나가 왜 이리

 비싸우? 좀 깎아주쇼."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동쪽 장터를 가득히 매웠다.

 

 커다란 소 등위에

 쌀 보자기를 잔뜩이고

 바삐 걸어가는 사내.

 아이 셋을 양쪽

 옆구리에 끼고

 상인과 흥정하는 아낙네.

 하늘 높이 짚신을

 지게에 쌓아 올리고

 바쁘게 골목을

 빠져나가는 어린 소년.

 화려한 장식의 전모를

 비딱이 걸친 채

 장터를 누비는 기생.

 그리고 그들을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양반 나리까지..

 

 "그러니깐. 오늘은

 내게 정말 중요한 날이야!"

 

 오늘따라 유독 신경을 쓴 듯

 머리에 기름까지 바르고

 나타난 이율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으응. 난 그냥

 옆에만 있으면 되는 거지?"

 

 고운 옷을 입고

 한껏 멋을 낸 친구와 달리

 평소와 같은

 빛바랜 회색 옷과

 두건만을 걸친

 호진이 태평하게 물었다.

 

 "응. 넌 옆에만

 있으면 돼. 가자!"

 

 마치 전쟁에 출전하는

 장군과도 같이

 이율은 의욕 가득한

 표정으로 당당하게

 앞서 나갔다.

 

 그들이 인파로 가득한

 큰 골목을 지나

 초림과 약조한 장소에

 도달할 무렵

 건너편에 서있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맑고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이율 도련님!"

 

 사람들 사이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민 채

 초림은 까치발로

 총총히 뛰며

 이율을 부르고 있었다.

 

 그녀가 뛸 때마다

 그녀의 머리에 장식된

 노란 나비가

 작게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이율은 그런 소녀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예뻐 보였다.

 

 "아앗! 초림 낭자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양손을 흔들며

 건너편에 있는 낭자를 향해

 무작정 달려갔다.

 

 자신을 무심히 두고

 가버린 친구를 따라

 호진 또한 인파를 헤치고

 낭자에게로 향한다.

 

 

 ****

 

 “네가 말한 그 도련님?”

 

 초림에게 바짝 다가온

 달래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지금 그녀의 눈앞에는

 자신보다 약간 작은 키에

 오동통한 볼이

 잔뜩 상기된 채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도령이 서 있었다.

 

 “응! 율이 도련님이셔”

 

 실망스러워하는 친구의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한 채

 초림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었다.

 

 “..혼자 온 건 아니겠지?”

 

 작은 기대를 품으며

 달래는 초림에게 물었다.

 

 “도련님 혼자 오신 거예요?”

 

 그 말에 초림은

 밝은 목소리로 이율에게 묻는다.

 

 “아니 저기!”

 

 이율이 헤벌쭉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뒤따라 오는 호진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

 달래의 시선도

 호진에게로 향했다.

 

 “.....”

 

 손가락이 가리킨 사람 또한

 그녀가 원했던

 꿈의 도련님이 아니었다.

 

 빛이 바랜 옷을 입은

 가무잡잡한 사내아이가

 서 있을 뿐이었다.

 

 '힝 뭐야..'

 

 의욕을 상실한 달래가

 어깨를 축 늘어트린다.

 

 

 ****

 

 장터 큰길에서

 조금 벗어난 어느 한 골목.

 

 골목 주변으로 자라난

 커다란 나무들이

 하늘 지붕을 만들며

 골목 전체를 덮어주었고,

 나뭇잎 사이로

 따스한 햇볕이 들어왔다.

 

 이곳은 여인들만을 위한

 공간인 듯 유독

 여인들이 많이 있었다.

 

 고운 빛깔을 띤

 비단을 정성스레 진열한

 포목점을 비롯하여

 다양한 모양으로

 수를 넣은 댕기와

 장신구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골목 이곳저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상점 안에는 나이 든 여인들이

 삼삼오오 앉아 끊임없이

 장신구를 만들고 있었고,

 밖의 여인들은 골목을 누비며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젊은 여인들이

 가득한 한 상점이 있었다.

 

 붉은색 천으로 지붕을 꾸민

 상점 앞에는 초림 일행 또한

 발이 묶인지 오래였다.

 

 "아... 어떡하지?"

 

 잔뜩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초림이 옆에 있는 달래에게 물었다.

 

 "넌 어떻게 할 건데?"

 

 그녀 또한 시선을 아래에

 고정시킨 채

 행복에 젖은 얼굴로 되물었다.

 

 지금 그녀들의 눈앞에는

 반짝이는 장신구들이

 자태로운 모습으로

 상 위에 진열되어있었다.

 

 푸른색 빛을 띠는

 잎사귀 모양의 머리 장식부터

 산호 빛의 구슬이

 아름답게 장식된 노리개까지

 다양한 장신구들이

 자신을 아낌없이 뽐내며

 상점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살까?"

 

 달래가 조심스레 입을 였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 안 사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아"

 

 "그럼 사자."

 

 "근데 최근에 노리개 하나 샀단 말이야.

  아~ 어떡해!"

 

 소녀들은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음꽃을 만발한다.

 

 그런 그녀들 뒤에서

 멀찍이 서 있는 이율과 호진의 양손에는

 이미 그녀들이 산 물건들이

 한보자기씩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의 지친 어깨는

 무겁게 땅을 향해 내려가 있었다.

 

 조금이나마 저려오는 발의 고통을

 덜기 위해 땅에다 발을

 톡톡 쳐 보고는 있지만

 큰 도움은 얻지 못하고 있었다.

 

 “벌써..네 번째 도는 거야.”

 

 혼을 잃은 듯한 목소리로

 호진이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낭자가 저렇게 좋아하잖아.

 좀만 더 참아”

 

 옆에 있는 이율의 눈 밑에는

 짙은 그림자가 내려와 있었다.

 

 소녀들은 배도 안고픈지

 먹지도 않고 계속

 장터 구경만 하고 있었다.

 

 중천에 떠있던 해가

 이미 반쯤 기울어졌지만

 그녀들의 움직임은

 조금도 멈출 기미가 없었다.

 

 “도련님! 이것 좀 보세요!”

 

 빙그레 웃으며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낭자의 모습에

 이율은 다시 헤벌쭉 웃는다.

 

 그의 옆에 있는 호진 또한

 다른 의미로 입가 가득

 미소를 지었다.

 

 “이제 집에 가나 봐!”

 

 작은 목소리로 그가

 이율에게 속삭였다.

 

 낭자와 헤어지는 건 아쉽지만

 이미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기 직전인 이율로서는

 그 말이 달갑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것 좀 보세요.

 이 노리개 참 예쁘죠?”

 

 이율에게 다가온 그녀가

 매화꽃이 장식된

 붉은색 노리개를 보여주었다.

 

 “응! 예쁘다.

 초림 낭자가 하니깐 더 예뻐!”

 

 조금 전까지

 지친 모습은 어디 갔는지

 이율은 제자리에서 방방 뛰면서

 그녀를 칭찬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런 친구를 살짝이 밀어두고

 호진은 초림을 향해 물었다.

 

 “이제 다 산 거야?”

 

 “아뇨! 아직요.

 이제 아버지 드릴 기념품만 사면돼요.

 아 맞다! 순이 것도 좀 사다 줘야지!“

 

 손뼉까지 치는 그녀의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체력에 있어서는

 제법 자신 있던 호진이었지만

 저 낭자는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올까

 심히 궁금할 따름이었다.

 

 “초림아 여기! 이것 좀 봐!

 세상에나!!”

 

 아직도 상점을 서성이던

 달래가 큰 목소리로 초림을 불렀다.

 

 그녀의 목소리에 초림은

 자신의 연분홍색 치마를 움켜잡고

 다시 상점을 향해 뛰어간다.

 

 “우리 뭐라도 먹으면 안 될까?”

 

 “응..”

 

 초림 낭자가 떠난 자리에는

 다시 턱밑까지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이율이 서있었다.

 

 "근데 근처에 먹을 데도 없어."

 

 시무룩한 그들은 말없이

 땅을 향해 고개를 떨궜다.

 

 더 이상 말할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너네 여기서 뭐 하냐?”

 

 익숙한 목소리가

 이율의 귀를 때렸다.

 

 이율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봤다.

 

 연 노란빛 사규삼을

 단정하게 입은 희수가 서있었다.

 

 그는 여전히 창백한 얼굴에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오늘은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까지 더해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

 

 “어? 너도 장터 왔었어?”

 

 호진이 희수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하며 묻는다.

 

 “응. 볼일이 좀 있어서.

 그런데 너네 여기서 뭐 하는거야?”

 

 “낭자랑 밀회!

 넌 어려서 말해줘도 모를 거야.”

 

 평소 자신을 무시하는

 희수보다 앞섰다는 생각에

 이율은 왠지 모르게

 성취감에 젖어들었다.

 

 “....밀회라기보다는

 ...짐꾼 같은데.”

 

 고개 한번 까닥하지 않은 채

 지금의 상황을 훑어본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아냐!”

 

 그 말에 발끈 한 이율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부정했다.

 

 그를 향해 뭐라도

 더 말하고 싶었는지

 들고 있던 짐들도

 바닥에 내버려 두고

 그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뒤쪽에서 들려오는

 초림의 목소리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도련님!! 이쪽이요!!

 저쪽 포목점에 가야 해요!”

 

 휙!

 

 "응!!"

 

 준비된 강아지 마냥

 이율은 내려뒀던 짐들을

 양손에 다시 움켜잡고

 그녀를 향해 튀어갔다.

 

 “정희수 너!

 내일 서당에서 두고 봐!

 이히히히힝~”

 

 “율아 같이 가! 내일 보자!”

 

 두고 보자고 경고하는 것치고는

 너무 해맑게 달려가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희수는 헛웃음을 칠 뿐이었다.

 

 

 *****

 

 "까아아!"

 

 갑자기 뛰어든 도령을 피해

 유화는 가까스로 몸을 틀었다.

 

 다행히 부딪히는 것은 면했지만

 그 바람에 몇몇 물건들이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

 

 소녀는 몸을 숙여 주위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 담았다.

 

 잘못해서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날에는

 아씨들의 불호령을 들을게 뻔했다.

 

 '이건 진이 아씨 거, 이건 명아 아씨 거,

 이건..'

 

 속으로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물건을 챙겼다.

 

 그런데 딱 하나가 없었다.

 

 오늘 저녁 아씨들이

 점칠 때 필요하다는 붉은 실이...

 

 '어디있지..?'

 

 초조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봤지만

 빠르게 걸어 다니는 발들뿐

 어디에도 실타래의

 모습은 없었다.

 

 어떡하지? 혼날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유화는 자신의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계속해

 실의 행방을 찾았다.

 

 "이거"

 

 연 노란빛의 옷을 입은

 한 도령이 붉은색 실타래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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