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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감정조절장치
작가 : 오새롬
작품등록일 : 2017.6.7

불안장애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스스로 감정을 통제 할 수 있는 기계를 얻게 된다.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과 이어지는 사소한 인연들이 기계와 연관된 것만 같다.

등장인물들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 드러나는 음모와 배신,돌이킬 수 없는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감정조절장치 9화
작성일 : 17-06-20 09:10     조회 : 397     추천 : 0     분량 : 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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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김에 잠이 들어버린 탓인지 얼마동안 꿈속에서 바동거리다 불편한 마음으로 눈을 뜬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한번 상해버린 몸은 가벼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나도 여전히 글을 쓰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 남들처럼 연애라도 시작하게 된다면 설레는 일상이 될 것 같았다.

  감아버린 태엽이 다 멈춰버린 기계를 바라본다. 어린아이가 만들어놓은 장난감처럼 서툴게 쓰여 있는 감정들. 기계를 작동시킬 때 마다 들리는 잡음들이 백색소음처럼 느껴진다. 안정감을 찾기 위해 마음을 추스르며 휴대폰을 든다. 그녀에게선 더 이상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함께 식사를 하자던 말은 빈말이었던 건지 복잡한 속내를 알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녀와의 만남을 억지로 만들어내지는 않으려고 했지만 집에 떨어진 생필품을 사기 위해선 마트로 가야했다. 아직도 그곳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을까? 온통 그녀에 대한 생각들만 가득하다. 사야 할 물건들을 적은 메모지를 들고 마트로 향했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더라도 가벼운 눈인사도 주고받지 않을 생각이다. 괜한 자존심을 세우며 도착하기 전까지 자신과의 다짐을 멈추지 않는다.

  제법 더워진 날씨에도 마트 안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흐르는 땀을 식혀주었다. 굳이 먼 곳으로 휴가를 가지 않아도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필요한 물건들을 카트에 담고 더 사야 할 것은 없는지 찾아본다. 이곳에 자주 들르지 않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가득한 계산대 끝에도 좀처럼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덩치 큰 아저씨 한 명이 자리를 비키면 뚱뚱한 아주머니가 시야를 막아 좀처럼 앞을 볼 수 없었다. 한참을 기다리다 그의 차례가 다가온다. 주위를 살피는 척 하며 자신의 물건을 계산해 줄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 해보았다. 괜한 기대감은 갖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처음 보는 직원이 그의 물품을 계산해준다. 괜한 허탈감에 한숨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계산이 끝나고 마트를 벗어나려 하자 윙윙거리는 소리가 그의 걸음을 붙잡는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잠깐 쳐다보다 다시 장보기에 집중했다. 멈추지 않는 경고음이 그를 당황시키자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다가와 카트를 살핀다. 굳이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아도 살 수 있을 형편은 되었기에 괜한 오해가 더 불편해졌다.

  한참동안 그의 물건을 살피던 사람들이 미처 바코드를 찍지 못한 아이스크림 하나를 찾아낸다. 심한 무더위까지 자신을 괴롭히는 것 같단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도저도 못하고 마트에 붙잡혀 있는 동안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장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눈인사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잊고 단번에 달려가 그녀에게 말을 건다.

  “501호 아가씨 맞죠? 그 날 이후로 통 연락이 없어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죽는지 알았네요.”

  숨까지 쉬지 않고 말을 잇는 모습이 많이 다급해보였는지 표정 없던 그녀가 웃음을 터뜨린다. 자신의 말에 웃어주는 모습이 조금 귀여워 보였다.

  “그때 밥 한번 먹자고 하시더니 많이 바쁘셨나보네요.”

  오랜 친구를 만난 듯이 편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의 모습도 꽤나 낯설었다. 근무시간이라 길게 시간을 내지 못하던 그녀는 상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마트 밖으로 그를 불러낸다. 어린 아이가 엄마를 쫓아다니듯 그녀의 뒤만 한참 따라가다 보니 조용한 장소에 걸음을 멈춘 그녀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바쁘게 지내느라 연락할 틈이 없었네요. 지난 번 식사약속 오늘 저녁에 가능할까요?”

  그토록 원하던 그녀와의 만남이 오늘에서야 성사 되었다. 기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지만 최대한 미소를 감추려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저녁시간이 되기까지 아직 많은 여유가 있었지만 조급한 마음이 들어 바쁘게 움직였다. 마트에서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고 몇 년 동안 입지 않던 옷을 번갈아가며 입어본다. 좀처럼 어울릴만한 옷이 눈에 띄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가장 최근에 산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거울 앞에 선다. 위 아래로 빨갛게 덮인 그의 모습이 유치원생을 연상시켰다.

  약속 시간을 한 시간 남겨두고 두근거리던 심장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다급히 기계를 틀어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강풍으로 맞춰놓은 선풍기처럼 순식간에 찾아든 감정의 회오리들이 강하게 불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긴장한 채로는 그녀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최대한 집중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나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빨갛게 뒤덮인 옷을 벗어던지고 처음 골랐던 옷을 다시 걸쳐 밖으로 향했다. 정리가 되지 않은 집안을 끔찍이도 싫어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될 것 같았다.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 가만히 서서 시계를 바라보는 익숙한 얼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늦으셨네요. 갑자기 식사하자고 해서 당황하셨죠?”

  그녀는 이미 예상하지 못한 약속에 조금 놀란 그를 알아차린 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리드한다. 남자다운 면을 보이고 싶었지만 모든 계획들이 짜여있었다. 가까운 고기 집에 들어간 두 사람 사이에는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아,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원래는 택배도 다 버릴 거였는데 제가 나서서 맡아준다고 했죠.”

  그가 상자를 맡아 놓겠다고 나선 일부터 모든 걸 알고 있던 그녀도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

  “원래 살던 집에 남겨놓은 짐도 다 버려진 마당에 택배만 떡하니 남아있는데 제가 그걸 왜 모르겠어요.”

  처음부터 모든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모른 척 하고 지낸 그녀가 다르게 보인다. 궁금한 게 너무도 많았지만 귀하게 얻은 시간을 질문만 하다 보내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근처 카페에 들러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간에 이야기는 능숙하기보단 순수하고 진실 된 느낌이었다. 서로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에 배려로 이어진 잠깐의 시간들은 지루할 틈 없이 흐른다.

  “어머. 벌써 12시가 넘었네요. 지금 일어나야겠어요. 생각보다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서둘러 집으로 향하려는 그녀를 데려다 주려 했지만 자신의 집 앞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 눈치였다. 하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는 아쉬운 마음이 다음 약속을 향한다.

  “혹시 괜찮으시면 조만간 퇴근 시간에 맞춰서 마트 앞에서 기다려도 될까요?”

  매번 허락도 없이 불쑥 나타나는 자신을 불편해 할 것 같아 최대한 정중히 의사를 묻는다. 하지만 그녀의 입을 통해 들은 의외의 대답이 말문을 막아섰다.

  “내일 부터는 마트에 출근하지 않기로 했어요. 잠깐 아르바이트 삼아 하는 일이었거든요. 며칠 쉬다가 아버지가 계시는 회사에 다니려고요.”

  늘 같은 곳에 있을 것 같던 그녀의 집도, 직장도 그를 떠나 멀어질 것을 생각하니 아쉽기만 했다. 좀처럼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 설득해 보기로 한다.

  “저희 집에서 차만 한 잔 하고 가시죠. 버스도 오지 않는 것 같은데 집 근처까지만 데려다 드릴게요.”

  무거운 각오로 던진 말이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언제 또 만날 수 있을는지 알 수 없기에 간곡히 요청해본다. 한동안 부탁을 거절하던 그녀도 더 이상의 사양은 무례할 수 있다고 느꼈는지 그와 함께 발걸음을 옮긴다.

  걸어서 약 15분이 걸리는 집에 도착하기까지 고요한 적막이 두 사람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서서 깰 수도 없으리만큼 단단하고 묵직한 침묵사이로 들리는 발자국 소리가 제법 크게 느껴진다.

  조금 뒤, 서로에게 낯설지 않은 그의 집에 도착하자 잠깐 화장을 고치기 위해 그녀가 자리를 비웠다. 자주 오지 않는 기회를 잡기 위해 재빠른 몸놀림이 필요했다. 지난번에 코드가 뽑혀있던 감정조절장치의 코드를 꽂고 좋은 감정들만 최대치로 돌려놓는다. 별 다른 생각을 갖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집에 있는 잠깐의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랐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그녀가 집을 살피며 그때와 달라진 변화를 이야기한다.

  “전에 왔을 때는 모델하우스처럼 깔끔했는데 오늘은 왠지 사람 사는 집 같아 보이네요.”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다급히 나왔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거실에 쌓인 옷가지와 널브러진 잡동사니들이 평소에 한결같던 모습을 흩트려 놓는다. 미처 치우지 못한 물건들을 자리에 놓고 소파에 기대있는 그녀에게 차를 내어 주었다. 낯설지 않지만 편하지도 않게 느껴질 것을 배려해 기계의 효과가 닿을 때 까지 시간을 갖는다. 잠시 후 가만히 자리를 지키던 두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감정조절장치의 도움이 지금 쯤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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