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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호원담
작가 : 화아
작품등록일 : 2017.6.13

언젠가, 당신에게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P10
작성일 : 17-06-19 23:14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7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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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어진 선이 끊어지면 그 끈은 어떻게 될까. 그저 쓸모가 없어진 듯이 버려지는 것일까, 아니면 그 조차 어딘가에 쓰임이 있을 것이라며 어딘가에 곱게 담겨지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그 때부터는 쉽게 결론에 도달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손상되어 버려 그 어떤 것으로도 닿을 수 없었다.

  물론 평범하게 시간이 지나감에 머무르고 머물지 않는 것에 대한 것은 깨우쳐 알고있는 것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너무나도 깊게 마음을 이었던 상대가 떠나는 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익숙해질 수가 없는 일이다.

 

 “ 승희야. ”

 “ 네? ”

 “ 너는 일라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

 

 *

 

 열번째

 시계태엽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다분히도 의도된 것 같은 무던한 대답이 내뱉어진다.

 

 “ 그분이 돌아오시지 못할 만한 일이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요. ”

 “ 그럴 만한 이유로 납득이 되는 것이냐? ”

 “ 그건, 납득이 아니라 신뢰라서 그렇습니다. ”

 “ 어째서? ”

 “ 글쎼요. 일라님은 - 주인님은.. 그렇게 이유없이, 사라지셔서 돌아오지 않을 분이란건 시간이 너무나도 잘 알려주었으니까요. ”

 

  권능을 의심하지 않는다. 의심할 수도 의심해서도 안된다. 의심하는 순간 모든 것은 부정하고 불결한 결과라 여겨지니, 그것은 일라를 붙잡아둔 이의 의미조차 어긋나게 만드는 것이니까 말이다.

  물론 권능만이 그 가치를 다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가치를 따지자면, 최소한의 가치로 보이는 것을 말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시간은 연속적이지만 단편적이기 때문에, 그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것이 순리, 이치. 그것을 거스르고도 살아남은 자라면 그 누구도 쉽게 그녀를 해하거나 뭉그러뜨릴 수 없다. 힘이란건 강한 것이 약한 것 위에 군림하도록 되어있고 그 반대의 경우는 오래도록 유지되지 않는다. 무자비하고도 당연한 이치와 순리다.

 

 “ 너의 염인 것이냐. ”

 

  그럴지도 모른다. 그 가슴속에 언제나 두고두고 담고있기때문에 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 항상, 언제나, 그렇게 계속해서 -

 

 “ 저의 원이지요. ”

 “ 염과 원이라서, 그래서 승희, 네가 일라를 묶고있는 것이로구나. 줄놀이를 하는 것이로구나. ”

 

  승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승희는 단조로운 얼굴이 이내 놀라움으로 바뀌어버렸다

 

 “ .... ”

 “ 안녕하세요. 아아..드디어 여기 찾았네.. 하하.. ”

 “ 어쩐.. 일로.. ”

 

  힘겹게 웃어보이는 손님을 안내하는 례야는, 살며시 자리에서 빠져 부엌 뒤로 들어가버렸다.

 

 “ 아. 그 뒤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라구요. 기억력에 문제라도 있는건지 원. ”

 “ 아.. 그러시구나.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으셨나 봐요. 낯빛이 많이 어둡네요. ”

 

  애석하게도, 일라가 없는 가게에 다시 돌아온 손님이었다.

 

 *

 

  그가 자꾸 꿈에 맴돌아요. 그가, 자꾸만 내 마음이 아프게 내 주변에서.. 그렇게 떠도는 가봐요. 떠돌고, 있는가봐요. 아니. 떠도는게 맞는 것 같아요. 어딜가도 무엇을 해도 자꾸만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그가 내 연인이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내 주변 어디에 그가 있는 것만 같아요.

 

  해는 끼칠만한 사람은 아닐걸 알지만, 자꾸만 무엇인가를 이야기 하고 싶어해요. 뭔가 말해주고 싶어해요. 그리고.. 듣고싶어요. 애절하게 바라보는 그 눈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건지 궁금해요. 어떻게 해야 하죠? 아아.. 왠지 여기에 오면 해결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무작정 찾아와 버렸네요. 정말 신기한게, 이상하리만큼 못찾았던 곳인데 오늘은 단번에 온걸 보면, 뭔가 해결책이 있는 걸까. 라고 기대해버려요.

 

  장례식장에서 그를 봤어요.

  불행했던 사람. 나랑 행복했어야 했던 사람..

 

 *

 

 “ 오늘은 술보단 차를 권할게요. ”

 “ 마시고 싶은데 안 되나요..? ”

 “ 지금 같은 기분으로 마시는건 술이 당신을 잡아 먹을 거에요. ”

 

  작은 탄식, 가만히 생각하던 승희가 이렇게 말했다.

 

 “ 이루고 싶으신게 있으시다면, 제가 아니라 만날 분이 따로 있으니까. 제대로 정신을 잡고 계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

 

  손님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묻는다. 언제 쯤에 오실까요? 라고.

 

 “ 아마, 손님이 오신걸 아셨을 거에요. ”

 “ ... 네? ”

 

  그리고 놀랍게도.

 

 “ 역시나, 당신이 왔군요. 연우님. ”

 “ 제 이름은 어떻게..? ”

 “ 후후.. 그런 사소한 건 중요하지 않아요. ”

 

 *

 

  어둡고, 칙칙하다. 그토록 나와 잘 어울리는 곳일텐데 왜이렇게도 슬픈걸까, 싫은걸까.

  어딘가 허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싫을 정도로 들러붙는 이 부정한 느낌. 나는 여기서 그대로 머물러야만 하는 걸까.

  그녀에게로 닿고 싶다. 이어지고 싶다. 그녀에게, 해야할 말이 있다.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전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분명하게 있었다.

  닿고 싶다, 이어지고 싶다. 해야만 한다.

 

 해야만 하니까, 이어져야 한다. 이 끊어진 실을 재대로, 절대로 이어저야 할 것이라고 염원했다.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그녀에게. 이 마음이 닿기를.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나는 더이상 조금의 미련도 필요하지 않아. 그저 이 곳에서 이들에게서 먹혀 사라져도 좋으니까. 그러니까 -

 

  이 세상에 쓸모가 없는 것은 없다.

 하다못해 수줍게 피어난 저 들꽃도, 저 자리에서 하는 일이 있고, 그리도 인간들이 경멸하는 바퀴벌레도 분명하게 제 역할이 있기 때문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하고 분명하다.

 

 *

 

  창백한 여인네, 그리고 술에 취한 낭인.

  그저 여인네의 아름다움에 홀려 다가간 불쾌하고 불행한 이의 입술을 훔치고 목덜미를 물어 뜯는다. 낭자하게 흘러내리는 피가 사방으로 튀면 어김없이 쓰러져버리는 낭인의 모습을 그 누구라도 보게 되지만, 그 누구도 여인을 볼 수는 없었다.

  아니, 그 자리에 여인이 정말로 있었는가도 불분명해져서 귀신이 곡하고 있을 노릇이라도 이것보단 덜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빼앗는다. 그렇게 취한다. 그렇게, 인간의 정기를 흡수하며 그이의 기억까지도 함께 이어가진다. 아아, 불행하리만큼 외로웠던 가장의 기억이 그렇게 흘러들어온다.

 

  미묘한 감정이라는 것들이 흘러들어와 머릿속을 헤집고 가슴을 뒤집는다. 그러면 기묘하게 일렁이게 되어버리는 속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잊었던 것도, 가지고 있었던 것도 다시 회복되어간다. 그렇게,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

 

 “ 어딘가에서, 그가 당신을 보고있는 것만 같다. 인가요? ”

 “ 정확히는, 어디선가, 저한테 뭔가 말을 하고 싶어하는.. 그런 기분, 아니. 확신이에요. ”

 

  일라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떴다. 눈 앞의 손님의 이야기를 차근히 곱씹으며 차분히 넘기는 것이다.

 

 “ 연우씨는,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

 “ 네? ”

 “ 그 확신으로, 어떤걸 하고 싶은가. 라고 물은 겁니다. 막연하게,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온게 아니잖아요? ”

 “ 아.. ”

 

  연우는 일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저 이야기만을 하고 싶었다면 단순하게 회사 동료만으로도 충분하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까지 매달려가며 일루망을 찾아올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연우는, 결국에 이렇게 결론짓는다. 그리고 그 결론에 도달하자 일라가 묻는다.

 

 “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

 “ 그를 만나고 싶어요. ”

 “ 그 뿐인가요? ”

 “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네.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

 

  웃는다. 그리고 의아해한다.

  가만히 눈을 깜빡이는 일라는 살며시 웃는다.

  그리고 그 눈 안에 담긴 연우에게 이렇게 말한다.

 

 “ 모든 것은 주고 받는 것이지요. 그렇죠? 연우씨. ”

 “ 네? 아. 그렇죠.. 돈이라면.. 많지는 않지만.. ”

 

  가방을 뒤적이며 지갑을 찾는 연우를 보며 일라는 호쾌하게도 웃는다. 마치, 그 여느 사람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게 물질적인 어떤 것을 생각하는 그녀에게 고개를 가로젖는다.

 

 “ ...왜 그러시죠..? ”

 “ 흐흥 - 그런 게 아니에요. 연우씨. 나에게 그런 건 대가가 될 수 없어요. ”

 “ 그럼 뭘.. ”

 “ 돈은 인간이 만든거에요. 그런 것으론 당신이 원하는 것을 살 수 없어요. ”

 “ 아.. ”

 “ 뭐든지, 어떤 댓가든지, 괜찮다면. 이루어줄게요. 내가 ”

 “ 어떤 것이든지..? ”

 “ 바라건데, 그 소원은 기적이라고 불러도 되겠죠? ”

 

  알 수 없는 자신감은 묘하게도 설득력이 있었고, 곧 그 이유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연우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라의 손짓에 공기가 바뀌는 듯 했다. 그저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것만 같았떤 공간에 서늘한 서리가 맺히듯이 차디찬 공기로 가득 매워진다. 온 몸이 떨리도록 춥고 외롭고 아픈 기분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다.

  연우는, 잠에 들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자면 안 돼. 그대로 끌려들어가 버리니까. ”

 “ 네? ”

 

  그리고 가득했던 냉기는 이내 휘몰아치듯이 미세하게 떨림을 전한다.

  죽음이 늘 그렇듯 차갑고 슬프고 외롭고 아프지만, 그렇지만.

 죽음을 맞은 영과 혼은 그저 아프지만은 않다는듯이. 새로운 생명을 향해 간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은 것같이 그렇게 휘몰아치듯 찬 공기를 따스하게 뒤섞어준다.

  그 사이에서 희미하게 나타나는 맑은 빛들이 모여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 이제 이름을 불러야 해. ”

 

 *

 

  희원은 죽었다. 그것도 신기하리만큼 ‘억울하지 않게’ 죽었다. 아, 이것은 그 스스로의 감상이니까 당신의 객관적인 것과는 다를 수 있으므로, 그러려니 하도록 하자.

  그런 희원을 잡아먹은 소화는, 난감했다. 이상하리만큼 자기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 염상을 어덯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 내가 있어서 불편한가 보네. ”

 “ 너, 어째서, 넌 사라지지 않는거야? ”

 

  보다시피, 그 전의 그녀가 잡아먹은 그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 글쎄. 딱히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건 죽은건데. 왜 난 여기 남아 있는 걸까. ”

 “ 너 말 하지마. ”

 “ 그래. ”

 

  소화의 안의 그는 정말 아무런 저항도 없이 가만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어째서인지 자꾸만 그 속마음이 복잡해져버려서 소화는 더더욱이 난감했다. 그를 사라지게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납득조차도 어려웠다.

  처음 입을통해 흡수한 것은 이 남자의 생이었다. 그 생애가 너무나도 재미없는, 잔잔한 강물같아서 그저 그런갑다 했다.

  그리고 그 목덜미를 물어뜯어 취한 피에서 느껴지는 명은, 그 안에 내재되어있던 어떤 운들이 자신의 한입거리로 사라져버린 것이 느껴졌다. 얼마 되지 않은 연인과의 인연부터가 이미 그랬다.

  미안하냐고? 글쎄, 이런 것이 미안했다고 한다면 소화역시 위선자에 불과하지 않을까. 다만 그저 신경쓰이고 그 속이 불편해져 뒤집혀버리는 것만 같았다.

 

 “ 구미호인거지? ”

 “ 뭐? ”

 “ 너 말야. ”

 “ 그런데 듣자듣자 하니까 왜 반말이야? ”

 “ 음... 안돼? 어차피 죽었는데. ”

 “ 말하지 말라니까! ”

 “ 알았어. ”

 

  이런 식이다.

 

 “ 너, 그 여자 많이 좋아했어? ”

 “ 어? ”

 “ 그 여자가 그렇게 많이 좋았냐고.”

 

  그리고 소화는 자기도 모르게, 전혀 사라질 기미가 없는 희원에게 이렇게 묻고야 마는 것이다.

 

 “ 글쎄, 어땠던 걸까. 미안하기는 해. 이렇게 내가 죽어버려서, 얼마나 슬퍼할까. ”

 

  그리고 이 불여우는, 정말로 잊고 싶었던 어떤 것이 자꾸만 떠오르려고 했다. 애써 가슴을 부여잡고 잊어보려고 하지만 자꾸만 튀어나오려고 했다.

 

 “ 슬퍼해? 왜. 어째서? 네가 연인이어서? ”

 “ 그런 가식적인 이유보다는, 음. 글쎄. 그 사람이라면 그랬을 거라는 확신이야. ”

 “ 말도 안 돼. ”

 “ 알아. ”

 “ 뭐? ”

 “ 그냥 내 죄책감일지도. 나, 그 사람, 밀어내기만 했었거든. ”

 

  죄책감이라는 이름은 어쩌면 시간이 가진 수많은 이름 중 하나일 뿐이다. 그 이름은 시간이 지나면 버려질 그런 것이었지만, 적어도 그 이름을 가지고 있는동안의 사람은 그것에 시달리며 그것만을 떠올리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게 되버린다. 결국 그런 것 같은 자기 스스로의 위안에서 나오는, 시간의 이름이 아니던가. 소화는 비웃었다. 그리고 그 비웃음에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는 희원이었다.

  희원은 자기가 이 곳에 계속해서 머무는 이유같은건 전혀 상관없었다. 그 어디에 있건 자기는 빛이 되지 않는다. 이 곳 역시 칙칙하지만 않을 뿐이지 어두운 곳이 아니던가.

 

 “ 너 언제나 그런 생각 뿐이었어? ”

 “ 응? ”

 “ 사는게 그렇게도 재미없고, 따분하고. 아님 막 넌 필요없는 그런 쓰래기 뭐 그런거? ”

 “ 뭐, 비슷해. ”

 “ 넌 살 가치라는게 스스로한테 있다고 생각했어? ”

 “ 왜 물어보는거야? ”

 

  불여우는 어딘가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그 모습에 희원은 희미하게 웃어버렸다. 아니, 소리만 나지 않았을 뿐이지 정말 호탕하게도 웃었버렸다. 그 웃음에, 불여우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

 

 “ 살 가치가 없는 녀석의 생과 명은 필요 없어. ”

 “ 살 가치는 누가 정하는데? ”

 “ 뭐? ”

 “ 그렇잖아. 살 가치는, 누가 정해주는 건데? ”

 “ ... ”

 “ 네가 정하는거야? 그래서, 이 수많은 사람들의 것을 함부로 그렇게 빼앗아버린거야? ”

 

  대답을 할 수 없어진 불여우는.

  그리고 생각했다. 빨리 이 염상이 사라져버렸으면, 하고 말이다.

 

 *

 

  어둑하고, 축축하고. 참 잘어울리는 곳.

  다시한번 말하지만 희원은 죽었다.

  그는 물려 죽었다. 사람도 짐승도 아닌 것에게 물려 죽어 어찌보면 그 누구에겐 한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그에겐 그 어떤 것도 없었다. 다른 망자들이 가진 미련이라던지, 염원이라던지. 이런 것들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단 하나, 자신과 연인이 된 어떤 여인을 남겼다는 그 이유만 빼고 말이다.

  때문에 사실은 이 이유가 머무름을 만들 만한 이유는 아니었기에 그가 그 곳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 어떤 이유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하나, 짐작하자면 그를 둘러싼 그 어둡고 칙칙한, 축축한 곳에 맺혀있던 부정들이 그를 옭아매어 그나마 없는 것에서 쥐어짜내는 그런 것이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괜찮아, 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죽어버린 그날 부터 마음에 걸렸던 그녀가 생각이 났다. 연우가 떠올랐다.

  사랑한다고 말해주던 그 입이, 좋아한다고 해주던 그 행동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애달프고 건방지게도, 그 스스로가 뭐라도 된 듯이 그녀가 걱정됬다. 이 한쪽의 감정이 그렇게도 슬프다고, 아프다고 느껴버렸다. 그래서 계속해서 그녀를 생각했다.

  무언가를 전해줘야 한다. 이야기 해줘야 한다. 자기를 위해서 슬퍼할 그녀에게, 그 무엇을 이야기해줘야 한다.

 

 

 [ 장희원! ]

 

  이야기 해줘야 한다.

 

 [ 장희원!!! ]

 

  이야기를, 전해줘야 한다.

 

 [장희원!!!!! ]

 

  그리고, 놀랍게도.

 

  연우는 눈물을 흘렸다. 정말로 그가 나타나 앞에 서있었다.

 

 “ 희원씨! ”

 “ 연우씨에요? ”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끌려들어온 이계의 존재 하나가.

 

 “ 아악! ”

 “ 찾았다, 불여우. ”

 “ 차가워, 가슴이 너무 차갑다구! 아윽! ”

 “ 놓아줘. 그럼 편안해 질 거야. 소화. ”

 

  분노의 감정이 격노하듯이 아파오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로, 그저 힘조차 쓰지 못하는, 지금은 유일하게 이 세계에 남은 단 한마리의 불여우가 울부짖는다.

 그리고, 끝내 되돌려주고 싶지않은 빼앗은것을, 붙잡지 못하고 놓아야만 하는 그 여우에게서 벗어나, 자신에게 다시 되돌아가는 희미하지만 따스한, 밝고 맑은 빛은 이내 바라던 염원을 이루어냈다.

  소화는 끓어오르듯이 아파했다.

  그리고 일라는 희미하게,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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