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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호원담
작가 : 화아
작품등록일 : 2017.6.13

언젠가, 당신에게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P9
작성일 : 17-06-19 23:13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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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 어두운 것은, 살아있지 않다. 살아있는 것에서 비롯되었지만 살아있지 않다. 그저 의식만을 가진 채로 같은 것을 반복하는 그것들은 살아있지 않은 그저 흐릿한 것일 뿐이건만 그렇게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한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이 행동하고 만다.

 마치, 살아있는 것의 활력만큼이나 에너지가 커지고 만다.

 

 “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잠 잔다- 잠꾸러기 - ”

 

 *

 

 아홉번째

  여우노래

 

 *

  어김없이, 어울리지 않을 법한 노래가 울려퍼지면 그 어두운 것들마저 움직이니 큰 에너지가 흐르기 시작한다. 그 시작과 함께 어김없이 모여드는 살아있지 않은 것들을 먹어치우며, 잃어버렸던 것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버린다.

 

  인간은 하찮다. 소망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인간은 가소롭다. 작은 열망을 위해 큰 대의를 버리기를 서슴치 않는다.

  인간은 무지하다. 알지 못하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의 경계가 모호하여 실수하기 쉽다.

  인간은 가증스럽다. 언제나 얻었음에도 얻은 것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인간은 탐욕스럽다. 언제나 얻었음에도 더욱 얻기 위해 발버둥친다.

 

  인간은. 인간은. 아아, 인간이란 그래서 모두 소멸해야했다.

 

  신님께서 정말로 나를, 우리들을 사랑하셨다면 나와 일족의 물음에 답을 주셔야 했다. 어째서 당신의 피조물 중 가장 하찮고 가소롭고 무지하며 가증스러운 탐욕의 생물에 불과한 인간을 살려두시는 것인가 하는 물음을 말이다.

  분명하게 내가 납득 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만 했다.

 

  해와 달이 서로를 끌어안듯이 겹쳐진 날, 내가 인간을 수없이 잡아먹으며 분노한 그 날을 기억한다. 그렇게도 날뛰는 나를 붙잡은 것은 우리들을 잡아 죽일 수 있다는 삼족구들의 힘이었다.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강력했던 그 힘이 그럼에도 아름답다 여겼다. 그들의 그 강한 힘이 자신을 찢어죽이는 것이라면, 기꺼히 반항하고 기꺼히 저항하다 붙잡혀 죽더라도 여한이 없었으니 더욱 강렬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뱉어냈다. 그리고 이 질긴 목숨이 끝내는 끊어질지도 몰랐을 그 때에 나는 기어이 이 질긴 목숨을 포기할 수가 없어진 이유가 생겨버렸다.

 

  마음을 저버린 배신자의 얼굴이 두 눈에 담겨오자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끓었다. 분노는 폭발하여 주변을 삼켜버렸고 신성한 신수들마저 잡아먹었다. 그 잡아먹은 것을 찬하여, 나는 더욱 강력하게 모든 것을 삼켜버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님의 축복은 역시나 강인했고 축복을 재대로 쓰게 된 배신자는 강했다. 물론 나의 분노에 흐트러진 애송이, 어린 계집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계집을 잡아먹으려고 한 순간, 신수의 우두머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기억이 날 틈도없이, 나는 봉인되어 잠들었다.

  얼마나 잠들어있었는지, 언제부터 잠이 들었었는지. 자신의 그 수면상태에서도 자신의 의식이 언제부터 깨어나 스스로 되뇌이고 있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시간이 흘러가는 그 사이로, 점점 분노마저도 잊혀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한 인간의 염이 담긴 노래 한소절이었다.

  그 푸념섞인 어둡고 칙칙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강한 저주가 어려있는 목소리가 되어 나에게 들려왔다. 봉인에 틈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을 일이었지만 나에겐 그만한 틈이면 충분했다. 그 작은 틈으로 새어들어온 어둠은 나를 강하게 만들었고 비로소 나는 봉인을 깨고 이 세계에 다시 나타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처음 본 불빛들은 별빛을 삼킬만큼 밝았고 분명 어두운 밤인데도 깨어있을 시간이라 착각하도록 만드는 것들이었다. 시간의 흐름이 가늠이 되지 않음에도 이런 변화들을 일으킨 것이 인간이라는 사실은 알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알고 있었던 세계와는 너무나도 다른 세계의 모습은 물론이고 차고 넘칠만큼 늘어나버린 인간의 수까지. 놀랐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

 

 “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

 

  비명조차 들리지 않게, 핏빛이 흩뿌려지고 골목뒤에 남겨진 흔적은 그저 짐승에게 사냥당한 인간의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이내 발견되어 크게 질러지는 비명과, 이내 모두가 주목한 사건은 세간을 떠들석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연쇄의 사건이 일어났다. 대담하게도 일어나는 사건에 경찰은 그저 넋을 놓으며 수사조차 재대로 할 수 없었다.

 

 ---------- 그야, 그럴 수 밖에 없지. 남아있는 흔적은 사람이 아닌 것이라는 것이 확실한 현장이었으니까. 더 나아가 그게 정말로 사람이 아닌 현존하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의문마저도 들어버리는, 그런 현장이었으니까.

 

 

 “ 빗물에 씻겨내렸을텐데도 아직도 진한 피냄새가 나는구나. ”

 “ 그치? 일라가 그렇게 느낄 정도면 우린 어떻겠어. ”

 

  골목골목 풍겨오는 망자의 냄새는 지독히도 어둡고 억울하다. 그가 흘린 피가 말해주는 이야기는 지독히도 암울해서 그것을 느끼고 있는 일라까지 어둠으로 몰고 갈 것만 같았다.

 

  일라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승희와 례야를 두고 온 것을 너무나도 다행이라 여길 정도로 좋지 못한 현장은 온갖 부정한 것들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무방비하게 그것에 휩쓸릴 인간들에겐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 그 아이를 실제로 확인은 했니? ”

 

  일라가 묻자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정도의 일을 해낼 녀석이라면 분명 한 존재뿐이건만 그럼에도 아니기를 빌어보는 이유라면.

 

 “ 그럼 완전히 소화의 짓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는거네.. ”

 “ 일라, 진심이야? 이 자리를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

 “ 일라가 천년을 넘게 살더니 혜안이 어두워졌나봐. ”

 “ 그게 아니야. 이건, 소화라도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라구. 누군가가 개입되어 있는거야. 그 누구가 뭔지 알 수는 없지만 - ”

 

  일라는, 그 자리를 한참을 맴돌며 이야기를 듣는다. 염원했던, 소원했던 것이 짙었던 억울한 죽음에게 그 이유를 묻는다. 그러나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그들은 그 어떤 대답도 쉽게 하지 못한다. 다만 자신의 염원을, 소망을 끊임없이 되뇌이며 되려 소화에게 자신의 것들을 이루어 줄 것을 종용한다. 머리가 아파진 일라는, 얼굴을 찌푸리고 자리를 떠났다.

 

 “ 이런 방법으로는 못찾아. ”

 

  신이 개입하지 않은 곳은 없지만 신이 예상하지 못한 곳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죽음 또한 그렇지 않을까. 정해진 죽음이라면 찾아왔을 저승사자 조차도 오지 않아 그 자리에서 맴돌기만 하는 이 불쌍한 망령들을 위해 길잡이를 만든 것이 삼족구라면, 요화는 과연 그들의 손을 잡아 끌어내어 천도를 시작했다.

  저승길의 안내자로써, 헤매며 가지 못하는 자들을 이끌고 길을 떠난다. 그 뒤를 보며 다른 곳으로 향하는 일라와 화운은 잠시동안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고 길을 걸었다.

 

 “ 내가 소화라면, 날 죽이고 싶을 것 같은데. 화운의 생각은 어때? ”

 “ 그야... ”

 

  한참을 생각하던 화운은 확실히 납득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널 미끼로 쓸 생각은 없으니까 그 생각 넣어둬. ”

 “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확실하게 찾아서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

 “ 하지만 네 말대로 그 녀석이 아닐수도 - ”

 “ 미안하게도, ‘죽음’자채를 만든 것은 아마 소화가 맞을거야. 다만 소화를 꺼낸 것이 소화 스스로가 아니라는 거지... 뭐, 소화가 아니라면 정말 좋겠지만. 맞다면 더 다행이지. 안 그래? ”

 

  반박할 수 없는 말은 이내 침묵이 되어 수긍이 되었다.

  그리고 그 수긍에 싱긋 웃는 일라는 이렇게 말했다.

 

 “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 ”

 

 *

 

  례야와 승희는, 그저 비가 내리는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 도대체 어딜 가신걸까요. ”

 “ 응? ”

 “ 또 사라지셨네요. 언제나처럼, 다녀올게. 딱 이 말만 쓰고 가셨네요. ”

 

  승희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심드렁하지만, 그러면서도 걱정이 되는건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란, 세월이란. 그리고 정과 인연이란 이리도 무섭도록 얽혀있기 때문에 쉽게 끊어낼 수가 없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행복했던 것의 형태는 언제나 제각기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은 그게 행복이었는지도 모른 채로 지나가고는 한다. 그 이후에, 그 어떤 날에 문득 떠오르는 것이다. 아, 내가 행복했었다, 라고 말이다.

 

  죽어버린 연인의 소식에 미친듯이 일에 빠져든 사람은 망연자실한 자신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뒤돌아보지 않고 앞의 것을 잡아 빠져든다.

  워커홀릭이라는 단어를 넘어서는 그런 정도로, 죽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리고 기억 나는 것은 그녀의 미소와, 따스했던 품과, 부드러웠던 입술. 그러나 열기가 차갑게 식어버린 그녀의 얼굴을 다시 봤을 때는 그저 허탈하고 공허한 마음만이 차올라와 어찌할 줄을 모르게 되어버리는 거다.

 

 [“ 좋아해요. 희원씨가, 좋아요. 다시한번 말하지만, 농담이라던지, 장난이라던지. 그런거 아니니까, 좋아한다구요. ”]

 

  그 고백이, 받지 않으려했던 그 한줄기 빛이. 이렇게까지 그 마음에 깊이 박혔다. 이런 어둠조차 밝혀줄줄 몰랐던 그 목소리가, 이렇게 쉽게 꺼져버릴 지도 몰랐던 그였기에.

  마음을 울렸던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답하길, 노력하겠다 라는 말로 그녀를 받아들였던 그는 처음으로 절망과 좌절이란 어떤 것인가 재대로 느껴버렸다.

 

 

  망자의 노래가 울려퍼지자 모든 것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죽음이란 결국 그런 것이라서 빈자리는 이내 채워져버린다. 빈자리가 아닌 것으로 세상은 온기를 대체하고 옛것이 아닌 새것에 모든 초첨을 갈아끼운다. 가버린 것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아, 이게 ‘배려’라고?”

 

  라고 생각할 수 도 있는 이 글의 청자에게는 이런 말을 알려주고 싶다. 제아무리 저승이 아름답다한들 이승보다 더 좋지는 않다고.

 

 “ 그러니까, 장희원 그 사람 그렇게 죽어버릴 줄 누가 알았겠냐고. ”

 “ 아, 그 이야기 들었어? 희원씨 여자친구가 우리 회사에 있는거. ”

 “ 뭐? 에이, 그 음침한 사람한테 여자친구가? 아니. 있다고 치고 우리회사에? ”

 “ 진짜야! 그 팀 3년차 연우씨 알지? 연우씨랑 희원씨 사귀는 사이였다잖아. ”

 “ 뭐어? 진짜? 말도 안 돼, 진짜 둘이 그랬어? ”

 

  간혹, 이렇게 이름이 들려올땐 연우는 참을 수 없는 눈물이 맺히고야 만다. 물론 들키지 않기 위해 눈에 뭐라도 들어갔다는 듯이 행동하곤 하지만, 그 부자연스러움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언제나 마주보고 먹었던 밥도, 재잘거리던 자신의 일방적인 대화도 이젠 멀어져 버렸다. 이젠, 더 이상 그를 보고 할 수 없어져 버렸다.

 

 “ 연우씨. ”

 “ ... ”

 “ 연우씨! ”

 “ 아, 네. 죄송합니다. ”

 “ 왜 이렇게 정신 못차리고 있어요. 내 말 듣기는 들었어? ”

 “ 죄송합니다. ”

 “ 아, 왜 울고 그래. 내가 뭐 윽박지르거나 한 것도 아니잖아. ”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

 

  눈물을 닦아내는 그녀의 얼굴이 엉망이다. 약간은 안쓰럽게 쳐다보는 선배의 시선과 지나다니는 동료들의 시선이 점차 자기 한테로 꽂혀서는 매달아 놓아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되어 버렸다.

  홀로 먹는 점심은 외롭다. 여자는, 자기가 다가가기 전의 그 남자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일부나마 느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사무치게 그리움이 가슴 속을 파고드는 생각이 하나 있는 것이다.

  아, 조금 더 살갑게 잘해줄걸.

  더 사랑한다고 말해줄걸. 이렇게도 사무치는 줄 알았다면은..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떠나 버린 것이 돌아올리가 없지.

 

 

  느껴지는 것은 후회, 한숨.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않는 것은, 그럼에도 번민과 미련.

 애석하게도. 안타깝게도, 정말로 미안하게도.

 

 그래서, 결국 시간은 가장 위대하고 잔인한 사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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