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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호원담
작가 : 화아
작품등록일 : 2017.6.13

언젠가, 당신에게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P6
작성일 : 17-06-19 23:12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4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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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자조어린 웃음과, 이제는 슬픈지도 모를 무뎌진 얼굴로, 그녀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일라를 쳐다보는 연홍의 눈은 이미 바랜 빛깔이었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때론 그렇게도 잔혹해서 열심히 하려는 사람의 의지마저 꺾어내려버리니까.

 

 “ 합의를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내가 밤에 바에서 일하는걸 들먹이는거야. ”

 “ 치졸하네. ”

 

  일라는, 그녀도 모르게 험한 말을 내뱉었다.

  웃으며, 울며, 갖은 감정의 기복이 울었다 웃었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살풋 쓰러지듯이 잠들어버렸다.

 

 “ 어떻게, 할까요? ”

 

  일라는 말없이 담요를 꺼내 그 위에 덮어주었다. 누울 자리라면 가게 뒷편에 있었지만, 그곳에 들여야할지 말아야할지는 분명 고민을 해야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일라의 망설임을 알았던 것일까. 승희는 그저 말없이 그녀를 들어안아 가게 뒷편으로 향해버린다. 가볍고도 탄타한 그녀의 몸은 축 늘어진 채로, 그렇게 눕혀졌다.

 

 *

 

 여섯번째

 해바라기는 태양을 얻을 수 없다.

 

 *

 

  쉽게 마음을 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니, 이젠 확실하게 마음을 건내지 않으면서 상대를 대하는 바업같은건 통달한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번씩 마음에 들어버릴 때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얼굴로 그렇게 받아들여 버리는 것이었다.

  이상하리만큼 그녀가 이 곳에 머무른다는 것도, 이상하리만큼 그녀가 이 곳을 잊지 않는 다는 것도, 틈을 만들기엔 충분한 이유들이었지만 결국 그녀에게 있어서 저주와도 같은 지나감이려니 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잊혀지지 않는 것, 잊히지 않는 이유라면.

 

 “ 왜 이렇게 시릴까. ”

 

  일라를 괴롭히려고 하는 이유라면.

 

 *

 

  날이 샜다. 시간이 지난다.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던 연홍은 눈을 뜬다. 그리고 자기가 누워있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섬짓함을 느꼈다. 그리고 기억해내기를, 자신이 마지막으로 일루망에 왔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아으.. ”

 “ 일어난거야? ”

 

  빼꼼하고 안을 들여다보는 일라, 그리고 그런 일라에게 어색하게 웃는 연홍이다. 연홍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속을 뒤집어놓는 알콜의 기운에 오만상을 찌푸렸다.

  일라는 웃으며 손짓했고, 연홍은 그 손을 따라 나왔다.

 

  콩나물 향이 퍼져오고 있었다. 콩나물과 북어채, 그리고 두부까지. 거기에 살짝 곁들인 고추가루의 칼칼함까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그리고 쭈뼛거리는 그녀에게 웃으며 이리 앉으라말하는 승희였다. 승희의 손짓에 자리에 앉는다.

 

 “ 내가 처음으로 끓인거야. 항상 승희가 끓여주거든. ”

 

  일라가, 다정히도 말했다. 덕분에 한결 편안해진 얼굴이 된 연홍에게 자신이 끓인 해장국과 지은 밥을 내어 준다. 맛이 어떻든간에 그 따스한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국물을 한 입 먹는다. 살짝 단 것 같은 국물이 목구멍에 흘러들어가자 정말 말도 안되게 시원한 기분이 든다. 언젠가 어머니가 해줬던 것 같은, 포근하고 따스한 그런 맛이었다.

 

 

  햇님이 창살로 들어온다. 평소라면 회사에 있었어야 하는 시간, 아주 여유롭진 않지만 그동안의 쫓기는 것만 같았던 일상이 멈춰버린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이대로도 좋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이 연홍의 머릿 속에 이어져버린다.

 

 “ 홍차 좋아해? ”

 “ 많이 안마셔봤어. ”

 “ 좋아할거야. ”

 

  티포트, 워머. 그리고 거름쇠에 담기는 약간의 찻잎과 뜨겁게 데운 물. 그리고 우러나오는 향이 공간을 가득 매웠다. 정말로, 일라의 말대로 처음이지만 좋아지는 향기가 연홍의 코끝으로 피어나버린다.

 

 “ 우와.. ”

 “ 내 말 맞지? ”

 “ 으응. 와.. 나 오늘 이렇게 얻어먹어도 되는거야? ”

 

  일라가 싱긋 웃으며, 물론 아니지. 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살짝 긴장한 연홍의 얼굴에 웃음을 뿜어버리는 일라였다.

 

 “ 왜, 왜! 왜 웃는건데! ”

 “ 뭔가 웃겨서. ”

 “ 내가 웃겨? ”

 

  일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두 사람을 다른 테이블에서 지켜보는 례야와 승희의 표정은 미묘하게 안타까우면서도 흐뭇했다.

  승희의 얼굴은 특히나 그랬다.

 

 *

 

 “ 아.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

 

  한모금 들이마신 차는 속을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내려간다. 한 입 한 입에 걱정과 근심과 그 모든 생각이 흘러내려갔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되기에는 너무나도 현실은 냉혹하다. 자조어린 그 말투엔, 어쩌면 정해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 그럼, 여기서 일할래? ”

 

  의외의 말에 놀란 건, 그녀 스스로보다도 승희였다.

 

 “ 걱정마. 시급은 잘 챙겨줄게. ”

 

  일라가 웃으며 말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고민을 하는 연홍.

 

 “ 여기선 무슨 일을 하는데? ”

 

  그런 연홍에게 일라는 이렇게 말한다.

 

 “ 듣고, 이루길 바라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일? ”

 “ 으음. 사이비 같은데. ”

 “ 일라는 그런 말 들으면 슬퍼. ”

 “ 자기이름 삼인칭화?! ”

 “ 큭큭... ”

 “ 아.. 근데, 확실히, 여기서 같이 일하면 즐겁긴 하겠다. ”

 “ 그래보여? ”

 “ 으응. 그런데, 그렇게 하기엔 내가 벌어야 하는 돈이 너무 많아.. ”

 

  일라는 희미하게 웃었다.

 

 “ 그건 잘 해결 될거야. 곧. ”

 “ 그래? ”

 “ 응. 인간의 법은 생각보다 허술하지가 않아서 말야. ”

 

 *

 

  일라에겐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는 연홍은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는 일라의 눈빛이 어떤지는 알지 못한 채로 말이다. 오후, 저물어가는 날은 이내 빛을 감추어갔고 그 사이에 누워있는 자신의 처지가 참으로 쳐량하다고 생각한 연홍이었다. 연홍은 자신의 빛이 꺼져가는 것같다고 느꼈다.

  태양이 저물어가는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이 힘이 모두 빠져 버리는 것만 같다. 여인네가 가진 매력은 달 아래에서 피어난다고 했건만, 어째서인지, 그 반대 라고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 티비나 볼까. ”

 

  리모컨을 더듬거리며 찾은 손은 능숙하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켜진 화면에선 뉴스가 하고있었다.

  체널을 돌리려던 연홍은, 이내 그 손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TV를 보고야 말았다.

 

 [ K기업 회장 안 모씨, 여직원 성추행 및 횡령 혐의로 구속 ]

 

  멍해진 얼굴로 한참을 그 뉴스를 들어다 보고있었다. 뉴스에는 사실 담을 쌓고 지내던 그녀가 그렇게까지 뉴스에 눈을 둘 수 있었던 이유는 지겹게도 자기를 추행하던 그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략의 전말은 연홍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여직원들에게 추파와 추행을 일삼았던 그였지만 그 누구도 쉽게 신고를 할 생각을 못했었다. 그런데, 자기가 그만 둔 이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누군가가 밀고자가 되었던 것 같았다. 그 뉴스 안에 물론 자신의 이야기는 없었지만 말이다.

 

 -깨톡

 

 “ ... ”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밀고자가 연홍이라고 소문이 난 것일지도 모를 일이였다. 평소엔 연락도 하지않던 전 회사의 동료라고 해야할 그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되지도 않을 친한척으로 말이다. 내심, 비웃는 그녀의 얼굴을 그들은 알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그녀는 최대한 친한 것처럼, 친해왔던 것처럼 답장을 했다. 역거움이 밀려왔지만 꾹 참는다.

  그리고 조금 잠잠해졌을 무렵, 누군가에게 전화가 온다.

 

 “ 누구지..? 여보세요? ”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약간의 망설임과 약간의 주저함과, 그리고 약간의 미안함이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저, 기억하시나요? 이영우에요. ”

 “ 아. 3과에 키 큰 대리님, 맞으시죠? ”

 “ 갑자기 미안해요. ”

 

  정말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 당신이 그만 두고 나서, 한참을 생각했어요. ”

 “ ... 네. ”

 “ 뒤에서 뒷말 하던 사람들, 제가 막았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해서 미안해요. ”

 “ .... ”

 “ 그래서, 제가 고발했거든요. 사장님, 아니 사장이란 놈. 연홍씨 말고도 다른 모두한테도 그렇게 했었으니까. ”

 “ 아.. 네. ”

 “ 그러니까, 저. 역시 전화로 하는건 아닌 것 같은데, 잠깐 우리 볼래요? ”

 

  그리고 그가, 알것만 같은 말로 연홍을 불러냈다.

 

 “ 그럼 일루망에서 뵈어요. 위치는 제가 보내드릴게요. ”

 

 *

 

  늦어버린 시간, 밤의 거리는 영롱하지만 따스하지 않다. 빛이 가진 차가움이라면 따스함보다 깊고 오래가는 것일 뿐이다.

 

 “ 누군가를 만나러 왔구나. ”

 “ 어떻게 알았어..? ”

 

  그저 웃는다. 그리고 찾아온 이는 문을 들어섰고, 그 곳에 서있는 단 한명의 남자는 살며시 걸어들어왔다. 일라는 그를 단번에, 맑게 뜬 달이라고 알아차렸다.

  아쉽게도, 그렇게 두 사람이 만나버렸다.

 

  아아, 그래서

 그 어떤 것도 내 의지였다.

 그 어던 것도 내 의지가 아니었다.

 그 어떤 것도 나의 것이였다.

 그 어떤 것도 나의 것이 되지 않았다.

 

 돈도, 사람도, 시간도, 심지어 나의 마음까지도.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도 있다.

 헤어짐이 있다면, 또다른 만남 또한 있다.

 모든 것의 시작엔 끝이 있고 그 끝엔 또다른 시작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일라에겐 시작이자 끝, 머무르지 않는 시간일 뿐이었다. 머무르지는 않지만, 언제나 영원에 가깝도록 주어진 시간일 뿐이다.

 

 “ 연홍씨, 사실은, 정말로 좋아했어요. ”

 “ 그럴 것 같았어요. ”

 “ 지금도 좋아해요. 정말로요. ”

 “ .... 그래서요. ”

 

  여기, 그 시간 속에서 휘몰아치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 네? ”

 “ 나 좋아한단 사람은 많았어요. 지금도 많고. 뭐, 그래서 뭘 어쩌고 싶은데요? ”

 “ 아. ”

 “ 나 원래 좀 당돌하고 급하거든요.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재대로 해줄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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