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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신의 선물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9

주신이 가장 총애하는 막내 딸 일레인은 우연히 보게 된 인간 세상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인간 남자아이가 아픈 누이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습이 왠지 눈길이 갔다. 인간 세상을 꿈꾸던 일레인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성년식이 다가오는데...

 
7.얼음 산
작성일 : 17-06-19 19:58     조회 : 280     추천 : 3     분량 : 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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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인간계는 마계의 영향으로 지극히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다. 그대는 천계의 신으로 인간 세상의 일에 크게 관여해선 안 된다. 또한,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마수들과 직접 부딪히는 일도 삼가야 한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신의 신분이라도 봉인 구를 착용하고 있는 이상 신과 마물 양쪽 네 신분을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나 봉인 구가 벗겨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러니 나는 네 기척이 느껴지는 대로 네가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하고 널 데리러 갈 신들을 보낼 것이다. 우리가 널 찾을 수 있다는 말은 마물들 또한 네 기운에 현혹되어 네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 테니.”

 “네, 주의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봉인 구를 착용한 너 역시 힘을 사용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를 것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네 속성의 요정 하나를 데려가도록 해라.”

 

 신녀를 데려가라 하면 일레인이 싫다고 방방 뛸 것을 염려한 렉스는 머리를 굴려 요정을 데려가도 좋다 허락했다.

 그것도 싫다고 반항 할까 봐 최대한 위험한 상황을 들먹거리며 데려가라 했더니 못마땅한 표정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러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요정은 인간들 눈에 띄지도 않을 테고 신력보다는 자연력을 사용하는 존재이니 인간 세상에서는 너보다 힘을 사용하는데 자유로울 것이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렉스의 입에서 부드러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럼 잘 다녀 오거라. 막내야.”

 “아버지.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잘 놀다 올게요.”

 

 렉스의 마지막 말에 달려가 안긴 일레인은 그의 품에 안겨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이 눈부시게 빛이나 렉스는 괜히 아쉬움 마음에 심술을 부렸다.

 

 “노는데 정신 팔려서 사고나 치지 마라. 이 녀석아.”

 

 괜한 투정을 부리는 렉스를 향해 살짝 눈을 흘긴 일레인이 포옹을 풀고 뒤로 물러났다.

 

 “흥, 아빠나 일내서 프레드한테 혼나지 말고요. 아빠가 맨날 일하기 싫다고 놀러 다녔던 거 다 알고 있거든요?”

 “그건……! 됐다. 어쨌든 몸조심하고 언제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와라. 위험한 순간에는 웬만하면 끼지 말고. 나쁜 놈들이 있으면 피해 다니고. 괜히 버릇 고쳐 준답시고 시비 걸지 말란 말이다. 알겠지?”

 

 변명하려던 렉스는 기밀사항에 걸리는 점 때문에 변명도 못 하고 그저 조심해서 다녀오길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그런 렉스의 마음도 모르고 일레인은 헤실거리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사히 돌아오실 겁니다.”

 “그래. 그래야지. 누구 딸인데.”

 

 일레인이 성을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던 렉스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

 

 일레인은 집무실을 떠나 성을 벗어나면서 주변을 날아다니던 요정 중 물의 기운이 강한 아이를 불러들였다.

 

 “너 이리 와봐.”

 

 물의 기운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듯 물색 머리카락과 물색 눈동자를 가진 작은 아이가 그녀의 손가락 위로 날아들었다.

 

 “부르셨습니까, 일레인님.”

 

 그녀의 검지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요정을 보며 일레인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 정도면 데리고 다니기 괜찮겠다. 얼굴도 귀엽고 하는 짓도 귀엽고. 너 이름이 뭐니?”

 “니아라고 합니다.”

 “니아? 어머, 어머. 이름도 귀엽구나. 좋아. 너 나랑 같이 가자.”

 “네, 일레인님.”

 

 니아는 물의 기운을 가진 요정으로 태어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한 쌍의 날개밖에 없는 아기 요정이었다. 아직은 천계를 벗어나 중간계로 나가기 어린 나이였으나 하늘 같은 신, 그것도 같은 속성을 가진 직계 신의 말에 토를 달수는 없는 노릇.

 속으로는 걱정 어린 한숨을 내쉬었지만 니아에게 선택의 여지란 없었다.

 

 어디로 가는지조차 물을 수 없었던 니아는 그렇게 조용히 일레인의 작은 가방 위에 않아 그녀를 따라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

 

 “와! 온 세상이 하얗게 보여.”

 

 봉인 구를 목에 건 일레인은 천계의 결계를 통과해 마침내 인간 세상에 내려온 일레인을 반긴 건 얼음으로 뒤덮인 세상이었다.

 

 “얼음산으로 연결된 결계라더니 이게 얼음산이구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얼음으로 되어 있는 곳을 바라보는 일레인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을 뻗어 나무로 짐작되는 얼음 덩어리에 가만히 손을 가져갔다.

 

 “차가워.”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아찔한 청량감에 부르르 몸을 떨더니 곧 손을 떼어 냈다.

 

 “어? 손이 빨개졌네? 아……. 혹시 봉인 구 영향으로 인간의 몸과 가까워져서 그런 건가?”

 

 한 번도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은 적이 없었던 몸이 얼음을 만졌다고 붉게 변해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일레인은 그제야 신의 힘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말이 실감 났다.

 

 “신력으로 보호되지 않아서 그런 거구나......”

 “일레인님 괜찮으세요?”

 

 그녀의 붉은 피부 주위를 날아다니며 니아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 그렇게 보지 마. 이래 뵈도 이 몸은 물의 여신. 이정도 쯤이야.”

 

 당찬 말투와는 달리 렉스가 일러주었던 주의사항들을 떠올리며 신력을 이용해 상처를 치료하는 일레인의 모습은 조심스러웠다.

 

 작은 상처라 치료는 간단했지만, 확실히 신력을 사용하니 살짝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라면 확실히 신력을 사용하는데 주의해야겠구나!’

 

 직접 겪어 보니 주의를 받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렉스가 왜 그렇게 인간 세상으로 가려는 것을 반대했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가긴 했지만 그래도 루카스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루카스 떠올리자 그가 몹시 보고 싶었다. 성년식 준비로 인해 일주일이 넘게 그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일레인인 자리에 서서 신력을 이용해 일단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산에서 내려가는 길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피던 일레인은 멀지 않은 곳에서 희미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인간의 기척을 발견했다.

 

 “니아 이쪽에서 희미하지만, 인간의 기척이 느껴진다. 가서 살펴보고 와.”

 “네, 일레인님.”

 

 일레인의 손짓을 따라 니아는 한 쌍이 날개를 파닥거리며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 뒤를 따라 움직이던 일레인은 처음으로 만나게 될 인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려왔다.

 

 “일레인님. 일레인님.”

 

 그녀가 느꼈던 인간이 생각보다 멀리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무렵 니아가 그녀를 부르며 날아왔다.

 

 “그래, 인간은 찾았어?”

 “네,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근데 몸의 커다란 상처들이 여기저기 있는데 용케 죽지 않고 숨이 붙어있어요.”

 “그 정도로 상태가 안 좋단 말이야?”

 “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이 숨이 약하고 기운도 약해 보였어요.”

 

 말간 일레인의 이마가 살짝 일그러졌다.

 

 “서둘러.”

 “네.”

 

 일레이늬 말에 니아는 힘차게 날개를 퍼덕이며 움직이던 속도를 올렸다. 뒤를 따르던 일레인 역시 신력을 이용해 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길에서 벗어나 숲속으로 점점 깊숙이 들어가자 호수에서 보았던 인간들이 집이라 부르던 형태의 건물이 나왔다.

 

 “인간들은 이런 산속에서도 집을 짓고 사는구나.”

 

 사냥에 미쳤던 어느 사냥꾼이 만들어 놓았던 그 집은 얼음산이 몬스터들의 천국이 되면서부터 사용하는 이가 없어서 버려진 집이었다. 버려진 지 오래라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낡고 음침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일레인은 그저 가난한 인간이 허름한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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