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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날아라, 종이비행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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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컨디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무거운 짐을 나르던 도중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몸이 기울어질 때 이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덧없는 잿빛 인생이란 소설은 여기서 끝나야 정상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바로, 30이라는 숫자가 나의 왼 눈 밑에 새겨져있는 상태로 말이다.
'30'
그건 나에게 남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표식이었다.
그래. 남은 한 달동안은 생전에 해보질 못했던 못된 장난을 쳐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장난을 치는 그때, 나는 나와 같이 유령인 어떤 소녀를 만났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우리들의 만남과 다가오는 끝.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그런 이야기다.

 
재회
작성일 : 17-06-19 14:07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4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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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세걸음 정도 사이를 두고 따라가 도착한 곳은 카페였다.

 그들은 구석지에 앉아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한 다음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바로 근처에 서서 내려다본 우성현과 그 여자친구의 표정은 너무나도 평범한 표정이었다.

 "이미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네.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벌레만도 못한 것을 바라보는 눈빛에 살기마저 느껴지는 건 기분탓 따위가 아니었다.

 "속이 후련할 정도의 복수를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마침 좋은 게 있어."

 소녀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징그럽게 생긴 바퀴벌레와 거미 모형이었다.

 확실히 이거라면 엄청난 반응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소녀는 장난치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는 아현 누나의 말이 떠올랐다.

 방금 심부름을 할 때도 태연하게 남의 카트에서 물건을 가져왔더랬지.

 뿐 만 아니라 이런 걸 휴대하고 다닐 정도면 즐길 준비가 철저하게 돼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남의 곤란함에 웃음을 사는 인간. 그건 나 뿐만이 아닌 소녀 또한 마찬가지다.

 비슷한 부류의 인간들 끼리라는 점에서 다른 영역에 대한 배려따윈 필요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우성현과 같은 분류에 속한다는 말은 삼가해줬으면 한다.

 우리와 그들 사이에는 구분을 짓는 명백한 선이 존재한다.

 애시당초 우리 두 사람이 지금부터 하려는 행위는 우리가 받은 피해에 대해 마땅히 치뤄야 할 값을 치루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 망설임따윈 없다. 녀석 때문에 결과적으로 내 과목이 무효처리가 됐고 소녀는 퇴학을 하게 됐다.

 오히려 우리가 취할 행동은 지극히도 정당한 행위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쿵쾅거리고 재밌어지기 시작한다.

 여자쪽이 한 눈을 판 사이에 소녀가 우성현의 바로 앞에 거미 모형을 올려놓았다.

 "우왓!!"

 커피를 마시던 중인 녀석이 거미 모형을 확인한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자빠졌다.

 순간의 소란에 직원과 다른 손님들의 시선이 우성현에게 쏠린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엄청난 수치심을 느낀 듯 얼굴을 붉혔다.

 우리는 배를 잡고 깔깔 웃어댔다. 찔끔 눈물이 새어나올 정도로 폭소를 터뜨렸다.

 "……왜그래?"

 "아니. 그게…… 방금 되게 큰 거미가 있어서."

 "아무것도 없는데?"

 거미 모형은 녀석이 목격한 순간 잽싸게 집어들어 보일 리가 없다.

 이번엔 그가 마시던 컵을 들어 머리에 반 쯤 쏟아부웠다.

 하지만 역시 지난 번처럼 커피는 흘러내리지도, 머리카락이나 옷에 흡수되지도 않은 채 그저 사라질 뿐이었다.

 "역시 안되나……. 아쉽네."

 "저걸 부수자."

 소녀가 테이블을 가리켰다. 그 곳엔 최신 세대의 스마트폰이 여자쪽에 놓여있었다.

 "이거 최신형이잖아? 부숴지면 엄청 아쉬워하겠네."

 "그치? 그럼 더욱이 부숴버려야……."

 즐거운 표정으로 말하는 소녀가 스마트폰을 집어 높이 올려들었다.

 "지!!"

 그 다음, 망설임없이 온 힘을 다해 내동댕이 쳤다.

 뭉툭한 소리가 커다랗게 울려퍼지지만 그 소리는 두 사람을 제외한 그 누구도 듣지 못하는 소리였다.

 나는 바닥에 충돌한 스마트폰을 주워들었다.

 액정엔 없던 흠집과 옅은 금이 새롭게 새겨졌으나, 기능은 망가지지 않았는지 터치와 전원, 소리 버튼등은 정상적으로 입력되었다.

 집어든 스마트폰을 빼꼼 바라보는 소녀가 살짝 풀이 죽은 목소리를 흘렸다.

 "안망가졌어."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들은 내구성이 상당하네. 잘 봐."

 공중으로 살짝 던지고 잡았다. 그리고 녀석들 앞에서 벽을 노려다보며 대놓고 와인드 업을 한다.

 벌써부터 재밌는지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옆에서 들려온다.

 폼만 그럴싸한 엉터리 투수가 된 채, 9회말 2아웃의 투수만이 쓸 수 있는 혼신의 직구를 있는 힘껏 던졌다.

 빠르게 회전하는 스마트폰이 휘리릭 소리를 내며 사람들을 통과한다.

 벽에 부딪치는 순간 방금보다 더욱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액정의 파편들이 산산조각난다.

 "이러면 어때?"

 "마음에 들어."

 통쾌한 목소리로 만족스럽게 미소짓는 소녀였다.

 떨어진 곳으로 걸음을 옮겨 스마트폰을 주웠다.

 하드웨어가 보일 정도로 화려하게 깨진 액정. 역시나 전원버튼도 듣질 않는다.

 주인에게 돌려줄 생각에 다시 테이블로 돌아갔다.

 스마트폰이 망가진 사실은 커녕 없어진지도 모르는 채 여전히 대화 삼매경에 빠져있는 그들이었다.

 반응을 기대하며 올려놓으려던 찰나, 머뭇거리며 슬그머니 여자의 눈치를 살피던 우성현이 입을 열었다.

 "저기 근데 희선아. 내가 이번 달에 조금 빡세거든. 조금 도와주면 안될까……?"

 "또……? 지난 번에도 그렇고 내가 저번 달에도 오십만원 빌려줬잖아."

 "아하핫…. 그랬지. 미, 미안. 그래도 조금 어떻게 좀 안될까?"

 어색하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이는 우성현의 말에 여자는 턱을 괴며 고민했다.

 "으음……. 이러면 나도 조금 곤란한데……."

 "아, 아니야! 이 이야기는 없었던 걸로 하자. 너한테 빌린 돈만 얼만데. ……미안해."

 꼬리를 내리며 어색하게 웃지만 노골적으로 풀이 죽은 모습을 보인다.

 친밀한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사는게 정이라면 정이겠다만, 듣자하니 몇 번인가 손을 벌린 것 같다.

 그것도 모자라 저렇게 대놓고 금전적인 도움을 청하는 뻔뻔함이 추악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웠다.

 실제로 불합리하게 빚이 생겨 형편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

 허나 녀석의 경우는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여자가 자신의 나약한 모습에 동요하자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변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과거에 몇 번이고 본 적이 있는 저 교활하기 짝이없는 눈빛. 잊을리가 없다.

 그리고 이때가 기회라는 듯 그가 입을 열었다.

 "이런 남자친구라서 정말 미안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다나온다. 정말 악랄한 인간이다.

 옆에 서있는 소녀 또한 기가찬 듯 코웃음치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역시 인간의 본성은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법인가봐."

 "동감이야."

 하지만 그런 거짓된 모습에 제대로 동요를 했는지 여자쪽이 조심스레 물었다.

 "……많이 급한거야?"

 "응? 아, 으응. 그렇긴 한데 괜찮아. 더이상 손 벌리는 것도 염치없는 노릇이고……. 신경쓸 것 없어."

 사실은 신경써주고 돈을 빌려줬으면 좋겠어. 적어도 내 눈엔 그것이 녀석의 본심으로 보였다.

 어쩌면 내가 우성현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것일지도 모른다.

 본래 자신이 타인에게 내린 정의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

 타인에게 엄격한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말이다.

 그건 자신만의 진리가 된다. 그만큼 철저히 신뢰한다는 점에서 우스갯소리로 사실상 종교에 심취한 사이비와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에 시각이라는 존재가 여러개로 나뉘는 것일테고, 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가 있는 법이겠지.

 어쩌면 내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우성현이라는 인간이 반성과 성숙을 거듭하며 새 인간으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나는 그런 융통성을 가지기 싫다.

 바보가 아닌 사람들은 스스로가 바보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있다.

 겸손도 좋지만 뚜렷한 자기 주관도 그 이상으로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잠시 망설이던 여자는 가죽소재의 크로스백에서 지갑을 꺼냈다.

 "오, 십, 십오, 십육, 십칠……."

 오만원과 만원짜리를 꺼내 세고나서 가지런히 정리한 다음 우성현에게 건내주었다.

 "자, 여기 삼십만 원. 현금은 이게 다야. 이십만 원은 이따가 계좌로 보내줄게."

 "선희야……. 정말 고마워. 다음 달에 꼭 갚을게."

 우성현이 지갑을 꺼내려하자,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소녀가 테이블 위에 덩그라니 놓여있는 지폐를 가로챘다.

 "이걸로 더욱 재밌어질거야."

 즐거움이 가득하다못해 흘러넘치는 표정이었다.

 "응."

 마찬가지로 즐겁게 대답하고서 그의 동태를 살폈다.

 잠시 후, 지갑을 꺼낸 그는 지폐가 사라짐을 깨달았는지 당황해하며 찾기 시작했다.

 "왜그래?"

 "그게…… 지폐가 안보여서."

 "지갑이나 주머니에 넣은 거 아니야? 잘 찾아봐."

 "아니야. 떨어뜨린건가? 이상하네. 아니면 다른 사람이 가져갔나?"

 "그럴리가 없잖아. 아무도 안왔어. 잘 찾아봐."

 주머니를 뒤적거리거나 테이블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며 초조해하던 우성현은 더 나아가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까지 미심쩍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엄청 당황하는데?"

 "꼴 좋다."

 소녀가 통쾌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같은 말과 같은 곳을 살피기를 반복하던 우성현은 결국 입을 열었다.

 "사실 빌려주기 싫어서 너가 가져간 거 아니야?"

 그 말에 여자의 시선이 싸늘하게 변한다.

 "……뭐? 내가 너한테만 빌려준 게 200만 원이 넘어. 감사해도 모자랄 판에 지금 뭐하자는거야?"

 "그럼 돈이 어디간건데. 내가 한 눈 판 사이에 가방에 숨겨둔 거 아니야?"

 그의 의심스런 시선속에 짜증이 섞인 순간을 포착한 나는 이때다 싶어 재빨리 깨진 스마트폰을 우성현쪽에 올려놓았다.

 "그러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어? 잠깐……. 그거 내 폰 아니야?"

 말하던 도중 스마트폰을 발견한 여자가 자기쪽으로 가져왔다.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자신의 것과 일치하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백을 뒤적거린다.

 뒤늦게서야 주머니나 가방에 스마트폰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너덜너덜한 물건에서 원망스럽게 우성현을 노려본다.

 "뭐, 뭐야. 설마 내가 했다고 말할 생각인거야?"

 "평소에 성격 안좋은 거 알고 이기적이고 쉽게 화내는 거 알아. 근데 이건 진짜 아니잖아."

 즐거워지는 이쪽과는 반대로 그들의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진다.

 이쪽 테이블을 향하는 시선이 하나 둘 늘어난다.

 "그거 알아? 돈 안갚을 거 알면서도 빌려준거야. 그런데 니 부주의로 잃어버린 걸 내 탓으로 넘기는 걸로 모자라 내 폰을 부숴버렸어."

 우성현은 뭐라 변명을 늘어놓지도 않으며 그저 코웃음을 쳐대며 노려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에 기가 막혔는지 여자는 잠시 뚱한 표정을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만하자. 쓰레기새끼."

 여자는 증오의 한마디를 내뱉으며 돌아보지 않고 카페를 나갔다.

 사람들의 수군거림속에서 들리지 않을 웃음소리가 섞여 가득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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