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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11시11분 <파란장미>
작가 : 물달
작품등록일 : 2017.6.17

고백한번 못해본 사랑을 찾아 해매는 수혁. 유명한 마술사이지만 주로 하는 공연은 작은 도시들을 다니며 공연시작 전  광장에서 바람잡이를 한다. 수혁이는 말한다 “뮤지컬을 보러 와서 나를 만날수도 있고 아니면 어딘가에 숨어서 보고 있을수도 있겠죠, 뭐가 됐든 아직 찾고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어요..” 

 
[episode ] ....3
작성일 : 17-06-19 09:55     조회 : 325     추천 : 0     분량 : 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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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앉아 있던 도연이 몸은 타인의 손길에 일에 벤치에서 멀어져 일어섰고 일어나고 있는 모습에 놀라기도 전에 먼저 블랙슈트안에 얼굴을 묻고 심장소리를 느꼈다.

 '헉'

 공기 한줌 지나가지 못하게 

 숨 한번 들이쉬지 못하게 

 심장조차 잡아 묶은 듯 

 빈틈 조차 허락 하지 않는 포옹에 커피는 바닥으로 쏟아지고 심장도 덩달아 같이 바닥으로 곤두 박질 쳤다. 

 커피가 느끼는 땅바닥까지의 높이와 심장이 느끼는 바닥까지의 높이는 다른지 커피는 도연이 발에 부딪쳐 바지 끝자락을 적시고 있었지만 떨어지는 심장은 멈출 줄 모르고 아득한 세계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영아...”

 “......”

 “내가 너를 얼마나 찾았는데. 이제라도 찾아서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러다 심장을 놓쳐 죽어 버릴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고 서있던 도연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도연이 귓가에 야릇한 바람과 함께 들리자 떨어지기만 하던 심장은 제자리를 찾아 돌아오고 그제서야 남자가 안고 있는 팔도 떨고 있는 게 느껴졌다.

 몸에서 느껴지는 타인의 떨림을 온 몸으로 대신 느끼던 도연이는 깊은 심호흡을 하고는 남자를 밀어냈다.

 따뜻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포옹으로 심장을 놓치게 만든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도연이는 다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주친 두 눈은 달빛에 부서지는 파도처럼 어둠속에 반짝이는 눈은 알 수 없는 아득한 곳까지 빨려 들어가게 만들고 있었다.

 맑은 피부에 진한 눈동자. 진한 눈썹. 진한 머리카락까지 모두 짙은 검정색으로 이루어져 화선지 위에 그려놓은 수묵화처럼 명암만 뚜렷한 얼굴에 붉게 떨어진 꽃잎이 그 모든 게 수묵화가 아니라 인물화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도연이는 지금 눈앞에서 자신을 깊은 눈동자로 내려다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도 알아 차릴 수 있었다.

 도연이가 아는 가장 완벽한 사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람.

 윤수혁.

 “아영이.. 맞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묻는 말에 도연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봉지 안에 편안하게 자리 잡은 지갑 속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명함조차 수혁이 모습에 놀라 떨고 있었다.

 수혁이는 도연이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명함을 집었다. 구지 보지 않아도 아영이라고 적혀있는걸 확신하는지 쳐다보지도 않고 잡고만 있었지만 도연이 눈이 명함으로 향하자 무시 못하고 명함을 들어 올렸다.

 수혁이는 왜 주는지도 모를 명함을 받아들고는 쳐다보는 눈빛은 점점 변했다.

 그렇게 쳐다본다고 바뀔 이름도 아닐텐데 이름이 바뀌는 마법이라도 원하는 듯 쳐다봤다.

 “백도연?”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몇 번이고 이름을 읽는 수혁이는 그제서야 깨달았는지 꽉 잡은 팔목을 스르르 풀더니 뒤돌아 갔다.

 도연이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뒷 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져 버린 수혁이의 뒷모습은 도연이의 눈앞에 잔상으로 남아 자리하고 있었고 도연이는 그 잔상을 향해 손을 올렸다. 가냘프게 떨리는 손가락으로 잔상을 만지며 마지막일지 모르는 뒷 모습을 만지고 있었다. 처절히 슬프지만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어제 꾸던 꿈속처럼 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깨어나고 있었다.

 

 

 **

 

 **

 

 수혁이는 오늘 있는 미팅도 잊어버리고 호텔로 돌아왔다. 

 아무 말 없이 거칠게 닫은 문과 한 숨에 없어지는 생수 한 통 만이 수혁이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공연 사전 미팅을 위해 아트홀로 가는 길에 생각보다 길을 헤매 점심시간이 돼서야 도착하자 아무도 없거나 있어도 점심을 방해하는게 싫어 사무실로 들어가지 않고 주위를 돌았다.

 수혁이에게 더 중요한 곳은 공연장이 아니라 광장에서 주로 공연을 하는 만큼 사무실보다 더 중요한 곳이기도 했으니 먼저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는 선택이었고 벤치에 앉은 도연이를 보면서 나쁘지 않는 선택을 넘어 탁월한 선택인 걸 깨달았다. 비록 오래 가진 못했지만.

 처음 볼 때는 도대체 뭐를 하는 중인지 알 수가 없었다. 손을 하늘 위로 휘적 휘적 하다가 삼각 김밥 한입 베어 먹다가 또 한 번 휘적휘적 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으니 그런데 한참을 휘적 거리다가 손 바닥을 보며 웃는 모습을 본 순간 수혁이는 숨이 막혔다.

 그렇게 찾아 헤맨 아영이의 미소가 보였으니 희고 가느다란 손을 바라보며 웃는 모습이 꼬박 10년을 찾아 헤맨 아영이의 모습과 겹쳐 보이자 수혁이는 망설임 없이 다가갔다.

 걸어 가는 순간까지 놓치지 않고 바라보니 더욱 아영이 모습과 겹쳐지자 행복해 취해 꽉 안았는데... 드디어 이젠 드디어 여태껏 하지 못한 말들을 할 수 있는게 너무 좋았는데 명함 한 장에 모든 일들은 그저 꿈으로 남고 방금 느끼던 그 설레임은 그 자리에서 와장창 무너졌다.

 확신했기에 명함을 받는 순간에도 그렇게 얼굴만 바라봤는데... 바람과 달리 명함 속에는 낯선 이름만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새 비어진 패트병을 종이 쪼가리처럼 구겨 버린 수혁이는 지갑속에서 작은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사진 속에는 조금 애띈 수혁이와 동그란 얼굴에 웃고있는 아영이가 나란히 담겨있었다.

 사진을 바라보니 오늘 만난 도연이라는 여자와 아영이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점도 많았다. 통통한 볼 살과 항상 웃는 아영이는 어린 아이 같았고 검정색 단발머리에 투명한 얼굴은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아기 같은 모습 이였다. 그리고 도연이라는 사람은 와인색 웨이브 진 머리카락이 여성스럽게 흘러 내렸고 그 모습과 어울리지 않지만 얼굴에는 작은 상처들이 눈에 띄는 여자였다.

 수혁이의 숨소리는 다시 깊어졌다.

 [하자! 오빠 제발~ 나 이거 찍고 싶단 말이야 ~~  의남매는 동생도 아니라 이거지? ]

 [어떤 남매가 나란히 사진찍냐? ]

 [조금 있으면 조른지 한 달 되겠다. 제발 찍자 ~ 응?]

 [가자 가.  가긴 하겠는데  아무도 보여 주지마라]

 [알겠어 히히히~]

 어제 일도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바쁘게 살아왔지만 아영이와의 추억만은 빛 바래지지 않는 모습으로 그 때 나누었던 대화까지 생생하게 기억 남을 정도인데 헷갈릴 수 있다니 너무 보고 싶어서 착각을 한건가?

 이번엔 공연장을 오기 전부터 조급했다. 군대에서 제대를 한 이후부터이니 꼬박 7년 가까이를 소도시에 있는 공연장이라는 공연장은 다 돌아다니고 여기가 마지막 공연장이었으니 조급 할 수밖엔 없었다.

 이 곳 이후로는 이젠 어떻게 아영이를 찾아야 하나 매일 저녁잠도 이루지 못하고 고민을 하고 있었으니 그 조급함이 다른 여자를 아영이로 착각 하게 만든 거라 여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연이를 떠올리면 아영이를 생각하는 것처럼 가슴에 가시가 걸린 듯 따갑고 아팠다.

 머리가 복잡해진 수혁이는 다시 아트홀로 가지 못하고 침대에 누웠지만 그 순간에도 도연이와 아영이 생각이 밀물처럼 들어와 천천히 잠식당하고 있었다.

 

 

 **

 얼마나 그렇게 서있었을까? 한동안 수혁이 뒷모습만 쫓던 도연이는 미꾸라지가 걸어가듯 천천히 사무실로 향했다.

 "계약직 주제에 점심시간이 지나서오네"

 사무실로 향하자 도연이의 생각을 날리도록 도와주는 건 민희의 가시 돋친 목소리였다.

 이곳에서 일하고는 하루라도 안 들리면 아쉬울 정도로 매일 들리는 목소리이기에 그저 상념에서 벗어 날순 있었지만 신경 쓸 만큼 의미 있는 말이 아니었고 이번에 늦은 건 이유 불문하고 잘 못한 일이 맞기에 그저 미안하다고만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개도 자기 집은 지키는데 너는 안 지키고 어디를 이렇게 돌아다녀?"

 ”오늘은 그만 하시고 다음에 하세요.“

 평소면 아무 대꾸를 하지 않거나 네라고 대답하던 도연이가 길게 말하자 당황한 사람이 민희만 있는 게 아닌지 사무실 안은 조용해졌고 민희 만큼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수진이었다.

 무슨 일 있었어?"

 잘 웃지 않는 도연이지만 왠지 평소보다 더 어두운 얼굴에 걱정이 된 수진이는 도연이 의자 옆으로 바짝 당겨 앉았다.

 "언니 저..."

 "뭔데?"

 "윤수혁이라는 사람 본거 같은데“

 도연이가 힘들게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옆자리에 앉은 수진이가 아니라 앞자리도 아니고 앞자리하고도 옆에 앉은 민희 입에서 흘러 나왔다.

 "지 주제도 모르고 설마 관심 있는거야?"

 일거수일투족 뭐가 그리 관심이 많은지 앞자리에 앉은 민희의 말에 무슨 말이 하고픈지 입을 열며 쳐다보던 수진이는 그냥 한숨한번에 무시하고 도연이를 쳐다봤다.

 "코끼리 덤블링 해도 세상 다 산사람 처럼 관심 없더니 웬일로 궁금한게 있나 했더니 윤수혁이였어?"

 공연장이라 매주 다른 팀이 와서 공연을 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곳이고 그만큼 무명인 배우도 많지만 이름있는 배우도 꽤 다녀간 곳이였다. 그러나 도연이는 단 한 번도 그 어떤 배우를 궁금해 하거나 관심가진 적 없이 딱 스텝으로서만 일에 충실했다.

 오히려 가끔 관심을 표하는 배우나 스텝들의 사적인 질문에는 답한적도 없이 공과 사 구별이 확실한 도연이 입에서 수혁이라는 이름이 흘러나오자 신기하기도 하고 이제야 좀 사람같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 . 그게 아니라..."

 "하긴 윤수혁이면 이 유부녀 마음에도 불꽃을 일으키지. 아마 다음주부터 공연 할 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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