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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태양의 날개
작가 : 금령
작품등록일 : 2017.6.2

각종 의뢰 임무를 수행하며 최고의 혜택을 누리는 국가 공인의 전투원, '단군'.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소녀 미르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집을 나와 단군이 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수상한 소년과 할머니를 만나 이해관계에 따른 협력을 하게 되는데...
미르가 단군이 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년과 할머니의 속셈은 무엇일까?
세상에 나와 낯선 것에 마주친 소녀 미르와, 제각각의 속내를 숨긴 사람들이 만나 이 세상의 비밀과 어둠을 파헤치는 이야기.

 
단군이 되어라 (4)
작성일 : 17-06-18 22:28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8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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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해가 졌다. 밝을 때는 절대 소도 근처에도 갈 수 없을 거라고 강조하는 진달래 때문에 미르는 저녁을 기다려야 했다. 진달래는 상단 근처에 몸을 숨기고 천막의 불이 하나둘 꺼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미르는 그 옆에서,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현상수배서를 들여다보며 울상이 되어 있었다.

 “으아, 이러면 내가 그냥 범죄자라도 된 것 같잖아!”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얼굴이 범죄자를 잡을 때나 쓰는 몽타주로 만들어져 이 근방의 벽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이 도시에서 단군으로 등록하지 못 하면 어딜 가나 럼멜하트 상단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유롭고 평화로운 자신의 여행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 잡혀도 황실에 갇혀버리고 잡히지 않아도 누군가에 쫓긴다는 공포와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한다. 미르는 죽어도 그런 생활은 하기 싫었다.

 “두고 봐, 반드시 단군이 되고 만다...!”

 “시끄럽다. 들키기 싫으면 조용히 해.”

 “옙.”

 쳐다보지도 않고 말하는 진달래의 냉정한 목소리에 미르는 빠르게 입을 다물었다. 이 할머니, 주름 가득하고 구부정한 외모에 비해 굉장히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단 말이지. 도무지 강도에게 물건을 도둑맞을 허술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동색 단군만 돼도 이런 전문적인 분위기가 풍긴단 말인가? 미르는 왠지 모르게 믿음직한 진달래의 뒷모습을 보며 아까의 대화를 떠올렸다.

 

 “지금부터 나는 네가 소도에 가서 단군 시험을 신청하도록 도와줄 거다.”

 “우와! 정말요? 감사합……”

 “단, 너도 나를 도와줬으면 한다.”

 감사 인사를 받기 전에 확실히 조건을 붙이겠다는 듯 미르의 말을 자른 진달래가 말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도와준다는데 당연히 뭔가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 미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나요?”

 “아까 도둑맞은 비녀. 나에겐 굉장히 중요한 거다. 네가 단군 후보자로 등록해서 상단 놈들한테서 자유로워지면 그걸 되찾도록 도와다오.”

 “네, 그럴게요.”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약속해야 할 게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내 명령에 무조건 따를 것.”

 “좋아요! 전 아무 생각이 없거든요!”

 “둘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네가 날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우리가 하려는 일이 그렇게 위험한 일인가? 어쩌면 이렇게 큰 상단을 적으로 돌림으로써 큰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할머니가 스스로 미끼가 되려는 것일 수도. 미르가 의문과 걱정을 담아 진달래를 바라보자, 그녀는 날카로운 검은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변신술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에...?”

 “흠흠, 싸움 쪽에는 영 소질이 없으니 젊고 튼튼한 너에게 몸 쓰는 일을 맡길 거라 이 말이야! 알겠냐?!”

 “으앗, 알겠습니다!”

 미르는 얼떨결에 손을 눈썹 옆에 대고 경계 포즈까지 취하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진달래의 볼이 순간 민망한 듯 붉어졌지만 미르는 모른 체했다.

 

 

 어쨌든 진달래가 야심차게 내놓은 첫 번째 계획은, 자신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라고 했던 것 치고는 단순하고 일차원적이었다. 그냥 얼굴을 가리는 망토를 입고 상단 주위를 서성이다가 경비를 피해 소도로 들어가는 것이다.

 혹시 ‘할머니가 미끼가 되어 시선을 끄는 사이’ 라는 말이 빠진 건 아닌가요, 미르가 소심하게 물었다. 설마 이렇게 단순한 작전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내뱉자마자 명령에 무조건 따른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등짝을 한 대 맞고 말았다. ‘내 몸 위험한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진달래의 당당한 답변이었다.

 그럼에도 미르는 믿을 사람이 진달래뿐이었기 때문에, 지금 군말 없이 그녀의 말대로 망토를 뒤집어쓰고 골목에 숨어서 상단이 영업을 마치는 걸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약삭빠른 놈들... 소도를 아예 둘러싸버렸군.”

 “두, 둘러싸요?!”

 “소도로 가려면 아예 상단을 통과해야 하도록 만들었어. 법에 걸리는 건 없으니...”

 “으아, 그럼 어떻게 하죠? 제 발로 거길 들어가야 하나요?”

 미르가 손가락을 깨물며 과하게 긴장한 티를 냈지만 진달래는 인상만 찌푸릴 뿐 별로 흔들림이 없었다.

 “들어가면 되지, 뭐. 지금 경비가 교대하는 것 같은데, 원래 이 시간이 제일 허술해지는 시간이니까.”

 “엥? 그럼 설마 지금 그대로 가요?”

 “당연하지. 같이 가줄 테니 걱정 마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미르는 명령을 따른다는 약속 때문에 입만 어버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진달래는 그런 미르를 떠밀어 상단으로 향하고 있었다.

 

 

 “정말 경비가 허술하긴 하네요.”

 미르가 시야를 가리는 망토 자락을 살짝 치우며 말했다. 다들 퇴근은 빨리 하고 싶고, 출근은 늦게 하고 싶으니 당연한 말인가? 하지만 현상수배서가 길에 나돌고 있을 정도이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소도는 어디 있는 건지... 상단이 워낙 크니 차지하는 면적도 넓군.”

 진달래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두 사람이 이리저리 헤매며 방황하느라 마음만 조급해져 있을 때쯤, 바로 옆의 천막이 걷히며 상단 경호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오려다 말고 둘을 향해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영업시간은 끝났습니다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나오는 건 반칙 아니야? 미르는 소리만 안 나왔을 뿐 그의 등장에 너무 놀라서 몸을 크게 움찔거렸기 때문에, 망토로 얼굴과 몸을 거의 다 가리고 있길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청산유수같이 답하는 진달래를 보며 혼자 오지 않길 천만 다행이라고 또 한 번 생각했다.

 “나가는 곳을 못 찾아 아직도 이렇게 헤매고 있다우. 늙으니 밤눈이 어두워져서, 원...”

 “아, 그러십니까? 저쪽 큰 나무를 향해 가다 보면 표지판이 있을 겁니다. 일단 그쪽으로 가시지요.”

 “아유, 고맙수, 청년.”

 진달래가 예의 그 ‘노약자 미소’를 흘리자 경호원은 아무런 의심 없이 넘어가려는 듯했다. 진달래는 미르를 툭 치며 일단 그가 가리킨 방향대로 가자고 눈짓했고, 미르는 고개만 끄덕이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뒤에서 경호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천막 안의 누군가에게 하는 말 같았다.

 “빨리 안 와? 네가 아무리 변명해도 수상한 녀석은 일단 경호팀장님께 데려가도록 돼 있어. 네 발로 걸을 수 있을 때 곱게 나와!”

 “아아- 알겠어요, 갈 테니까 이 손 좀 놔요.”

 미르는 이어지는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어쩐지 들어본 목소리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호원에 의해 천막 밖으로 끌려 나오는 검은 머리의 뚱뚱한 소년을 본 순간, 낮에 함께 도둑을 잡으려 했던 소년임을 깨닫고 너무 반가운 나머지 바닥에 끌리는 망토 자락을 미처 신경 쓰지 못 했다.

 “앗!”

 쿠당탕!

 미르는 자신의 망토 자락을 밟고 그대로 넘어져버렸다. 그러면서 옆에 세워진 횃불을 함께 걸고 넘어져 요란한 소리를 내는 바람에 경호원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까지 거두었다.

 “윽, 젠장...”

 진달래가 나지막이 욕을 내뱉으며 이마를 손으로 짚었지만 미르는 이 현실감 없는 상황에 정신이 반쯤 나가, 낮에 봤던 소년과 눈을 마주치곤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하하, 안녕! 또 보네!”

 “뭐야, 너...”

 율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려는 복잡한 얼굴로 미르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어느새 율의 팔을 놓고 주머니에서 종이 하나를 꺼낸 경호원은, 미르와 그 종이를 번갈아 보며 점점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가만, 저 얼굴은...”

 진달래는 그 말이 안 들리는 척 태연하게 미르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문득 그녀와 눈이 마주친 미르는 밝은 미소와 함께 ‘여기서 나가면 죽을 줄 알아’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살기 어린 눈빛을 읽어낼 수 있었다. 난 잡혀도 끝장, 도망쳐도 끝장이구나.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미르 쪽과 경호원 사이에서 10번은 왕복했을 율의 눈이 미르 쪽을 향한 채 멈췄다. 그리고 경호원이 이 사태를 완전히 이해하고 몸으로 실행하기 직전, 율이 먼저 그의 옆구리를 발로 가격하며 외쳤다.

 “뛰어!”

 “컥-! 거기 서!!”

 육중한 다리에 옆구리를 맞고 옆으로 고꾸라진 경호원이 소리쳤지만, 세 사람은 이미 전력으로 달아나고 있는 중이었다.

 

 

 

 

 “헉- 헉- 헉-”

 “하아-! 죽는 줄 알았네!”

 “이제 안 쫓아오겠죠?”

 세 사람은 상단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달려가 인적이 드문 강가에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 율은 땀을 뻘뻘 흘리며 돌바닥 위에 주저앉았고, 미르는 그 옆에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진달래는 금방이라도 저 세상으로 가버릴 듯 병약한 얼굴로 바닥에 엎드려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이봐 할머니, 괜찮아? 그 몸으로 너무 무리한 건가?”

 “헉... 헉... 닥쳐라, 꼬맹아. 내가 이래봬도 왕년엔... 켁, 켁!”

 “할머니, 진정해요. 일단 숨 좀 돌리고 얘기하자구요.”

 미르가 차분하게 말했다. 오래 전력질주를 했지만 금방 체력이 회복된 모양이었다. 미르의 말대로 진달래는 호흡이 진정되길 기다렸는데, 힘이 돌아오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로 미르의 등짝을 후려치는 일이었다. ‘멍청한 것아!’하는 호통과 함께 짝!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얻어맞은 미르는 등에 손이 닿지 않는 것을 원통해하며 몸을 비틀 뿐이었다.

 “그래, 너도 나를 도와주다 다리가 얼었던 녀석이지? 같이 도망친 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하자꾸나. 나는 진달래라고 한다.”

 “나는 미르야.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몰랐네!”

 아직 등의 얼얼함이 가시지 않아 닿지 않는 손을 등 위로 휘적거리며 미르가 말하자, 율은 조금 어색한 얼굴로 시선을 땅에 두며 말했다.

 “음... 난 율. 율이라고 해.”

 “네놈도 상단에 볼일이 있는 모양인데, 별로 떳떳한 일은 아닌가 보지? 경호원에게 끌려 다니기나 하고 말이야.”

 “윽... 그건...”

 정곡을 찔린 듯 인상을 구긴 율은 말끝을 흐렸다가 되물었다.

 “그러는 그쪽은 소도로 가는 길이었지? 현상수배지까지 돌고 있으니 마음이 조급해서 망토까지 두르고 말이야.”

 “꽤 눈치가 빠르군. 하지만 하나는 틀렸다. ‘마음이 조급해서’가 아니야. 좀 전의 일은 내 계획대로 된 거다. 미르가 멍청한 짓을 해서 조금 틀어지긴 했지만, 뭐 상관없지.”

 “……?”

 “계획이라뇨?”

 율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미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계획은 병사들 몰래 소도로 들어가는 것 아니었던가? 두 사람의 얼굴을 본 진달래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율에게 물었다.

 “그 전에, 너는 상단에 무슨 볼일이지? 너도 소도에 가는 게 목적이냐?”

 “아니, 나는 이 도시에 오기 전에 이미 단군으로 등록했어.”

 율의 대답에 미르와 진달래가 동시에 눈을 크게 떴다.

 “너도 단군이었어?”

 “뭐야, 너도 술사냐?”

 “별 능력은 없어. 그냥...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단군이라는 지위가 꼭 필요해서 말이야. 그런데 내 목적은 왜?”

 “흠, 피차 공략해야 할 목표물이 같다면 협력하는 게 어떨까 해서 말이다. 네 말대로 미르는 소도에 가야하고, 나는 오늘 도둑맞은 비녀를 찾아야 해. 미르를 돕는 대신 미르도 날 도와주기로 했거든.”

 “비녀? 아, 그러고 보니 오늘 말이야…….”

 율은 낮에 엿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이야기해주었다. 도둑이 흘리고 간 비녀를, 미르를 쫓던 남자가 주워 상단에 가져왔다는 것. 그리고 골동품 전문가 렌 과장에게 감정을 의뢰하라고 병사에게 시켰다는 것. 그 말을 들은 진달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얼굴을 하더니 흥분해서 율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었다.

 “그게 사실이냐? 정말 내 비녀가 럼멜하트 상단에 있어?!”

 “으아- 그 옥색 길다란 게 비녀가 맞다면 그렇다니까! 이건 놓고 말해!”

 율이 억지로 손을 떼어 내자 이번에는 진달래가 심각하게 고민에 잠겼다. 옆에서 미르가, ‘그럼 우리 모두 목표물이 한 군데로 모였으니 더 잘 됐네요?’라고 거들었지만 진달래는 엄지손가락을 깨물면서 초조한 듯 생각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다시 율에게로 눈을 돌려 말했다.

 “그래서 네 목적은 뭐냐? 넌 뭘 원하는 거야?”

 “……내 목적은 자세히 말 못 해. 그냥 A급 물류창고에서 찾아야 할 게 있어. 훔치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찾기만 하면...”

 “좋아. 이제부터 너도 함께 행동한다.”

 “뭐?”

 ‘행동할래?’도 아니고 ‘행동한다.’ 라고 못박아버린 진달래를 보며 율이 얼떨떨하게 되물었다. 그에 진달래는 속마음도 꿰뚫어볼 것 같은 날카로운 눈으로 율을 응시하며 물었다.

 “혼자 행동하고 싶으면 지금 말해라. 우리와 함께 행동하겠다고 하면 기존의 작전과 수정한 작전을 둘 다 얘기해주지.”

 기존의 작전? 수정한 작전? 미르는 어느 틈에 진달래가 새로운 작전까지 생각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율이 ‘좋아. 함께할게.’라고 대답한 덕에 곧 그 작전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좀 전의 상단 잠입은 미끼였다. 미르의 얼굴을 가리고 상단 한복판에 들어갔다가, 적당히 병사가 있는 곳에서 얼굴을 공개하고 도망쳐 나오는 게 목적이었지. 그렇게 해서 상단 내에 경계와 병력이 집중되면, 내가 미르로 변신해서 그 병력을 다른 곳으로 유인한다. 그 틈에 미르는 소도에 들어가는 게 원래 작전이었어.”

 “잠깐, 할머니가 미르로 변신한다고?”

 “아, 내가 얘길 안 했나? 나는 변신술사거든.”

 진달래가 태연하게 말하면서 손을 휙 젓자 할머니가 미르로 바뀌었다. 율은 입을 떡 벌리면서 얼굴로 경악을 표현했고, 미르는 그저 신나는 듯 ‘게다가 동색 단군이야!’라고 거들었다. 다시 손을 휘저으며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진달래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을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놈들에게 얼굴을 보이더라도 상관이 없지. 아무튼 이건 내 비녀가 어디 있는지 모를 때의 작전이고, 비녀가 어디 있는지 알았으니 내가 미끼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할 거예요?”

 미르가 기대되는 듯 눈을 빛내며 물었다. 저건 위기의식도 없는 걸까, 율은 미르를 흘겨보았다.

 “일단 미르가 우연을 가장하고 놈들에게 일부러 붙잡힌다.”

 “네에-?!”

 “들어 봐. 그리고 그 틈에 나는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서 내 비녀를 훔치고, 율 너는 시종의 옷을 구해서 네가 원하는 걸 찾아라. 그리고 한 사람은 소란을 일으켜 시선을 집중시키고, 한 사람은 미르를 몰래 풀어준다. 그럼 미르가 소도에 가서 단군 후보로 등록한 후에 다 같이 도망치는 거지.”

 “말이 되는 소릴 해, 첫 번째 작전보다 복잡하기만 하지 훨씬 부실하잖아?”

 “맞아요, 소란을 일으키다가 진짜 잡혀가버리면 어떻게 해요? 마지막에 도망치는 것도 말은 쉽지만...”

 율과 미르가 쉽게 승낙하지 못 하자, 진달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야. 미르가 우리의 도움 없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다면 성공률이 훨씬 올라가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도박이라도 할 수 밖에.”

 “아, 그거라면 가능할 거 같은데요.”

 “그래, 불가능하니까…… 뭐, 가능하다고?”

 진달래가 미르를 홱 돌아보며 물었다. 율도 의문을 띄고 미르를 바라보았다. 미르는 당당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방을 뒤적여 엄지손가락만 한 열쇠 하나를 꺼냈다.

 “이거 제가 집을 나올 때 창고에서 가져온 거예요. 모든 자물쇠를 다 딸 수 있대요. 제가 몇 번 해봤으니까 확실할 거예요.”

 “뭐야, 진짜? 그런 게 있어?”

 율이 신기한 듯 열쇠를 들여다보는데, 진달래는 홀로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렇게 일이 잘 풀리다니 오히려 뭔가 더 불안해지는 기분.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뿌듯하게 열쇠 자랑을 하는 미르를 보니 불안함도 가시는 듯했다. 신이 내린 우연이군, 진달래는 그렇게 정리하고 말했다.

 “그게 네 말대로 모든 자물쇠를 다 딸 수 있는지는 몇 번 시험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맞다고 판명되면 네가 적당한 타이밍에 탈출하는 걸로 하자. 연습도 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니까 실행에 옮기는 건 모레 저녁. 됐냐?”

 “좋습니다!”

 미르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지만 율은 아직 찝찝한 것이 있는 듯 화들짝 놀라며 손사레를 쳤다.

 “잠깐, 잠깐! 탈출 방법은 없어? 그냥 우리가 뛰어서 도망쳐야 해? 상대는 3대 대기업이라고?”

 “흐음... 그게 문제긴 하군. 비행 능력이 있는 단군에게 의뢰를 하는 게 어때?”

 “다, 단군에게 의뢰?”

 율은 말문이 막혀 말까지 더듬었다. 미르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라 그저 ‘좋다, 좋다’만 반복하는 것 같았지만 율은 가장 낮은 계급인 녹색이라도 단군을 고용하는 것이 얼마나 큰돈을 요구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동의하지 못 했다. 이 할머니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쉽게 말하는 걸까?

 “할머니, 본인이 동색 단군이라면서 잘 모르시나 본데 단군에게 의뢰하는 데에는…….”

 “비행 요괴 40만 온 짜리를 32만 온으로 파격 세일하고 있군. 익룡? 좋아, 우리 셋이 타기에 충분해. 됐냐?”

 “…….”

 진달래는 자신의 단군 자격증을 꺼내고 단군 포털을 켠 뒤,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의뢰 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비행 능력을 가진 단군에게 의뢰를 접수했다. 율은 진달래가 자신의 눈앞으로 내민 접수 완료 창을 보며 입만 벙긋거렸다.

 “하, 할머니... 돈 많아? 이렇게 쉽게 결제를...”

 “이번뿐이다. 비녀를 위해 투자하는 것뿐이야. 앞으로 또 돈쓸 일이 생겨도 얄짤없을 줄 알아라.”

 “할머니, 전 재산이 얼마인지 물어봐도 돼?”

 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달래는 말해줄지 말지 잠깐 고민하는 것 같더니, 미르가 접수 완료 창에 한눈팔고 있을 때 율에게만 살짝 귀띔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율은 펄쩍 뛰며 온 몸으로 놀라움을 표현했다.

 “동색 단군인데 무슨 돈이 그렇게 많아?!”

 “오버하지 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은 거니까.”

 “왜, 왜? 할머니 돈 많아요? 얼마인데요?”

 “이미 늦었어, 인석아!”

 “아, 왜요~ 저도 알려줘요!”

 “알면 다쳐...”

 

 그렇게 그들은 셋이 한 팀이 되었고, 이틀 후 상단에 잠입하여 각자의 목적을 모두 달성하는 성과를 이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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