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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신의 선물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9

주신이 가장 총애하는 막내 딸 일레인은 우연히 보게 된 인간 세상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인간 남자아이가 아픈 누이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습이 왠지 눈길이 갔다. 인간 세상을 꿈꾸던 일레인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성년식이 다가오는데...

 
6.여행 준비
작성일 : 17-06-18 20:15     조회 : 261     추천 : 3     분량 : 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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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말이 없으실까요?”

 

 “그게…….”

 “별거 아니…….”

 

 일레인과 렉스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너 지금 고자질하려던 거냐?”

 

 렉스가 일레인에게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아버지가 먼저 소원을 말하라더니 말을 바꿨잖아요. 의식의 내용을 바꾼다고 협박도 하고!”

 “뭐라고요? 렉스님이 의식의 들어가는 내용을 바꾼다고 하셨다고요? 그건 아무리 렉스님이라도 함부로 바꿀 수가…. 흡.”

 

 일레일의 말에 프레드가 중얼거리자 렉스가 서둘러 입을 막았지만 눈치 빠른 일레인은 이미 다 알아들었다는 얼굴로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렉스를 바라봤다.

 

 “그럼 제 소원을 들어주실 수밖에 없는 거네요?”

 

 렉스는 일레인의 아름다운 얼굴에 드리워진 미소를 보며 썩은 표정으로 프레드를 내려 봤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렉스의 험상궂은 얼굴을 마주한 프레드는 쏟아지는 살기에 놀라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

 

 ‘일레인의 소원이라…….’

 

 성년식 소원으로 그런 깜찍한 소원을 빌줄 몰랐던 렉스는 집무실에 앉아 책상 위에 놓인 손바닥만 한 크기의 스텔라 석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별에서 채취한 광물이란 의미의 스텔라 석은 신력을 담아 보관할 수 있는 유일한 천계의 광물로 오직 왕만이 손에 넣을 수 있는 귀한 광물이었다.

 

 낮에 있었던 성년식을 떠올리자 렉스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 아무리 왕이라도 신들이 정해 놓은 의식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었다. 다만 그렇게라도 말해 일레인이 마음을 바꾸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리 말을 꺼냈을 뿐이었다.

 

 ‘왜 하필이면 인간세상으로…….’

 

 일레인은 알지 못했으나 지금 인간세상은 상당히 어지러운 상황이었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마계의 몬스터들이 자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게다가 인간들은 여전히 탐욕스럽고 자신들밖에 몰랐다.

 

 아무리 신이라 해도 봉인 구를 착용한 이상 천계에서처럼 신의 힘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으니 위험한 일이 생긴다 해도 스스로를 보호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이런 불길한 때에 자신을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막내의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성년식의 소원은 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렉스는 스텔라 석을 손에 들고 신력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평소와 똑같은 봉인 구의 문양에 작은 문양을 덧붙여 새기자 돌덩어리 같아 보이던 스텔라 석이 그의 신력과 반응해 그의 희망대로 모습을 바꿔나갔다.

 

 엄지손톱보다 조금 큰 크기로 변한 스텔라 석에는 태양과 별이 같은 하늘에서 빛나는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프레드 밖에 있느냐?”

 

 렉스의 부름에 프레드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렉스는 그의 앞으로 다가온 프레드에게 돌돌 말린 문서 한 장을 건네주었다.

 

 “아이들을 준비시켜라.”

 “신탁의 아이들 말씀이십니까?”

 

 프레드는 렉스의 말에 놀라다 못해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 시간 일레인은 그녀를 위해 준비된 파티를 간소하게 끝내고 방으로 돌아와 초초하게 렉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레인의 시중을 들던 신녀 하나가 조용히 다가와 고개를 숙여 예의를 갖추었다.

 

 “일레인님, 손님들이 보내신 선물들이 도착했는데 어떻게 할까요?”

 “선물? 그냥 아무 데나……. 아냐, 모두 이리 가져와 봐.”

 

 그냥 무시하려던 일레인은 더 챙길만한 것들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꿔 선물들을 가져오게 했다.

 

 처음으로 다른 신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아름다운 일레인 에게는 많은 양의 선물이 도착해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그녀의 아름다움보다는 그녀가 렉스의 총애를 받는 여신이기에 보내온 선물들도 다수 있었다.

 

 “어머, 일레인님. 이건 무지개 동산에서만 피어난다는 무지개 꽃이에요. 이 꽃은 몸속에 있는 독소를 빼내는 작용이 탁월하다고 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그래? 그럼 여기다 놔줘.”

 “어머 일레인님, 이건 행운목이라는 묘목이에요. 이 나뭇가지로 만든 장신구를 가지고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해서 행운목이라 불린대요.”

 “그것도 여기다 놔줘.”

 “일레인님. 이건…….”

 시녀의 끝없는 설명을 들으며 일레인은 선물을 가져갈 것과 아닌 것으로 분류했다. 성년식 선물이라 그런지 확실히 지난 생일에 받았던 선물들보다 훨씬 귀하고 값진 선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윽, 이 냄새 나는 건 뭐야?”

 “흡.”

 

 일레인은 고풍스러운 상자를 열어보고는 풍겨 나오는 지독한 냄새고 인상을 찡그리며 상자를 건넸고 상자를 받은 시녀 역시 지독한 냄새에 숨을 참으며 재빠르게 상자를 닫았다.

 

 “이건 프리아님이 보내신 선물 같아요. 이 흙에 씨앗을 심으면 어떤 씨앗이듯 하루 만에 식물을 자라나게 한다는 전설의 흙 같아요.”

 “그래? 그럼 그것도 여기다 놔줘.”

 “저건 뭐야?”

 

 일레인이 선물무더기 한 구석에 쌓여 있는 천 더미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거야말로 일레인님에게 어울리지 않는 별로 별 볼 일 없는 선물이에요. 의학과 질병의 신인 아폴리우스님이 보내주신 비단인데요. 어떤 질병도 막아주고 상처가 난 곳은 빨리 아물게 해주는 천이라고 인간들 사이에는 천사의 비단이라 부리며 아주 귀하게 취급된 데요. 하지만 신인 일레인님에게는 전혀 소용이 없는…….”

 “그것도 모두 여기다 놔.”

 “네?”

 

 신녀의 놀란 얼굴을 무시한 채 재촉하는 손짓을 보내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천을 옮겼다.

 

 그녀의 성년식 소원은 렉스에 의해 함구령이 내려져 가족들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알고 보낸 걸까? 그냥 아무거나 보내준 걸까?’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그녀에게는 필요한 선물이었다.

 

 천을 모두 옮긴 시녀에게 나머지는 알아서 처리 하라고 명했다.

 

 시녀와 하인들이 물건들을 치우자 일레인은 색색의 천을 꺼내 가져갈 물품들을 다시 나누어 담는 작업을 거치고는 제 신력을 이용해 만든 작은 상자 안에 산더미 같던 보자기 들을 차곡차곡 넣었다.

 

 방안을 가득 메울 만큼 거대했던 보자기들이 순식간에 작은 상자 안으로 옮겨졌다.

 

 상자와 개인용품들이 담긴 작은 보자기를 뭉치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던 일레인은 렉스가 보낸 신관의 목소리에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집무실은 렉스의 취향에 맞게 고즈넉한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의 신관을 따라 집무실에 도착한 일레인은 못마땅해 보이는 렉스의 얼굴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설마 저 아버지가 날 붙잡겠다고 그새 이상한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킨 건 아니겠지?’

 

 일레인은 뜸을 들이듯 그녀를 바라만 보는 렉스 때문에 점점 초조해 졌다.

 

 “일레인, 너 진짜 인간 세상에 가고 싶은 것이냐?”

 “네. 가고 싶습니다. 영영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5년만 다녀올게요.”

 

 5년이라면 신들이 자리를 비워도 문제가 없을 최장기 휴가였다.

 어른스럽게 대답하는 일레인을 내려다보며 렉스가 어쩔 수 없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성년식의 소원이 봉인 구다.”

 

 렉스의 말에 따라 그의 옆에 서 있던 프레드가 작은 상자를 안고 있다가 그녀에게 다가가 전달했다.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돌아 올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럼요.”

 

 말로만 듣던 봉인 구를 바라보는 일레인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렉스는 제 말을 듣고 있지 않는 일레인을 향해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의 여신 일레인,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더없이 근엄하게 울리는 렉스의 목소리와 언사에 일레인이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살포시 고개를 숙였다.

 

 “네, 말씀하십시오. 나의 왕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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